SK텔레콤 스타크래프트 2 프로리그 2016을 끝으로 한국의 스타2 프로리그가 막을 내린 이후 현재 국내 스타2 프로게임단은 진에어 그린윙스, 아프리카 프릭스, Team GP 세 팀이 남아있지만, 여전히 많은 선수들이 해외의 팀을 통해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한국 선수들이 맹 활약 중인 해외 스타2 프로게임단 Dragon Phoenix Gaming(DPG)와 Kaizi Gaming의 대표 선수들이 2020 LG 울트라기어-Hot 6 GSL Season 2 16강 B조에서 8강 진출권을 두고 격돌한다.
현재 각 종족의 최상위권 선수로 평가받는 김도욱(T), 박령우(Z), 원이삭(P)이 모두 속한 DPG는 최근 진행된 중국의 팀 프로리그 Gold Series Team Championship 2020 Spring에서 그룹 스테이지 전승을 기록한 데다가 플레이오프 파이널 라운드까지 압도적으로 승리하며 우승을 거머쥔 팀이다.
이신형, 이재선, 백동준이 활동하고 있는 Kaizi Gaming 또한 그룹 스테이지 2등, 플레이오프 3등을 기록하며 준수한 성적을 거둔 팀인 만큼 양 팀 간의 자존심을 건 치열한 경기가 예측된다.
Kaizi Gaming 'Innovation' 이신형 - 2020 GSL Season 1 4강
이신형은 지난 시즌인 2020 GSL Season 1에서 원래부터 탄탄했던 기본기에 다양한 전략적 수까지 선보이며 일찌감치 유력 우승 후보로 점쳐졌지만, 김도욱과의 4강전에서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패배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번 조지명식에서 저그전에 자신감을 보인 그는 자신의 첫 상대로 박령우를 고르는 과감한 선택을 내렸는데, 2018년 이후 오프라인 대회에서는 번번이 패배하긴 했지만 최근 온라인 대회에서 연이은 대승을 거둔 만큼 승산이 있으리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저그전을 하고 싶다는 이유요? 그야 박수호 님이 없으니까...
이신형은 16일 진행된 드림핵 서머 시즌 파이널 16강에서 핀란드 최고의 저그 요나 소탈라(Serral)와의 경기에서 전투순양함 이후 메카닉 운영 등 무난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온라인 대회에서는 비장의 수를 숨기는 경우가 많은 만큼, GSL에서는 지난 시즌처럼 혁신적인 전략을 선보일 것인지 기대된다.
Dragon Phoenix Gaming 'Dark' 박령우 - 2020 GSL Season 1 8강
2019 WCS Global Finals에서 우승을 거두며 테란과 프로토스의 재앙으로 거듭난 박령우. 하지만 올해 들어 전태양에게 3:0 완패를 당하며 8강에서 탈락한 데다가 2020 GSL Super Tournament Season 1 결승전, ESL 투어 상반기 시즌 파이널인 DreakHack SC2 Masters 2020: Summer Season Finals 플레이 인에서 조성주에게 패배하는 등 중요한 고비에서 탑급 테란 선수에게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조성주에게 간발의 차로 패배하며 드림핵 서머 시즌 파이널 진출에 실패한 박령우
그러던 와중 전 SKT T1 동료이자 라이벌인 이신형까지 박령우 도장 깨기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이재선과도 한 조에 배정되었는데, 이는 그에게 있어 테란전 패배의 수모를 만회할 좋은 기회이다. 게다가 이신형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 1위로 진출한다면 전태양과의 3연속 8강전이자 지난 시즌의 복수전이라는 빅 매치를 성사시킬 수 있다.
한편 올해 진행된 오프라인 경기에서 한 경기를 빼고 전승을 기록한 박령우의 토스전 기량은 시즌 24강 B조에서 진행된 맥스 엔젤(Astrea)과 김대엽과의 경기에서도 잘 드러났다. 다만 그 1패의 주인공이 올해 초 개최된 IEM Katowice 2020에서의 원이삭이라는 것은 유일한 옥의 티다.
Kaizi Gaming 'Bunny' 이재선 - 2020 GSL Season 1 16강
이번 시즌 24강 F조에서 신희범과 조성호를 꺾으며 당당하게 1위로 16강에 진출한 이재선은 조지명식에서 박령우에게 지목당하며 지난 시즌의 '행복 C조'보다 한껏 살벌해진 B조에 배치되었다.
24강에서의 모습이 나쁘지 않았음에도 이재선은 자신을 제외한 상대들이 전부 지난 시즌에서 8강 이상의 기록을 거둔 탓에 1약으로 분류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신형과의 상대전적에서 밀리는 데다가 박령우는 공허의 유산 오프라인 무대에서 이겨본 적이 없는 천적이다.
하지만 쉬운 조를 찾기보다 자신의 한계를 돌파해보겠다는 이재선은 첫 상대로 원이삭을 지목했다. 원이삭 역시 지난 시즌 16강에서 자신을 이기고 승자전으로 진출했던 경험이 있는 만큼, 그와의 첫 경기를 통해 기세를 올릴 수 있는지가 8강 진출의 분수령으로 보인다.
원이삭은 2020 GSL Season 1 16강 C조에서 이재선을 꺾으며 8강에 진출했다.
Dragon Phoenix Gaming 'Parting' 원이삭 - 2020 GSL Season 1 4강
2020 GSL Season 1 8강에서 공격형 점멸 추적자를 통해 조성주를 꺾으며 돌풍의 핵으로 부상했던 원이삭.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조지명식에도 특유의 입담을 과시하며 Kaizi Gaming 선수들을 도발했고, 그 덕분인지 이재선의 선택을 받으며 또다시 희망하던 B조에 배정되었다. 만약 8강에 진출한다면 지난 시즌 4강에서의 패배로 인해 복수할 이유가 있는 전태양이나 상대전적에서 앞서는 박수호를 만날 수 있기에 최선의 판단이라 할 수 있다.
이재선은 원이삭이 다른 지명 후보였던 조중혁, 이병렬보다 쉬운 상대라고 말하긴 했지만 원이삭이 현재 사파 프로토스의 선두주자인 만큼 까다로운 상대인 것은 분명하다. 게다가 지난 시즌 때 자신 있는 낮 시간대의 경기를 한 번도 해보지 못해 아쉬웠다는 말을 남겼었는데, 드디어 찾아온 기회인 만큼 낮의 황제(?)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지 활약이 기대된다.
가장 약한 시간대여서 그랬던 걸까? 원이삭은 한국 시간 오후 11시에 시작한 드림핵 서머 시즌 파이널 16강 B조에서 가브리엘 세가트(HeRoMaRinE), 전태양에게 연이어 패배하며 조 4위로 탈락했다.
두 팀의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인 만큼 '팀 킬'은 피해갈 수 없겠지만, 그것이 나란히 8강전으로 향하기 위한 발판이 될 훈훈한 대결일지 벼랑 끝에 몰린 선수들의 단두대 매치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A조에서 아프리카 프릭스의 박수호와 전태양이 전부 8강에 진출하며 축포를 터뜨린 가운데, DPG와 Kaizi Gaming 중 어느 팀의 구단주가 웃을 수 있을지는 오는 18일 13시 00분 SBS 아프리카TV(afreecatv.com)와 네이버 스포츠(sports.news.naver.com/esports/index.nhn)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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