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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4/03/25 21:40:38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3395088660
Subject [일반] '브로콜리 너마저'와 기억의 미화.


바쁘다, 는 핑계는 참 좋습니다.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본인 눈속임도 되구요. 실제로 뭔가를 하고 있기에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할 때도 이래저래 말돌리기도 쉽구요. 하기 꺼림직한 일도 다른 일 때문에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바쁘다는 핑계로 이것 저것 회피하고 또 구렁이 담 넘어 가듯 잘 넘어가면서 그럭저럭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바쁘지 않게 살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잘 지내고 있냐고 물으신다면... 그닥 잘 지내고 있진 않습니다. 그러니까, 언제나 늘 그렇듯, 기능하지만 딱, 거기까지인 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겠죠.

브로콜리 너마저, 라는 밴드는 되게 오래된 기억 같습니다. 물론, 제가 가지고 있는 기억들이 다른 분들에 비해 그닥 길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만요. 여튼, 브로콜리 너마저를 떠올리면 따뜻한 감정이 드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그러다가, 오늘, 플레이리스트 랜덤 재생에서 이 곡, '마침표'가 나왔습니다. 네, 기억은 미화됩니다. 모든 기억이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굉장히 많은 기억들은 미화되는 것 같아요. 서늘한 노랫말에 폭발하는 사운드. 그러고보면 브로콜리 너마저를 알게 된 노래도 '앵콜요청금지'였고, 가장 좋아하는 곡도 '춤'과 '유자차'이니, 따뜻한 노랫말과 따뜻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는 제 기억이 잘못되었던 것 이겠죠.

예전에, 제가 글 하나를 쓰면서 저는 여전히 싸우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 있습니다. 개인적인 어려움과 적응, 생활 등등이 겹치면서 버티기 위해서, 혹은 애쓰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저는 제가 지금 겪고 있는 이 어려움과 고통들도 지나고 나면 저는 좋았던, 아니면 최소한 괜찮았던 기억으로 미화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래도 되는 걸까요?

의문은 커져갑니다. 생각해보면, 지금의 저도 그닥 좋진 않지만, 대학교 때의 저는 더더욱 상태가 나빴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그 순간의 저를 떠올려도 그닥 미화되진 않습니다. 어쩌면 저는 여전히 같은 고통 속에, 같은 터널 속에 들어와 있기에 과거의 기억들이 미화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아주 먼 훗날의 저는 오늘의 저를 미화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여전히 나쁜 기억으로 남아있을까요.

결국 모든 것은 여기로 이어집니다. 언젠가 내가 이 터널을 벗어날 수 있을까? 어느 순간이 되면 내가 과거의 나를 보면서 그땐 그랬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 솔직히 예전에 비해서 지금의 저는 거기에 긍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언젠간 그렇겠지, 라고 생각했던 과거에 비해서 요즈음은 이제는 일종의 만성적 느낌이 되어버린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렇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짜 '앵콜요청'이 '금지 된 줄 알았던 '앵콜요청금지' EP가 다시 재발매 되고 음원 사이트에 나왔듯이, 저도 언젠가는 괜찮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그냥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길게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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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잔향
24/03/25 22:39
수정 아이콘
그때는 그럴 줄 알았지 2009년이 되면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너에게 말을 할 수 있을거라
차갑던 겨울의 교실에 말이 없던 우리
아무 말 할 수 없을 만큼 두근대던 마음


브로콜리 너마저의 2009년의 우리들이라는 노래를 2014년인가 들면서 눈물지었었는데
벌써 2024년이 되었습니다

10년이 지났고 저는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은 것 같은데 현실은 여전히 막막하네요

어른이 되면 무엇인가 바뀔 거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실제상황입니다
24/03/25 22:53
수정 아이콘
저는 어린 나이에도 알고 있었습니다
어른이 되면 끝장이라는 걸..
24/03/26 00:57
수정 아이콘
좋은 영화를 보고 좋은 음악을 듣는게 즐거움과 위안이 되었으면 합니다
보편적인노래
24/03/26 01:08
수정 아이콘
언젠가는, 문득 선명하게 떠오르는 그 때, 정도의 순간이 되겠지요. 힘내세요.
짬뽕순두부
24/03/26 01:14
수정 아이콘
이제는 기억도 안나는 어떤 이와 이별을 마주할 때, 이 곡을 들으면서 신촌 현대백화점 옆 길을 걸었던 어떤 여름날의 기억이 있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사랑했었는지는 떠올릴 수 없지만 어떤 마음으로 헤어졌는지는 선명하게 떠오르네요.
저에게 이제 그런 일이 뭐 어떤 대수롭지 않은 사건이 되어 버린 것처럼, 작성자님께도 그렇게 되실거라 생각합니다.
과거의 아픔이 다 사라지진 않지만 받아드릴 수 있을만큼은 작아지더라구요.
기타솔로컴온
24/03/26 09:09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도 요새 "사랑한다는말로도 위로가 되지않는" << 이노래가 꽤나 감성적이고 잔잔한 노래라고 언뜻 생각하고 살았는데 막상 오랜만에 불러보니 고음부분도 폭발적이고 가성부분도 내기 어렵고 생각보다 빡센곡이더라고요
24/03/26 10:55
수정 아이콘
작년 10월 마지막 토요일에 공개 공연을 가게 되었는데, 울지마가 주는 울림이 크더라구요. 정말 슬픈 추모곡이었습니다.
무냐고
24/03/26 13:37
수정 아이콘
요새 제일 자주 듣는 노래는 졸업입니다.

이 X친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해
넌 행복해야해 넌 행복해야해
이 X친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잊지않을게
널 잊지않을게 널 잊지않을게
철판닭갈비
24/03/26 23:43
수정 아이콘
미화하고 싶다고 바로 되는 것도 아니고 기억하고 싶다고 오래 기억되지 않고...그렇더라고요 너무 신경의 무게추를 무겁게 두지 마시고 가볍게 삶의 흐름에 그냥 맡겨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브로콜리너마저 오랜만에 듣네요 앵콜요청금지 진짜 엄청 좋아했었는데...오지은 타루 몽니 평생 옆에 둘 것 같던 제 대학시절을 수놓아준 인디들도 어느덧 추억이 되었네요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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