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 이벤트가 끝났습니다.
최근 피지알의 어그로 레벨이 점차 높아가고 어그로에 끌린 유저들의 레벨업도 종종 일어나는 걸 보며 걱정했는데,
막상 이런 이벤트가 열리니 모두들 어그로 저항력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적어도 불편한 댓글을 보면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겠죠.
'이게 정말 어그로인가?' 라는 필터 하나, 그리고 '이게 어그로라면 내가 끌려야 하나?' 라는 필터 하나요.
그래서 오늘 좋은 말씀 하나 전해주려고 왔습니.....응?
자, 일단 아래 글을 하나 읽어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음과 같은 장면을 상상해 보자. 지금 나는 잔잔한 호수 위에 조각배 한 척을 띄워놓고 조용히 낚시를 즐기고 있다. 따뜻한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고, 날씨는 화창하고, 주위는 평화롭고, 모든 것이 완벽하다. 그런데 갑자기 다른 배가 내 조각배를 뒤에서 쿵 하고 박았다. 배가 몹시 흔들리고, 평화로움과 행복감은 갑자기 불쾌감과 분노로 바뀌게 된다. 왠지 무시당한 느낌도 들며, 조용히 혼자 즐길 수 있는 권리를 침해당해 억울하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나는 화를 내는 것이 당연하다. 이제 나의 정당한 분노를 부주의한 배 주인에게 퍼붓기 위해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고개를 휙 돌려 뒤를 째려본다. 그런데 아뿔사, 그 배에는 아무도 없는 것이 아닌가. 그저 빈 배가 물결에 떠내려오다가 내 배에 와서 부딪힌 것이다. 순간 분노는 연기처럼 사라지고 만다. 왜 그런가? 그 배가 내 배를 들이받았다는 사실 자체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
이 일화는 분노나 좌절이 외부의 사건에서 자동적으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그 사건에 대한 나의 순간적인 해석이 분노의 원인인 것이다. 어떤 배가 와서 부딪힌 순간, 내 머릿속에는 다음과 같은 '스토리텔링'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어떤 사람이 부주의하게 혹은 고의로 내 배를 들이받았다. 그 사람은 나만의 시간을 즐길 권리를 침해한 것이다. 말하자면 나를 무시한 것이다. 나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다. 감히 나를 건드리다니! 그 사람은 분명 잘못을 했고 따라서 대가를 치뤄야 한다."
그러나 뒤를 돌아다보니 빈 배였다.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잘못이 있다면 산들산들 불어오는 봄바람에나 있는 것이다. 스스로 어색한 미소를 짓는 순간 분노는 사라지고 만다. 나의 스토리텔링이 완전히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즉 분노는 내 머릿속에서 내가 만들어낸 스토리텔링의 결과이지, '다른 배가 내 배에 부딪혔다'는 사실에 의한 자동적으로 야기된 것이 아니다.
'회복탄력성'이란 책의 일부였습니다.
우리가 하루 동안 화났던 일, 반응했던 일을 글로 적는다면 저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마음에 어느 정도 여유가 있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여유가 있다면요...
근데 삶은 퍽퍽하고 남들도 다 같은 일에 화내고 눈에 거슬리는 일은 늘어 가니, 자동으로 욕설이 늘어 갑니다.
이게 왜 이럴까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지금이 말세고 종말이라 그럴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늘 우리 교회 목사님은 성경에 '마지막 날에 지진과 기근이 성행하고 온 땅에 악이 충만하다'며 마지막이 머지않았다 했습니다.
근데 그거대로면 흑사병과 마녀사냥이 이루어지던 때, 경신 대기근이 있던 때, 세계대전 때 망했어야죠.
왜 목사님들은 평생 열심히 살라고 외치다가 은퇴할 때 되면 요한계시록을 파냐구요. 왜 노인들은 매번 말세라고 하냐구요.
자기 죽을 때가 되니까 세상이 비관적으로 보이는 거 아닐까 하는 나름의 가설을 세우고 있습니다(...)
경제학자 케네스 로고프 & 카르멘 라인하트 교수는 800년 동안 66개국에 걸쳐 일어난 호황과 불황의 패턴을 분석해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만든 말은
[이번엔 다르다]는 말이다."
잡설이 길었으나 제 결론은 그랬습니다.
끝이 안 보일 것 같은 불황도 결국은 끝이 있고, 그 끝에 솟아 오르는 사람들이 생길 겁니다.
아마도 그 사람들은, 마지막까지 희망을 잃지 않은 사람들, 자기 마음을 지킨 사람들일 겁니다.
민주주의 국가니까 국민 개개인이 국가 정책에 대해 공부하고 투표권을 행사하고 싸워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만큼이나 내 삶, 내 행복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가지 다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말세든 종말이든 뭐 올 수도 있는데, 안 올 경우에 심어 둔 사과나무는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결국 이기적으로 저를 좀 세워 보려고 다음과 같은 프로젝트를 마련했습니다.
마스터충달님이 쓴 추게글, '나를 바꾸는 과학적 방법'입니다.
https://pgrer.net/?b=1&n=2595
저기서 나온 결론은 '감사하기' 와 '운동하기'인데요.
운동은 턱걸이든 걷기든 하긴 하니까 전혀 안 하는 '감사하기'를 해 보기로 했습니다.
마스터충달님의 글 중 3번을 요약해서 쪽지에 적어 붙여두었습니다.
1. 매일 감사한 일 다섯 가지 적기
2. 하루 중 일어난 일에 대해
3. 구체적으로
4. 회상만 하지 말고, 반드시 글로 기록하기
5. 자기 전에 하기
- 그러면 우리 뇌는 잠자는 동안 감사를 찾음.
- 기억의 고착화, 일어나면서 감사를 찾게 됨.
* 3주를 쓰면 긍정적으로 변함을 느낌
* 3달을 쓰면 주위 사람들도 알아봄
3주랍니다. 하고 효과 없으면 그만 하면 됩니다.
그러나 책상 앞에 붙여 둔 채 1년이 지났고, 실행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내년을 위해 실행하기로 했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을 것 같아서요!
1월부터 시작하면 저란 인간의 의지로는 금방 포기할 것 같았습니다.
11월부터 시작해서 쓰다말다 하면서 3주를 하고, 1월 전에 습관을 들이든 효과가 없으면 관두든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이 흘렀는데요, 이제 자연스럽게 감사 일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감사한 일을 쓰다 보니 하루 이야기가 다 들어가서 일기가 되고, 그러다 보니 하루를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생기네요.
이 좋은 거... 누군가에겐 필요하지 않을까 해서 제가 사랑하는 피지알러분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혼자 시작하긴 너무 버겁잖아요? 서로 격려하면서 마음의 쿠션을 키워 봤으면 좋겠습니다.
'
감사스터디'가 되겠네요.
12월 1일부터 3주만 해 봅시다! 중간에 빠지셔도 상관없습니다. 다섯 분 이상만 되면 진행하겠습니다.
<방식>
1. 감사일기는 카톡방으로 적으려고 합니다. 밴드나 카페나 이렇게 무겁게 하고 싶지 않아요.
2. 하루 세 개, 몰아서든 따로든 감사한 일을 올려 주세요. 개수를 채우지 않아도 괜찮아요. 다른 사람 보면서 천천히 따라갑시다!
(남들에게 밝히기 뭐한 개인적인 일들도 있을 것 같아서... 나머지 두 개는 자율적으로 채우시면 좋을 것 같아요.)
3. 하루 세 개, 카톡방의 다른 사람의 감사 내용을 칭찬해 봅니다. 손발이 오그라들어도 상관없습니다. 저는 원래 오글오글한 사람이라서요!
(예를 들면, '○○님은 정말 작은 것에서 감사를 찾았네요. 멋지십니다~~)
4 . 일단 피지알 닉네임은 서로 밝히지 않겠습니다. 이름 또는 가명으로 소개해 주시면 ○○님으로 호칭하겠습니다.
(서로 좋은 이야기를 해 주기 때문에, 이름인 편이 기분이 좋을 것 같아요. 정 밝히기 싫으신 분은 가명이어도 아무도 모릅니다!)
5. 여기는 ^^이모티콘이 비꼼으로 사용되지 않습니다. 적극 사용해 주세요~!
<참가방법>
쪽지로 카카오톡 아이디를 보내 주세요.
(친목방지를 위해 번호는 받지 않으며, 카톡방에서 서로의 신상 공개는 자제 부탁드립니다. 아이디 검색 허용이 힘드신 분께는 쪽지로 참가 의사를 밝히시면 제 아이디를 보내드릴게요~)
다른 목적은 없습니다. 다른 사이트였으면 하고 싶지도 않을 거예요.
피지알에서 좋은 글 보이면 좋은 댓글 남기고,
까칠한 댓글도 조금 더 너그럽게 넘어갈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피지알 안에서 좋은 댓글 남기기 오글거려서 못 하시는 분,
세상이 어찌되든 내 맘의 평화를 지키고 싶은데 요즘 참 힘든 분,
집은 외롭고 일은 고된데 누군가에게 칭찬 받고 싶으신 분.
칭찬해 드릴게요. 같이 해 봅시다!
진짜 많이 고민하고 걱정했는데 결국 글을 올리게 됐네요 흐흐
반응이 없으면 어쩌나, 친목질로 발전되면 어쩌나 두려움이 많았는데, 그것보다 플러스 요소가 많을 것 같아서 용기내어 올렸습니다.
참가방식에 있어서 더 좋은 방안이 있다면 의견 주시면 감사히 반영하겠습니다. 그럼 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