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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11/12 21:18:16
Name Zelazny
Subject [일반] 천조국의 응답 시리즈 Wonder Years(케빈은 열 두 살) 5-3 (6MB)
우리나라에서 '케빈은 열 두 살(열 세 살, 열 네 살, ...)'로 방영된 미드 Wonder Years는 주인공이 자신의 청소년 시절인 1960년대 말을 회상하는 형식이며 극중에서 '현재'가 나오지는 않지만 빈번히 나래이션으로 등장합니다. 그리고 이 '현재'(방영시기)가 바로 1988년 입니다. (~1993년) 지금 본다면 추억팔이를 하는 드라마가 추억팔이의 소재가 된 셈인데, 심지어 작품 속에서도 홈비디오나 흑백 스냅 등의 형태로 주인공의 유년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이 수시로 등장합니다. 마냥 행복하고 화목했던 때가 지나고 불안정하면서 삐걱대기도 하고 자꾸 무언가 잃어 가는 시기 - 사춘기를 맞은 주인공의 일상을 그리기 때문인데, 동시에 베트남 전쟁과 히피 문화의 범람으로 세대갈등이 깊어가는 등 혼란스러웠던 미국의 상황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작품...라고하면 심각하고 거창해보이지만 가족과 학교 생활을 중심으로한 꽤 유머러스한 청소년 성장물 입니다. 무려 6시즌을 방영해서, 해리포터처럼 꼬꼬마였던 주인공과 친구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그대로 보는 재미도 있구요.


(이 드라마의 주제가는 비틀즈의 (드물게 링고스타가 부른) 'With a little help from my friend'를Joe Cocker가 전설적인 락 페스티발 '우드스탁'에서 재해석 해서 부른 버전 입니다. 원곡보다 유명하죠.)


수학 선생님, 치과 간호사 등 매니아들이 특히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저한테 오래 기억에 남은 에피소드가 있어서 소개를 해볼까 합니다. 시즌5의 세 번째 에피소드 입니다

제목은 'Hardware Store'






케빈은 아버지의 주선으로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던) 동네 철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는데, 방학부터 시작해서 개학 후까지 계속 합니다. 








철물점 주인 해리스 씨는 깐깐하고 고지식한 노인으로 케빈이 건성으로 일하지 않을 것, 그리고 일하는 동안 넥타이를 맬 것을 원했습니다.





케빈의 아버지는 가부장적이면서 공처가이며 자주 개그 캐릭터로 그려집니다.


이 형제도 밥상머리에서 맨날 투닥이는게 응팔의 혜리 자매를 연상시키지만 이 형은 꽤 바보라는게 다르죠.




일이 힘들고 지루하다는 케빈에게 아버지는 그 노인 밑에서 일하면 배우는게 많을 거라며 말 잘 들으라고 윽박 지릅니다.




일하는 대부분의 시간을 완고한 노인과 적막하게 보내는 케빈에게 쇼핑몰 햄버거집 알바는 부러움의 대상 입니다. 






케빈은 찾아온 손님에게 수다를 떨고 사려는 철물에 대해 지나치게 따져 묻는 해리스씨가 구식이고 손님을 불편하게 만든다고 느낍니다.



불편한데다 친구들에게 놀림까지 당한 넥타이라도 풀고 일하게 해달라고 해보지만 거절 당합니다.


학교에서 우연히 햄버거 알바와 마주친 케빈은 아버지와 해리스씨의 관계 등이 얽힌 상황에서 철물점 일을 그만둘 만한 명분을 찾아 냅니다.




(저렇게 Kevin: 이라고 나오지 않은 대사는 나래이션-현재 시점의 독백 입니다.)



케빈은 돈이 더 필요한게 아니라 철물점 일을 그만두고 쇼핑몰에서 일할 수 있는 핑계로 시급을 내세운건데 뜻밖에도 해리스씨가 그보다 돈을 더 주겠답니다.




심지어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원할 때마다 쉬게 해줄테니 일을 계속 하라고 합니다. 절망에 빠진 케빈은 아버지와 담판을 짓기로 합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밤새 배수구와 씨름하느라 바쁩니다. 수 개월간 철물점에서 일한 케빈은 단 번에 문제를 찾아내는데... 


해리스씨네 가게에서 부품을 판다고 하자 그냥 (바로 그) 쇼핑몰에서 사오겠다고 합니다.























(저 대사는 초반에 도매상과 통화하면서도 했던 표현입니다.)






둘이 격한 대화가 오가고 어색한 침묵이 흐를 때 어제 왔던 손님이 갑자기 찾아옵니다. 아직 얼어붙은 주인 대신 케빈이 자연스럽게 응대 합니다. 









이 장면에서 어렴풋이 무엇인가 깨달은 케빈은 순간 망설 입니다. 넥타이와 열린 현관문을 번갈아 보던 케빈은 결국 넥타이를 놓아두고 밖으로 나섭니다. 







처음 이 에피소드를 볼 때는 주인공의 회상 시점에 동화되어 그 시절 케빈의 선택이 정말 아쉬웠는데 나중에 보니 also part of being fifteen (우리식으로는 16, 17세겠죠.) 에 더 깊이 공감하기도 하고 더 나중에는 거대 자본과 사라져가는 동네 가게의 풍경도 보이게 되었습니다.



imgur 덕분에 링크가 어렵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미지가 너무 많아서 줄이다보니 생략된게 많네요. 중간에 아버지랑 대화하는 장면이나 해리스 부인이 집에 일찍 보내주는 장면 등도 더 있고... 유튜브에 풀버전이 있으니 다 보고 싶은 분들은 찾아보시길.

여기서는 엔딩 장면만 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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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nyDaddy
15/11/12 22:11
수정 아이콘
시간이 맞지 않아서 케빈은 열두 살은 몇 편 밖에 그나마도 지나가다가 본 게 다이고 오히려 그 전후로 했던 천재소년 두기나 앤드루 등을 더 열심히 봤었는데.. 그래도 케빈은 열두살 중에 기억에 선명히 남아있는 몇 장면이 있습니다.
* 담임쌤이었나 만삭이었는데 암튼 케빈하고 같이 차 타고 가다가 갑자기 진통이 와서 케빈한테 운전 가르치면서 병원가는 장면
* 케빈네 아빠 회사 직장탐방 하는데 아빠가 하루종일 직장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보고 난 후, 퇴근하면서 거칠게 넥타이를 풀어헤치는 아빠 모습을 똑같이 케빈이 따라하던 장면
* 마음에 있던 애랑 졸업앨범에 서로의 페이지에 한마디씩 적어주기로 했는데 케빈은 한 쪽을 빽빽히 채운 반면 여자애는 잘 지내, 한마디만 적혀있었던 장면(왜 내가 이불을 대신 차고 싶었을까)
또 다른 분들 기억에 남는 장면을 듣고 싶습니다.
15/11/12 23:48
수정 아이콘
* 아빠 나오는 에피소드 중에- 케빈이 아르바이트로 캐디 일을 하는데, 아빠 회사 사장이 골프 치러 오면 팁을 많이 주고 농담도 자주 하는 반면 아빠는 인색하고 퉁명스러워서 내심 비교해가며 싫어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장이 골프 치자며 휴일에 아빠를 불러 내서 계속 이기고는 "그런 싸구려 골프채로 치니까 그렇다."고 한 마디 하자 (일부러 봐주면서 치던) 아빠가 발끈해서 실력을 발휘해서 사장을 뭉개버립니다. 그러자 사장은 캐디인 케빈한테 심술을 부리고 그 모습을 본 아빠는 정신을 차리고는 퍼팅을 계속 실수해서 결국 사장이 이기게 합니다. (천조국도 별 수 없는 직장인의 비애가...) 아빠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느낀 케빈이 팁으로 받은 돈으로 밥을 사면서 끝나죠.

* 케빈이 사귀고 있던 위니랑 다른 학교에 가게 되면서 보면서 생각하라고 이름을 새긴 커플 팔찌를 맞춥니다. 그런데 새 학교에서 만난 당돌한 여자애와 잠깐 눈이 맞은 케빈은 어쩌다 그애네 집까지 가게 되는데 그만 거기서 팔찌를 잃어버리고 맙니다. 위니는 데이트하는데 왜 팔찌 안 차고 왔냐고 물어보고 그 여자애는 팔찌를 돌려주지 않겠다고 하고...할 수 없이 케빈은 급하게 팔찌 맞춘 가게에 가서 똑같은 팔찌를 사오는데 집에 와서 보니 이름이 잘못 새겨졌습니다. Kevin Anold인데 Amold라고...주인에게 건네준 쪽지의 글씨가 너무 악필이었던거죠. 이제 시간은 없고 결국 자포자기한 케빈은 위니에게 모든걸 털어놓을 결심까지 하게 되는데 데이트 도중에 그 여자애가 슬쩍 다가와서는 떨어뜨렸다며 팔찌를 건네주면서 해피엔딩으로 끝납니다.

케빈이랑 위니는 여러 번 헤어졌다 만났다 하면서 서로 다른 짝이 있는 시간이 훨씬 긴 것 같기도 하고...나래이션을 보면 둘이 결국 안 이루어지고 소식도 모르는지 오래인데 마지막회를 보면 그 때도 둘이 만나고 있는 상황이라서 굉장히 의외였습니다.
어제내린비
15/11/12 22:25
수정 아이콘
즐겨 보던 프로그램이었는데.. 너무 오래돼서 내용이 잘 기억이 안나네요.
위니가 예뻤었다, 케빈 형이 심술장이 였다 정도?
베체서
15/11/12 22:43
수정 아이콘
저는 방영당시 열두살이라 더 재밓게 본 것 갇네요.
그 당시 케빈이 이상향에 가까운 친구라 대학교 때 영어 이름을 케빈으로 지을만큼 각인되었죠.

기억에 남는 에피는 마을에 나무 한 그루를 지키기위해 공청회 참가하는 에피소드네요. 마지막 엔딩에 지키지 못 하는 나무에 이름을 새기고 페이드 아웃 나무가 있던 그 자리 보도블럭에 같은 이름이 보이며 끝나죠

수학쌤 턱수염 주먹으로 쓰담하던거 따라하던게 기억나네요
PorSalut
15/11/13 08:33
수정 아이콘
이거 제가 제일 좋아하던 시리즈인데...

제가 기억하는 에피소드는:
Kara라고 여름방학 휴가철 때 가족 모두(Paul의 가족과 같이) 놀러 갔던 곳에서 만났던 담배피던 아가씨가 나오는 에피소드(두개로 기억됩니다)

Lunch라고 제목을 기억하는데 학교 점심시간에 일어나는 일을 다룬 에피소드. 거의 대부분의 스토리가 학교 Cafeteria에서 전개됩니다(제일 잘 만든 에피소드라고 전 기억합니다)
PorSalut
15/11/13 08:42
수정 아이콘
아.. 그리고
Kevin과 학교친구들이 영화관에서 하는 19금 영화를 보러 가자고 계획하는데 Paul만 빠지게 됩니다. Kevin과 친구들은 극장 근처까지 가지만 아무도 fake ID를 가지고 오지 않아서 허탕만 치고 돌아오는데... Paul을 만나러 갔다가 충격적인 말을 듣습니다... 여기까지...
PorSalut
15/11/13 08:54
수정 아이콘
http://watchseries.lt/serie/the_wonder_years
다시 보시고 싶은 분은 보러가세요... 자막은 셀프...
15/11/13 21:44
수정 아이콘
그 사이트 가봤는데 가입해야하고 카드번호 입력하라고 하고 사기성 짙은 광고창이 계속 뜨는데요.; 국가별로 차이가 있을까요.
도언아빠
15/11/13 12:36
수정 아이콘
커서 몇개의 에피소드를 다시 구해 봤는데 좋은 작품인 것 같습니다...꼬맹이가 이해하지 못할 내용도 많았던 것 같네요...그리고 링고스타보컬의 원곡도 정말 명곡이지만 조 카커...영혼을 울립니다
도언아빠
15/11/13 12:45
수정 아이콘
아 다시 정독했습니다...얻은 것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잃은 것이 많다는 것은 확실하다...나이 들어서도 허구헌날 느낍니다...
15/11/13 19:18
수정 아이콘
이 드라마를 6시즌 끝까지 봤었죠. 어릴때부터 역변의 기미를 보였던 위니가 예상 이상으로 더 역변해버려 참 슬픈 기억이 있었죠. 나름 매니아층이 있었는지 6시즌까지 자막 만든 분들도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몽키.D.루피
15/11/17 11:43
수정 아이콘
http://media.daum.net/entertain/drama/newsview?newsid=20151117091809927&RIGHT_ENTER=R12
오늘 기사에서 케빈은 12살이랑 응팔을 연관시키길래 이 글이 떠올랐네요. 좀 다른 측면으로 연관시키긴 했지만 기자가 이 글을 참조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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