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적 네덜란드의 위트레흐트라는 곳에 살았었다.
부모님이 해외 지사에 일하시는 바람에,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그 곳에 머물렀었다.
원래대로라면 일본인 학교에 가야겠지만, 나는 왠지 일본인 학교의 분위기에 쉽게 섞일 수 없어서, 6년간 계속 네덜란드 초등학교를 다니며 네덜란드 친구들과 친하게 지냈다.
그리고 위트레흐트 교외에 살던 우리 집 근처에, 같은 반에 다니는 로베르트라는 남자 아이와 제시카라는 여자 아이가 있었다.
이 두 사람과 나는 매일 함께 놀곤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는 3명이서 평소 놀던 공원에서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다.
내가 술래였는데, 단순하게 주변에 숨은 로베르트는 곧 찾을 수 있었지만 아무리 찾아도 제시카는 찾을 수 없었다.
둘이서 필사적으로 찾고 있는데, 공원 안 쪽의 숲에서 엉엉 울면서 제시카가 달려 나왔다.
그리고 놀란 우리가 사정을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숲 속에 무서운 도깨비가 잔뜩 있었어. 냄비에다 사람의 손 같은 걸 삶고 있었어.]
그럴 리 없다고 우리는 웃었지만, 제시카는 너무나 필사적으로 진짜라고 말해서 우리는 믿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셋이서 몰래 보러 가 보기로 했다.
제시카도 모두 함께라면 괜찮다며 조심스레 안내를 해 주었다.
숲 안을 조심스럽게 걸어가자, 조금 넓은 들판이 나왔다.
거기서 제시카가
[쉿!] 하고 손가락을 입에 댄 뒤 주저 앉아 몸을 숨겼다.
그리고 그녀가 살그머니 가리킨 앞으로 보자... 있었다.
큰 남자 4, 5명이 모닥불을 피우고 있었다.
모두 검은색 너덜너덜한 옷을 입고 후드까지 쓴 채였다.
얼굴은 새하얬다.
하지만 이상한 화장을 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이상한 노래를 큰 소리로 합창하면서 불에 얹은 냄비를 젓고 있었다.
그리고 나무로 된 테이블 위의 저것은... 사람?!
몸 이곳 저곳이 뿔뿔이 잘려나가 있다.
그리고 멀리 보이는 냄비에는 확실히 손목이 튀어 나와 있었다.
제시카는 우리들과 그 사람들을 번갈아 보면서
[저거 봐! 저거 봐!] 라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눈 앞에 보이는 광경을 믿을 수 없어 단지 망연자실 하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로베르트는 무서움을 견디지 못한 것인지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그 순간 놈들은 일제히 우리가 있는 곳을 보았다.
심지어 한 명은 도끼를 들고 있었다.
[바보야!] 라고 제시카와 내가 동시에 소리를 지른 후, 우리는 미친 듯이 달렸다.
뒤에서 그 녀석들이
[으아아아!] 하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 들려왔지만, 다행히 쫓아 오지는 않았다.
우리들은 빛이 보이는 마을까지 달려 도망쳤다.
그리고 제시카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 봤던 건 틀림 없이 숲의 나쁜 요정일거야. 앞으로는 숲에 가지 말자.]
그것은 당시 네덜란드 아이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믿음이었다.
나와 로베르트 역시 그 말에 수긍하고, 두 번 다시 그 숲에는 다가가지 않았다.
어쩐지 그 일을 입 밖에 내면 그들이 찾아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그 사건 이후 얼마 전까지 나는
[그 사람들은 분명 광신자나 이상한 종교를 믿는 사람이었을거야.]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분명 테이블 위의 사람도 실은 인형이었을 것이라 믿고 있던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 로베르트에게 연락이 왔다.
위트레흐트의 그 공원 숲 속에서, 사람의 뼈가 나왔다고.
그것도 뿔뿔이 토막 난 채, 숲 속 한복판의 들판에서 나왔다는 것이었다.
우연일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로베르트도 그 때 그 사람들과 연관 짓지 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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