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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4/26 17:38:09
Name 신불해
출처 녹정기
Subject [텍스트] [15금?] 45년전 나이 50살 다 되어가던 무협 작가가 쓴 글의 묘사 일부.txt

엄청 옛스러운 표지로 되어있는 무협 소설들을 어쩌다 우연찮게 보다보면 전체적으로 '아재' 냄새가 진하게 납니다.



여자에 대한 묘사도 그렇고, 성격이나 말하는것들도 전체적으로 딱 그 시대에 그 시절 그 연배 사람들이 썻다는 느낌이 나요. 신비스러운 분위기의 말 수 적은 여자라거나 좀 말괄량이 같은 여자라거나 대체로 두 가지 패턴인데 어느쪽이건...




그런데 김용 소설은, 뭔가 여자 등장인물을 표현하는 방식이 그런 느낌이 안납니다. 제가 처음 본 김용 소설이 신조협려 였는데 주연인 소용녀도 그렇고 곽양 같은 인물들도 전형적인 무협 소설 여자 캐릭터 느낌보다는 차라리 라이트노벨 히로인들 같더라구요.


외향적인 속성(?) 도 그런 편인데(성격 더럽지만 사실은 착하고 다리 절룩거리는 육무쌍이라던가) 소설 내에서 느껴지는 인상들도 뭔가 산뜻하다고 해야 하나...



김용이 1924년 생이니 우리나라로 치면 현대사의 양쪽 거목이었던 박정희 김대중... 거의 이 연배인데 할아버지가 썻다는 느낌이 잘 안듭니다. 웃긴게 오히려 좀 젊었을때 썻던 글보다 연배 잡수시고 후기에 썼던 글이 더 그렇습니다.




녹정기에 나오는 건녕공주 묘사 같은건 영감님 뭘 잘못 잡수시고 회춘해서 폭주했나... 싶더군요.





*****


"착한 공주님, 제발 부탁이니 저를 놓아 주세요. 소계자는 공주님의 분부를 받들어 무공을 겨루겠습니다."


공주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나는 싸우는 건 싫고 때리는 게 좋더라."


그녀는 침대 밑에서 한 자루의  채찍을 꺼내더니 위소보의 벌거벗은 몸뚱어리를 십여 번이나 철썩, 철썩, 소리가 나도록 후려쳤다. 위소보는 너무나 아파서 큰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공주는 웃으며 말했다.


"많이 아파? 나는 아파하면 아파할수록 재미있더라. 너는 죽은 척하려고? 그렇다면  너의 배를 세 번 비수로 찔러 보겠다. 네가 정말 죽었다면 움직이지 않겠지."



김용, 『녹정기』 中

*****







****

"계 패륵, 아무쪼록 소신을  용서해 주세요. 언짢으면 채찍질로 소신을 한 차례 매질을 하셔도 좋아요."


위소보는 말했다.


"물론이지. 신나게 패주지 않고는 내 가슴에 맺힌 한을 풀기 어려울 것이다."


그는 촛대를 내려놓고 채찍으로 그녀의 몸을 갈기기 시작했다. 공주는 나직이 부르짖었다.


"아야,아야!"


그런데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앵두 같은 입술에 웃음을 머금고는 말할 수 없이 기분좋은 듯한 표정이 아닌가? 위소보는 욕을 했다.


"천한 것아! 뭐가 그리 좋으냐?"


공주는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나는....이 노예는 비천한 년이에요. 계 패륵께서는 아무쪼록 더 힘껏 때려주세요. 아야아!"



김용, 『녹정기』 中

******



4--071115_4.jpg




사람을 묶어놓고 때리면서 희열을 느끼다가 오히려 본인이 얻어맞고 각성해서 때려주라고 애원하는 황실 공주가 나오는 이야기....



우리나라로 치면 의열단이 일제에 항거하던 시절 태어나서


10월 유신(1972년) 벌어질 무렵이 이미 나이 50살 다 되었던(48세) 영감님이 쓴 글..... (녹정기 1972년 완결)



다른 의미로 과연 신필은 신필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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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4/26 17:42
수정 아이콘
녹정기는 양주 여춘원에서 1:7대결을 벌이는 그 클라이막스를 위해 쓰여진 책이죠. 그 이후는 단지 사족에 지나지 않습니다....
햐~ 이 영감님 글 참 맛깔나게 쓴단 말이죠. :)
17/04/26 17:44
수정 아이콘
전문용어로 개안이라고 합니다.
신중함
17/04/26 17:46
수정 아이콘
녹정기 보러 가겠습니다.
그러지말자
17/04/26 17:47
수정 아이콘
애초에 녹정기 자체가 기존의 모든 클리셰를 깨부수는 똘끼로 똘똘 뭉친 작품이지요..
무공재능도 끈기도 없고, 아비가 누군지도 모르는 창녀의 자식에 특기는 도망, 욕설, 아부, 협잡, 모략, 배신, 간음인 주인공이라니..크크크크
원시제
17/04/26 19:03
수정 아이콘
그래서 주인공이 주성치...
이쥴레이
17/04/26 19:38
수정 아이콘
확실히 녹정기는 무공 이야기보다는 정치 이야기 같은 느낌이 많아서..
주인공이 혀 하나로 모든것을 돌파하는데.. 천하의 사기꾼이기는 하죠..
화잇밀크러버
17/04/26 17:50
수정 아이콘
띄용
펠릭스
17/04/26 18:07
수정 아이콘
신조협려 X까라고 그래!

김용은 녹정기지요!!
PizaNiko
17/04/26 18:19
수정 아이콘
올바른 의미로도 신필이고, 삐뚤어진 의미로도 신필...
변태인게어때
17/04/26 18:23
수정 아이콘
어...저게 저렇게 야한 소설입니끄아....?
17/04/26 19:15
수정 아이콘
그것보다 저 아저씨 중국인입니다! (한국사람인줄....)
새벽포도
17/04/26 19:16
수정 아이콘
무협지 주 독자층이 남성이다 보니까 남성적인 시각이 많이 들어갔고 퀄리티를 따지자면 아무래도 평면적인 캐릭터들이 많죠.
김용 작품은 문학작품급으로 올라섰지만 초기작 사조영웅전까지만 해도 싼마이 티가 좀 나요.
Magicien
17/04/26 19:49
수정 아이콘
다양한 유형의 히로인을 배치한 녹정기 찬양해!
17/04/26 19:54
수정 아이콘
저도 의천도룡기와 함께 가장 좋아하는 소설입니다.
주성치 주연의 영화에서도 저 장면이 묘사되죠.
저거 말고도 대단한 장면들이 많습니다.
난다 긴다 하는 여자들을 모두 눕혀놓고 희롱하는 장면이라든지, 자신의 정인으로 착각하는 여인을 신나게 범한다든지 말이지요.
Jon Snow
17/04/26 20:03
수정 아이콘
한창 혈기왕성한 중학교때 접했는데 신세계였죠
그리움 그 뒤
17/04/26 21:40
수정 아이콘
저는 위소보가 너무 싫더라구요.
김용 작품 중에 유일하게 완독을 10회 미만으로 한 작품이 녹정기.
좋아하는 작품이 영웅문 1부(사조영웅전), 개정전 천룡팔부, 아 만리성(소오강호)
드러나다
17/04/26 21:42
수정 아이콘
녹정기 개정판 안나오려나요..
사악군
17/04/26 22:10
수정 아이콘
녹정기는 안봤는데..
엘룬연금술사
17/04/26 23:52
수정 아이콘
전 천룡팔부파라 이상하게 녹정기는 장난같고 몰입이 안되더라구요. 아, 지겹다 나의 캐릭터.
HealingRain
17/04/27 00:57
수정 아이콘
어렸을땐 위소보 때문에 녹정이게 도저히 정이 붙질 않았는데 머리가 좀 굳고나서 다시보니 과연 천룡팔부와 쌍벽을 이룬다는 말이 맞구나 싶더라구요.
개인적으로 김용 최고의 작품으론 소오강호를 꼽습니다만, 녹정기도 정말 볼만한 작품이었어요.
17/04/27 09:41
수정 아이콘
전 녹정기는 한 3~4 번 읽으려다 실패했습니다. 화려한 무공이 안 나와서 그런지 재미가 없더군요.
민서은서애비
17/04/27 11:42
수정 아이콘
영화판에서 청하누님 자태가 어마어마 했던걸로..
도뿔이
17/04/27 17:54
수정 아이콘
프랑스 혁명이 있던 무렵 쉰이 다되어가던
프랑스 영감님이 쓴 책에서 영향을 받으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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