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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4/04/11 18:32:57
Name meson
Link #1 https://cafe.naver.com/bloodbird/74969
Subject [일반] [강스포] 눈물을 마시는 새 고이(考異) - 암각문을 고친 여행자는 누구인가 (2)
※ 이전 편(https://pgrer.net/freedom/101264)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三. 대호왕이 받은 서신은 무엇을 암시하는가

대호왕 사모 페이. 지도그라쥬의 얼간이들은 실로 얼간이 같은 암살 계획을 꾸몄지만, 그래도 도구를 보는 감식안은 가지고 있는 듯하오. 그들이 도구로 선택한 것은 쥬어 센이라 불리는 남자요. 꽤 좋은 수완과 놀라운 운을 가진 자로 알려져 있지. 하지만 그 수완이나 운도 오늘로 끝날 거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마시오. 내가 그들을 데리고 사라지겠소. 그 자리에 가만히 있어주기만 한다면 당신과 그리미는 그들이 볼 수 없는 내일의 일출을 볼 수 있을 거요.
(눈물을 마시는 새, 4권 392-393쪽)
대선풍의 앞에서, 대호왕은 화살에 묶여 온 도깨비지를 통해 암살 기도의 존재를 접한다. 이 발신인 불명의 편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통일된 해석이 존재한다.

이들에 따르면, 서신을 보낸 자는 케이건의 영과 갈로텍의 영을 함께 가진 사람이다.[1] 우선 대호왕을 지키려 한다는 점에서 케이건의 영향력이 감지된다.[2] 암살자들을 '데리고 사라지겠다'는 이색적인 표현 역시 케이건을 연상시킨다.[3] 그러나 '지도그라쥬의 얼간이들'이라는 (본래 지도그라쥬와 대립하던 사람임을 암시하는) 언급은 갈로텍과 연결되며,[4] 쥬어 센에 대해 알고 있다는 점도 그러하다.

이에 대하여 보면, 생각건대 이 주장은 갈로텍 또는 케이건의 단독 생존설을 부정하며, 전령설을 지지한다. 그러나 기실 케이건이 갈로텍의 영 없이 서신을 보냈다고 해도, 지도그라쥬에 대한 적대 표현이나 쥬어 센에 대한 인물평 등을 반드시 구사할 수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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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하여 말한다.

대호왕이 받은 편지는 물론 암시이다. 케이건의 존재감이 강하게 드러나며, 필연적이지는 않지만, 갈로텍이 케이건과 같은 육에 있을 가능성 역시 높여 준다. 또한 갈로텍만의 단독 생존설은 이로써 부정될 것이다.


四. 나가 고기의 특별한 효과는 무엇인가

“어쩌면 이 또한 쓸모 없는 가설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환상벽과 대화를 해보았고, 소드락을 복용한 나가를 먹은 자들이 일종의 항진 상태를 경험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몸이 피로하지 않으니 잠이 오지 않는다는 거지요. 저는 그 가설에 입각하여 다른 가설을 얻어보았습니다. 제가 환상벽과 더불어 하는 일이 대개 그런 것이지요.”
사모는 라수가 암시하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다급하게 질문했다.
“결론은?”
“150년 이상 장복할 경우 특별한 효과가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물론 실험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오래 사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리고 실험 내용 자체도 극단적인 상황이 아닌 이상 실행할 수 없는 것이고.”
사모는 놀라 입을 벌렸다.
눈물을 마시는 새, 4권 399-400쪽
암살 미수 이후 하늘누리로 돌아와 라수와 대화한 대호왕은 나가 고기 장복의 '특별한 효과'에 대해 듣고 놀랐다. 여행자의 등장 바로 앞 장면에 배치된 이 대목에 대해 크게 두 가지 해석이 존재한다.

첫째로, 일부에서는 케이건이 150년 이상 나가 고기를 장복하여 영생이 가능해졌다고 여긴다.[1]

이들에 따르면, 나가 고기에 농축된 소드락은 '더운 피 동물'인 인간에게도 효과를 발휘하며, 라수는 이것이 150년 이상 농축될 경우 영구적인 항진 상태가 실현되어 몸이 '피로해지지 않는' 경지에 도달함을 추론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케이건은 이미 '특별한 효과'를 획득하였으므로 여전히 살아 있다.[2] 대호왕이 놀라는 이유는 케이건의 생존을 도깨비지 편지와 연결하여, 케이건이 암살 기도를 저지했음을 추론했기 때문인 것이다.

이에 대하여 보면, 생각건대 이 주장은 케이건설을 지지한다. 또한 대호왕의 입장에서는 케이건이 하텐그라쥬의 심장탑에서 느닷없이 사라진 이후로 처음 케이건의 생존을 접한 것이므로, 놀라는 것은 개연적인 일이다.

[1] 나선목(roll****)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35684
[2] chainman77(chai****)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8271


둘째로, 일부에서는 케이건이 '나가 고기를 계속 섭취하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고 여긴다.[1]

이들에 따르면, 케이건은 이미 천 년 이상 소드락이 농축된 나가 고기를 섭취했음에도 최후의 대장간 근방에서 신체 붕괴의 위기를 겪은 바 있다. 따라서 나가 고기를 통한 장수는 나가 고기 섭취를 일정 기간 이상 중단하면 효력이 사라진다.[2] 그런데 케이건은 이미 나가에 대한 증오를 버렸으므로, 케이건의 육은 더 이상 나가 고기를 공급받지 못할 것이다.[3] 따라서 케이건은 나가에 대한 증오를 버린 뒤 수년 이내에 신체 붕괴로 사망할 공산이 크다.[4]

이에 대하여 보면, 생각건대 이 주장은 갈로텍설을 지지한다. 대호왕에 대한 암살 기도는 케이건의 각성 이후 5년이 경과한 시점에 발생한 것이며,[5] 이 기간 동안 케이건이 나가 고기를 섭취하지 않았다면 그의 육은 붕괴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찍이 케이건은 "시간을 뛰어넘어 함께 하고팠던 사람들"[6]에게 나가 고기를 먹여본 적이 있었으며, 그 당시에 나가 고기는 오직 케이건에게만 작용했다. 반면에 2차 대확장 전쟁기에는 나가 고기를 먹은 북부군 병사들도 항진 효과를 경험했다. 그렇다면 어디에도 없는 신의 각성과 함께 나가 고기의 효과 역시 규칙으로 자리잡았으며,[7] 이미 케이건의 체내에 축적되어 있던 소드락은 그 순간부터 영구적인 항진 작용을 하고 있었다고 볼 수도 있다.

[1] 파이커즈(hoot****)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19346
[2] 먼지바람(sisy****)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7951
[3] 괜찮은(carp****)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47006
[4] 아인소프(aclo****)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27290
[5] 『눈물을 마시는 새』 4권 372쪽.
[6] 『눈물을 마시는 새』 4권 134쪽.
[7] 푸른사슬(cos7****)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44436


논하여 말한다.

케이건이 150년을 넘겨서까지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자신도 모르는 새에 화신이었고, 증오에 사로잡혀 죽음을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나가 고기를 장복하면 체내에 소드락이 농축되어 노화가 방지된다는 것은 케이건이 사후적으로 발명한 설명이다. 그는 이에 따라 일정 기간마다 나가 고기를 먹지 않으면 육신이 붕괴되도록 신체를 조작했다. 최후의 대장간 근방에서 케이건이 위기를 겪은 이유는 스스로 정한 증오의 규율 때문이지, 체내에 축적한 소드락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실제로 당시 케이건은 단지 몇 입의 나가 얼굴 살점만으로도 신체 붕괴를 극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화신의 각성 이후, 나가 고기의 효능은 세계의 규칙이 되었다. 다만 하텐그라쥬의 파괴 이후 케이건은 증오에 사로잡혀 죽음을 거부하는 일을 그만두었다. 만일 체내에 소드락이 농축되어 있지 않았다면, 죽음을 거부하는 신력이 사라진 케이건의 육은 세월의 청구를 따라 죽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케이건은 1천 년이 넘도록 소드락을 축적했었고, 세계의 새로운 규칙은 그것만으로도 케이건의 사망을 멀찍이 유예하였다.

라수는 이러한 전말을 추론하였기 때문에 대호왕에게 '특별한 효과'에 대해 알린 것이고, 대호왕은 그 의도를 짐작하였기 때문에 케이건의 생존을 깨닫고 놀란 것이다. 나가 고기의 효능에 대한 이야기는 분명 케이건의 육이 존속하리라는 기대를 담보한다.

[*] 『눈물을 마시는 새』 3권 183쪽.



五. 여행자는 무엇 때문에 북부를 주유하는가

밤에서 걸어나오듯 서쪽에서 다가오는 여행자가 있었다.
여행자는 보다 사막에 어울릴 것 같은 복장을 하고 있었다. 걸치고 있는 옷은 사막에서 방풍복이라 불리는 옷이었고 머리에는 커다란 두건을 덮어쓰고 있었다. 그래서 밤의 어둠이 아니라도 여행자의 얼굴을 살펴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듯했다. 긴 거리를 걸어온 듯 여행자의 옷에는 흙먼지가 가득했다. 하지만 여행자의 발걸음은 규칙적이었다. 걷는 것에는 상당한 경력이 있는 듯하다. 카시다 암각문은 무관심한 관심으로 여행자를 바라보았다.
(눈물을 마시는 새, 4권 401쪽)
본편의 마지막 장면에서, 여행자는 사막을 거쳐 긴 거리를 걸어온 것처럼 묘사된다. 남쪽에서부터 올라온 것으로 보이는 이 여행자의 여정에 대해 크게 세 가지 해석이 존재한다.

첫째로, 일부에서는 갈로텍이 대선풍과 한계선을 돌파하여 카시다까지 도달한 것이라고 여긴다.

이들에 따르면, 갈로텍은 군령자이므로 환상계단 사용에 익숙하여 늦지 않은 시점에 하늘누리와 함께 대선풍을 넘어갈 수 있다.[1] 한계선을 넘는 것 역시, 발자국 없는 여신의 힘이 해방되어 있고 갈로텍은 이전에도 북부를 활보할 수 있었으므로 당연히 가능하다.[2] 또한 시구리아트 유료도로당에서 륜이 방풍복으로 나가임을 감추었듯이, 갈로텍도 방풍복과 두건으로 정체를 감춘 것이다.[3] 2차 대확장 전쟁 이후이므로 북부에서 나가임을 들키면 매우 곤란해지기 때문이다.[4] 갈로텍이 이를 감수하면서까지 북부를 주유하는 이유는 물론 주퀘도를 위해 유료도로당에 사과하기 위해서이다.[5]

이에 대하여 보면, 생각건대 이 주장은 갈로텍설을 지지한다. 그러나 북부의 지리상 하텐그라쥬에서 유료도로당을 찾아가는 데에는 카시다를 거칠 필요가 없다. 또한 여행자는 카시다에 도달할 때도 '서쪽'에서 왔다는 점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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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로, 일부에서는 케이건이 북부를 방랑하다가 카시다에 도달한 것이라고 여긴다.

이들에 따르면, 대선풍은 케이건이 만든 것이므로 화신 상태인 케이건을 막을 수 없다.[1] 방풍복 역시 케이건이 첫 등장 당시부터 즐겨 입던 특유의 복장이다. 또한 케이건은 과거 카시다에서 소년을 만난 적이 있으므로 카시다 암각문 근방을 다시 둘러보려 했을 유인이 있다.[2] 그리고 케이건은 유료도로당의 케이에게 못다 한 사과를 해야 할 뿐만 아니라 티나한에게도 약속한 답변을 들려주어야 하는 등 북부에서 할 일이 남아 있으므로 북부를 방랑할 이유가 있다.

이에 대하여 보면, 생각건대 이 주장은 케이건설을 지지한다. 이러한 이야기는 여행자가 필연적으로 케이건이어야 할 이유가 되지 않을 수는 있어도, 반드시 케이건이 아니어야 할 이유를 방어할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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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juwelstar(juwe****)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1325


셋째로, 일부에서는 과거 암각문에 '미움'을 새겨넣었던 소년이 다시 돌아온 것이라고 여긴다.

이들에 따르면, 여행자의 묘사나 행색은 전후 시기의 일반적인 여행자의 모습일 수 있다.[1] 또한 여행자의 등장 시점은 하텐그라쥬 파괴 이후 5년이 지난 뒤이므로 케이건과 만났을 때 "열두어 살쯤"[2]이었던 소년이 일반적인 여행자처럼 보일 만큼 장성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 지났다.[3] 그리고 그 소년이 자라면서 세상을 겪어 보고 견해를 수정하게 되었다면, 자신이 소싯적에 훼손한 카시다의 명물을 도로 고쳐 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4] 게다가 여행자가 암각문을 고칠 때 사용한 '단검'은 소년이 케이건에게 받은 단검을 연상시킨다.[5]

이에 대하여 보면, 생각건대 이 주장은 소년설을 지지한다. '미움'을 새겨넣은 사람이 직접 그것을 지운다는 이야기는 과연 매혹적이다. 그러나 소년의 단검이 케이건에게서 비롯된 것임을 상기한다면, 기실 단검은 신표라기보다는 일반적인 여행자의 소지품목일 가능성이 있다.

[1] 놀이터(nol2****)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43296
[2] 『눈물을 마시는 새』 3권 294쪽.
[3] 운차이(ocea****)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28604
[4] 겨울햇살(ocea****)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10152
[5] 운차이(ocea****)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28604


논하여 말한다.

갈로텍의 영은, 설령 유료도로당까지 여행할 동기와 능력은 있다고 하더라도, 카시다까지 여행할 까닭은 언급되지 않았다. 반면 케이건의 영은 그럴 동기가 있으며, 북부 전역을 주유하더라도 놀랍지 않을 만한 경험과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시구리아트 유료도로당과는 서쪽으로 동떨어진 카시다에 서쪽으로부터 도착한 여행자가 있다면, 그 여행자가 단역으로 등장했던 소년일 수는 있어도, 갈로텍의 영만을 가진 갈로텍일 수는 없을 것이다.


六. 대금의 의미는 무엇인가

여행자는 갑자기 생각난 것처럼 품속을 뒤적거렸다. 잠시 후 여행자의 손에 대금이 한 자루 들려졌다. 여행자는 그것을 두건 아래로 가져갔다.
청아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여행자는 노래 한 곡조가 끝날 때까지 쉴 모양이다. 대금 연주는 썩 훌륭했다. 그때 굼실 넘어온 햇살이 암각문이 새겨진 바위 위로 흘러내렸다. 여행자는 대금을 연주하면서 고개를 조금 돌렸다. 두건에 가려진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여행자가 암각문을 바라보고 있음은 분명했다. 암각문을 바라보던 여행자는 다시 고개를 돌려 대금 연주에 열중했다.
음악이 멎는 것과 거의 동시에 여행자는 다시 걸을 준비가 되었다. 마법 같은 동작이었다. 대금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여행자는 걸음을 뗐다.
(눈물을 마시는 새, 4권 401-402쪽)
“대금이라고 합니다. 해일을 가르고 폭풍을 잠재우는 악기죠.”
〈그 대나무가 마법이라도 부린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갈로텍은 다시 크게 웃었다. 웃는 것을 대단히 좋아하는 듯했다.
“해일을 가르는 힘과 폭풍을 잠재우는 부드러움을 겸비한 악기라는 뜻입니다. 마법 같은 것은 없습니다. 이걸로 부릴 수 있는 마법이라면, 제 마음의 평안을 가져오는 마법 정도입니다. 마음에 드셨는지 모르겠군요.”
(눈물을 마시는 새, 1권 556쪽)
암각문 앞에서, 여행자는 문득 대금을 연주한다. 여행자의 정체에 대한 단서를 제공해 주는 듯한 이 대금에 대해 크게 세 가지의 해석이 존재한다.

첫째로, 일부에서는 갈로텍이 대금 연주를 즐겼으므로 암각문 앞에서도 대금을 연주했다고 여긴다.

이들에 따르면, 우선 대금이 갈로텍의 신표처럼 자리매겨진 물건임은 분명하다.[1] 그렇다면 여행자가 하필 대금을 연주했다는 점에서는 복잡한 서술적 반전을 궁구하기보다는 갈로텍을 바로 연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2]

이에 대하여 보면, 생각건대 이 주장은 갈로텍설을 지지한다. 아마도 갈로텍설의 가장 직접적인 근거일 것이다.

[1] 나선목(roll****)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35684
[2] 김경석(dkff****) https://cafe.naver.com/bloodbird/73780


둘째로, 일부에서는 케이건이 갈로텍의 영 또는 갈로텍의 군령을 전령받았기 때문에 대금을 연주했다고 여긴다.[1]

이들에 따르면, 케이건이 갈로텍의 영을 전령받았을 경우 5년이 경과하였으므로 케이건의 육이 대금 연주에 숙련되기에는 여유가 충분하다. 또한 주퀘도의 영을 취했을 경우 대금 연주를 요청받았을 수 있고,[1] 대금 연주자의 영을 취했을 경우 대금 연주를 배울 수도 있다.[2] 그리고 케이건은 갈로텍과 대결하였으므로 대금을 습득할 수 있었을 것이고,[3] 습득하지 못했더라도 대금 제작자의 영을 취했다면 대금을 제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에 대하여 보면, 생각건대 이 설은 케이건설을 지지한다. 그리고 가능성만을 따진다면 케이건이라고 하여 반드시 대금을 연주할 수 없다고 볼 이유는 없다.

[1] 김경석(dkff****) https://cafe.naver.com/bloodbird/73780
[2] 하운드(mani****) https://cafe.naver.com/bloodbird/44194
[3] 장난꾼(roll****)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7951
[4] 하운드(mani****) https://cafe.naver.com/bloodbird/44194


셋째로, 일부에서는 라수가 암각문 앞에서 대금을 연주하였기 때문에 라수의 방에 대금이 있었던 것이라고 여긴다.[1]

이들에 따르면, 훗날 규리하에 있는 라수의 방에서는 "유래를 알 수 없는"[2] 대금이 발견된다. 라수의 방에 물건들을 들여놓는 것에는 라수가 관여했을 것이므로, 라수는 과거에 대금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말이 되고, 따라서 암각문 앞에서 대금을 연주한 여행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보면, 생각건대 이 주장은 라수설을 지지한다. 아마도 라수설의 유일한 근거일 것이다. 그러나 당시 라수는 신아라짓 왕국의 요인으로서 하늘누리에 상주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론되므로, 국사를 외면한 채 장기간 북부를 방랑할 수 있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3] 그보다는 오히려 여행자가 가지고 있던 대금이 훗날 라수에게 전달되었고, 그 여행자의 정체를 알던 라수가 기념으로 그 대금을 라수의 방에 보관하였다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이다.[4]

[1] 스태리(pers****)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19346
[2] 『피를 마시는 새』 1권 205쪽.
[3] 파이커즈(hoot****)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28604
[4] 체로이(cher****)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37070


논하여 말한다.

여행자가 연주한 대금의 유래를 갈로텍의 수중에서 찾는 것은 필연적이지는 않지만 개연적인 추론이다. 또한 속편에서 발견되는 대금의 유래를 여행자의 수중에서 찾는 것 역시, 필연적이지는 않지만 개연적인 추론이다. 여행자 본인이 라수라고 말하기는 어렵더라도, 대금의 출처를 여행자에게서 찾는 기대는 정당하며 비합리적이지도 않다.

그리고 갈로텍이 대금 제작자의 영을 통해 제작한 대금이 하텐그라쥬의 폐허에서 출발해 카시다를 거쳐 끝내 규리하의 라수의 방까지 도달하였다고 말할 때, 여행자의 정체는 라수와 면식이 있는 사람이거나 혹은 그러한 영을 보유한 사람으로 좁혀질 수 있을 것이다.


七. 여행자의 정체가 모호한 이유는 무엇인가

바위 앞에 선 여행자는 암각문의 한 구절을 살펴보았다. 거기에는 이렇게 새겨져 있었다.
‘사람들의 마음이 역시 미움으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미움이라는 단어는 새로 새겨진 것이 분명했다. 다른 글자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조악했다. 여행자는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갑자기 허리춤을 뒤졌다. 단검을 꺼내든 여행자는 암살자 같은 동작으로 바위에 다가섰다.
다음 순간 카시다 암각문의 고집스러움은 무참하게 유린당했다.
(눈물을 마시는 새, 4권 402쪽)
돌이켜 보면, 이 장면이 이토록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킨 이유는 물론 여행자의 정체가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글의 이유가 되기도 한 이 요소에 대해서도 일찍이 하나의 해석이 있었다.

이들에 따르면, 여행자에 대한 어느 한 단서를 가지고 그의 정체를 확정할 경우 다른 단서는 묵살당할 수밖에 없다.[1] 여행자의 방퐁복과 '걷는 것에 익숙하다'는 묘사는 대체로 케이건의 상징이며,[2] 대금은 갈로텍의 상징이며,[3] 단검은 소년을 연상시킨다.[4] 이러한 병립되는 특징들이 함께 제시되었다면, 이는 당연히 의도된 것이다. 카시다 암각문의 '미움'을 지우는 여행자는 결국 '미움'에 사로잡혔던 대표적인 인물들의 총합이며,[5] 셋을 공히 상징한다.[6] 그렇기에 소설의 주제가 더욱 강조될 수 있다.

이에 대하여 보면, 생각건대 이 주장은 무의미설을 지지한다. 타자(打者)가 여행자의 정체를 모호하게 처리한 이유는 과연 이러한 효과를 의도했기 때문일 것이다.

[1] 뮤지컬러(psj9****)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43296
[2] (110.46) https://gall.dcinside.com/genrenovel/5939793
[3] 마타피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62281280
[4] (110.46) https://gall.dcinside.com/genrenovel/8023480
[5] 마타피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62281280
[6] (110.46) https://gall.dcinside.com/genrenovel/5939793


논하여 말한다.

여행자가 '미움'에 사로잡혔던 인물들의 특성을 통합한 존재라고 할 때, 여행자가 여러 혼란스러운 특징들을 지닌 이유는 충분히 해명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으로써 유발되는 문학적인 효과는 실제로 탁월하다.

그러나 이러한 서술상의 처리를 두고 여행자 자체가 가상적인 존재라고 말하거나, 어떤 인물이든지 여행자가 될 가능성은 정확히 동일하다고 말한다면, 이 역시 작품이 내놓은 단서들의 태반을 묵살하는 주장이 되고 말 것이다.


八. 그리하여, 다시금 논하여 말한다.

생각건대 케이건이 갈로텍의 군령들을 뽑아낸 이유는 카린돌의 영을 원래의 육으로 돌려보내기 위해서이다. 또한 갈로텍에게 (아직도) 복수를 원하냐고 물은 까닭은 그가 복수에 성공하는 대신 증오를 버리도록 만들고자 했기 때문이다. 대호왕에게 암살 기도를 알린 서신은 케이건이 하텐그라쥬가 파괴되고 5년 후에도 여전히 그의 왕을 지키고 있음을, 그리고 갈로텍의 영도 그와 함께 있음을 시사한다. 이것은 영구적인 항진을 제공하는 나가 고기의 '특별한 효과' 때문이다. 그리고 하늘누리가 안전한 북부로 돌아가자, 여행자 또한 남은 일들을 위해 북상해 북부를 방랑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훗날 라수에게 대금을 전해주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추론을 인정할 수 있다면, 결국 카시다 암각문을 고친 여행자는 갈로텍의 영을 취한 케이건일 것이다. 비록 시 모[*]가 일찍이 논하였듯이, 이에 대해서는 아무리 논리적이고 뛰어난 의견이더라도 '설득력 있는 의견'의 선을 넘을 수 없을 것이나, 적어도 그러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을 가능성보다는 크다.

[*] 시안(mate****) https://cafe.naver.com/swallowedbird/35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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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2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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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려요!
24/04/12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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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슬슬 니르기만 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 뻔한 참이었습니다.
人在江湖身不由己
24/04/12 19:18
수정 아이콘
[아니 이렇게 잘 읽고 있다고, 빨갛게 니르고 있는데요!] (아님)
24/04/12 05:13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당
24/04/12 09:51
수정 아이콘
코멘트에 감사드립니다.
하아아아암
24/04/1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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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지나갔는데 이런 토론이... 재밌네요 크크
24/04/1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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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으셨다니 다행입니다.
나그네큰꺅도요
24/04/1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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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 있습니다.
24/04/1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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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조만간 한편 더 써보겠습니다.
유료도로당
24/04/1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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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봤습니다. 오랜만에 눈마새 다시 꺼내서 읽고싶어지네요.. 크크크
24/04/1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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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도로당의 인정(?)을 받다니 영광이군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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