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3/12/02 02:21:10
Name pailan
Subject 세상 모든 어머니의 눈물
전 지금 중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지난 주 금요일, 제가 과외해주고 있는 중학교 3학년짜리 동생이 학교에서 땡땡이를 치다 걸리는 바람에 학교에 불려갔습니다.
동생은 혼자 조기유학을 와 있기 때문에 제가 어설프게 후견인으로 이름을 올려놓았거든요.(이제부터 이 동생을 편의상 K양으로 부르겠습니다.)


저도 4년전에 국제학교라 부르긴 어설프고, 중국학교라 부르긴 좀 뭐한 그 학교를 졸업했고, 제 남동생 역시 2년전에 그 학교를 졸업한 처지라 교칙을 잘 아는 바, 허겁지겁 학교로 달려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가자마자 익숙하게 알고 있는 선생님들이 한마디씩 하셨습니다.
"넌 후견인이 뭐하는거니?"
"저...그게...그게요...죄송해요...ㅠ.ㅠ."


왜 고등학교 졸업한지 4년이나 지난 제가 선생님께 꾸중을 들어야 하는건지...상담 끝나면 가만두지 않으리라 맘먹고 K양을 확 째려봤는데, 제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배실배실 웃기만 합니다.
한 번만 더 땡땡이 치면 학교에서 쫓아내겠다는 선생님들의 협박에 손이 발이 되게 빌고, 다신 그러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썼습니다.


드디어 교무실을 탈출하려는 찰라, 호랑이로 유명했던 옛 수학선생님이 조용히 다가오셨습니다.
"지금 한국 학생 어머님이 한 분 오셨는데, 중국어를 하나도 못하시거든? 데리고 오신 통역도 좀 미덥지 않고...니가 수고 좀 해줄래?"
"네.ㅠ.ㅠ"


선생님을 따라간 상담실에는 얌전해 보이는 남학생 하나와 그 학생의 어머니가 앉아계셨습니다.
원래 남학생 혼자 중국에서 공부하고 있고, 어머님은 학교에서 급히 찾는 바람에 한국에서 오늘 오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적인 일이라 자세하게 쓸 순 없지만, 퇴학은 아니지만, 어쨌든 월요일까지는 학교를 그만둬야 될 형편인 학생과 어머님을 보자니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중간에서 열심히 통역하고, 저 역시도 선생님들께 도움을 요청했지만, 이미 정해진 결과를 바꿀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어머님은 눈물을 보이셨고, 울먹이며 말씀하셨습니다.
"내가...내가 비행기타고 날아온게...자퇴서에 도장찍으러 온거였구나...내가...내가 무릎끓고 빌면 어떻게 바뀌지 않을까? 응?"


아...가슴이 미어진다는 표현은 이럴때 쓰는 걸까요...?
눈물로 온 얼굴을 뒤덮고, 그 말씀을 하시는 그 어머님의 모습은 처연했습니다.
그 얼굴에서 전 빨간 눈으로 저와 제 동생을 공항에서 배웅하시던 아빠의 얼굴을 보고, 차마 공항까지 나오시지도 못하고 집에서 제 뒷모습만 물끄러미 보시던 엄마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그 뒤엔 어떻게 된 건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저도 그 어머님 손 붙들고 울먹거리며 다 괜찮을거라고, 다른 학교 알아보면 된다고, 제가 도와드리겠다고 무작정 말했습니다.
아무 대책도 없으면서, 그냥 그렇게 말해버렸습니다.


제가 잘한 건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눈물을 본 순간 저도 모르게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눈물은 그 분 한 분의 눈물이 아니라 세상 모든 어머님들이, 아니 세상 모든 부모님들이 자식을 키우며 흘리는 눈물이였기 때문에...


p.s.pgr에서의 제 첫글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그리고  오늘은 부모님께 사랑한다고, 감사한다고 한 번 말씀드려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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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맨
03/12/02 08:45
수정 아이콘
감동적이예요 ㅠ.ㅠ
분홍색도야지
03/12/02 17:59
수정 아이콘
에휴~ 자식은 키워봤자 아무 소용이 없어요. 난 정말 그런 딸이 되기 싫었는데.... 살면서 저절로 그렇게 되어지네요. 수능 못 친 것도 불효라. 앞으로 얼마나 많은 불효를 하게될지..
03/12/02 18:08
수정 아이콘
어머니의 자식 사랑에 견줄만한 사랑은 절대 없다고 생각 합니다.
제가 고등학교때 교내에서 크게 사고를 치고 어머니께서 학생과에 오셔서... 눈물 흘리면서 용서를 구하시는 모습이 지금도 떠오르네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홀로 저희 3남매를 키워주신 우리 어머니!
지금도 어머니란 이름만 들어도 울컥 하는 이유는 몰까요?
지난 얘기지만, 저의 경우 고등학교때 까지만 해도 사회악 같은 존재 였는데... 어머니의 사랑으로 사람된 놈 입니다.
이제야 겨우 느끼는 거지만 효도란게 별거 아니더군요.
그냥 부모님 말씀 잘듣고 건강하게만 크면 그게 효도 아닐지요?
위에 글을 읽으니.... 저희 어머니와 겹쳐보여서 눈물 날라 하네요.
플로리다에서^^
03/12/02 21:57
수정 아이콘
살면서 과연 우리들중에 불효를 안 한 사람이 있을지......? ㅠㅁㅡ 중국에서 공부하신다니...부럽습니다...저도 1년뒤쯤엔 가있을 지도....^^;
03/12/02 23:15
수정 아이콘
효도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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