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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3/12/20 14:19:27 |
Name |
기고만장특공 |
Subject |
내가 기억하는 스타크래프트의 혁명 일지 |
제가 고2였던 97년 부터 슬금 슬금 게임방이 생겨 났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스타 크래프트가 대중에게 재미있는 게임으로 알려지며 게임방이
우후 죽순으로 동네마다 생기던 1998년.
참으로 많은 고3수험생과 재수생,고시생들이 독서실이 아닌 게임방으로
학습실을 옮겨 나중에 많은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는 전설이 전해지죠.^^
-게임-
어른들은 이것을 전자오락, 애들 놀이로 치부하곤 하며 바람직한 것이라기 보다는
공부에 방해가 되는, 해서는 안되는 불량한 것으로 간주하곤 합니다.
이 시절만 해도 그랬죠. 게임은 단순히 심심풀이 땅콩 같은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부턴가 이런 편견은 지워지기 시작했습니다.
98년 월드컵의 여파로 당시 게임방에선 많은 중고생들이 피파에 열을 올렸으며
다른 한쪽에선 역시 많은 사람들이 스타 크래프트를 즐겼었죠.
맵핵 같은 것도 없었고 단축키를 조금만 써도 고수로 추앙받던 시절이네요.
스타 크래프트는 참으로 재밌는 게임이었습니다. 여러명이서 같이 즐길 수도 있으며
전략, 전술의 다양함, 전투의 박진감 모든 면에서 대단한 걸작이었죠.
인기를 끄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스타 크래프트의 씨디는 날개돋힌 듯 팔려나갔고
베틀넷엔 언제나 많은 유저들이 실력을 겨뤘으며 그 중 뛰어난 사람들을 초청해
게임방이 스폰서가 되어 소규모의 대회가 열리곤 했습니다.
이런 열기는 급기야 돈을 받고 게임을 하는 직업 게이머의 시대를 열게 되었었죠.
제가 대학교에 들어갔을 때 저희 학교 근처에 슬기방이라는 게임방이 있었습니다.
프로게이머 1호라고 알려진 신주영씨나
코넷의 cf로 일약 스타가 된 쌈장 이기석씨가 여기서 연습한다고 해서
많은 친구들이 그들을 보러 이 곳을 찾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 그들은 스타 매니아들에게 영웅이었죠.
신주영씨와 이기석씨 김창선씨 등등 SG팀 멤버들은 같이 책을 내기도 했고
저희 학교 도서관에 그 책이 있다는 것에 상당히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그 전에 대학에 신입생으로 들어가면 형들이 당구 몇 치냐고 물어봤다지만
제가 신입으로 들어갔던 99년엔 스타 잘하는 신입생이 주목을 받는 분위기가
생겼을 만큼 스타크가 이제는 더이상 단순히 오락의 수준을 넘어서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칠만큼 하나의 문화가 되어가고 있었던것이죠.
그리고 99년 투니버스 채널에서
드디어
프로게이머 코리아 오픈이라는 방송 경기가 시작 되었습니다.
마치 권투나 야구 같은 운동경기를 중계하듯 해설자와 캐스터가 있다는 게
참 그 때만 해도 어색했습니다.
정일훈 캐스터 이외에 여전히 스타리그 해설을 하시는 엄,김 해설자 분들이
이때만 해도 참 차분한 어조로 해설을 하시던 어이없는 기억에 웃음이 나네요.
쌈장은 당시 인기최고였고 그가 무명의 저그에게 패배해 탈락했다는 것은
당시 충격적인 뉴스였죠.
최진우 선수는 아쉬리고, 로템, 스노우 바운드 등 래더 맵으로 펼쳐진 이 대회에서
저그 중심의 랜덤으로 우승을 차지했고
개미떼 저글링,퉁퉁포 무한 탱크, 센터 마인 도배 등등 시원시원한 경기를
펼치며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습니다.
그와 함께 저그 시대를 이끌었던 국기봉, 봉준구, 장경호 선수등이
다른 종족을 상당히 암울하게 하며 최강 종족은 저그라는 인식을 갖게 했으며
베틀넷에서도 대부분의 유저가 저그 천하를 이뤘죠.
러커와 아드레날린 저글링이 반칙, 사기 유닛으로 여겨지던 시절입니다. 하핫.
그러던 어느 날 파란 눈을 한 잘생긴 총각이 세계 최강이란 별칭을 등에업고
화려하게 한국을 침공해 왔습니다. 두둥!
'그르르르'
(지금은 백전 백패의 프로토스로 완전 기여워 패트리가 되었지만 T_T)
그의 등장은 게임계의 새로운 혁명을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또 한명이 있었으니..
알록달록한 긴 앞 머리를 예쁘게 가르마 타고 지독히 공격적인 플레이로
단숨에 스타 플레이어가 된 신예 강도경.
요즘엔 워낙 게이머들의 외모가 출중하기에 이런 말을 하면 좀 그렇지만..
그 당시 강도경 선수는 실력자이자 미남자였죠.
그 둘이 결승에서 맞붙은 하나로 통신배 스타리그는 신선한 맵의 사용과
기욤 패트리의 마치 맵핵을 쓰듯한 날카로운 플레이, 강도경 선수의
섬맵에서 조차 강한 저그의 카리스마, 신예 미남 선수-변성철, 최인규-들의
활약과 같은 요소들로 인해 상당히 수준 높은 대회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바로 전 대회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했던 최진우, 국기봉
선수가 비교적 조기에 탈락했고 프로게이머는 선수 생명이 길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낳게 되었다는 거였죠.
안타깝게도 최진우 선수는 모 방송국에서 고수를 이겨라에 나온 아마추어 게이머에게
일격을 당하며 커다란 슬럼프에 쌓이기도 했습니다.(다시 나오시니 참 반갑더군요.)
그렇게 초창기에 몇몇 선수들의 활약으로 스타는 발전해 나가고 있었죠.
개발 도상국처럼 말이죠.
1편 끝(반응이 나쁘면 2편은 안쓰겠습니다. 게시판의 오염을 막기위해)
회원님들 연말 즐겁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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