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02/03 01:02:38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3342553153
Subject [일반] <추락의 해부> - 추락을 해부하거나, 혹은 해부당하거나. (약스포)
<추락의 해부>의 포스터는 말 그대로 호러 내지 스릴러 같습니다. (저는 본 적이 없긴 하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감독 이름이 쥐스틴 트리에가 아니라 라스 본 트리에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드는 포스터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의 내용은 법정극과 심리극이 뒤섞인 드라마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영화의 이야기는 작가의 남편의 의문사로 시작합니다. 갑작스러운 사건과 죽음. 영화는 동시에 이에 대해서 어떤 '진실'을 보여주기를 회피합니다. 그러니까, 영화 상에서 거의 모든 것들이 드러나지만, 딱 두 장면은 철저하게 가려놓습니다. 일부러 대답을 회피하는 것 같기도 해요. 그리고선 영화의 후반부에 말하는 겁니다. 두 가지 진실에 대해서 둘 다 의심이 들어도, 하나를 선택해야한다.고 말입니다.

영화의 내용은 그렇기에 단순히 한 사람의 법정극으로 치환하기는 조금 애매합니다. 그러니까, 완전히 틀린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고, 개인적으로도 법정극으로 받아들였지만(적어도 저는 그렇게 '진실'을 생각하지만) 그 사이의 오묘한 분위기와 위화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동시에 영화는 부부, 혹은 커플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저는 묘하게 데이빗 핀처의 <나를 찾아줘>가 생각나더라구요. 이 맥락에서 가장 중요한 대사는 이에 아닐까 싶습니다. '이건 진실이지만 동시에 부분이기도 하다.' 영화의 두 번째 공백은 대화 내용을 재현하는 상황에서 등장하는데요. 바로 몸싸움입니다. 그리고 그 부분은 한쪽의 진술로 상상으로 끝날 뿐입니다. 그러니까, 저는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진실은 부분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영화에서는 어떤 진실이든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굉장히 위태하고 아슬한 위치에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권선징악적 구조라든가, 혹은 억울함과 누명에 대한 드라마라고 읽히기보단 심리극에 방점이 더 찍혀 있는 느낌도 그렇게 느껴지구요.

그래서, 결국 이 영화는 다층적인 '진실'과 그 해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언제나 모든 진실은 다층적이고,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고, 각자의 방향에서 각자의 이야기는 다르게 쓰일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기에, '해부'라는 단어는 굉장히 많은 것을 담고 있지만, 동시에 매우 결과론적 단어이기도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4/02/03 01:31
수정 아이콘
이게 심리극이지 싶었고 구성도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모처럼 좋은 영화를 보았네요.
aDayInTheLife
24/02/03 08:09
수정 아이콘
저도 되게 좋더라구요.
옥동이
24/02/03 06:27
수정 아이콘
너무 평양냉면 맛이라 좀 당혹스러웠습니다...이게 유명한 맛집이라고? 보고 나서 내가 모르는 남들만 아는 맛있게 먹는 방법이 있는건지 찾아 봤네요
저한텐 난해한 영화 였습니다. 영화 자체가 어렵다기 보단 재밌게 보는 방법이 어려운...
aDayInTheLife
24/02/03 08:08
수정 아이콘
그러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생각보다 격정적?인 맛은 덜한 영화기도 하구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0840 [정치] 20년 이상 지속되었던 의사집단의 정치적 우경화 경향이 윤석열 때문에 끝나는 것일까요? [104] 홍철16113 24/02/03 16113 0
100838 [일반] <추락의 해부> - 추락을 해부하거나, 혹은 해부당하거나. (약스포) [4] aDayInTheLife6482 24/02/03 6482 2
100837 [일반] 주호민 사건 재판 유죄 판결 이후 특수교사 인터뷰 [509] 종말메이커23884 24/02/03 23884 12
100836 [일반] 라이젠 8600G,8700G 벤치마크: 그래도 이젠 쓸만한 내장그래픽+ 5700X3D는 정보가 아직 부족 [19] SAS Tony Parker 7155 24/02/02 7155 0
100835 [일반] 인니 기술자 KF-21 자료유출 적발 [14] 어강됴리9519 24/02/02 9519 3
100834 [일반] <웡카> - 극상의 가족영화. [15] aDayInTheLife7768 24/02/02 7768 6
100833 [정치] 尹지지율 2%p 떨어진 29%…9개월 만에 20%대로 하락 [78] Davi4ever15240 24/02/02 15240 0
100832 [일반]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 [13] 번개맞은씨앗9761 24/02/02 9761 6
100831 [일반] [번역] 중국이 향후 10년간 4, 5%씩 성장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35] 사람되고싶다11356 24/02/02 11356 11
100830 [정치] 성형·피부과 ‘의사 독점’ 깬다...간호사 등도 미용 시술 허용 [161] 맥스훼인16326 24/02/02 16326 0
100829 [일반] [펌글] 장애인자녀를 둔 부모입니다. 잠이 잘 오지 않네요. [117] 프로구216571 24/02/02 16571 37
100828 [일반] 사람은 왜 랜덤을 인식하지 못하는가 [67] 계층방정10224 24/02/02 10224 9
100826 [일반] 주호민 방송 간단 요약 [723] 프로구235472 24/02/01 35472 75
100824 [일반] 자폐아이의 부모로 살아간다는건... [47] 쉬군11726 24/02/01 11726 78
100823 [일반] 저출산으로 망하는 세계관이 나오는 만화 [17] 겨울삼각형8558 24/02/01 8558 1
100822 [정치] 민주당이 결국 선거제 병립형 회귀를 사실상 결정했네요. [100] 홍철7963 24/01/31 7963 0
100821 [일반] 15개월동안 교사가 17번 바뀐 학급 [194] Leeka19632 24/02/01 19632 12
100820 [일반] 섹시노스와 스냅드래곤 싸우지 말아요(feat. s24) [7] 길갈7656 24/02/01 7656 2
100819 [정치] 저출산 대책의 종말 [59] 이그나티우스10288 24/02/01 10288 0
100816 [일반] 주호민 특수교사 유죄 [508] 푸른잔향27143 24/02/01 27143 1
100815 [정치] 건보적립금 활용해 필수의료에 10조 투입 [39] 맥스훼인9814 24/02/01 9814 0
100814 [정치] 독도가 영토 밖?…외교부, 독도에 '재외공관' 표시 [51] 빼사스10182 24/02/01 10182 0
100811 [정치] ‘윤석열 대검’의 고발사주 조직적 관여…“총장 승인 없이 불가능” [36] Crochen10417 24/01/31 10417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