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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4/04/11 21:50:14
Name Fred again
Subject [기타] 메이플 스토리 주절주절 모험담
작년 12월 쯤 인가요?
조작 사건이 밝혀지고 공정위 철퇴 얻어맞고 한창 시끌시끌 하던 시기에 시작했었는데요.
대략 5개월 정도 하면서 어떻게 플레이를 해왔는지,
지금 메이플 게임 플레이 흐름이 어떤 식인지, 어떤 상태인지 조금 적어볼까 합니다.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거다 보니 '주절주절 무슨 소리 하는거야' 싶으셔도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흐흐

먼저 최근 주기적으로 메이플 유저수 쭉쭉 빠져나간 짤이 커뮤니티에서 돌면서
'큐브 확률 조작 등 실망감으로 사람들 다 빠졌네' '이래도 방학이나 이벤트 때는 다시 떡상'
같은 오묘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분들이 꽤 많으신 것 같아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제 나름 직접 플레이해본 입장에서는
메이플스토리의 미래는 너무 암울하다고 보입니다.
신규 유저들이 잘 뿌리내리고 안착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환경이 구성되어있지 않고,
기본적인 시스템들이 너무 기형적이고 악의적으로 짜여져 있다고 느껴졌거든요.
여러모로 이제 정말 한계가 왔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최근 겨울에 있었던 버닝 서버 이벤트 기간에 '찍먹이나 해볼까?' 하고 시작했었습니다.
일단 260 레벨 까지는 무난히 진행이 가능했습니다.
뉴비 쫙 빨아들이는 시즌인 만큼 최소한의 사냥은 할 수 있게 장비나 여러가지 재화도 지원해주고,
몬스터나 보스 스펙도 높은 편이 아니다보니 별 막힘없이 올라 갈 수 있었습니다.
아직까진 나쁘지 않았습니다.
뇌 빼고 사냥하는데 대부분 시간을 쓴다는데에 가끔씩 현타가 오긴 하지만 별 상관 없습니다.
복잡한 생각 안하고 몬스터들 펑펑 터트리는 도파민이 아직 맛있던 시기였으니까요.
'게임 완전 맛탱이 가기 전에 대충 맛이나 볼까' 하고 시작했다가 은근 매력을 느끼고 슬슬 재미를 붙이게 됩니다.
보스도 하나 둘 씩 잡아 가면서 성장하는 맛이 은근 있는데? 싶습니다.
레벨이 오르면서 조금씩 지루해지기 시작하지만,
260 레벨에 6차 전직을 하면 새로운 스킬들 뚫리면서 많은 게 바뀐다고 하니
부푼 기대를 안고 260 레벨을 달성합니다.
그렇게 열심히 키운 캐릭터로 새로운 지역에 뙇 놓여지는 순간, 
이제 큰 벽이 하나 둘 씩 나타나 앞길을 막기 시작합니다.

'와우는 만렙 부터' 라는 말이 있듯 현재의 메이플도 260 레벨 부터 제대로 된 육성이 시작됩니다.
각 직업의 아이덴티티나 플레이 스타일이 바뀔 정도로 비중이 큰 6차 전직 스킬들을 이 때 부터 하나씩 뚫어나갈 수 있고,
이 6차 스킬 강화에 필요한 재화들도 260 레벨 지역부터 드랍 되기 때문에
그제서야 사냥으로 유의미한 재화를 벌어 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적잖은 돈을 쓰거나 어마어마한 시간을 갈아 넣어서 억지로 뚫고 나가는 게 아니라면
지금까지 해왔던 쾌적한 플레이가 불가능에 가까워진다는데에 있습니다.

새로운 지역의 몬스터들의 스펙이 급격하게 상승해버리면서
지금까지 쓰던 거적데기 장비로는 제대로 잡을 수가 없어 말도 안되게 바닥을 기는 효율로 사냥을 해야 하고,
장비를 업그레이드 하려고 해도 이 단계에서 이 속도로 벌리는 재화로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됩니다.
더군다나 뉴비들이 한푼 두푼 모을 수 있었던 자잘한 시스템들마저 매크로 악용을 이유로 최근 대부분 삭제가 돼버렸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6차 스킬 같은 경우도
스킬 꼴랑 하나 뚫는데에도 적지 않은 재화와 시간이 들어가다보니
이 구간에서 대부분의 뉴비들이 폐사하게 됩니다.
지금까진 슝슝 날아다니면서 사냥했었는데 갑자기 몹 한마리에 스킬 세네번씩 박아가면서 사냥하게 되니 재미도 급속도로 줄어버리고
앞으로 갈 길이 너무 멀게만 느껴지게 되거든요.

6차 전직에 대한 큰 꿈을 안고 여기까지 달려왔지만
지금 당장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현타가 진하게 오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악착같이 버티고 돈도 조금씩 쓰기 시작하면서 스킬도 하나 둘 뚫고 어정쩡한 장비들 하나 둘 맞추면서
어떻게든 최소한의 사냥이 가능할 정도의 스펙을 만듭니다.
그렇게 매일 두 시간씩 사냥해서 1~2억 메소, 주간 보스로 2~3억 메소씩 모아갑니다.

이제 쓸만한 무기를 경매장에서 찾아봅니다. 이 스펙으로는 사냥하기가 너무 지칩니다.
무기는 스펙 상승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니까요.
애매한걸 사버리면 되팔기도 힘드니 어느 정도의 마지노선을 긋고 매물을 찾아보지만 아무리 못해도 30억 메소.
앞으로 1~2 주 동안 똑같은 플레이를 하며 돈을 긁어 모아야 겨우 무기 하나 살 수 있습니다.
돈을 모으는 동안 6차 스킬 뚫는 것도 멈춰야 합니다. 그 재화까지 팔아야 돈을 벌 수 있으니까요.
직접 만들어볼까? 하고 보니 추가옵션, 잠재능력, 스타포스 강화, 주문서 강화, 추가 잠재능력..
사람들이 말하던 '5중 나생문'이 이거구나 싶습니다. 도저히 직작은 엄두가 안납니다.
무기를 산다고 쳐도 보조 무기와 엠블럼, 반지 4개, 모자, 상의, 하의, 귀걸이, 목걸이, 벨트, 망토 신발 장갑 등등...
숨이 턱 막힙니다.

슬슬 맵이 넓어지고 나타나는 몬스터 마릿수도 늘어나게 되면서
지금까지 쓰던 일반 펫으로는 전 맵에 흩뿌려진 아이템들 회수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땅에 떨어진 아이템들 사라지기 전에 일일이 줍고 있자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멀리 있어도 템들 빨아 들여주는 자석펫을 사려고 보니 현금으로 20만원 이상입니다.
자석펫을 쓸 수 밖에 없게끔 판을 짜놓고서는
그걸 또 현금 가챠 시스템으로만 구할 수 있게 해둔 걸 보고 있으니 현타가 또 진하게 옵니다.
일단 마침 이벤트로 준 30일 짜리 펫으로 좀 더 버텨봅니다.

이쯤 되니 버닝 서버 성장 이벤트가 종료되어 일반 서버로 이동할 시기입니다.
버닝 서버에서 제공해주던 각종 스펙 뻥튀기 버프들이 전부 사라지면서
지금껏 이악물고 키워왔던 캐릭터가 갑자기 약해져 버렸습니다.
이걸 메꾸려면 부캐릭터를 양산해서 '유니온 레벨'을 올려야 합니다.
계정 내의 캐릭터 레벨의 총합이 1씩 오를 때 마다 유니온 레벨도 1씩 같이 올라가는데,
이 유니온 레벨을 아무리 못해도 4천은 찍어야 버닝 서버에서의 스펙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각 캐릭터마다 140 레벨을 달성해야 온전히 써먹을 수 있다고 하니
단순 계산으로 이제 최소한 27개의 부캐릭터들을 양산해서 찍어내야 합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유니온 레벨 4천도 부족해 보입니다.
선배님들 말씀으로는 유니온 레벨 6천이 기본, 요즘은 8천은 찍어야 한다고 합니다.
마침 유니온 성장 이벤트가 시작되긴 했지만 하고 싶지도 않고 재미도 없는 캐릭터들 억지로 찍어내려니 또 현타가 미친 듯이 몰려옵니다.
와중에 유니온 등급 올리는데에 필요한 재화는 하루에 얻을 수 있는 수량이 정해져 있다 보니
이걸 모으려면 또 현실에서의 시간을 흘려보내야 합니다.
그 기간 동안 본캐릭터는 어쩔 수 없이 멈춰두고서 부캐릭터들을 양산하기 시작합니다.
토나오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그만두기에는 지금까지 쏟아부은 시간이 아깝거든요.

인고의 시간을 거쳐 어찌저찌 버닝 서버에서의 스펙으로 돌아왔습니다.
시간도 갈아 넣고 현질도 조금씩 하면서 이제 기본적인 주간 보스들도 잡을 수 있고
사냥도 나쁘지 않게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도 상위 단계에 진입하는데 필요한 장비들의 가격과
지금 벌어들이고 있는 메소량의 차이가 너무 많이 납니다.
또 찾아 봅니다.
사냥으로 제대로 된 효율을 내려면 필요한 게 두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20만원 짜리 자석펫, 또 하나는 '드메템'.
드메템은 몬스터가 떨구는 메소량과 아이템의 드랍율을 뻥튀기 시켜주는 옵션이 붙은 장비를 말합니다.
디아블로 2의 매찬템과 같아 보입니다.
경매장을 찾아봅니다.
유저수가 떡락하면서 장비들 가격도 토막이 났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한 부위에 몇십억 메소를 호가합니다.
캐릭터 스펙이 낮기 때문에 싸구려 매찬템들 둘렀다가는 또 제대로 된 사냥이 불가능해지게 됩니다.
그렇다고 제대로 된 매찬템들은 지금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이 아닙니다.
매찬템을 사더라도 보스를 잡을 때 필요한 장비도 맞춰야 하거든요.
홧김에 현금술로 해결해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 장비들을 사는데 들어간 돈을 사냥으로 뽑아내려면 과연 또 얼마 만큼의 시간을 쏟아부어야 하나 하는 허탈함이 저를 붙잡습니다.

다 좋습니다.
엄청 큰 돈도 아니고,
유니온도 조금씩 키우면 언젠가는 6천, 8천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계속 재밌게 즐길 수만 있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인 것도 같습니다.

이 모든 매몰이 정말 가치가 있는 일일지, 나의 미래를 알 수 있는 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우리 메이플 선배님들은 어떻게 즐기고 계신가 찾아봅니다.
몇백 몇천씩 투자해 완성시킨 스펙의 캐릭터로
등장한지 몇 년도 훌쩍 넘은 똑같은 보스들을 아직도 잡고 계십니다.
제자리에서 스킬 한 두개 눌러서 사냥하며 게임 보다는 넷플릭스를 즐기고 계십니다.
제가 저 궤도에 올라타려면 앞으로 몇 년의 시간이 걸릴지 가늠이 되질 않습니다.
궤도에 올라타는데 성공한다 해도 과연 정말 즐겁긴 할지 의문이 듭니다.
이제 진지하게 고민해볼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내가 과연 미래에도 메이플을 '게임'으로서 즐길 수 있을지 아닐지.
결론을 내리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미련은 남았지만
그렇게 지난 5개월 간의 여정을 마무리하며 게임을 삭제하게 되었습니다.

나온지 10년이 훌쩍 넘은 보스의 장비들이 아직도 활발한 현역이라는데서 느꼈었습니다.
지금 이 게임은 너무 기형적으로 뒤틀려 있는 위태로운 상태인데도
어떻게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나 하고요,
정말 메이플만이 갖고 있는 유니크한 본연의 매력 하나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건가?

게임 판이 많이 바뀐 만큼 메이플도 지금까지 벌여왔던 업데이트 기조를 버리지 않으면
리니지와 같이 코어 유저들만 안고서 서서히 희미해져 버릴 게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초록 버섯이 뱉어낸 냄비 뚜껑에 심장이 터질 뻔 했던 유년 시절을 보냈던 입장에서,
언젠가 큰 소식이 들려와서 부푼 기대를 안고 다시 돌아가 볼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조금 바래보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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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스
24/04/11 22:31
수정 아이콘
코어 유저만 잡기로 결정하고 유저 갈라치기 시전해서 남아있을 유저들 여론은 확실하게 잡았죠.
스위치 메이커
24/04/11 23:43
수정 아이콘
냉정하게 봤을 땐 메이플이 여기까지 온 게 이상한 거에요. 진작에 망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게임이었는데...
ekejrhw34
24/04/11 23:48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그나마 리부트 서버가 무과금으로 해볼만했다거 생각하는데-이 마저도 매우 헤비한 것 마찬가지죠- 이젠 죽어버렸으니.
키모이맨
24/04/12 06:02
수정 아이콘
딱 본문 그대로여서 메이플이 특정 시즌에만 사람 몰렸다가 비수기에 콘크리트만 남는게 반복되는거죠 크크

성수기 이벤트때 게임에서 주는거 받아먹으면서 본문처럼 딱 260찍을때까지는 되게 재밌어요
근데 거기서부터 턱 막히고 이걸 뚫을 방법은 현금술밖에 없습니다
(진짜 백수급 시간투자 가능한 사람이 몸비틀면서 근성이 좋다면 불가능까진 아니긴한데.....)
그래서 성수기 이벤트때만 즐기면 재밌습니다 그리고 깔끔하게 접는사람이 승자죠
그 중에 일부가 게임 더 해보려고 현금술쓰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이제 콘크리트로 정착하는거고

그래도 요즘은 옛날이랑 비교도 안되게 할만해지긴 했습니다
옛날에는 진짜 답도없었고...
요즘은 마음먹고 괜찮은 무기+자석펫+드메템 한 200정도 스타터팩으로 박고 시작하면
어지간한 중견유저들 엔드인 검마해방까지는 인게임에서 자급자족으로 성장하면서 스무스하게 갈만해서
물론 저 금액이 스타터팩이라는게 문제지만요 크크
이자크
24/04/14 16:21
수정 아이콘
메이플에 대한 좋지 않은 생각뿐이었는데 결사대라도 확실하게 잡는거보고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망할래야 망할수가 없는 게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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