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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11/30 02:11:55
Name Eternity
Subject [일반] 소설 [7년의 밤]을 통해 살펴보는 문장의 매력
*반말체인 점 양해바랍니다.*
*소설에 대한 스포일러 있습니다.*





소설 [7년의 밤]을 통해 살펴보는 문장의 매력



[나는 내 아버지의 사형집행인이었다.]

김훈의 <칼의 노래>,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등과 더불어 소설 속 인상적인 첫 문장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정유정의 <7년의 밤>의 첫 문장이다. 이 소설은 S시의 세령마을에서 벌어진 불의의 사고로 인해 파생된 위기와 갈등, 그리고 이로 인해 치닫게 되는 일종의 파국을 다루고 있다. 사실 너무 과감하고 도전적인 첫문장만 놓고 본다면 ‘용두사미식 작품’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법도 하건만 오히려 이 작품은 그 엄포(?)와 위세에 걸맞은 탄탄한 이야기 구조와 몰입감 넘치는 전개, 그리고 치밀하고 섬세한 묘사와 힘 있는 문장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 점이, 이 소설이 지금껏 스테디셀러로 사랑받으며 영화 제작으로까지 이어지게 된 원동력일 것이다. 어쨌든 그 가운데 다른 부분은 제외하고 오늘은 이 작품 안에서 드러나는 ‘문장의 매력’에 대해서만 간단히 짚어보고자 한다.



행동과 심리의 경계를 허물다


[검은 밴이 달려와 약국 앞에 섰다. 라이방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운전석에서 내려 약국으로 들어왔다. 나는 막 라면을 먹으려던 참이었다. 3시경이었고 늦은 점심이었다. 청소를 끝낸 직후라 배가 고팠다. 그래도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다.
“학생, 뭐 좀 물어보자.”
라이방이 라이방을 벗으며 말했다. 시선이 짧게 깎은 내 머리에 머물렀다. ‘학생 맞지?’라고 묻듯. 나는 냄비귀때에 젓가락을 꽂았다. 물어라, 빨리.]
(p.11)

소설의 도입부에서부터 작가의 범상치 않은 문장력은 여실히 드러난다. <7년의 밤>에서 드러나는 문장의 첫 번째 특징이라면, 우선 캐릭터의 부분적인 특징을 잡아내 전체로 치환하는 화법이다. 만약 나였다면 ‘라이방을 낀 사내가 라이방을 벗으며 말했다.’라고 했을 것이다. 이것이 일반적인 문장이다. 하지만 정유정은 라이방을 낀 사내를 ‘라이방’이라 별명지어 축약시켜버리고 ‘라이방이 라이방을 벗으며 말했다.’라고 해버린다. 여기에서는 단순히 문장의 라임이나 운율 같은 말장난이 아니라, 낯선 이에 대한 우리들의 간편하고 쉬운 별명딱지 붙이기가 자연스레 녹아있다. 즉 철저하게 주인공 입장에서 쓰여진 ‘현실의 문장’인 것이다. 나는 이런 문장이 좋다. 평범함을 거부한 깨알같은 재기발랄함, 그리고 그 가벼움 속에 현실과 비벼지는 날카로움. 누구나 쓸 수 있는 쉬운 문장이지만 누구나 쓸 수 없는 문장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라이방은 아저씨의 가슴팍을 밀쳤다. 아저씨는 그의 멱살을 잡아채 얼굴을 마주보게 했다.
“똑바로 대답 못해.”
“놔, 씨발.”
라이방은 아저씨의 손을 뜯어내려고 버둥거리다가 숨을 씨근대며 악을 쓰기 시작했다.
“직벽 중간이야. 무시무시한 물기둥이 머리를 덮쳤다고. 부력으로 하강을 저지하면서 벽에 붙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위로 튕겨나갔단 말이야. 됐어?”
되고도 남았다. 돌섬 서쪽 포인트, 수심 9미터 지점에는 절벽난간이 있다.]
(p.34)

위 부분에서 드러나듯 <7년의 밤>의 두 번째 특징은 작중인물의 심리를 나타내는 작은 따옴표(‘’)가 없다는 점이다. 물론 이것은 정유정 소설만의 특징은 아닐 것이고 많은 작가들이 흔히들 사용하는 것이겠으나, 나는 이 점을 이 소설처럼 효율적으로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작품을 만나지 못했다. [나는 냄비귀때에 젓가락을 꽂았다. 물어라, 빨리], [되고도 남았다.] 처럼 인물의 행동묘사나 대사와 함께 심리 표현이 곧바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 양태와 숨겨진 심리가 거의 동시에 이어진다는 점에서 그의 문장은 생동감을 획득한다. 행동과 심리의 경계를 허물어뜨리고 둘 사이에서 자유롭게 유영함으로써 얻어지는 속도감에서 비롯되는 생동감이다.





과감한 시공간의 압축과 도치


[신호가 떨어졌다. 잠시 후, 느릿하면서도 발성이 분명한 음성이 “여보세요”했다. 아저씨였다. 단번에 알아차렸다. 어떻게 모를 수 있겠는가.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는데. 목이 꽉 막혀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목젖 안에 무덤이 생겨난 기분이었다. 아저씨는 전화를 끊지 않고 끈질기게 물었다.
“여보세요, 누구세요.”
“저예요.”
가까스로 목소리가 나왔다, 이번엔 수화기 저편이 잠잠해졌다. 나는 용기를 내서 덧붙였다.
“아저씨 룸메이트.”
영원처럼 길었다. 자줏빛 봉고가 눈보라를 뚫고 달려와 내 앞에 서기까지 1시간이.]
(p.22)

나는 이 마지막 문장에 눈길이 갔다. 아까 전엔 행동과 심리의 경계를 허물면서 속도감을 획득했다면, 이 부분에서는 과감한 시공간의 압축과 문장의 도치를 통해 속도감을 획득해낸다. 만약 나였다면 우선 전화통화를 끝까지 마무리했을 것이다. 내가 왜 전화를 했는지, 그리고 내가 지금 있는 곳이 어디인지 구구절절히 설명을 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고 나선 ‘그렇게 수화기를 내려놨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한참 만에, 저 멀리서 흐릿하게 자줏빛 봉고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저씨였다.’ 뭐 이렇게 한없이 늘리고 늘렸을 것이다. 늘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딱히 과감하게 줄일 재간이 없어서. 하지만 정유정은 마치 영화 필름을 싹둑 편집하듯 “아저씨 룸메이트”라는 주인공의 전화 고백(?)과 주인공을 데리러오는 아저씨의 봉고차의 등장을 동시에 처리해버린다. 그것도 [영원처럼 길었다.]로 시작되는 근사한 도치법과 함께 말이다. 만약 정유정 작가를 직접 만날 기회가 생긴다면, 도대체 이런 쌈박한 문장은 어떻게 만들어내는 지 어디 지하실 기둥에라도 묶어놓고 삼일밤낮으로 낱낱이 취조하고 싶다.


[나는 가방을 꺼내 메고 칸막이 사이를 빠져나왔다. 달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축사 통로를 걸어갔다. 막 문앞에 다다랐을 때, 그의 목소리가 뒷덜미를 잡았다.
“오겠니?”
잠깐 망설이다 남자를 돌아봤다.
“그리고 이 일은 우리끼리만 알았으면 좋겠는데.”
나는 초대를 받아들였다. 아저씨에게까지 비밀을 지켰다. 그땐 우연이라고만 생각했다. 소설을 읽은 지금에 와서야 그 만남이 오영제의 의도였음을 알겠다.]
(p.279)

이 부분이 눈에 띄는 이유는,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시공간의 변화에 있다. ‘나는~’부터 ‘우리끼리만 알았으면 좋겠는데.’까지는 명백한 과거의 일이다. 그리고 [나는 초대를 받아들였다. 아저씨에게까지 비밀을 지켰다.] 라는 부분은 과거와 현재가 중첩되어 있는 부분이다. 쉽게 말해 과거의 내가 했던 행동인 동시에, 현재의 내가 상기하는 부분이기도 한 것. 그리고 이 문장 이후부터의 시공간은 명백히 ‘현재', 그리고 '방 안'이다. 보통은 문단 나누기를 통해 과거와 현재의 구분을 명확히 할 법도 하건만 이 작가는 이러한 친절성 대신에 자연스러운 흐름의 유기성을 택했다. 작가의 센스가 눈에 띄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평범함을 거부하는 재기발랄함


[“난 이 수목원 주인인 오영제요.”
팀장은 말이 없었다. 이상하리만큼 표정이 뻣뻣했다. 어렵사이 “아, 예”라는 대답이 나왔을 때, 벌겋던 얼굴은 회백색이 돼 있었다. 시선은 배달번지수를 찾지 못한 택배직원처럼 사방을 맴돌았다. 서원, 승환, 가로등, 울타리, 숲과 정문, 하늘, 다시 서원.
“아까 이삿짐 트럭이 들어가던데 혹시, 당신하고 관련이 있습니까?”
영제가 물었다. 팀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서원은 ‘아빠, 왜 그래?’ 하는 얼굴이었다. 화살은 승환에게 돌아왔다. “그쪽이 설명해보겠소. 이 남자 누구요?”
승환은 영제를 마주봤다. 이 남자의 계산서를 보고 싶었다. 소년과 팀장에게서 무례하게 굴어서 얻는 소득이 무언지. 그는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p.169)

만약 <7년의 밤>에서 내 개인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문장을 몇 개만 꼽으라 한다면, 그 중 한자리는 바로 [이 남자의 계산서를 보고 싶었다.]라는 문장의 차지이다. 이 소설 속에서 정유정은 항상 이런 식이다. 행동과 심리의 경계선을 없애는 동시에 궁금증을 유발하는 이채로운 문장을 던지고 난 후, 독자가 품는 그 의문에 대해 매력적으로 후술한다. 이 책을 읽으며 이런 작가의 작품이라면 아무리 읽어도 질리지 않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확실히 문학적인 감각을 타고나지 않고는 어지간해선 힘든 일이다.


[“원장님 심정은 알겠는데... 배도 좀 문제고, 용역회사지원이 와야 움직일 텐데 그쪽 사정이 어떨지. 정기 청소기간도 아니고, 그쪽이 우리 댐만 맡고 있는 것도 아니고.”
영제는 눈가가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눈 뒤편에서는 편두통 같은 울화통이 터졌다. 이 배불뚝이는 제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선선히 허락하는 법이 없었다. 기어코 상대로 하여금 머리를 조아리게 만드는 버릇이 있었다. 교정이 필요한 습성이었다. 그는 운영팀장을 ‘넘버 파이브’에 올려놨다.]
(p.310)

여기에서 말하는 ‘넘버 파이브’란, 작중인물인 오영제가 추후 복수를 하거나 버릇을 고쳐놓을 대상의 순서를 말한다. 일종의 데스노트 같은 느낌인데 즉, 운영팀장은 다섯 번째로 버릇을 고쳐 놓아야할 인물인 것. 뭐 따지고 보면 별거 아닌 문장인 듯 보이지만, ‘그는 운영팀장의 버릇을 단단히 고쳐놓기로 작심했다.’라고 쓰긴 쉬워도 [그는 운영팀장을 ‘넘버 파이브’에 올려놨다.]라고 쓰긴 어렵다. 설령 누군가에겐 쉬운 일일지 몰라도 적어도 내겐 어려운 일이다. 이렇듯 평범하게 죽어있는 문장을 한 번의 터치로 생기를 불어넣는 방법을 작가 정유정은 얄밉도록 잘 알고 있다. 이 외에도 소설 곳곳에 눈길을 끌고 감탄을 자아내는 멋진 문장들이 넘쳐나지만 소개는 이 정도에서 줄일까 한다.





마치며

내게 <7년의 밤>은 한 편의 소설을 통해 드러나는 ‘문학적 재능’의 위엄을 맛보게 해준 작품이었다. 물론 작가 나름의 많은 노력이 있었겠으나, 이야기의 흐름과 문장의 행간 속에서 드러나는, 범접하기 어려운 문학적 센스는 여러 차례 나를 감탄하게 만들기도 했고 절망에 빠뜨리기도 했다. 어쨌든 뭐, 딱히 어떤 결론은 없다. 빨리 이 작가의 이전작과 최근작도 얼른 찾아서 전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 뿐. 이것이 내가 작가에게 건넬 수 있는 최고의 평이자 상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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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비아
15/11/30 02:24
수정 아이콘
저는 그냥 '몰입감있다'로 느끼고 재미있게 읽어내려가기 바쁜데, 그게 왜 몰입감이 있는지 알려 주는 이런 글 사랑합니다ㅠㅠ
제가 쓰는 글들을 보면, 짧은 문장으로 만들기부터 애써야 할 것 같아요... 매번 감사합니다!
마스터충달
15/11/30 02:30
수정 아이콘
산문과 운문은 구별되고 있지만 역시 이름난 소설가들은 산문임에도 운문 못지 않은 재기발랄한 장치가 문장마다 서려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것을 저 같은 문알못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낸 이 글도 만만찮게 내공이 느껴지고요.

아... 소설을 재밌게 읽어본지가 얼마나 됐는지 기억조차 안 나네요. 그나마 교양 서적은 꾸준히 읽고 있긴 하지만 번역 서적 특유의 이상한 문장에 많이 지치고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문장의 힘이란 걸 느껴봅니다. 이 글은 소설을 읽고 싶게 만들어 주는 글이네요.

본문의 예시가 모두 좋지만 특히, '영원처럼 길었다.'의 도치는... 감탄을 넘어 자괴감을 느끼게 할 정도네요;;; 역시 프로는 다르군요.
15/11/30 03:13
수정 아이콘
제가 읽기에는 7년의 밤이 구성도, 문장력도 최고였습니다.

인물들의 캐릭터, 대사, 몰입감이 다 최고였던 것 같아요. 가장 좋았던 부분은, 댐에서 사건이 나던 그 밤에 대한 몽환적인 묘사였습니다.

이 작품 때문에 내 심장을 쏴라, 28 까지 차례로 읽어봤는데, 28에서는 조금 힘이 빠진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건 어쩌면 제가 28을 읽은 때가 우연히도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읽은 다음이였기 때문일 지도 모르겠네요.
이빠센커이페
15/11/30 03:42
수정 아이콘
100쪽까지 어찌된건지 독해력이 딸려서 어떻게 돌아가는건지 파악이 안되다가 그 다음부터 몰입되서 밤새 다 읽었던 책이네요. 그러고 나서 너무 생생하고 무서워서 못잠...일주일쯤 후에는 댐 무너져서 어푸어푸 헤엄치며 생사를 넘나드는 꿈까지...ㅠ 글 잘보았습니다~
정치경제학
15/11/30 09:02
수정 아이콘
정유정 신작 기다리고 있는 1인입니다.
지니랜드
15/11/30 10:02
수정 아이콘
며칠전에 읽었는데 간만에 소설보다 딴짓(스마트폰 같은)안하고 끝까지 읽었던 작품이네요. 좋은 분석 감사합니다. 다른책도 추천부탁합니다
15/11/30 10:11
수정 아이콘
군대있을때 읽었었는데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한편에 스릴러 영화보는것처럼 순식간에 읽었네요.
영화로 만들어도 괜찬을것 같습니다
왕삼구
15/11/30 10:13
수정 아이콘
손만 뻗으면 닿는 거리에 있는 책이네요. 물론 아직 읽지는 않았습니다....
덕분에 밀린 숙제를 해야겠네요.
15/11/30 10:17
수정 아이콘
문장이 좋습니다. 도치를 자주 활용하면서도 짧게 짧게 쳐주는 것이 맛깔나네요.
15/11/30 10:32
수정 아이콘
글 써주셔서 감사드려요. 정말 책속으로 빠져들어갔다 나왔다는 느낌이 들만큼 재밌게 읽은 책인데
이렇게 정리해주시니 그 문장의 매력을 다시 느끼게 돼서 기분 좋네요.
글 참 잘 쓰세요. 부럽습니다.
타임트래블
15/11/30 10:52
수정 아이콘
전 몬장 곳곳에 깔려있는 남자에 대한 적의, 악의가 느껴져서 별로였습니다.
카롱카롱
15/11/30 11:01
수정 아이콘
그런가요? 소위 패미니즘의 세례와는 거리가 먼...오히려 굉장히 마초적인 작가라고 생각해왔거든요--;
타임트래블
15/11/30 21:48
수정 아이콘
역시 느낌은 사람마다 참 많이 다르네요. 제 주위에서는 남자들은 무척 싫어하고 여자들은 열광하는 상반된 모습을 보여서 흥미로웠던 소설입니다.
카롱카롱
15/11/30 21:54
수정 아이콘
http://book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7/13/2013071300228.html

전반적으로 독서구매층이 여자비율이 높다는걸 고려할때 정유정은 남성쪽에 인기가 있다고...
카롱카롱
15/11/30 10:54
수정 아이콘
스티븐킹의 팬으로, 스티븐 킹과 레이먼드 챈들러 보고 읽고 쓰면서 다져진 서스펜스에 최적화된 문장 같아요.

작가의 말에 따르면 들려주기가 아니라 보여주기라고...

간호사 출신으로 한국문단-_-; 의 영향을 적게 받은게 외려 다행이랄까요.

이런 작가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카롱카롱
15/11/30 11:15
수정 아이콘
http://na-dle.hani.co.kr/arti/issue/387.html

“독자를 어르고 달래서 끌고 가는 목적은 딱 한 번 작가의 묵직한 주장을 설득시키기 위한 것이죠.” 말하자면, 그는 묘사를 위한 묘사 따위를 추구하지 않았다. 그의 묘사에는 목적이 있었다. 그 목적은 무엇인가? 말할 것도 없이 서사를 완성하기 위한 분투이다. 디테일을 쏟아낸 뒤 서사의 목적에 맞춰 차례로 편집한다는 말에서 이를 짐작할 수 있다.

저는 정유정의 문장의 핵심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유정은 문장을 서사를 위한 도구로 사용합니다.
마치 영화에서 편집을 하는 것 처럼, 전체 구도를 잡아놓고, 필요에 따라 씬을 보여주는 거죠.

어떻게보면 한국 주류 문학과는 정반대?...
노련한곰탱이
15/11/30 11:18
수정 아이콘
작가의 다음작품을 봐야겠지만 아마 이 작품이 최정점이 아닐까 싶을정도로 괴물같은 소설이라고 봅니다. 솔직히 28은 그냥저냥한 대중소설 수준이라 상당히 실망했던(기대치가 높았던 탓이 컸지만) 기억이..
카롱카롱
15/11/30 11:24
수정 아이콘
7년의 밤을 능가하는 작품을 한번이라도 더 쓰면 정말 괴물 작가죠. 28만해도 기대치만은 못해도 성공인거 같아요
15/11/30 15:46
수정 아이콘
우와 감사합니다. 이 소설 당장 사서 읽어봐야겠네요.
15/11/30 16:30
수정 아이콘
이런식으로 책을 읽어본적이 없어서 대단히 신선했습니다. 저는 그저 술술 읽히고 재미있으면 추천하기 좋은 책. 읽고 나서 남은 상념이 책속의 캐릭터와 대화를 하면 책벌레에게 알릴책. 저의 개인적인 느낌으로 구별하고 했는데 새로운 독서법을 추천 받은 느낌이네요.
언제고 유시민 강좌에서 [토지] 1권이 잘쓴 글의 대표 격이라고 절대 청소년 버전을 읽지 말고 더도 덜도 말고 1권만이라도 읽어보라고 해서 계속 되새기고 있는데 [7년의 밤]을 그 목록에 추가해야 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22raptor
15/11/30 22:00
수정 아이콘
저는 입소문만 듣고 앱스토어에서 7년의 밤을 다운받았었는데 정말 몇 시간 동안 딴짓 안(못)하고 집중&몰입해서 읽었던 소설이었습니다. 이문열 삼국지 이후로 참 오랜만에 느껴보는 몰입감이었어요.

조만간 영화로 나온다던데요? 이미 장동건과 류승룡이 각각 영제와 현수 역으로 캐스팅 되었습니다.
역삼동화력발전소
15/12/01 13:04
수정 아이콘
너무너무 재밌게 몰입해서 봤던 소설입니다.
사실 다 읽고 연기력 최상의 배우들이 최선을 다해 찍은 잘빠진 영화를 본 느낌이었습니다.
문체가 참 남성적이어서 친절하지는 않았으나 그냥 모든 장면들이 눈앞에 펼쳐진다고나 할까요.
게다가 영화를 보는듯한 장면처리, 시간의 흐름과 장소의 변화 등.
진짜 괴물같은 작가구나 싶었습니다.
주위의 모든이에게 소개했고 모든이들이 극찬했던 책입니다.
안보신 분들 꼭 찾아서 보세요
슈퍼집강아지
16/08/08 12:12
수정 아이콘
최근에 7년의밤을 봐서 후길 찾아보던중에 댓글을 남깁니다. 정말 몰입도가 최고였습니다. 그 바탕에는 사건과 사건의 경계, 인물과 인물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물흐르듯이 처리해버렸다는거죠. 영제와 현수가 차 안에서 처음 만났을때 페이드아웃되듯이 둘이 교차하던 모습은 잊혀지지가 않아요. 너무 빠른 극 전개때문에 담겨있는 문장이 소비되버리는거같아 안타까웠던 책이었어요. 책의 어딜펴봐도 밑줄그어볼 문장이 넘쳐나는 책이었고, 글을 쓰는게 쉽군?이라고 생각했다 개털리고 자존감이 하락해 그냥 입벌리고 감상만했던 소설이었네요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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