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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8 21:11
1부는 안 보고 '그래도 최동훈인데 그렇게 똥망을 만들었을리가 없어'라는 생각에 유튜브 요약본만 보고 극장에서 2부 봤는데, 저는 재밌게 봤습니다. 동시에 1부는 망할만 했겠다 라는 생각을 했구요.
제 생각에는 한 다섯시간쯤 되더라도 한 편으로 개봉을 했어야 했다고 봅니다. 전체를 다 놓고 보면 그래도 타임킬링 용으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설정이 너무 복잡하고 그걸 1부에 때려 넣었으니 1부는 당연히 폭망하고, 1부가 폭망했으니 2부는 역시나 망할 수 밖에요. 차라리 다섯시간짜리로 만들었으면, 관객들이 어쨌든 최동훈 이름 믿고 극장에 가고, 극장에서 보고 나면 그래도 볼만은 하네 하면서 입소문도 지금보다는 나았지 않았을까 싶어요.
24/02/18 21:11
전 1편도 안 봤는데 인터넷 여론과 주변인들의 반응이 가장 극명하게 갈리는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인터넷은 90%이상이 혹평인데 와이프부터 주변인들은 전부다 재밌다고 하더군요. 영화자체가 제 취향은 아니어서 볼 생각이 크게 없긴 한데 이렇게 평가가 나뉘는 경우를 본 적이 없어서 신기하긴 합니다.
24/02/18 21:48
넷플릭스에 1부 떴을때 어떻게든 정신줄 잡고 여러 고비를 넘겨 거의 마지막까지 잘 참고 있었는데
썬더라는 그 로봇이 전투중에 [전투에서 이길 확률 2%3%4%... 놀랍구나!] 이런 대사를 치는 걸보고 정말.........후........... 이건 2부에서 뭔짓을 해도 살려내기 힘들겠구나 했었습니다. 2부가 넷플릭스에 풀리면 그래도 봐줘야하나 말아야하나......걱정이긴 하네요.
24/02/18 22:54
B급 쌈마이 영화에 너무 대자본이 들어갔습니다. 와! 고려 도사들이 외계인들과 싸운다고? 무협과 SF를 막 쓰깐다고? 라는 발상에 스스로 취한 영화... 그것 외에는 서사도 동기부여도 인물, 드라마도 텅텅 비었습니다.
그래서 그 고려 도사들이 어디가 매력적인데? 외계인은 무슨 재밌는 사연이 있어? 걔네가 싸우는 게 왜 재밌는건데? 라는 질문에 대답할 준비가 전혀 안 된 영화죠. 그냥 고려도사가 외계인과 싸운다! 에서 만족하고 걸음이 멈춰버린. 독특한 소재 하나 있다고 영화가 잘 뽑히는 것 절대 아니거든요. 오히려 거기에 자뻑하느라 망하는 케이스가 너무 많았죠. 사실 동양 도사가 현대 시간대를 넘나는다는 소재 자체도 전우치의 자기복제에 불과하지만요. 물론 B급 영화라고 나쁜 게 아닙니다. 매력적인 B급 영화도 많죠. 핍진성이 말도 안되고 서사, 전개도 중구난방인데 그 영화 고유의 테이스트 때문에 대체불가의 매력이 생겨나는 경우요. 근데 그건 잘 만든 B급 영화고요. 외계인은 아닙니다. 또 한국 최대급 제작비로 만든 영화는 그런 길 가면 망합니다. 한국에서 A급 제작비를 가지고 B급을 구현하면 다 망했습니다. A급을 하겠다는 건지 B급을 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는 혼란스러운 결과물이 나오거든요. 외계인도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최동훈 감독 내면의 B급 감성이 통제가 안 됐던거 같아요. 그 외에도 한국영화는 진짜 SF적으로는 깊이가 처참하네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양산형 SF 설정을 떠나고 봐도 다 구렸어요. 승리호스러운 빈곤하고 촌티나는 SF 비주얼도 그렇고요. 물론 CG 때깔에 돈이야 썼겠고 폭발신 등은 나름 번지르르하지만 스타일이 너무 촌스러워요. 썬더의 화상 UI 같은건 무슨 2000년대 초반식 느낌이예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라거나, 밀레니엄 시기 한국영화에서 해킹 씬이나 중앙관제센터 컴퓨터 조작씬 느낌... 그게 때깔만 좋아진 느낌... 썬더의 목소리 같은 것도 와 진짜 저렇게 감성이 올드하고 촌스럽다고? 싶었음. 진짜 SF의 저주네요. 그 찰지고 맛깔나던 감독이 SF 손대니 80년대 감성이 나옴. 저예산 특촬물 SF에서 로봇 나오면 '삐리리 삐리리. 수.리.완.료' 이랬잖아요. 무한도전 가짜 AI자판기 에피소드에서 나오던 것처럼요. 진짜 올드한 B급 감성인데 그게 A급 텐트폴 무비에서 나온다고? 경악했지요. 게다가 에너지 올려 내려부터 악역의 행동묘사까지 전반적인 감각이 파워레인저 수준으로 떨어지게 느껴집니다. 설국열차에서 봉준호가 보여준 스타일은 대단했구나 하고 자동 재평가가 되네요.
24/02/18 23:19
사실 B급이어도 되고 감성이 촌스러워도, 액션이 식상해도 잘될 수 있습니다. 인물의 입체성이 없고 캐릭터성 전형적이어도 영화는 굴러가는데요.
제가 느낀 외계인의 결정적 문제는 서사의 동기부여입니다. 외계인 1부에선 모든 전개에 어쩌라고? 가 성립됩니다. 1. 외계인들이 인간들 뇌에 죄수를 가둔다 - 어쩌라고? 그런다고 지구가 망함? 2. 난데없이 고려 도사들이 신검의 소유권을 가지고 투닥댄다 - 어쩌라고? 그 신검 누가 채가든 무슨 문제? 핵폭발이라도 일어남? 아무 위기도 없어보이는데? 3. 고려도사와 딱히 상관없어 보이는 외계인들이 죄수 탈옥을 가지고 엘베에서 싸운다 - 어쩌라고? 신검하고는 무슨 상관? 1번째 어쩌라고까지는 어느 영화에나 흔히 있는 도입부, 빌드업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느 영화든 도입부에선 모르는 애들이 지들만의 미스테리한 짓을 하죠. 그러다 인물의 사정을 이해하며 몰입하게 되는 거고요. 그런데 이 영화는 그 다음 흐름을 타지 못해요. 어쩌라고만 계속 반복하며 기승전결의 계단을 넘지 못합니다. 빌드업만 해대다 골 못 넣는 축구처럼요. 두 시간축의 서사 모두에서 관객은 감정이입자가 아니라 제 3자, 외부적 관찰자입니다. 촉수괴물이 병원을 습격하여 세뇌촉수를 쏘고, 가드는 죄수의 탈옥을 막으려 싸우고 등등 액션이 벌어집니다. 그러나 관객은 거기서 왜 가드가 지면 안 되는지, 지면 무슨 재앙이 닥치는지 동기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냥 남의 나라 공무원이 지 할일 하는거 제 3자 시점에서 구경하는 거죠. 상영시간 절반이 되도록 관객이 긴장해야 될 위기가 뭔지 알 수가 없는 겁니다. 심지어 두 서사는 중반부 넘어서까지 완전 따로국밥이지요. 두 서사 간의 줄거리적 흐름 연계가 전혀 없다보니 오히려 개별 서사의 몰입, 집중이 깨져 버리죠. 영화의 구조만 놓고 보면 기-기-승-승으로 전, 결까지 가지도 못하는데요. 완전 다른 2개 영화의 기승만 떼다가 프랑켄슈타인처럼 꼬매 놓은 꼴입니다. 첫번째 영화의 기를 봤더니 갑자기 TV채널이 돌아가서 생판 다른 영화를 시작부터 다시 보는 것이 반복되죠. 최감독은 어벤저스를 꿈꾸었다는데 결과물이 전혀 아닙니다. 외계인은 통합 영화가 아니라 아이언맨과 캡아 개별 영화를 편집해서 붙여놓은 꼴이예요. 물론 외계인의 두 시간축도 마블 유니버스처럼 세계관이야 같겠죠. 그럴지라도 가오갤과 토르가 같은 영화는 아니잖아요. 둘을 편집해서 같은 영화라고 팔면 둘다 망할 수 밖에요. 차라리 고려 서사만 보여 줬다면 전우치 정도 느낌으로 무륵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었을 겁니다. 물론 현상금 때문에 신검을 두고 다툰다는 소재가 진부하고 빈약하긴 하죠. 외계인의 인간 감금 소재도 그렇구요. 고려, 현대 서사 모두 개별적으로도 매력이 부족해요. 그런데 이걸 현대 시점과 쓰까니 더 막장이 됩니다. 스타워즈 제다이의 귀환처럼, 엔도 전투 / 한 솔로의 작전 / 루크와 베이더의 대립 각자 분리된 씬이 연결되며 각 장면의 성취가 다른 장면의 승리를 이끈다 이런게 전혀 없어요. 완전 분리되버림. 그 와중에 분리된 서사가 자기 파트에서 동기부여를 시키지도 못하는 것입니다. 어쩌라고 서사요. 최동훈 감독의 전작에선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어요. 대표격으로 타짜만 보죠. 타짜 ㅡ 누나 돈을 사기도박으로 날린 고니는 어떻게든 기술을 배워서 복수해야 한다. 이거 몰입 안될 수가 없지요. 관객이라면 자연히 고니가 적을 응징하고 멋지게 판을 휩쓸기를 응원하게 됩니다. 고니가 고생고생해서 기술 배우고 데뷔전 치르는데 남일 보듯 구경할 관객이 있겠습니까. 고니 동료 손목이 박살나는데 놀라지 않을 관객이 있겠어요. 그러나 외계인에서는, 가드인지 썬더인지 외계 공무원인지가 지그들 죄수를 왜 자기네 감옥에 안 가두는지, 왜 비효율적으로 탈옥이 자꾸 일어나는 인체에 가두는지 알게 뭡니까. 외계인들 문제지 평범한 지구인과는 아무 상관이 없잖아요. 지구인이 외계인을 막는 것도 아니고 외계인 주인공이 공무원짓 하는 스토리인데 대체 어떻게 몰입이 됩니까. 물론 외계인이 주인공인 서사도 있을 수 있으나 보편적 가치를 공감시킬 때에만 제대로 먹혔죠. 고향을 저그에게 빼앗겨 귀향과 조국의 재건을 꿈꾸는 프로토스라거나, 길 잃은 방랑자이자 아이들의 보호자인 ET처럼요. 그러나 가드의 서사는 너무도 기계적이고 극으로서 매력이 부족합니다. 트랜스포머같이 평이하고 식상한 서사적 성취를 가진 영화만 해도 동기부여 면에서는 외계인과 급이 달라요. 똑같이 생소한 외계세력이 자기들 목적 때문에 지구에서 싸우는 스토리인데 세계관 몰입도 훨씬 잘 되죠. 평범한 주인공을 지키러 외계변신로봇이 나타났네? 근데 그 주인공이 지구를 박살내려는 디셉티콘과 맞서야 하네? 라는 핵심 동기가 있으니 관객은 주인공이 위기를 이겨내길 응원하게 되거든요. 그건 대중영화의 기본이죠. 니네 이야기가 아니라 내 가슴에 사무치는 이야기로 느끼게 만드는 거요. 그러나 외계인은 똑같이 지구멸망이라는 키워드를 던져도 느낌이 전혀 다르죠. 아니 뜬금없게 '지구를 멸망시키자! 탈옥해야 하니까'가 연결이 되나요? 차라리 지구가 탐나서 침공하는 게 이해가 되죠. 관객이건 작중 지구인들이건 탈옥을 누가 반대한다고요. 애초에 탈옥하면 뭐가 문제인지, 가두면 왜 안되는지도 모르잖아요. 지들끼리 조용히 싸우고 이겨서 나가면 될 걸 가지고 왜 멍청하게 대낮에 빌딩을 터뜨립니까. 타겟이 잘 때는 뭐하다 하필 일어나서 뛰어다닐 때 기습하는 걸까요. 그러니 방해를 받죠. 놓쳤다 추격했다 쇼를 해야 했잖아요. 이 영화가 내세우는 위기가 이렇게 느껴지는 이상 몰입이 될 수가 없죠. 몰입을 도울 안내자가 가드였던 건 패망의 지름길이었고요. 물론 외계인은 군상극이라 트랜스포머보다 각자의 사정을 다루기 어렵기는 한데요. 그럴 역량이 없으면 군상극을 하면 안 되는거죠. 군상극에서 몰입할 인물이 하나도 없는 건 참 처참하네요. 왕좌의 게임 드라마 보는데, POV의 중심인물들 아리아 스타크며 존 스노우며 장면 주인공마다 하나도 몰입이 안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걔네가 겪는 사건들이 어찌되든 말든 상관없게 느껴진다? 그건 망한 것입니다.
24/02/19 03:25
서사는 우뢰매, 슈퍼홍길동 보다 못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외계인을 인간에 몸에 가둘 필요? 왜 고려시대에 가두고 현대에도 가두고?
그냥 최동훈 감독이 자기 아이디어 뽕에 취해서 막 써내려 간듯
24/02/19 13:36
전 그냥 그 로봇이 너무 이상해서 그것만 빼면 무난한 킬링타임용 이상은 됐을거라 봅니다.
목소리도 의도는 알겠지만 이질감이 크고, 대사는 예전 우뢰매 생각이 날 정도로 작위적이고.. 아에 예전 8번가의기적 이라는 sf영화의 귀여운 로봇처럼 알수없는 기계어를 하고, 그걸 주인공이 번역해주거나 손동작 같은걸로 알아먹게 하는 전통적인 방법이 더 무난하고 세련되게 느껴졌을거 같네요.
24/02/19 16:31
저는 외계인 영화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최동훈감독이 나이먹으면서 생긴 어쩔수 없는 문제 같습니다.
이창동감독이 대단히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이창동감독이 범죄의 재구성이나 타짜를 만든다고 해도 잘만들까요? 어렵습니다. 감독마다 각자 잘하는 스타일이 있는데, 최동훈감독은 데뷔할떄부터 재기발랄, 재치, 유머 이런걸로 대한민국 상업감독 최고란 소리를 들었습니다. 최동훈 감독이 1971년생이니까 범죄의 재구성은 33세, 타짜는 35세 개봉했는데, 지금은 53세입니다. 안타깝지만 그때 그런 재기발랄함과 유머,재치가 충만한 나이는 이미 지났고, 그게 암살에서부터 조짐이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위에서도 언급한 이창동감독처럼 나이가 먹을수록 진해지는 그런 스타일에 감독이 아닌이상, 초기작같은 그런 영화 퀄리티는 어려울거 같습니다. 워낙 잘했던 감독이니까 지금이라도 다른 스타일에 영화를 만들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쉬운게 아니라, 예전에 영광 찾는건 쉽지 않을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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