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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2/14 16:59:17
Name 6년째도피중
Subject [일반] '소비가 곧 권력'라는 말을 역사에 적용시켜 생각해봤습니다.
점심을 먹고 이를 닦다가 문득
'소비가 곧 권력'이라는 말을 모든 인류사에 적용시키면 어떻게 되는걸까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자게 글쓰기의 무거움을 무시하고 일단 질러보기로 했습니다.;;


전통 농경사회에서 인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습니다. 여기서 인구란 곧 생산의 규모와 이어지는 개념일 것입니다. 당시 대다수의 사람들은 소비를 할 기본 재화가 부족하고 그들이 가진것은 노동력뿐입니다. 이 노동력은 결국 '생산'의 개념이지 소비의 개념으로 이어지기는 힘듭니다. 다만 노동력이 '소비'로 연결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여가'이고, 그 소비형태가 바로 '레저'와 '취미'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때문에 일반인들이 '여가'를 갖는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게 여겨졌고, 이들에게 인정되는 여가생활이란 오로지 다음 생산을 위한 '휴식'과 다음 생산력 창출을 위한 '출산&육아'에 한정지어진게 아닐까요. '놀이'라는 개념이 죄악시 된 것도 이런 배경이 있다고 봐야겠죠.


그런고로 과거 '소비'는 철저하게 지배층의 덕목이었습니다.  재화가 몰려있고 다른 생산력을 가용하는 것이 가능한 소수의 사람들이요. 그들은 1인당 평균을 훨씬 웃도는 소비를 하였고 그 소비를 통해 생산자들이 '보호'받는다고 여겼습니다. 동시에 그것은 지배집단의 의무이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회에서 그들의 소비를 의무의자 덕목으로 만드려는 노력이 이루어집니다.
예를들어 조선 후기의 거대한 족보사업이나 절차와 음식이 마구늘어나 하나의 마을축제로 만들어버리는 대가집의 제사의식은 그런 개념이지요. 현재도 유효한 개념이 의외로 과거라고 크게 달랐을것 같지는 않습니다. 조선사회가 검약을 중시한 사회라고 흔히들 말합니다만 그 이야기는 그만큼 조선(전기)의 경제규모가 작았고 워낙 국가사업으로 할 일이 많아서 사대부의 자율적인 소비구조를 방조할만큼 확고한 생산구조가 정착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고 말이죠.


왕조시대(전근대사회)의 개념중 '백성이 평안해야 나라도 평안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여기서 평안하다는 것은 '몸 안다치고 배불러야 한다'는 뜻일 것입니다. 이 개념은 결국 '그래야(평안해야) 밭에 나가 일도 잘하고, 애도 잘키우고...'라는 생산의 개념으로 이어집니다. 여기서 이견이 있으신 분들이 있으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왕조시대의 백성이란 지배층과 정치사회가 요구로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밑바탕이며 그것을 구조화하고 관리(이쪽도 생산)하며 소비하는 것이 지배계급의 의무라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서 지배층에게 소비가 요구되는 것은 '어린아이에게 백에게 한 냥씩 주고 쓰라고 주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지만, 현인 하나가 백냥을 이롭게 쓴다면 어린아이 백명 모두를 이롭게 할 수 있다' 와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 말이죠. (인용자료가 없다보니 추측이 난무하는군요.;;)


자본주의 개념의 확장이 불러온 가장 큰 변화는 소비의 영역을 단순히 지배층에 국한시키지않고 전 인민의 영역으로 확장시킨데 있는게 아닐런지요.
현대로 넘어오면 이 소비권력이라는 것이 더 뚜렷해지지 않습니까. 결국 유권자라는 것도 알고보면 소비의 대상이고, 소비(투표)하지 않는 유권자는 철저히 배제당하는 것이나. TV채널권을 쥐고 있는 중년여성층, 동시에 광고의 효과도 바로 나타나는 이 중년여성층을 위한 드라마들이 주를 이루는 것도 같은 맥락. '생산'의 대상으로 보던 중국에서 '소비'의 대상으로 바뀐 중국. 내가 원하는 아이돌이 비주류지만 나만 아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가수의 무대를 하나라도 더 보기위해 필요하지도 않은 시디나 입장권까지 마구 사들이는 소비. 이런 것들이 다 포함될텐데 말이지요.

결국 '소비가 곧 권력'이라는 얘기는 "소비하는 이들은 존중받는다. 많이 소비하는 이들은 더 존중받는다"라는 걸 의미합니다. 이 '소비'는 단순히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에 국한되지않고 이 소비가 곧 생산으로 직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갖습니다. 역으로 소비할 수 없는 이들은 존중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역사상의 이런저런 사건이라는 것들도 결국 따지고보면 경제적 문제의 파편에 불과하다는 시각에 발을 들여놓은 것 같은데, 이게 어떻게 반박이 될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세계사로 눈을 넓혀 이것저것 적용시켜보고 반박을 통해 과도하게 나간 부분은 다시 반대방향에서 바라보는 작업을 하면... 꽤 유의미한 결과물이 나올 것 같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해보셨겠고 결과물도 존재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세계사 지식의 깊이가 부족해서 늘 안타깝습니다.

역사지식은 장님 문고리 잡는 식의 제한적인 수준이며 경제학은 더 깜깜한 저이지만 이런 상상은 뭔가 재밌어서 공개된 자리에 널어놔봤습니다. 기왕이면 무서운 데다 널어놓자고 생각해서 무식하게 글쓰기를 열었는데 치다보니 부족한 독서량부터 적나라하게 드러나는군요. 늘 말만하고 있습니다만 정말 책 좀 읽어야겠습니다.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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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직지직
16/02/14 20:34
수정 아이콘
생산성이 높아져 이른바 '초과공급' 이라는 것이 가능하게 되어 세이의 법칙이 깨지고 난 뒤 생겨난, 혹은 케인즈가 혼자 창조해낸(..) 수요 중심의 경제학은 대공황이후 경기변동을 설명하는데 탁월하지만 역사적 관점처럼 거시적인(in the long run?) 질문은 생산과 공급 구조의 문제로 해석하는게 맞지 않나 싶어요.
6년째도피중
16/02/14 20:48
수정 아이콘
우선 말씀감사합니다.
인류가 탄생한 이래 늘 생산과 공급이 부족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을 확보하는 과정이 곧 역사라고 생각해온 면이 없잖아 있었습니다. 다만 여기에 프레임을 걸고 지금까지 너무 좁게 생각하지 않았나 싶어서 이 글을 쳤습니다. 말이 빙빙 돌아 이상하게 되었습니다만 요는 지배계급이란 본질적으로 말씀하신 '초과공급'이 늘 유지되는 상태를 이르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지요. 그렇기에 그들은 해당집단내 소비의 주체가 됩니다. 전근대사회에서 그들의 권력이라는 것에 이 '소비'의 독점이란 것도 포함되지 않았는가, 혹은 이를 유지시키기 위한 노력을 '전통'이나 '계급적 행동'이라 일컽는 것은 아닌가.... 이러한 생각이었습니다.

반박은 아니고 뭐랄까 이런건 어떻게 생각하느냐 정도로 받아들여주시면 좋겠습니다.
16/02/14 21:15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6년째도피중
16/02/15 13:20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편두통
16/02/14 21:38
수정 아이콘
역으로 소비할 수 있는 이들은 존중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응?
6년째도피중
16/02/15 13:21
수정 아이콘
뭐지? 하다가 본문보고 깨달았네요. (뻘쭘)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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