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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11/13 22:26:49
Name 구들장군
Subject [일반]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바라보면서
제주공항의 수요가 폭발하여 제2공항을 건설한다지요?
제주공항이 미어터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통계는 물론, 저희 직원들 사이에 도는 말로도 그렇습니다. 시간외근무(야간/휴일근무)가 달마다 백수십시간은 된다더군요.
외국인 관광객 때문에 항공수요가 폭발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고, 신규공항 건설을 많은 사람들이 환영하고 있지만.....
저는 솔직히 불안합니다.
지금 제주공항이 붐비는 이유는 중앙정부의 비자정책/ 지자체의 지방공항 활성화 정책과 밀접한 관계가 있거든요.


무슨 말인가 하면...
지금 제주공항의 이용객 가운데 상당수는 중국인입니다. 내국민보다도 훨씬 많고 다른 나라에서 온 외국인은 그닥 많지 않죠.
그러면 왜 중국인들은 제주도에 올까요?
바로 환승관광 무비자입국 프로그램 덕입니다.

중국과 우리나라 사이에는 사증면제 협정이 체결되어 있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불체자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 중국인 불체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사증발급 과정에서 한번 걸러도 그렇게 많은데, 그 과정을 뺀다면 불체자 들어오라고 문을 활짝 여는 것 밖에 안되죠.
그래서 중국인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려면 사증[비자]이 꼭 필요합니다.

그런데 제주도 지원 차원에서,
중국인 관광객들 가운데 일정한 조건을 갖춘 사람들에게, 제주도에 가는 것을 조건으로 무비자[사증] 입국을 허용해 주게 됩니다.
이 것이 환승관광 무비자입국 프로그램인데, 보통 '제주 환승관광' 또는 '제주 환승무사증'이라고 부릅니다.
제주도에 가는 중국인의 대다수는 이 프로그램 대상자들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니까 제주도에 중국인이 많이 오는 것은, 제주도 고유의 매력 덕분이라기 보다는 무사증 입국 때문이란 것이죠.
C-3-2 사증을 받아서 단체관광을 오는 중국인들 가운데 제주로 가는 관광객도 있긴 합니다만,
많지는 않은 눈치-정확한 통계가 없어서 알 수는 없습니다만-더군요.
만약 제주 고유의 매력 때문에 중국인이 몰린다면, C-3-2 사증을 받은 중국인들도 제주도에 몰려야겠죠?
제주 환승관광 이전에도 중국인이 몰렸어야 하구요.


그런데 다른 지자체 덕에 제주 환승무사증이 더 커지게 됩니다.
지방에는 중소공항이 많은데,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유령공항으로 되어버렸다는 이야기는 잘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이들 공항을 살리기 위해 지자체에서는 골치깨나 썩이는 눈치더군요. 이리저리 방법을 찾다가, 환승무사증 제도를 알게 됩니다.

처음에는 '우리 지역도 무사증 입국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주도의 경우 특수환경 때문에 환승무사증 도입이 가능했다죠.
불법체류는 불법취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제주도의 경우 불법취업을 할 곳이 많지 않다죠.
불체자가 생겨도 뭍으로 나오는 곳만 막으면 잡기 쉽겠죠[중국인 불체자들이 제주도에서 뭍으로 몰래 나오려다가 적발되었다는 뉴스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이게 그 얘깁니다].
그러나 다른 지역의 경우, 불법취업을 할 곳도 많고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것을 막을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실무급에서 제도 확대를 반대할 수 밖에 없었죠.
하지만 고위급이 직접 나서면서 방향이 급선회 되었고, 제주 환승무사증 제도가 확대되었다고 합니다.
각 지방공항을 통해 입국한 사람들도, 일정한 조건을 갖춘 경우 제주도에 가는 것을 조건으로 무사증입국을 허용해주는 형태로 말입니다.
여기에, 지자체에서 보조금까지 투입하더군요. 그러면서 제주 환승무사증은 늘어나게 됩니다[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1/01/2012110100051.html?related_all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1/01/2012110103509.html 참고하세요]
.

이 같은 예산투입이 소비시장으로 떠오르는 중국에 마중물을 붓는 것이라면 밀어붙여 볼만한 일이겠지요.
그러나 돌아가는 걸 보면 그렇지는 못한 듯 합니다.
지방공항 또는 지역 살리기가 일차적 관심사이다보니, 그들이 사고 싶어하는 것을 권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팔고 싶어하는 것을 권하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도 성과가 나오면 계속 할 수 있겠습니다만......
요우커가 얼마를 쓴다는 보도가 많죠? 환승관광객들도 그런지는 의문입니다. 우리로 치면 효도관광 쯤 되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이들의 소비로 잡히는 것은, 여행가이드-중국에서는 '링뚜이'라고 부르더군요-가 본 업보다는 보따리장사-'따이공'이라고들 하죠?-에 열을 올려서 그럴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돈 없기로 유명한 지자체들이 언제까지 예산투입을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지자체 예산투입이 중단된다면, 제주 환승무사증 관광객은 확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한중 사증면제 협정의 가능성입니다.
현재 불체문제 때문에 저희는 당연히 반대하죠.
들리는 말로는 중국쪽 관계자들의 의견도 갈렸다고 하는데, 상부에서 방향을 정하자 한 목소리로 추진 중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관용여권 소지자에 한해서 일부 사증면제가 허용되는 수준까지 왔는데, 여기서 그칠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저희가 반대하는 이유는 불체문제인데, 요즘 중국의 경제성장으로 중국인의 불체율은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효도관광까지 하고 있고, 부유층도 아닌데 한국으로 도피유학을 오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이니까요.  
설사 불체율이 낮아지지 않더라도, 대국적으로 봐서 국익에 보탬이 된다면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 때는 다른 조치를 강구하고 사증면제가 이뤄질 수도 있겠죠.

그게 아니라도, 사증발급 쪽의 문제는 얼마든지 개선 가능한 분야입니다.
제가 재외공관의 사증발급 분야는 잘 모릅니다만, 그 동네 문제의 핵심은 인력 부족과 전산 시스템 문제인 듯 합니다.
뒤집어 보면, 인력이야 뽑으면 그만이고, 전산 시스템은 예산 좀 투입하면 얼마든지 해결 가능하죠.
최고결정권자의 의지만 있으면, 단시간 내에 얼마든지 해결 가능한 문제라는 뜻입니다.
이 문제가 해결되는 순간, 그냥 사증받아 오면 되지 무사증 입국을 할 실익도 없어지겠죠.

어찌되었든 사증면제 협정 체결/재외공관 사증발급절차 개선 둘 중에 하나만 이루어져도,
중국인이 무사증 입국을 위해서 제주에 가야하는 상황은 끝납니다.


그러면 2025년 개항한다는 제주 제2공항은 어떻게 될까요?
그때까지 제주 관광산업이 지원없이도 번영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른다면 성공사례가 되겠습니다만,
그렇지 않다면 숱한 지방 유령공항의 하나가 될 지 모릅니다.
저는 솔직히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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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lying Dolphin
15/11/13 22:56
수정 아이콘
제주공항은 국내선(김포)의 비율이 압도적이라, 중국 비자협정 여부와는 크게 관련이 없을 것 같습니다. 제주의 경제구조나 인구구성이라면 몰라도...
구들장군
15/11/13 23:38
수정 아이콘
제주 환승무사증 입국자들이 한국에 입국할 때는 인천/김해/양양/청주/무안 공항으로 입국합니다.
그리고 국내선으로 제주에 가죠.
제주에서 나올 때도 국내선을 이용합니다. 입국했던 공항으로 돌아와서 출국해야 하거든요.
Phlying Dolphin
15/11/14 00:39
수정 아이콘
무비자는 양양공항만 가능한 걸로 알고 있는데, 다른곳도 무비자 환승이 가능합니까? 자료가 있을까요?
tannenbaum
15/11/14 00:52
수정 아이콘
Phlying Dolphin
15/11/14 00:53
수정 아이콘
오오...중국인들 많이 편리하겠어요
tannenbaum
15/11/13 23:49
수정 아이콘
링뚜이... 오랜만에 듣네요. 호텔 그만둔지 꽤 되어가서 잊고 살았는데 말이죠.
본문에도 언급되어 있지만 한국 관광(동아시아권에서는 그밥에 그나물이긴 하지만요.)업의 현 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단어라 봅니다.

게시글과 조금 다른 측면으로 생각해보았습니다.

한국관광업의 경쟁력은 솔까 약하다고 봅니다. 역사유적, 자연환경, 컨텐츠, 인프라 모든게 약하죠. 그러니 가격을 내세운 사기성 싸구려 패키지 상품으로 현지(특히 중국)에서 인원을 모으는 게 현실입니다. 그러다보니 '링뚜이'와 같은 가이드들이 관광객들을 쇼핑으로 내몰고 압박합니다. 그래야 여행사가 수익을 내거든요. 모집할 때 중국에서 받은 패키지 요금은 현지 아웃바운드가 다 먹고 국내 인바운드 여행사에 관광객들을 인계합니다. 이시점에 인바운드는 십원한장 못 법니다. 그러니 국내 숙식+이동에 들어간 비용을 어떻게든 뽑아내려고 옵션질과 저질쇼핑에 목을 매는거지요.

다들 아시겠지만 지정된 쇼핑코스에서 매출이 100이 발생한다면 적게는 15, 크게는 50을 인바운드가 수수료로 가져갑니다. 그렇다면 인바운드는 누구를 압박할까요? 당연히 '링뚜이'죠. 물론 '링뚜이'도 일정 퍼센트를 먹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좋은 관광상품이 될리가 없고 열에 아홉은 한국을 욕하고 돌아갑니다.

관광객 추이를 살펴보면 일본인 관광객이 빠진 자리를 중국인이 메꾸는 형태일 뿐이지 전체 관광객 수가 엄청나게 늘어난 중국인관광객수만큼 늘어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괜찮습니다. 어찌 되었건 중국인들이 국내에서 쓴 돈은 국내관광업계 종사자들이 먹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관광산업을 육성하겠다고 외국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시작하면서 그 어떤 자본주의 국가보다 돈에 움직이는 중국자본이 물밀듯 들어왔습니다. 예전에, 한국상점, 한국호텔, 한국식당, 한국여행사에 돈을 쓰던 중국인들이 중국자본으로 만들어진 한국 내 중국상점, 중국호텔, 중국식당, 중국여행사에 돈을 씁니다. 물론 그 수익은 고스란히 중국으로 돌아가구요. 결국, 중국인들이 백날 한국에서 돈을 써도 그돈은 한국이 아니라 중국의 배만 불리는 것이지요. 뭐 약간의 콩고물이 한국에 떨어지기는 합니다. 말그대로 콩고물 수준...

이상황에서 제주 제 2공항이 건설되든, 다른 지역들도 무사증제도가 시행되던 그것이 과연 한국관광업과 경쟁력을 위한것일까요?

솔직히 전 회의적입니다. 물론 이득을 보는 한국업체들도 있을터이니 이러한 지원이 반드시 그르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중국자본 유입의 가속화가 예상되는 현재 앞으로의 부가가치가 한국에 귀속되기보다는 중국자본에 귀속되리라 예상하는 게 더 쉬울것 같습니다.

중언부언 길었습니다만, 한국관광시스템을 확 뒤집어 엎지 않는 한 중국자본에 갈수록 예속될것이고 한국은 중국자본에 거의 공짜로 빌려주는것 뿐이라는 것입니다.
구들장군
15/11/13 23:53
수정 아이콘
관광업계에 계셨던 분이니 저보다 잘 아시겠군요.
저도 중국인 환승관광객들을 싸구려-공사장 함바식당보다 못한- 식당에서 밥 먹이고 찜질방에서 재우는 것까지 봤습니다. 이건 아니지 싶더라구요.
tannenbaum
15/11/14 00:06
수정 아이콘
그래도 제가 일하던 호텔의 손님들은 돈 좀 되는 중국관광객들이어서 그런 문제는 없었지만, 돌아가는 꼴 보면 제가 다 욕이 나오더군요. 어디 허가도 받지 않은 고시원 비스무리한 곳에다 관광객들 집어 넣고 짬밥보다 못한 밥 멕이고.... 상호를 말하면 소송당할것 같으니 홍대, 충무로 쪽 군소여행사들이 특히 심합니다. 나름 유명한 대형여행사들도 쬐에에에끔 낫다 뿐이지 그밥에 그나물이고요.
그래도 그나마 예전엔 한국인들이 사장이어서 한없이 좋게 봐주면 ' 그래 어쨌던 국내에서 돈 버니까...' 했었지만 몇년전부터 그 여행사들 많은 수가 중국인들로 바뀌었습니다. 중국인이 운영하는 쇼핑, 중국인이 운영하는 식당, 중국인이 운영하는 그지같은 (이름만)호텔.....

아무리봐도 한국 관광업... 이대로 가다가는 망할것 같습니다.
Camomile
15/11/14 01:03
수정 아이콘
제주도에 두번째 공항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중국인이 무비자 입국하기 전부터 돌긴 했습니다.

전 집이 제주도이고 학교는 육지인데요
요새는 비성수기에도 비행기 표를 못구해서 집에 못가는 경우도 겪었어요.

중국붐이 어느정도 빠진다고 해도 유령공항이 될 거 같진 않습니다
구들장군
15/11/14 09:38
수정 아이콘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트릴비
15/11/14 01:14
수정 아이콘
전 세계에서 가장 이용객 수가 많은 항공 노선이 서울 - 제주 노선으로 알고있는데, 그런데도 표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걸 생각하면 중국 관광 아니어도 수요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구들장군
15/11/14 09:38
수정 아이콘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임시닉네임
15/11/14 16:58
수정 아이콘
제주는 제2공항을 생각보다 쉽게 확정했는데
말많은 동남신공항은 어찌될까요?
이명박정권때만 해도 제주가 김해공항을 넘지 못했고 당시엔 김해가 인천에 이은 2위공항이었는데
이젠 제주가 그자릴 차지했으니
15/11/14 23:59
수정 아이콘
김해는 클 수가 없죠... 터미널 꽉 찼고 심야에 이착륙 금지에 군이랑 같이 쓰니...
확장 이전이 답인데 정부서는 못하게 하고...
구들장군
15/11/15 10:56
수정 아이콘
그 동네는 정부지원 없이도 수요가 있는 눈치더군요. 정확한 건 저도 잘 모릅니다만.
15/11/14 23:35
수정 아이콘
제주 확장하자는 이야기는 90년대부터 나왔습니다
지금의 제주는 뭐든지 부족하지요 슬롯도 터미널도...
김포 제주가 세계에서 가장 편수 많은 노선임을 감안하면 신공항이든 지금 공항이든 절대 유령공항은 될 수 없을 겁니다
구들장군
15/11/15 10:56
수정 아이콘
그렇다면 정말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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