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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8/01 23:18:38
Name Eternity
Subject [일반] [리뷰] 설국열차(2013) - 끝없이 질주하는 우아하고 잔혹한 세계 (스포있음)
*반말체인 점 양해바랍니다.*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 있습니다.*






[리뷰] 설국열차(2013) - 끝없이 질주하는 우아하고 잔혹한 세계



본격적인 리뷰에 앞서, 난 개인적으로 한 편의 영화를 보고나서 영화를 '재미있다, 재미없다'라는 이분법 식의 간단한 한마디로 쉽게 재단하는 것을 싫어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누군가 내게 "<설국열차>가 재미있느냐, 없느냐?" 라고 단도직입적으로 거칠게 묻는다면, "<설국열차>는 재미있다."라고 간단히 대답할 것이다. 이 영화, 그만큼 충분히 흥미롭고 재미있다.

<설국열차>는 재미있다


굳이 영화 속에 숨겨진 다양한 상징이나 감독의 의도, 혹은 디스토피아적 세계관과 작품성에 대해 깊게 천착하지 않더라도, <설국열차>는 그 자체만으로, 훌륭하게 잘 짜여진 한편의 웰메이드 상업 영화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지니고 있다. 물론 이러한 재미의 많은 부분이 설정상의 흥미로움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대중영화로서의 <설국열차>는, 재미있다.

이 영화 안에서 봉준호 감독은 관객들이 지금껏 한 번도 떠올려보지 못했던 빙하기의 생존열차, 사회와 계급의 축소판인 열차 속의 머리칸부터 꼬리칸까지 생존하는 인류의 모습을 매우 구체적이고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으며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만으로도 영화는 초중반까지 지루함을 느낄 겨를이 없다. 영화의 초반 꼬리칸의 하층민들은 지배 계급의 통제 속에 정체 모를 단백질 블록을 먹으며 생활하고 아이들은 이유도 모른 채 앞쪽 칸으로 차출되어 가며, 반항을 하거나 난동을 피운 죄인은 팔이 냉동되어 절단되는 끔찍한 처벌을 받는다. 이렇듯 감독은 <설국열차> 속 생존 인류의 모습을 통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담담한 시선으로 우아하고 잔혹하게 펼쳐내며 열차 속 흥미로운 신세계를, 특유의 독특한 아우라로 관객들과 조우시킨다. 그리고 사실상 이것만으로도 영화의 초중반부까지 한순간도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전개의 연속이다.

특히나 영화의 중반부, 이른바 '커티스 혁명대'가 도끼칸 난전 살육을 거쳐 물칸을 정복하고 교실칸까지 진격한 후 윌포드 진압군들의 역습을 받기 직전까지 영화는 '역시 봉준호' 라는 탄사가 터져나올 만큼 압도적인 포스를 풍기며 묵직하면서도 유려하게 전개된다. (사실상 이 영화의 백미이자 하이라이트는 꼬리칸부터 교실칸까지 이어지는 영화의 초중반부라고 봐도 무방하다.) 어쨌든 이러한 전진의 과정, 이른바 두려움과 희망을 동시에 끌어안은 채로 한칸 한칸 앞으로 전진하는 '커티스 혁명대'의 진격 과정을 감독은 완벽하게 장악하고 조율한 채로 쥐락펴락 완급을 조절하며 관객들 앞에 펼쳐낸다.
적어도 '교실칸까지는' 그렇다.  

<설국열차>와 봉준호 사이의 괴리감


하지만 교실칸에서의 두 번째 난전 이후 펼쳐지는 <설국열차>의 후반부는 그전까지 팽팽하게 부풀어있던 긴장감과 흥미로움이 서서히 쪼그라들며 범작의 분위기를 슬슬 풍기기 시작한다. 급작스런 윌포드 진압군의 반격과 꼬리칸의 현자 길리엄의 죽음, 열차의 2인자 메이슨의 처형 이후로 커티스 일행은 약간의 멘붕 상태에서 엔진칸을 향한 맹목적인 전진을 계속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U자 구간 총격씬과 사우나칸 격투씬 등에 이르면 무언가 원인을 알 수 없는 혼잡함마저 느껴진다.

뭐랄까,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영화가 ‘봉준호의 영화’인지, 전형적인 '할리우드 SF액션 영화'인지 구분되지 않는 지점이 생겨난달까. (특히나 긴장감 없고 두서없이 정신 사납기만 한 사우나칸 액션씬과 불사조 열차요원의 활약상에서 스티븐 시걸의 영화가 떠오른 것은 괜한 기분 탓일까?) 이렇듯 봉준호의 색채가 점차 옅어지는 후반부의 그 어느 시점부터 영화는 특유의 긴장감을 잃어가며 지루한 순간을 연출하게 되고, 전반부에서 느꼈던 영화적 힘과 독특한 아우라 또한 점차로 상쇄되어 간다.

반전은 있으나 전율은 없다


그리고 이 지점부터, 정확히 말해 교실칸 윌포드 진압군의 역습 이후로 영화의 후반부로 갈수록 숨겨진 반전이 하나둘씩 드러나는데 이러한 반전들에서도 봉준호의 색채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이를테면 멸종된 줄 알았던 총알이 남아있다는 사실, 뒤늦게 밝혀진 윌포드와 길리엄의 공생 관계, 그리고 보안설계자 남궁민수의 뜻밖의 야망까지. 분명 놀라운 지점들이 있었고 충분히 충격적인 반전들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전형적이고 뜬금없게도 느껴졌던 이러한 후반부 반전들의 공통점은 '그닥 봉준호스럽지 않다' 라는 데에 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른바, 전율의 부재.

개인적으로 봉준호식 반전의 핵심을 '전율'이라고 보는 입장에서 <설국열차>의 반전들은 나름의 놀라움과 충격은 안겨주었으나 전율은 없었다. 이러한 전율의 부재가 결국은 다국적 프로젝트인 <설국열차> 안에서 봉준호와 할리우드 시스템이 타협한 결과의 산물은 아니었을까 라고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어쨌든 결론적으로, 무어라고 원인을 딱 꼬집어 속 시원히 설명할 순 없지만
분명 영화의 중반부를 넘어서부터 후반부의 혼잡한 전개와 예상치 못한 결말까지. 영화는 '봉준호의 설국열차'이기보다는 단순한 '할리우드 SF영화 설국열차'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틸다 스윈튼 그리고 송강호


하지만 이러한 후반부의 아쉬움과는 별개로 배우들의 연기는 말 그대로 살아있다. 열차의 2인자인 총리 메이슨 역의 틸다 스윈튼의 모습은, 순전히 그녀의 연기만을 다시 보기 위해 <설국열차>를 재관람하고 싶을 정도로 인상 깊었다. 마치 <마더>의 김혜자가 그랬던 것처럼, 틸다 스윈튼의 연기는 보는 내내 흥미와 감탄을 던져주기에 충분했다. 봉준호 감독이 틸다 스윈튼에게 주문했던 것처럼 공포스러우면서도 일면 '귀여운' 양면성의 캐릭터인 메이슨을 그녀는 특유의 미칠듯한 연기력으로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더불어 많은 사람들의 평처럼 커티스 역의 크리스 에반스 또한 이 작품을 통해 그의 연기 인생 최고의 연기력을 선보인다. 그 외에 길리엄 역의 존 허트와 윌포드 역의 애드 해리스, 에드가 역의 제이미 벨, 요나 역의 고아성 등도 각자의 위치에서 기대한 만큼의 만족스러운 연기력을 보여준다.

오히려 약간 실망스러운 것은 남궁민수 역의 송강호. 그는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답게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선보였지만 (캐릭터 자체의 문제인지, 배우의 문제인지 모르겠으나) 어딘지 모르게 캐릭터에 100% 녹아들지 못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이른바 관객의 마음에 깊은 인상과 흔적을 남기는 송강호 특유의 번뜩이는 연기적 안광이 보이지 않는 느낌. 이러한 느낌은 봉준호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전작들과 비교해보면 더욱 두드러지는데, (배우 송강호의 모습이 보이지 않던) <살인의 추억>의 두만과 <괴물>에서의 강두 캐릭터와는 다르게 <설국열차>의 남궁민수 캐릭터에서는 배우 송강호의 얼굴이 언뜻 언뜻 스쳐 보이는 듯 했다.

<설국열차>의 가장 큰 적(敵)은 관객들의 기대


하지만 이런 여러 가지 아쉬운 지점에도 불구하고 <설국열차>가 높은 작품성과 상업적 재미를 동시에 지닌 수작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봉준호' 라는 이름만 지우고 본다면 <설국열차>는 높은 수준의 웰메이드 SF 상업영화로서 많은 대중들의 호평을 받을 만하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2013년 현재, 한국 최고의 감독이라 불리는 봉준호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이다. 이미 전작인 <살인의 추억>과 <괴물> 그리고 <마더>를 통해 봉준호 감독의 천재적인 연출력과 뛰어난 상업적 감각을 충분히 확인한 우리 대중들이 봉감독에게 바란 것은 <살인의 추억>의 스릴과 <괴물>의 재미, 그리고 <마더>의 전율이 합쳐진 또 하나의 걸작이었는지도 모른다. 결국 <설국열차>의 가장 큰 적은 (작품 자체의 완성도가 아닌) 우리 관객들의 미칠 듯이 높아진 기대가 아닐까.

결국 누군가 내게 <설국열차>가 기대한 만큼이었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기대 이하였다고 답하겠다. 끝 모를 대로 높아진 나의 기대를 채우기엔 영화의 완성도는 솔직히 좀 아쉽게 느껴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래서 실망했느냐고 묻는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충분히 훌륭하고 매력적이었다고 답해주고 싶다. 영화 <설국열차>는 '재미있다, 없다' 라는 짧은 한마디로 치부하기엔,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없는 흥미로운 매력과 독특한 세계관으로 가득 찬, 우아하고 잔혹한 디스토피아 세계의 롤러코스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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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페테이아
13/08/01 23:36
수정 아이콘
리뷰 글 잘 보았습니다~
저도 영화 초중반 까지는 정말 너무 재밌게 봤어요.. 머리가 아파올 정도로 전율을 느껴가며 봤는데
후반부 들어서면서... 말씀하신 대로 전율이 몽땅 사라지면서 전반부의 힘을 몽땅 상쇄 시키더군요...
덕분에 머리도 안 아파지고.. 영화에서 좀 빠져나와서 숨을 쉴 수 있었어요 크크
후반부 결말까지 완벽했다면... 영화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었을 듯.. 이런 결말에 고마워 해야 하나... 크크크
루크레티아
13/08/01 23:43
수정 아이콘
저는 CJ측에서 관객 회전을 높이기 위해서 일부러 영화 시간을 쳐낸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들었습니다.
꼬리칸의 비참함을 좀 더 자세하게 설명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급하게 봉기가 일어난 점, 길리엄과 윌포드의 연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길리엄을 정말 무가치하게 쳐내버린 점, 분명 커티스와 윌포드의 대화와 커뮤니케이션은 영화의 묘사보다 훨씬 길고 깊어야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스리슬쩍 넘어가는 인상인 점부터....

스토리 자체가 달랑 2시간의 볼륨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최소 30분은 더 있어야 하는데, 일부러 뭔가 팍팍 쳐냈다는 인상이 깊더군요.
포포탄
13/08/02 00:03
수정 아이콘
동감합니다.
그러면서도 이 영화를 내적인 요소가 아니라 외적인 요소, 다시 말해 열차가 달리고 있는 것을 꼭 우리네 역사에 비추어보면서 보게 된다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관객들이 이해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때문에 과감히 쳐낼 수 있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러니까 '역사에 대한 내 해석을 보여주겠다'가 아니라 그저 '역사가 이렇게 흘러왔었다'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기 때문에 궂이 이 부분에 대해 설명할 필요성을 못느끼지 않았나 싶어요.

당장 제가 즉흥적으로 연결시킬 수 있었던 외적인 요소들이
최초 4개의 문칸을 지나 맞닥드린 사람이 화이트컬러 계층을 연상시키는 파란 와이셔츠의 남자.
중세 암흑기를 떠올리게 하는 터널통과장면,
U자곡에서는 르네상스를, 이후에도 앞으로 전진 할 때마다 사람들이 일하거나 놀고 있는 모습은 마치 역사의 진행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죠.

저같이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도 봉감독은 사실 두가지만은 알아주었으면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초반에 4개의 문을 통과하기 위해 사용했던 것은 커다란 파이프였지만, 결국 마지막에 기차의 엔진을 멈추게 한 것은 사람의 팔 하나였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의 손에 시스템을 변혁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 북극곰씬에서 시스템 밖에도 생명은 존재한다.
'시스템이 변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봉감독이 학생 때 어떤 사람이였나는 잘 모르겠지만, 헐리웃에서는 꽤나 급진적인 메세지를 던질 영화인 것 같습니다.
Eternity
13/08/02 09:08
수정 아이콘
루크레티아님// 저도 예상보다 빠른 타이밍에, 급작스럽게 봉기가 시작된 점이 좀 의아하더군요. 분명 이르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 외에 지적하신 부분들도 어느 정도 공감이 가구요. 확실히 편집을 통해 많이 덜어낸 느낌이더군요.
그러다보니 관객 입장에서 불친절하거나 의아하게 느껴지는 부분들도 생기구요.
은하관제
13/08/01 23:46
수정 아이콘
리뷰 글 잘 보았습니다~ (2)
어제 영화를 보고 나서, 뭔가 글을 쓰고 싶은 맘이 들긴 했지만, 리뷰가 피쟐에 많이 뜰 꺼 같아서 고이 접었습니다 흐흐...
가족이랑 봤었는데, 대체적으로 "영화는 재미있게 잘 봤다. 하지만 결말이 좀 아쉽더라" 이런 평이였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알게 모르게 영화 '매트릭스'와 비슷한 느낌으로 대입해서 봤는데, 만들어지는 과정에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느낌이였습니다.

결론 부분은 무언가 조금은 색다르게 표현하려고 한 것 같은데... 확실히 뭔가 애매하게 된 거 같긴 합니다.
커티스가 윌포드의 뒤를 이어서 설국열차의 통치자가 될 수도 있었지만, 그것을 받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남궁민수가 얘기했던, 바깥에서 이제 살 수 있다는 것은 마지막에 코카콜라 베어를 통해 가설을 증명하는 장치. 그 정도로 쓰였다고 봅니다.
마지막 장면은 개인적으로는 그 의미에서 더 큰 무언가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는. 커티스랑 남궁민수가 바랬던 생각과 정작 요나와 티미 앞에 펼쳐진 현실은 괴리감이 너무 커 보여서 씁쓸했다는 생각이였습니다.
커티스는 결국 엔진을 점령했지만, 다른 설국열차에 있던 대부분이 사실상 몰살당하는 결과를 가져왔고.
남궁민수는 그토록 바래던 바깥세상을 요나가 나감으로서 대리적으로 이뤄냈지만, 사실... 그 꼬마 두명이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그걸 알면서도 결론을 그렇게 만든건, 기존 재난영화에서 보여줬던 뻔한 마무리를 살짝 비틀어 본게 아닌가... 싶긴 합니다.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긴 하지만요... 흐흐.
아무튼. 설국열차는 올해 제가 소위 말하는 삘이 와서 본 영화 중 하나고, 아쉬움은 남지만, 만족하며 잘 봤습니다~
Eternity
13/08/02 09:12
수정 아이콘
<매트릭스>를 본지 너무 오래 돼서 그랬는지 사실 저는 <설국열차>와 <매트릭스>를 비교하며 보진 못했습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께서 공통점을 지적하시더라구요.

그리고 결론 부분이 애매하다는 것에도 공감합니다.
기회가 되면 한번 더 관람하고 싶어지는 영화네요.
세계평화
13/08/01 23:54
수정 아이콘
무난히 잘만들었지만 님 말씀처럼 후반부로 갈수록 봉준호는 사라지고 평범한 SF무비로 변해갑니다
이야기 하는 내용들도 이미 닳고 닳은 클리셰 범벅인데...그렇다면 그걸 잘 엮으면 모르겠는데 그걸 엮어야하는 봉준호가 후반부에 사라져버렸으니...
더 심하게 말하면 봉준호라는 이름 빼면 그저 볼만한 헐리우드 SF 영화중 하나로 남아서 국내에 소개되어 한 100만정도 끌어모으다가
조금이르게 VOD로 나올만한 이야기였습니다
눈시BBbr
13/08/01 23:55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불호였던 부분을 꼽자면... 윗칸 사람들에게서 세뇌야 많이 느껴졌지만 딱히 신념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부분입니다. 대표적인 메이슨은 세뇌와 기회주의 사이에서 왔다리 갔다리 하고... 연기는 정말 최고였지만 캐릭터 자체가 영 아니더군요. 99% vs 1%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1%가 아무 생각 없고 아무 하는 거 없이 놀기만 하는 건 아닌데 말이죠. 정작 신념이 나온 건 그런 거에서 좀 초월한 입장인 윌포드의 입에서 나왔고... 하긴 꼬리칸 쪽도 어떤 신념이라기보단 억압에 대한 저항 쪽이었지만요. 정작 그 안에서 신념을 가졌던 길리엄은 좀 달랐고...
그 좀비 아저씨가 죽었다 살아나도 일을 한 걸 보면 그 아저씨한테 좀 뭘 말하게 했으면 어땠을까 싶은데 그냥 싸우기만 하니 살리기는 왜 또 살렸나 싶고 -_-;

도끼칸에서 싸울 때 괜히 생각 들었던 건 커티스가 참 멀쩡했다는 것. 하는 건 맨날 선두면서 말이죠. 윌포드가 따로 명령을 내린 건진 몰라도 그런 모습은 안 보였고, 역시 쟤도 대장인가... 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 주인공 멀쩡한 거야 영화에서 필수지만 영화의 내용이 내용이고, 그 안에서 일방적으로 죽어나가는 상황에선 좀 심했어요. 사실 도끼칸은 문 열릴 때의 연출부터 불 가져올 때의 연출 등 다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기도 했고 = =;

엔딩 같은 경우는 커티스와 냄궁민쑤, 윌포드와의 대화를 생각하면 더 맘에 안 들었던 게... 기존 체제를 벗어나든 뛰어넘든 뭐 그런 희망을 말하는 거였다면 그걸 위해 기존 체제와 관련된 사람은 다 죽어야 되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부분도 많았고 재밌게 봤는데 역시 내용은 제 마음에 안 드네요. ㅠ_ㅠ); 리뷰 재밌게 읽었습니다~
포포탄
13/08/02 00:10
수정 아이콘
정확한 사실을 반영하는 '다큐'가 아니라 감독의 의견을 반영하는 '영화'니까요. 감독은 그들이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는게 아니라 보았기때문에 그렇게 표현했겠죠. 사실 저의 의견과도 많이 닮아있어서 마치 20대 중반의 봉준호를 본 느낌이였습니다. 그래서 해석은 나름 간지나게 했지만, 결말은?... 치기어린 20대의 모습과 똑같죠.
눈시BBbr
13/08/02 00:40
수정 아이콘
크크 그렇군요. 근데 정작 이십대는 저희 (...)
좀 더 생각나는 거 말해보자면... 도끼칸에서 얼음이랑 충돌할 때 싸움 멈추고 무사한 후 다시 싸우고... 서로 충돌하면서도 기차 안에선 운명공동체라는 점, 전 이에 대한 얘기를 좀 기대했었는데 만족할 정도가 안 나오더군요ㅠ
민수가 그걸 깨뜨리는 걸 말했고 그게 엔딩이 되는데 그게 너무 급했죠. 콜럼버스의 달걀급 충격을 줘야 되는데 서로 자기 말하기 바쁘고 자기 할 일 하고;; 이게 영원님이 본문에 쓰신 전율 없는 반전이려나요

역시 시간문제로 쳐낸 게 많은 걸까 싶네요
포포탄
13/08/02 00:51
수정 아이콘
시간문제로 쳐냈든 아니면 감독이 표현하려한 것이 정말로 거기까지였든 문제는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현실도 정말 딱 거기까지니까요.
마치 사회에 대한 비판을 날리고 있을 때 누군가가 '그러는 너는 이 사회에 몸담고 있는 사람 아니냐. 그들을 비판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냐?' 라는 질문을 했을 때 우리가 적절한 답을 하지 못하고 말문이 막히는 것 처럼 말이죠.
당장 정치학도인 저만 해도 정치문제에 대해서 이리저리 떠들어 대도 결국 원하는건 앞칸에 사는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데요. 좋은데 취직하고 하다못해 그 옆에서 열심히 깐족대던 일본인 승무원정도만 되어도 좋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사는 걸요.
Eternity
13/08/02 10:25
수정 아이콘
눈시BBbr님// 그렇죠, 특히나 좀비 아저씨는 도대체 왜 살린건지.
그리고 좀비 아저씨와 요나의 관계는 무엇인지.(둘 다 초능력이 있는 건가 싶기도 하구요.)
영화에서 가장 의아했던 게 좀비 아저씨의 존재였습니다. 좀 거슬리더라구요.
사실 뭐 도끼칸 난전에서는 저도 그런 생각했습니다. 너무 멀쩡하네 라는 생각;;
(근데 전 불 가져올 때 연출은 개인적으로 나쁘지 않았습니다. 나름 두근 두근 하더라구요 흐흐)

암튼 말씀하신 아쉬운 부분들도 대체로 공감이 가네요.
13/08/02 00:17
수정 아이콘
개봉 가장 첫 날 영화를 보러 가는 분들은 설국열차에 대한 기대감이나 영화에 관심이 높으신 분들이었다면, 이후는 노말한 관객분들이 되겠네요..
봉준호 감독이 아닌 영화 그 자체에 대한 평이 나오겠죠.. 개인적으론 영화적 쾌감을 높게 느낄 수 있는 영화인지라 대중성에 관해서 좋은 평이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why so serious
13/08/02 00:20
수정 아이콘
글쎄요... 전반부는 액션블록버스터 영화였다가
후반부는 SF 개똥철학영화로 변모하는데...
노말한 관객들이 이걸 보고 좋은 평을 할까요 ...
13/08/02 00:28
수정 아이콘
어떤 부분이 개똥철학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포포탄
13/08/02 00:48
수정 아이콘
개똥철학 맞습니다. 그런데 그 개똥철학 안 가져본 사람이 있을까요?
이 영화를 그저 개똥철학 담은 영화라고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많은 것이 이 영화의 진정한 새드엔딩이 아닐까 싶네요..
그리고 앞부분이 블록버스터액션영화정도로 치부되는것이 오히려 더 깍아내리는 표현이지 않나 싶습니다.
초반부에도 너무나 많은 클리셰와 오마주가 현실을 표현하고 있었죠. 차라리 영화 전체를 SF적 개똥철학영화라고 평가하는 것이 영화를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13/08/02 00:22
수정 아이콘
할리우드 영화 같으면서도 아닌거 같은 느낌을 받았네요. 전 올해 본 작년까지 본 영화 합쳐도 그중 제일 재미있었습니다.
결말도 무척 마음에 들었고요.

절대 같은영화 2번보지는 않는데 한번 더 보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13/08/02 00:54
수정 아이콘
매트릭스 3부작이 한편에 담겼으면 이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관객들을 새로운 세계관에 매혹시키는 흥미진진한 도입/초반부,
뭔가 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뭔지는 잘 모르겠는, 그래도 액션과 중간중간 나오는 묘사가 매력적인 중반부.
그러다 갑자기 철학책을 보는 느낌이 들며 '이게 뭥미??' 하면서 끝나는 후반부. 그래서 그런지 그 좀비같은 보디가드에서 스미스의 향기가 물씬 나더라구요.

집에와서 채널cgv에서 해주는 살인의 추억을 다시보는데.. 확실히 아쉬운 작품이었습니다.
why so serious
13/08/02 00:58
수정 아이콘
매트릭스 하고 비슷한 느낌이 많긴 하죠. 특히 매트릭스 리로디드...

송강호와 키메이커
커티스와 네오
윌포드와 아키텍트
길리엄과 오라클

전반부의 화려한 액션과 후반부의 철학설교...
13/08/02 01:03
수정 아이콘
네.
매력적인 세계관을 주제의식을 갖춰놓고도 한편에서 완결을 맺여야 하는 영화라는 제약때문에 이도저도 아닌 느낌이 되버렸습니다.
매트릭스 3부작이 대단했다고 평가받는 것은 획기적인 액션도 있지만, 한편한편이 갖는 완결성과 시리즈 전체에 녹아있는 철학도 있었거든요.
5시간 이상은 풀어냈어야 할 서사를 한편에 구겨 넣다 보니 많은 사람들은 영화를 보고나서 '?'를 띄게 되고, 나중에 영화를 본 관객들이 재생산해내는 리뷰나 해석을 통해서야 '!'를 느끼는 것 같네요. 이런 식의 영화가 좋으냐.. 하는 부분은 개인의 호불호에 달려있다고 봅니다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기는 힘들지 않나 싶습니다.
덴드로븀
13/08/02 00:57
수정 아이콘
한식전문요리사가 대형자본가의 힘으로 한식과 양식을 버무린 조화롭고도 신선한 비빔밥을 만들고자 했으나.... 그재료들은 매우 뛰어나고 독창적이었지만 결국 입에서 느껴지는건 초반의 강렬함이 중반까지 남아있다가 끝에선 어이없게도 MSG맛이 나버린듯한 느낌입니다. 편집으로 잘린게 많아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참 오묘한 영화가 될것 같습니다.
미완성의 영화같은 느낌...
Eternity
13/08/02 10:32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묘사에 대체로 공감합니다.
관객 입장에서 "오오~" 하면서 보다가, "흐음..??" 하면서 마무리되는 느낌이랄까요.
말씀하신대로 참 오묘한 느낌이 남는 영화죠.
A Peppermint
13/08/02 01:01
수정 아이콘
총리가 연설 할때 했던 동작 자체가 영화에 몇 번 등장하는데 (예고편에서 봉준호감독이 연설 장면에서 스윈튼에게 이렇게 해달라고 손짓으로 보여주죠.)
맨 앞 칸의 부속품으로 쓰이고 있던 아이들이 하고 있던 특정한 동작이랑 일치하는 거 보면서 대충 만들진 않는 구나 느꼈습니다.
보통 이 영화에서 현실적인 디테일 관련해서 봉테일을 말하면서 아쉬움을 얘기하는데,
거대한 담론을 위한 서사적 디테일로서의 봉테일은 명불허전이었습니다.
포포탄
13/08/02 01:10
수정 아이콘
동감합니다. 너무 많아서 본 순간에만 느끼고 지금 기억이 안나는 것들이 너무 많은 지경입니다.
예고영상을 본 기억에 따르면 각 칸마다 의상아티스트와 전담연출자를 나누어서 역할을 맡게 했다는데 영화에서 나타나는 세밀함에 놀라게 되더라구요.
특히 각 칸마다 인물들이 입고있는 의상을 보면서 의상만으로 자신이 함축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을 표현해 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매화틀
13/08/02 01:52
수정 아이콘
그럴땐 한번 더 보시는것도..크크
포포탄
13/08/02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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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그래도 여러번 볼 생각입니다. 흐흐흐
예전 글에서도 같은 댓글을 달았지만 이렇게 다방면으로 해석할 여지가 많은 영화는 관객들이 여러번 영화를 보면서 흥행하게 되죠. 왕의 남자가 그랬듯이.
포프의대모험
13/08/02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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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반부부터 각 칸에 대한 고뇌가 별로 보이질 않던데요. 그냥 커티스가 슉슉 걸어가면서... 물공급칸을 지난 다음엔 송강호가 자기가 진짜 열고싶은 문은 저쪽이다 하는 부분을 제외하면 전부 실망이었습니다. 애들이 아예 말을 못들은척 한것처럼 세뇌된것도 개연성이 너무 떨어지고, 커티스가 자기 썰푸는것도 신파극같고, 회색 수트의 슈퍼전사가 왜 나왔는지도 의미불명. 마무리는 물론 대실망이었네요.
차라리 기차가 그냥 엎어지고 사람들이 기어 나오면서 끝났으면 어땠을까 싶은데 웬 콜라곰이.. 생명이 멸종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라면 정말 뜬금없다고 생각했어요.

cj의 힘으로 천만은 넘을거 같습니다. 근데 오래 남을 영화는 아닌듯
낭만토스
13/08/02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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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씹는 영화 좋아하는데 그것도 재미가 있는 상태에서 곱씹는 것을 좋아하는거지
저한테는 영 아니네요.

진짜 간만에 영화관에서 졸았습니다. 졸다 깨다 졸다 깨다 -_- 초중반까진 안졸았는데....

뭐랄까 아쉽더군요. 명작이 될 이유는 많았는데 뭔가 어설프고 난잡했습니다.
New)Type
13/08/02 11:01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는, 설국열차라는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메세지들을 '어떻게 관객이 찾아내고 생각하는가?' 에 따라서 호불호가 많이 갈릴 작품이라고 봅니다.
작품에서 블록버스터의 오락성을 기대했다거나, 논리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모든 얼개가 완벽히 맞길 바랐던 분들이라면 불호.
작품의 메세지, 큰 얼개에서 오는 디테일 (위의 논리적 디테일과는 다른 디테일이죠) 에 대한 것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호. 로 판단할 작품 같습니다.

저는 설국열차의 작품성을 상당히 높게 평가합니다. 물론 '재미' 자체로만 보면 좀 심심한 감은 있죠.
재미로만 따지면, 결말을 향해 쉬지 않고 달려가는 '더 테러 라이브'가 더 재미있을 겁니다.
두 영화 중, 천만 영화가 나온다면 '더 테러 라이브'가 넘는다에 백원을 걸어봅니다.


설국열차라는 작품의 주제의식은 이동진 평론가, 허지웅 평론가가 잘 짚어주었듯이
'기존의 체제를 유지하거나, 전복한다고 해도 시스템 내에 있는 한 결국 시스템 자체로 인한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다면, 그 시스템 바깥으로 나아가는 것. 즉 시스템 자체를 버리는 것은 어떨 것인가?' 라는 메세지라고 봅니다.

영화의 초반은 하층민인 꼬리칸과 상위계층인 엔진룸 가까이 있는 이들의 계급차이, 그리고 그 전복을 노리는 혁명 자체에 집중하는 듯 합니다.
이는, 2011년 월 스트리트에서 벌어졌던 'Occupy Wall Street (월 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기존 체제를 유지하는 한 너희도 결국 똑같아 질 수 밖에 없어'라는 메세지를 강조하기 위해서,
메이슨 총리, 윌포드는 계속 '밸런스', '시스템의 부속', '정해진 자리'를 언급합니다.
애초에 기차라는 폐쇄된 세계, 그리고 1년을 주기로 순환하는 기차 라는 것들이 끊임없이 순환되는 시스템을 상징하고 있죠.

이러한 체제의 유지를 위해 권력이 종교, 교육, 언론을 어떻게 이용하는가? 라는 메세지도 중간중간 나타납니다.
이것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은 바로 교실칸이죠.
아이들은 언론이라고도 볼 수 있는 영상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메세지들로 세뇌됩니다.
교육자인 선생도 체제 유지를 위한 교육을 하고 있죠. 윌포드를 숭배하는 모든 메세지는 종교와도 대치할 수 있습니다.

영화의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엔진칸에서, 윌포드는 자기 자리를 가볍게 커티스에게 넘깁니다.
아무리 커티스가 지도자가 된다고 할 지라도 커티스는 결국 시스템의 유지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윌포드와 같은 선택을 해야합니다.
결국 어떻게든 계층이 나뉘고 말 것이라는 거죠.

캐릭터들이 가볍게 소모되버리는 것도, 결국 이 세계관에 연관되어 있는 듯 합니다.
시스템 속에서 일개 부속품처럼 자기자리에서 역할을 수행하다가 버려지죠.


이러한 '기존 체제의 시스템이 유지되는 한 문제는 끊임없이 되풀이 된다. 그렇다면 그 다음은 어떻게 할 것인가?'
에 대한 해법으로 제시된 감독의 세계관은 남궁민수를 통해 드러나고 있습니다.

감독의 대리자로서 남궁민수는 '닫힌 문을 열고 싶다'며 기차라는 폐쇄된 시스템을 벗어나는 선택지를 제시하죠.
(정말 디테일이 대단한 부분이라고 느낀 것은 남궁민수 포스터에 적혀있는 '나는 닫힌 문을 열고 싶다.' 였습니다.
아예 영화의 주제의식을 포스터에 적어놨을 줄이야... 이 문이 그냥 문이 아니라, 바로 열차 바깥으로 향하는 문이죠.
열차라는 폐쇄된 세계를 넘어서는 감독의 세계관이 극명히 드러나는...)
그래서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커티스가 아니라, 남궁민수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두 팔이 다 멀쩡해서 지도자가 될 수 없다'던 커티스는 자신의 팔을 내어줌으로서 진정한 지도자로 거듭나게 됩니다.
그리고 진정한 지도자로 거듭난 이후 커티스는 남궁민수의 선택지를 받아들이는 결론을 내리게 되죠.
열차의 2세대, 즉 다음 세상을 살아갈 아이들을 위해 '시스템 자체를 버리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폭탄으로 인해 열차라는 기존 시스템은 탈선하게 됩니다. 열차 바깥의 세상이죠.
'시스템 바깥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선 감독이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인류가 절멸 했을지도 모르고, 기존 시스템의 파괴로 인해 돌아올 곳이 남아있지 않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생존 가능성 자체가 희박한 상태죠.
하지만 그 바깥에도 생태계는 유지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불명확 하지만, 작은 희망의 불씨 하나를 제시하고 있죠.
거대한 절망, 혹은 작은 희망. 이것은 보는 사람이 판단하기 나름의 결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이러한 부분들 때문에 저는 봉준호의 '문제작'이라고 설국열차를 평가해봅니다.
'시스템의 전복을 넘어서는 시스템을 포기하는 것' 굉장히 무정부주의자 적인 결론으로 볼 수도 있으니까요.

존 허트 옹이 이야기 했듯이, 이 영화가 해외에서 개봉되고 나면 더더욱 큰 논쟁거리를 불러 올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정치, 사회, 교육, 종교,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이야기로 뒤집에서 볼 여지도 충분히 많은 논쟁거리가 많은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해외에서 '새로운 문제적 메세지를 제시한 SF'로 평가될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좋게 읽은 리뷰 링크 달아볼게요.
http://blog.naver.com/cerclerouge/40194310986

이 분이 참 영화평 잘 쓰셔서 영화를 깊이 보기에 좋더군요.
Eternity
13/08/02 15:16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대체로 공감이 되는 내용이고 또한 흥미로운 해석이네요.

전 사실 New)Type님과 약간 다른 시선에서 이 영화를 바라보는데요.
개인적으로 <설국열차>가 내포하고 있는 상징적 의미 혹은 감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파악하는 것이 그리 중요한가 하는 입장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러한 의미들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한편의 영화를 감상하는데 있어서 무척 중요하고 필요한 과정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사실 <설국열차>는 그러한 상징과 의미들에 천착하지 않아도, 한편의 상업영화이자 대중영화로서도 충분히 가치있고 매력적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에 대해.. 작품성은 인정하나, 재미는 별로다 라는 인터넷의 평들을 볼때마다 전 반대로 이야기하고 싶더군요.
"작품성이야 어찌됐든, 재밌는 영화다." 라고 말이죠.
그래서 이 영화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접할 때마다, "호오..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구나."라는 정도로 가볍게 받아들이고 넘어가는 정도랄까요.
뭐, 그렇습니다.

참, 그리고 링크해주신 블로그 영화평은 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좋은 블로그를 하나 알게 됐네요.
다른 예전 영화의 리뷰글들도 뒤적이며 주인장의 영화평들을 한참 읽었네요.
13/08/02 11:05
수정 아이콘
첫 문단 빼고 저랑 생각이 거의 일치하는데,
첫 문단이 저랑 정확히 반대네요.

저한테 이 영화가 재밌냐/재미없냐의 이분법으로 대답해달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전 재미없다고 답할 것 같습니다.

재미없다고 단순히 치부하고 넘기는 이상의 영화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대중문화로서의 상업영화인 것이 사실이고,
그렇게 봤을 때 재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재밌는 영화인가? 아닌 것 같습니다.
뿌잉뿌잉잉
13/08/02 12:00
수정 아이콘
저도 이 의견에 동감

단호하게 재미없었어요
13/08/02 12:12
수정 아이콘
http://www.ddanzi.com/ddanziNews/1363579

딴지일보의 적정관람료 리뷰가 떴네요 크크
Eternity
13/08/02 15:21
수정 아이콘
적정관람료 리뷰라는 거 처음 보는데,
상당히 신선하고 재밌네요 크크
앞으로 종종 챙겨봐야겠습니다.
소시탱구^^*
13/08/02 15:24
수정 아이콘
귱금한거...저 많은 사람들 다 어디서 자는건지...크크
청보랏빛 영혼 s
13/08/02 21:32
수정 아이콘
넘쳐나는 리뷰에 빨리 참여하고 싶은 마음에 혼자라도 뛰어가 오늘 보고온 1인 입니다.
이런 글 스포에 상관없이 많이 많이 읽고 싶었어요.
글 중간에 송강호에 대한 이야기가 공감가네요.
'고아성'은 기억에 남는데 '송광호'는 글쎄... 싶었어요.
우리 나라 감독이 만든 영화니까 영화 줄거리의 '키'를 쥐고 있는 역할을 우리나라 배우가 한거겠지만
오히려 '고아성'이 엄마가 한국인 인 아이였다면 하는 생각을 해보네요.
송광호씨가 나쁜건 아닌데 베스트도 아닌 느낌.
틸다 스윈튼 는 이번 영화로 진짜 눈도장 제대로 찍었습니다. 완전 맞춤 정장을 입고 런웨이를 활보하는 모델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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