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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7/02/21 23:57:10
Name 힘내라!도망자
Subject 그녀가 결혼을 한답니다.

https://pgrer.net/zboard4/zboard.php?id=free2&page=1&sn1=&divpage=4&sn=on&ss=on&sc=on&keyword=힘내&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24073


어느새 그녀와 헤어진지 5년째가 됬습니다.

그리고 오늘 그녀가 결혼한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축하한다고 해줬습니다...



2002년 여름 헤어진 그사람과 어쩌다보니 작년 여름부터 연락을 하며 지냈습니다.

다시는 못만날 사람이라 생각했었는데...

저 윗글을 쓰고 얼마 후 그녀를 딱 한번 만났습니다.

4년전과 별로 변하지 않았더군요.

그녀와 이런 저런 얘기를 했었습니다.

그냥 살아온 얘기들을요.

그리고 그녀는 말했습니다.

이제 그만 날 잊으라고...

저도 머리로는 잘 알고 있었고 마음으로도 느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냥 보험처럼 기다려보면 안되겠냐고 했죠.

누굴 만나건간에

나중에 어떻게 되어도 상관 없으니까

널 위해서가 아니라 날 위해서...

내마음대로 기다려 보겠다라고 했습니다.

바보같이...

그렇게 말하면서도 안되리라는건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렇게라도 있으나 마나한 썩은 동앗줄이라도 잡고 있고 싶었습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그자리에서 그녀를 보내지도, 나 자신이 견디지도

못할것 같아 그런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렸습니다.

저에게 미안해 하는 그녀에게 저는 그렇게 억지를 부렸습니다...



그리고 그후로는

주로 메신져를 통해 대화를 하며 지냈습니다.

예전에 못해준게 마음에 걸려 가끔 선물도 보내고 가끔 문자도 보내고

아주 가끔 전화도 하고...

어쩌면 저는 그러면서 그녀를 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본인도 다른사람을 찾아야하는데 라고 생각했었으니까요.

저는 애석하게도 우량보험이 아닌 불량보험이었나봅니다.



요즘따라 대화창 너머의 그녀가 너무 조용했습니다.

저도 그녀에게 부담주기 싫어 인사만 했습니다.

그 이상의 대화나 친밀감의 표시를 하면 전 불량보험이 아닌 악질보험이 되리라는걸

느꼈나봅니다.

하지만 작은인사마저 없어지니 무덤덤하려 노력하는 저도 조금은 울컥하더군요.

울컥할 자격도 없는데...



오늘 그녀와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왜 이리 대답도 없냐...

새해 복많이 받으라는 얘기정도는 해주면 좋지 않겠냐...

그냥 사람과 사람사이에 충분히 해줄 수 있는 얘기인데....

하지만

그런 얘기들은 축하한다는 말 뒤로 숨어버렸습니다.

축하한다...



4년전 그녀로 부터 다른사람이 생겼다는 말을 들었을때

마치 어느날 불시착한 헬기를 보며 신으로 모시던 원주민들에게 어느날 그 헬기가

날아올라 원주민들에게 기관총과 로켓포를 쏴대고 유유히 사라지는

헬기를 바라보는 망연자실한 생존자의 심정이었는데...

언제고 이런날을 예상했었다고 생각했지만 마음만은 그렇지 못했나 봅니다.



머리로도 마음으로도 알고 있는데...

어떤면에서는 홀가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서글픈기분이 드는건 어쩔 수 없군요.

그리고 조금씩 떨립니다.

예전에 수도 없이 겪었던...

아파하던 제가 느끼던 증상과 비슷하네요...


정말이지 제가 생각해도 너무 미련합니다.



아마 그녀가 없다고 해도 제 삶이 더이상 달라지지는 않을테니

조금만 숨을 가다듬고

그녀를 편하게 보내주려합니다.

지금까지 생각해봤던대로...

그녀에게 담담하게 축하를 해주고

내가 그녀를 사랑했던거보다 그녀 곁의 그사람의 그녀를 조금 더 사랑해주기를 바라며

이제는 그저 그런 메신져의 친구로 남을지 영영 사라져줄지 고민하며

불량보험 생활을 청산해야겠죠.


더이상 그녀가 제게 미안하다는 마음이 들지 않게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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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에릭
07/02/22 00:03
수정 아이콘
예전 생각 나네요....
여자라는게 돌아서면 참 무서운거 같습니다...
저도 한때 죽을만큼 좋아한 여자가 있었는데...
이제는 문자를 가끔 보내도 답장을 기대하기 힘든 사이가 됐네요..^^ ;
난 아직도 생각나는데.. 그녀는 안그런가 봅니다..
그냥 주절주절 거렸네요..
07/02/22 00:06
수정 아이콘
저도 비슷한 사연이 있는데..
뭐 님 에서 점하나 찍으면 남된다는데.
그여자 결혼하고나니 뭐 홀가분 하더군요.
오히려 제가..토닥토닥 좋은 인연 생기실겁니다.
그녀 생각이 나면 다른거에 미쳐보세요.
취미생활이라든가..아니면 다른여자를 어떻게든 만들어보심이 -_-;;
글루미선데이
07/02/22 00:16
수정 아이콘
전 이런 행동 하려고도 하지도 않지만 말입니다
멋있으세요...진심으로...

나간만큼 들어오는 분이 언젠가는 생기겠지요
그냥.... 살다보면 말입니다 :) 화이팅~
07/02/22 00:19
수정 아이콘
4년을 사귀다 헤어진지 2년이 넘은 그녀의 홈피를 가끔 들러봅니다.

우린 헤어지고 서로 다른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런 그녀가 새로 만난 사람과 얼마전 헤어졌나봅니다.

그녀는 그녀 홈피의 비밀번호를 아직도 바꾸지 않았습니다.
2년이 지났지만 그녀의 홈피에 제 사진 폴더는 아직도 비공개로 남아있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때에도 그녀는 제 사진을 지우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더라면... 헤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랬다면 지금쯤은 결혼해 매일 아침 같이 눈을 뜨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지금은 제 옆에 있는 현재의 그녀와 미래를 속삭입니다.

인연은 그런거겠죠. 추억은 추억일 뿐이겠죠.
가슴이 참 아련합니다.

힘내세요~
씨부다
07/02/22 00:31
수정 아이콘
제목만 보고 하리수 얘긴줄 알았네..
07/02/22 00:41
수정 아이콘
이제 자신에게 시간을 투자해보세요,,

잊으려고 애쓰는것보다 그 울컥하는 심정으로 한번 부디쳐보세요

자신의 한계에대해서요.
참소주
07/02/22 01:05
수정 아이콘
앗! 위에분 그런 닉넴은 안될텐데...
전 정말 고3 직전에 비참하게 차이고 미친듯이 공부했죠. 비록 수능은 못쳤지만 그만큼 공부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서 스스로 놀라웠습니다.
이승용
07/02/22 01:26
수정 아이콘
얼마전에 친한 친구(이성친구)가 저한테 이런 얘기를 하시더군요
"너 그렇게 잘해주다가, 나중에 걔 한국가면 어떻게 할려고 그래? 차라리 지금 정리해라. 그래야 나중에라도 덜 아프지.."

숙모님께서는 이러시더라구요..
"이렇게 잘해주는거, 나중에 니 와이프 될 사람이 알면 얼마나 속상해 할까.. 망할넘아.."

아직 저는 그녀와 사귀지도 않고, 그냥 친구보는 수준 정도의 사람밖에 안됩니다.. 멀리 떨어질수 밖에 없기에, 그래서 그 친구가 더 마음을 안 열고 그렇죠..

그래도 지금 저때문에 잠시나마 웃고, 행복해하고, 편해하고.. 그냥 그런거 보는게 사랑인듯 싶습니다.
사회생활이나 대인관계는 꽤 많이 이익관계도 생각하고 그러는데, 사람 좋아하는건 그렇지가 않더라구요..

힘내라!도망자저그님... 힘내세요!!
아마 저도 1년쯤.. 길어야 1년 반 후에.. 얼마나 미쳐서 얼마나 심하게 돌아버릴진 모르겠지만..
그때되면 힘내라!도망자저그님께서 위로해주시구요^^
지구사랑
07/02/22 17:43
수정 아이콘
저도 비슷한 경험이야 있습니다만, 여자 쪽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사실 당연한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옛 애인과 연락을 하고 있다는 것을 남편이 안다면, 아니 그 이전에 그것 자체가 남편에게 대한 배신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사실 남자도 마찬가지죠. 아내가 아닌 옛 애인과 연락을 하고 지낸다면?
추억은 마음 속에 남아 있을 때 소중한 추억이지, 무리하게 되살릴려고 하다 보면 어쩌면 악취가 날 지도 모릅니다.
추억은 다만 추억으로~
에스메랄다
07/02/22 21:10
수정 아이콘
이런 글 볼때마다 느끼는건데
남자들은 옛날 애인에 대한 미련이 큰듯.
물론 여자도 옛 애인 생각하고 하지만, 그보단 현재의 애인 혹은 미래의 애인에게 더 관심이 많기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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