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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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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05 23:47
그래서 모든 학문이 그러하듯 역사학도 알면 알수록 말하기가 조심스러워 지는 것 이긴 한데....
그 빈자리를 머리가 빈 스피커들이 가장 많이 채우는 분야기도 하지요. 양자역학을 가지고 헛소리 하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역사학은 헛소리가 제대로 된 소리의 열배가 넘는 특이한 분야지요. 그럴 수 밖에 없는 분야고. 철학이 인문학의 뿌리라지만 역사학은 인문학의 피와 살이지 않나 싶습니다. 안걸치는 분야가 없어요. 모든 영역에서. 그래서 그게 더 심할 수 밖에요.
19/03/06 00:07
사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사건과 사건을 이어서 하나의 목적성을 만들려는 경향이 있는것 같아요. 큰 흐름에 동조되지 않는 무의미한 사건들을 견딜 수 없어하는 느낌이랄까.. 어떻게보면 본능적으로 무리를 짓는것과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네요.
19/03/06 00:19
뭔가... 전반적인 인문학계, 예술계의 흐름 자체가 해체주의, 포스트모던쪽으로 가는게 요즘의 추세인듯도 합니다.
정치, 철학, 언어학, 사학, 종교학 등등이 그러하고, 미술, 음악, 무용 등등도 그렇게 되어가는 모양새고요. 어쩌면, 무슨 학문이건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큰~ 법칙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틀렸고, 결국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접근하는게 옳다...라는 결론인듯도 한데, 그렇게 따지면 과학쪽도 그러한 풍조인듯도 합니다.
19/03/06 00:51
보고서나 기획안을 쓸 땐 하나의 목적을 정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위한 절차를 밟아 나갑니다. 그래서 그 목적이 달성되면 성공이고 달성되지 않으면 실패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응용학문은 구체적 목적이 존재한다고 보지만 역사학 같은 학문은 분명한 목적을 설정하기 힘들어서 성공!!이란 평가가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항상 그래서? 어떻다는거야?라는 질문이 쏟아지고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목적을 정한다는 느낌입니다. 환단고기도 그렇고 민족사관도 그렇지 않을까요? 가치평가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19/03/06 05:41
어릴적 역사를 배우면서, 역사 이야기를 듣고, 읽으면서, 뭔가 거대한 흐름과 법칙이 있고 거기에 따라 변하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점점 나이를 먹고 더 많은 이야기를 읽고, 몰랐던 내용들을 접하면서 역사에 과연 법칙이 있고 거대한 흐름만으로 흐르는 거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죠. 어릴적 소련이 해체되는 뉴스를 보면서 이제 뉴스에는 뭐가 나올까, 과연 새로운 이야기 거리가 있을까 생각했는데, 수십년이 지난 지금 보면 앞으로의 미래가 캄캄해 보입니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지나온 역사의 과정속에 나도 작은 역할을 했을 것이고, 그 흐름에 휩쓸리기도 했다는걸 생각하면, 역사라는 주제는 쉽게 얘기할 수 있는게 아닌것 같습니다.
19/03/06 12:28
음.. 예를 들어 국회의원 300명이 다 각자의 사정과 각자의 이해관계에 의해 제각각의 선택을 해서 표결을 하는 거지만, 그렇다고 해도 법안의 가부가 결정되는건 전체적인 상황에 따른 필연에 의해 진행되는 것도 있지 않을까요. 가까이서 볼 수록 지멋대로 움직이는 거 같지만 멀리서 보면 그래도 어쨋거나 이 방향으로 움직이는 거고.
무엇을 위해~ 이런 일이 이뤄졌다 이런 식의 서술에는 부정적입니다만 무엇에 의해~ 이런 일이 이뤄졌다는 건 큰 틀에서는 맞을 수도 있는 얘기라고 봅니다.
19/03/06 23:31
항상 신불해님 글은 인상 깊게 보고 있습니다.
고려 무신란 전공이신 저희 과 교수님이 생각나시네요. 학계에 이단아 같은 주장들을 많이 하셨는데, 시간이 지나 다른 학자들도 연구를 하다 보니 꽤 설득력 있다고 들었습니다. 주요 주장은 고려 귀족사회설, 여말선초 신진사대부-권문세족 구분 불가, 조선 초, 중기 훈구-사림의 도덕적 구분 불가 등.. 일단 절대적인 선악구도를 가장 싫어하셨던 분이라 이 글을 보니 바로 떠오르네요.
19/03/07 05:49
대학을 다니던 시절 '고고한 역사의 법칙에 따르면', '역사의 흐름이 증명하듯이' 등등의 소리를 선배들로 부터 수없이 들었습니다. 역사가 좋아서 역사를 파고 이과생이면서도 역사서라면 환장을 하고 달려들어 읽어온 저에게는 그런 소리가 바보들의 합창처럼 들렸습니다. 덕분에 따돌림을 당했죠 ^^
"전통사학과 현대사학의 차이를 가장 명료하게 표현하면 바로 거대서사의 부정, 수많은 상황과 변수에 대한 다양성의 인정, 어느 하나의 가치로 인한 재단을 피하는 것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불해님의 말씀이 제 마음을 뻥 뚫어놓네요.
19/08/31 12:51
역사학계라는 것도 전체 사회과학 또는 인문과학이 20세기 중후반과 21세기 초반에 걸어온 길의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점에서 현대 사학의 흐름이 말씀하셨듯이 거대 서사의 파괴, 다양한 변수 등의 인정, 특정 가치로 상황을 재단하지 않는 것이 되어왔습니다. 전체 학계의 흐름과 마찬가지로 이런 경향은 그동안 주목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주목받지 않았기 때문에 또는 주목받지 않을 수 밖에 없었던 권력의 불평등을 잘 드러내 주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런 학계의 경향은 더 넓은 사회와 세계의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지요. 전후 서구 세계에 의해 진행되어 왔던 다극화, 다양성의 존중과 같은 현실 세계의 변화가 학계에 영향을 미쳐온 것일테지요(그리고 상호작용이기도 하구요). 이런 점에서 21세기 중반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는 현재 현실 세계와 학계의 상호작용이 어떤식으로 흘러갈지 궁금하면서도 대단히 염려스럽기도 합니다. 지금까지의 사고방식에 상당히 익숙한 학자들은 현실 세계를 잘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회의적입니다.
19/09/06 09:19
궁금해서 그런데 역사를 조직이나 공동체 내에서 개인들이 각자위치나 상황에 따라 보여온 일정한패턴(조직심리학...? 이겠죠?)을 중심으로 비춰보려는 사관이 있을까요?
결국 본문 글 읽으면서 느낀점은 인간의 행동예측에대한 데이터과학의 관점으로 철저히 접근해야겠다 생각이들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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