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3/10/13 05:45:17
Name 언뜻 유재석
Subject [잡담] 100원어치

주머니엔 잔돈 밖에 없어... 그래도 다행히 우리동네라 차비가 들지 않아 다행입니다.

데려다 주는길에 갑자기 뭐가 먹고싶다고 하면 엄청 창피스럽고 부끄럽게 될지도

모를일입니다. 주머니속에 가만히 손을 넣어 동전을 만지작 거려봅니다.

조금 큰게 100원짜리...가만있자..2개있네요..

조그만 동전 하나..50원짜리..

그래도 밥은 먹어서 다행입니다.. 그래도 집에 가는길이라 다행입니다.



제가 코흘리개일적 저희집 근처에 분식포장마차 에서는

100원에 밀가루 떡볶이아홉개와 납작오뎅 두조각을 주었습니다.. 그때 제게

그 100원어치 떡볶이를 먹는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가장 행복한순간

이었습니다.

오락실에서 스트리트 파이터2에 100원짜리 하나를 넣습니다. 무아지경에 빠져듭니다.

내가 게임의 주인공이고 세상에서 나보다 잘 싸우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 게임하는

몇십분간은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불량식품 가게에 가면 행복해집니다. 너무 먹고싶은것이 많아 고르기도 힘들고

먹고 싶은걸 다 골라도 사실 얼마 되지는 않지만요..아폴로. 밭두렁. 쫄쫄이. 테잎과자

그냥 세상의 왕이 된 듯 합니다. 100원 동전 하나로 먹거리를 고르는 시간..

너무 즐거웠습니다.

허리굽은 할머니와 할아버지 부부가 꾸려나가시던 퐁퐁에 가면 신났습니다. 100원을

내면 하늘 높이 뛰어오를수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워리어, 헐크호간 흉내낸다면서

레슬링도 하고 체조 선수처럼 묘기도 부립니다. 10여분간 우리는 새가 됩니다.

무거워진 몸으론 100원짜리 뽑기를 먹습니다.  마냥 웃음만 나옵니다. 그 순간..


100원동전.. 뭘 할수 있을까요..

전 그냥 어릴적 제 주머니속 100원동전 만큼 좋아해 볼겁니다. 딱 100원 어치 만큼요..




" 안녕히 들어가세요.."

" 응 그래 일찍자.. 아참!! 그리고 이거..."

" ......?"




조막만한 손을 폈을때 있을 100원짜리 동전을 보며 그녀는

어떤 생각을 할까요??

쫌 스럽다 생각하면 어쩌죠.. 자초지종이라도 말해줄걸...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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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걸
03/10/13 07:26
수정 아이콘
이 새벽에 로그인하게 만드는 글이네요. ^^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전 그때의 그 맛있는 밀가루 떡볶이의 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엄마가 큰 맘 먹고 주신 100원짜리로 친구에게 오래전에 꾼 20원을 갚고도 맘껏 썼었죠.
그때도 그 시절의 소중함을 알고 지낼 수 있었더라면 하는 욕심이 납니다.
너무 재미있는 아이디와 낭만적인 분일 것 같아 그녀가 부러워집니다. ^^
03/10/13 09:16
수정 아이콘
너무 좋네요..~ 옜날 기억이 떠오르면 흐뭇하게 미소를 짓게 되네요 ^ ^
전 50원짜리 돈부 라는 과자와 50원짜리 깐돌이를 즐겨 먹었었죠 ^ ^
GuiSin_TerraN
03/10/13 10:01
수정 아이콘
언뜻님 지역에서는 퐁퐁 이라고 불렀었나 보군요 ^^ 저희는 콩콩 이라고 불렀더렜죠..

분식 포장마차의 미원통과 아직 낯익은 후추통.. 잊을수가 없네요.

그런데;; 그 '수작' 에 성공 하신건가요 ??
03/10/13 10:02
수정 아이콘
저희 회사 앞에는 아직도 방방(저희 동네에선 이렇게 불렀습니다.)이 성업중입니다.
가격은 30분에 500백원이라고 타고 있던 꼬마가 말해주더군요.(부러워서 물어봤습니다.)
스산한 월요일 아침에 따뜻한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03/10/13 10:10
수정 아이콘
^__^ 재석님의 따뜻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옵니다.
샤이닝토스
03/10/13 10:14
수정 아이콘
저희 지역에선 봉봉이라 불렀었는데^^;; 가슴 한 구석을 따뜻하게 해주는 좋은 글을 읽어 아침부터 기분이 좋네요....감사합니다^^
안전제일
03/10/13 11:13
수정 아이콘
저희동네도 방방이라고 불렀습니다.^^;
급하고 긴장되는 월요일이었는데 참 기분좋게 해주는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속으로는 '에잇!난왜 애인도 없는거야!'하고있습니다.--;;)
분수=하비365전
03/10/13 11:37
수정 아이콘
"부르조아" 언뜻유재석님에게 그런 과거가 있었군요. ^^;
요즘들어 글을 점점 더 잘 쓰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왜, 왜~~~ 공연관람후기만 그런거에욧!!! <-- 농담인거 아시죠? ^__^
월요일 아침을 좋은 글로 시작하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__)
온리시청
03/10/13 12:09
수정 아이콘
재석님의 글에는 항상 '그녀'가 나오죠....
그런데 모두 동일 인물인가요?
만약 항상 다른 사람이라면.....^^;;
글 잘 읽었습니다....
물빛노을
03/10/13 12:27
수정 아이콘
왠지 다른 사람일 것 같은....(재석님은 플레이보이?-_-+)
좋은 글 잘봤습니다^^ 전 모양대로 오려가며 먹던 뽑기가 기억에 남네요:)
불가리
03/10/13 12:37
수정 아이콘
후... 10원에 4개하던 동대문 스케이트장 앞의 맛있는 밀가루 떡볶이도 생각나고, 포도 한 알이 속에 들어있던 5원짜리 불량 하드도 생각나네요...
03/10/13 13:04
수정 아이콘
오랜만에 로그인 입니다 ^^
그간 pgr에서는 많은 일들이 있었건만 전-_-혀 참가하지 못한채...
너무 바쁜 일상 이어라 ㅡ.ㅠ

사랑은 때로는 별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알아들을 수 있는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만약 그녀라면, 저는 그 100원을 투명한 작은 비닐에 담아 두고두고 가지고 다닐것 같네요...
마음에 담아두고 갈 수 있는 누군가가 있는 재석님이 부럽고
그런 마음속에 담겨져 있을 수 있는 그 누군가가 더 많이 부럽군요
가을은....마음 단속을 잘 하지 않으면 참으로 큰일날 계절인것을 잘 알면서도
가끔은 마음이 가는대로 내버려 두고 싶어지기도 한다죠...
저에게도 이번 가을은 그리 대단하지도 그렇게 크지도 않지만
조그마하게나마 예쁘게 사랑할 수 있는 계절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모두 즐거운 한주 되시길 바랍니다. ^^
03/10/13 13:36
수정 아이콘
아주 작은 일상에서도 모든 걸 작업과 연관시키고자 하시는 재석님의
눈부신 의지에 감탄이 절로 나오는군요 -_-;
재석님의 작업에 무궁한 앞날이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나루터
03/10/13 16:13
수정 아이콘
멋진 글입니다. 보는이로 하여금 다시한번 옛날의 따뜻한 추억들,
가난했지만 걱정없이 모두 순수하고 깨끗했던 기억들을
회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시네요.

새롭게 시작하는 한 주, 재석님이 말씀하신 100원의 따뜻함을 안고
옆구리 시린 쌀쌀한 가을~꿋꿋히 버텨보렵니다^^;;
보드카 레몬
03/10/13 17:40
수정 아이콘
100원으로 그녀에게 감동을 주는 재석님의 역시 선수신 듯~^-^ 그 여자분은 재석님을 쫌스럽다 생각하지 않을 거에요. 제 주변에 남자 친구가 헤어지기 전에 뛰어와서 손에 쥐어준, 따뜻했던 소세지 얘기를 자랑하는 여자 동기를 봤거든요. 그때 주변의 다른 여자 동기들의 반응은 한 마디로~ *_* 이었습니다.
물질보다 마음으로 다가가는 재석님의 얘기...잘 읽었습니다~
03/10/13 23:38
수정 아이콘
며칠 전에 후배가 "선배 용돈좀 줘요 "하길래 주머니에 있는거 잡히는 데로 줬더니 200원이 더군요.. 후배 왈.. "차비 쓸께요~!" (후배는 남자에요;;)
마린걸
03/10/13 23:55
수정 아이콘
추억의 깐돌이~~ 깐돌이 다시 한 번 먹고프다.
지금 먹어도 그때의 맛이 느껴질까요? 아마 세월만큼 입맛이 변했을지도..
날으는 저그
03/10/13 23:58
수정 아이콘
아~~ 50원 동전 넣고 그 큰 오락기에 붙어서 쌍룡해서 끝판에 친구랑 싸우던 기억이 나네여.. 그리고 뒤에 100원으로 올라버린 오락실에서 피터팬으로 아침부터 저녁이 될때까지 친구들이랑 단돈 100원씩으로 계속해서 후크잡으면서 집에 갈 시간까지 했던게 기억에 남네여.. 뽑기로 bb총걸린 일도 생각나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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