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편 :
https://pgrer.net/freedom/100466
이대로 초도 물량을 한 번 생산해 볼까 하다가 조금 불안한 마음이 남아 있어서
제품을 좀 더 테스트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당근마켓에서 알바 모집을 해서 제품 착용, 인터뷰, 사진 촬영 등으로 만 원으로 올렸더니
연락이 몇 건 왔습니다.
그 중에 위치나 강아지 크기 등의 문제로 일단 한 건이 성사되었습니다.
주말에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학교 교문 앞에 아주머니 한 분과 딸이 하얀색 귀여운 말티즈를 한 마리 데리고 나오셨습니다.
하네스가 불편하지 않냐는 첫번째 질문에 아주머니는 익숙해서 불편하지 않다고 답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만든 샘플을 보여 드렸는데 이 때부터 당황스러운 상황이 시작 되었습니다.
제가 예상했던 시나리오는 아주머니가 제 하네스를 채워본 후에
"오~~ 정말 채우기 편리한 하네스네요. 출시가 되면 꼭 사고 싶어요" 라는 대사를 하면서
강아지와 운동장을 한 바퀴 돌고, 저는 그 과정을 촬영해 나중에 상세 페이지 등에 활용할 계획이었죠.
그러나 현실은 이랬습니다.
아주머니는 배쪽에 두르는 천을 목에 두르고 계셨고, 저는 급히 그쪽이 배라고 알려 드렸습니다.
그 후에 아주머니는 등에서 채우는게 아니라 강아지의 배쪽에서 채우려는 시도를 하셨습니다...ㅠ.ㅠ
다시 올바른 착용법을 알려 드려서 겨우 채웠는데요.
하네스를 착용한 말티즈가 얼어 붙어서 움직이지를 않는겁니다.
저는 말티즈가 낯을 가려서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잠시 그 상태로 있다가 아주머니가 하네스를 풀고는 던진 한마디
"저라면 이거 안살 것 같아요"
이런 뼈를 때리는 말을 듣기 위해 당근마켓을 이용했던 것이었습니다.
아주머니는 제품의 문제점을 얘기 해주셨는데요.
먼저 목줄을 채우는 버클이 강아지의 목아래에 있어서 계속 기도를 압박한다는겁니다.
특히 산책을 하는 강아지는 냄새를 맡기 위해 자주 고개를 숙이는데 그 때마다 목을 불편하게 하겠죠.
그리고 소형견은 목이 생각보다 짧아서, 목줄의 폭이 25밀리나 되는 것이 불편하다고 했습니다.
아주머니는 처음에 본인이 시도했던 방식대로 강아지 배 밑으로 하네스를 넣어서 채웠습니다.
결과적으로 목줄의 버클이 목 아래가 아닌 목 뒷쪽으로 위치하게 되었습니다.
그랬더니 낯가림이 심한줄 알았던 말티즈가 너무 귀여운 모습으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애교를 부리는겁니다.
보통 우리가 유아용품을 팔 때 1차로 설득해야 할 대상은 부모입니다.
아이들 몸에 아무리 좋은 제품이 있다고 해도, 구매 당사자인 부모를 설득하지 못하면 판매할 수가 없겠죠.
그런데 이 상황에서는 견주를 설득하고 말고 할 것도 없이 실제 사용자인 말티즈가 너무 솔직하게 제품이 불편하다고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옆에 있던 딸이 사진 찍으셔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을 하셨는데
제가 찍고 싶었던 건 제 하네스를 착용하고 행복하게 산책을 하는 모습이었지
얼음처럼 얼어버린 말티즈는 아니었기 때문에 지금은 사진을 찍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아주머니의 피드백을 통해서 목줄의 버클은 목 아래가 아닌 측면이나 후면으로 가는게 맞겠다는 생각과
목줄의 폭이 조금 더 좁아야 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딸에게도 한 번 착용해봐 달라 부탁을 드렸더니 채우는 방식은 확실히 편리하다고 피드백을 주네요.
아주머니께 만약 버클이 측면으로 오고, 목줄이 좀 얇아진다면 이 하네스를 사용할 의사가 있냐고 여쭤봤더니
그러면 사용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답을 주셨습니다.
하지만 목줄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피드백을 주셨죠.
제가 해결해야 될 하나의 질문이었습니다.
하네스보다 더 편하게 채울 수 있는건 알겠는데, 목줄은 더 편하게 채울 수 있잖아?
어차피 목줄 형태로 거는 하네스라면 목줄을 하면 되는거 아니야?
추운날씨에 두 분이 같이 나와서 가치 있는 얘기들을 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 드리고
만 오천원을 입금해 드렸습니다.
제품이 개선된다면 한 번 더 사용해 보시고 피드백을 부탁 드린다는 말에도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고 하셨습니다.
(끊어갈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