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6/10/02 22:05:49
Name 토다에
Subject 산모들의 죽음을 막아라
1847년 헝가리 출신의 젊은 의사 이그나츠 제멜바이스는 그해 빈 종합병원에 산부인과 부과장으로 승진했다. 제멜바이스는 매우 여린 감수성이 예민한 성격으로 특히나 다른 사람의 고통에 민감한 사람이다. 그는 병원에 오기 전에 건강한 산모들이 출산 후 10명 중 1명꼴로 분만 후에 생겨난 상처에 감염되어 고름이 생기고 고열로 죽는 산욕열이 그해는 산모 6명 중 1명이 죽어가는 것에 심각성을 느껴 좌절하며 이 죽음을 멈추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골똘히 매진했다.

당시에 의사들이 산욕열의 원인으로 추측하던 몇 가지 요소들을 살펴보면

-임신 초기 몸을 꽉 죄는 코르셋이나 속옷을 입어 자궁을 압박하여 내장에 배설물이 배설되지 못해 불순물 중 일부가 혈관으로 새어 나가게 하는 산모의 잘못-

-방안에 공기, 공기 중에 떠도는 독기, 또는 모유를 통한 전이-

-분만실로 유입된 더러운 공기-

-남성 의사의 존재 자체, 남성의사가 산모의 정결을 다치게 해 병리학적 변화를 여기 하는 것-

-감기에 걸리거나 잘못된 음식을 섭취하거나 출산 직후 병동으로 돌아가기 위해 분만실에서 빨리 일어나는 행동-

등 의사들은 사망원인이 대부분 산모의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 하지만 제멜바이스는 경악할만한 산모들의 사망률에 의사들은 정작 원인을 잘 모른다고 단정 지었다. 되려 병원에서 출산을 하는 것 보다 집에서 산파의 도움을 받아 출산을 하는 것이 병원에서 출산을 하는 것 보다 산욕열로 사망할 확률이 60배나 낮은 것에 대해 그는 이 수수께끼를 풀고자 자료수집에 매달렸다.

자신이 일하는 병원의 산모 사망률을 분석한 결과 기묘한 패턴을 발견했다. 산부인과는 두 개의 병동으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남성 의사와 제자들이 운영하는 산모들의 사망률에 비해 산파들과 그 제자들이 운영하는 병동의 사망률이 두 배 이상 낮은 것이다. 왜 의사 병동이 사망률이 두 배 이상 높은 것인가에 해서 여러 가지 의심을 해보았다. 의사 병동에 입원한 환자가 몸이 더 약한 것인가? 하지만 산모들은 하루 주기로 번갈아 병동에 배정되기에 환자들의 건강 상태는 비슷했다.

그러면 정말 남성 의사의 문제인가 생각해 봤다. 신생아 사망률에 있어 산파 병동 보다 높았지만 남아와 여아의 사망률에 차이는 없었다. 따라서 남성의 존재가 높은 사망률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은 신빙성이 낮았다. 의사 병동에 수용된 환자들은 지나치게 겁을 먹어 병에 걸린다는 이론도 있었지만 다른 곳에서 겁먹어서 산욕열에 걸린 일은 없었다.

따라서 제멜바이스는 의사 병동에 뭔가 산욕열을 일으키는 특정한 원인이 있을 거라고 추론했다. 그 와중에 그는 몇 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 지저분한 거리에서 아이를 낳은 후 병원을 찾은 여성들조차 도 열병에 걸리지 않았다.-

-24시간 이상 진통을 겪은 여성들은 거의 예외 없이 병을 앓았다.-

- 의사들은 산모나 신생아들로부터 병이 옮지 않았다.- 따라서 이 병은 전염병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혼란스럽고 의문 투성이인 산욕열의 발병 원인은 도저히 찾을 수 없었고 단 한 가지 사실은 여전히 엄청나게 많은 산모가 목숨을 잃고 있다는 사실뿐이다. 어느 날 제멜바이스는 어느 비극적인 사건을 경험하고 그 원인을 찾았다.

빈 종합병원 해부실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날도 의학 교수는 제자들에게 인체의 해부학적 구조를 가르치기 위해 시체를 부검하고 장기를 만져보고 혈관과 소변, 담즙을 조사했다. 이제 제자에게 나이프를 넘겨주는 찰나 제자가 놓친 나이프는 교수의 손가락을 스쳤다. 그날부터 교수는 수많은 산모들이 사망한 것 처럼 늑막염, 심낭염, 복막염, 뇌막염 등의 병으로 사망했다.

교수에 죽음은 제멜바이스에게 한가지 결론을 내려줬다. 교수에게 스친 나이프에 묻은 시신의 성분이 혈관에 침투하여 병을 일으켜 사망케 했다고 결론을 지었다. 그동안 의사와 학생들은 해부대에서 실습을 마치고 엉성하게 손을 씻은 후에 곧장 산과 병동으로 가서 출산을 돕고 치료를 했다. 그렇다. 산욕열을 일으키는 원인은 바로 `의사` 그들이었다. 시신의 병균을 산모들에게 옮기고 있었다.

그는 의사들과 제자들에게 산과 병동으로 가기 전에 반듯이 염소 용액으로 소독하는 것을 규칙으로 삼았다. 그러자 18%로 였던 산모 사망률이 1~2%대로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예방법은 주류 의료계에서 철저히 배척됬다. 권위적이며 오만했던 다른 의사들에게 식민지 출신에 헝가리인 제멜바이스의 주장은 무시당했고 본인들에게 산욕열의 원인이 있다는 것에 대해 외면했다.

결국, 그는 1849년 일자리를 잃고 헝가리로 돌아간 후 국제 산부인과학회에 여러 차례 자신의 주장을 담은 논문을 보냈지만 돌아오는 것은 비웃음 뿐이였다. 이에 비관하고 약해진 그는 1865년 정신병원에 입원한 후 패혈증에 걸려 사망했다. 결국, 그의 주장은 30년이 지난 후 1880년 세균 감염에 관한 연구를 한 파스퇴르에 의해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 라벤더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6-12-01 18:39)
* 관리사유 : 좋은 글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몽실이
16/10/02 22:11
수정 아이콘
그시절 인간의 지능과 지금 인간의 지능이 큰차이가 없을텐데...

과학의 발달만 믿고 지금 현재 알려진 사실에 안주해서 오만하면 안되겠습니다..
IRENE_ADLER.
16/10/02 22:11
수정 아이콘
마지막 문단에 파열증이 아니라 패혈증입니다.
토다에
16/10/02 22:17
수정 아이콘
맞춤법 검사하다보니 바뀌였네여 수정하겠습니다.
IRENE_ADLER.
16/10/02 22:21
수정 아이콘
패'혈'증이요.. ㅜㅜ
묘이미나
16/10/02 23:23
수정 아이콘
어디서든 어떤 분야던

리더(선구자)가 싸워야 될건 적이 아니라 내부의 병X과의 싸움이라고...

이 경우도 마찬가지인거 같습니다.
해원맥
16/10/03 08:31
수정 아이콘
외눈박이 마을에서는 두눈박이가 비정상이죠 뭐 -_-;;;
Finding Joe
16/10/03 09:48
수정 아이콘
지동설도 그렇고 한 명의 선구자는 배척받기 마련이죠.
후속 연구자들에 의해 새로운 발견을 뒷받침 하는 연구들이 계속 나와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비로소 새로운 사실이 받아들여지더군요.
다혜헤헿
16/10/02 23:34
수정 아이콘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보건이 고작 150여년 과거에는 이렇게 열악했네요.
사망률이 높았던 것도 당연한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보드타고싶다
16/10/02 23:38
수정 아이콘
고작 150년전에 저렇게 미개했군요... 인류문명이 100년사이에 얼마나발전된건지 알겠네요
16/10/02 23:46
수정 아이콘
불과 200여년전만 해도 넣어도 모자랄 피를 뽑고, 수은을 몸에 때려박는 게 정통 의료적 치료법이던 시기입니다(1799년 조지 워싱턴 죽음 당시의 치료 기록).
워싱턴보다 몇십년 더 위로 가면 루이 14세의 주치의는 건강에 좋지 않다며 이빨을 몽땅 뽑아버립니다(...) 몸을 절대 씻지 말라고 권유하기도 하고...
토다에
16/10/02 23:50
수정 아이콘
그런 루이 14세는 엄청난 장수를 했다죠.
16/10/02 23:51
수정 아이콘
76세면 당대 기준으로 꽤 장수긴 하네요. 타고난 생명력?!
저런 짓을 안했으면 100년쯤 살았으려나요.
퀀텀리프
16/10/02 23:57
수정 아이콘
헐.. 불과 150년전의 미개함... 이 시대에 태어난것을 감사해야 겠네요.
퀀텀리프
16/10/02 23:58
수정 아이콘
이런 차이들이 쌓여서 평균수명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이군요.
16/10/03 00:05
수정 아이콘
논리성과 진실보다, 어느 특정세력이 어떠한 것을 대세로 주장하느냐가, 논문의 옳고그름마저 좌지우지 하는건 지금도 변함이 없죠.
보통블빠
16/10/03 00:28
수정 아이콘
재평가가 시급한 고대 로마의 의술....http://kalnaf.egloos.com/3168557
고대 로마의 군의관들도 의료도구 청결을 먼저 신경썼습니다.
16/10/03 01:01
수정 아이콘
월광토끼님 블로그 맞죠? 잘 쓴 글이긴 합니다만 글 쓰신 분이 역덕후는 맞지만 의학사는 잘 모르시는 것 같기도 하고, 인용한 글의 출처 역시 전사쪽이지 의학사는 아니라서 저기 나온 내용 다 믿으시면 곤란합니다 (...)
열역학제2법칙
16/10/03 11:13
수정 아이콘
사실 상처는 인류역사, 아니 생명체의 역사와 함께했으니 저정도를 모르는 게 이상할텐데 왜 중간에 그 전통이 끊겼을까요...
절름발이이리
16/10/03 16:02
수정 아이콘
고대 로마는 여러모로 오버테크놀로지라서.. 이를테면 아스팔트를 썼는데, 서로마 망하고 나서 다시 같은 수준으로 쓰게되는데 천년 넘게 걸렸습니다.
어둠의노사모
16/10/03 07:54
수정 아이콘
뭐 지금도 일반인들의 미신적인 믿음에 대한 인식은 저 시절에 비해 별반 다를 것도 없죠.
문앞의늑대
16/10/03 08:13
수정 아이콘
미드 닉 생각나네요. 100년전 미국 외과병원에 관한 내용인데 지금 기준으로 보면 말도 안되는 일도 많고 놀라운 부분도 있고 일단 꿀잼입니다.
최초의인간
16/10/03 08:56
수정 아이콘
결국 어떤 가설과 이론이 받아들여지느냐에 전-이론적 배경요소들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인데.. 이런 모습들이 현대에 와서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게 씁쓸하네요.
즐겁게삽시다
16/10/03 14:07
수정 아이콘
와 지금 보면 옛날 의료 기술은 답답 그자체네요.
100년뒤에도 지금을 보면 그렇게 생각하겠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공지 추천게시판을 재가동합니다. [6] 노틸러스 23/06/01 7612
3559 [리뷰] 피식대학 05학번 시리즈 - 추억팔이에서 공감 다큐로 [20] 라울리스타4442 22/08/08 4442
3558 어제 달려본 소감+다이어트진행상황 (아무래도 우주전쟁님이 날 속인거 같아!) [19] Lord Be Goja3755 22/08/06 3755
3557 늘 그렇듯 집에서 마시는 별거 없는 혼술 모음입니다.jpg [30] insane3596 22/08/06 3596
3556 [역사] 괴뢰국가 만주국의 최고 학부 건국대학의 조선인 유학생들 [13] comet213791 22/08/05 3791
3555 쉬지 않고 40분 달리기에 성공했습니다... [36] 우주전쟁3685 22/08/04 3685
3554 (풀스포) 탑건: 매버릭, '친절한 매버릭 투어' [28] Farce4268 22/08/04 4268
3553 특전사의 연말 선물 [37] 북고양이4281 22/07/31 4281
3552 폴란드 방산기념 이모저모2 [45] 어강됴리3945 22/07/29 3945
3551 보행자가 무시당하는 사회 [94] 활자중독자4287 22/07/26 4287
3550 중학교 수학과정을 마쳤습니다... [50] 우주전쟁4294 22/07/25 4294
3549 [역사] 일제 치하 도쿄제대 조선인 유학생 일람 [60] comet211755 22/07/24 1755
3548 MCU의 '인피니티 사가' 후속, '멀티버스 사가' 윤곽이 공개되었습니다. [164] 은하관제2023 22/07/24 2023
3547 [역사] 이순신은 정말 무패(無敗)했는가? (2) [15] meson1404 22/07/20 1404
3546 KF-21 초도 비행 기념 T-50/FA-50 이야기1 [24] 가라한640 22/07/19 640
3545 대한민국 출산율에 이바지 하였습니다!! [110] 신류진872 22/07/12 872
3544 [테크 히스토리] 다이슨이 왜 혁신적이냐면요 [33] Fig.12556 22/07/12 2556
3543 설악산에 다녀 왔습니다. [33] 영혼의공원889 22/07/11 889
3542 [기타] 히오스는 너무 친절했다. [138] slo starer1214 22/07/10 1214
3541 스포有. 탑건 매버릭. 미국에 대한 향수 [35] 지켜보고있다981 22/07/10 981
3540 단면 [12] 초모완520 22/07/09 520
3539 (스포) 단 1화 만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빠진 이유 [80] 마스터충달2591 22/07/06 2591
3538 소소한 취미 이야기 - 은하수 촬영 [52] 시무룩893 22/07/06 89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