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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1/25 17:19:50
Name aura
Subject [일반] <단편?> 카페, 그녀 -45 (부제 : 연애하고 싶으시죠?)

- - -


밤새 잠을 설쳐서인지 자고 일어나도 잔 것 같지가 않았다.
영 내키지 않지만 학교는 가야하니, 억지로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세웠다.


"하아."


절로 한숨이 쉬어지는 걸 보니 어젯밤 있었던 일들이 꿈은 아닌 모양이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나가야할지 좀처럼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혹시나 소희에게서 연락이 오진 않았을까 폰을 확인해봤지만, 역시나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아무래도... 내가 먼저 연락하길 기다리는 거겠지. 그게 어떤 답이던지.
하지만, 밤새 생각해봐도 정말로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생각할수록 생각만 많아졌다.


그래서 거의 밤을 지새며 내가 내린 결론은 이랬다.
지금 당장 고민해서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한다면, 차라리 아무런 생각도 하지말자.
내가 아는 소희라면 이 문제에 대해서 당장 어떤 답을 바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라고.


다소 맥빠지고, 이기적인 결론이란 건 나도 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에게 이 문제는 소희의 마음을 받아들인다, 거절한다의 이분법적인 문제가 아니었니까.


축축 늘어지는 몸을 억지로 끌고 학교에 도착하니, 현중이 녀석이 야단을 떨고 있었다.


"하하하하."


사람이 어떻게 매번 생각없이 좋아보일 수가 있는걸까. 이럴 땐 참 부러운 능력이다.


"뭔데 그렇게 웃고 있어?"
"오! 현우형. 하하하하. 방금 막 시험이 끝났거든요!"


고작 중간고사가 끝났다고 저렇게 대소하고 있던건가?


"그래봐야 과제에 치이고 나면 기말고사잖아? 기뻐할 일이 아닌거 같은데?"
"하하하. 이런이런."


내 말에 현중이는 고개와 검지손가락을 좌우로 흔들어댔다.


"중간고사가 끝나면 뭡니까!? 축제! 축제 아닙니까? 하하하."


그러고 보니 벌써 다음주면 축제 시즌인가.
생각하는 사이 현중이 녀석이 조심스레 내 귀에 속삭였다.


"저... 해버릴거라고요...! 축제 때...!"


뭐... 뭘?
말투하며, 희번덕 거리는 눈을 보자니 지금 이 녀석 상태가 정상이 아닌 것 같다.
살짝 소름이 돋는 걸.


"주... 주점!"
"이런 미친놈."


이어지는 현중이의 말에 절로 욕이 튀어나왔다.
나이 먹은 복학생이 축제 때 주점질이라니?


"아서라. 너는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거야."
"후후후. 이게 다 저의 큰 그림 아니겠습니까?"
"?"
"착하고 듬직한 선배의 주점 서포팅! 그리고 그 속에서 꽃피는 사랑! 하하하하."


확실히 상태가 안 좋다. 어제 먹은 것 중에 상한 음식이라도 있었던가?


"이번 축제 때 해버릴거라고요... 고백도. 형만 알고 있으세요. 비밀입니다! 하하하."


퍽!


한껏 들떠 웃고 있는 현중이의 뒤통수를 가격한 것은 다름 아닌 주찬이였다.


"이 자식이 지 시험 끝나고 축제 시즌이라고 웃고다녀? 나는 너때문에 다음주 시험이 있는데도 어제 술을 마셔줬는데."
"아오... 주찬이형!"


괘씸죄로 받은 일격이 꽤나 강력했는지 현중이 녀석이 호들갑을 떨며 뒤통수를 문질러댔다.


"후우. 형..."
"뭐야?"


현중이는 불쑥 주찬이의 귓가에도 얼굴을 들이밀었다.


"형만 알고있으세요... 저 축제때 해버릴 겁니다..! 고백을...! 하하하."


지 할말만 하고 잽싸게 튀는 걸 보면 주찬이에게 한 대 더 맞을 걸 눈치챘나보다.


"저 놈 저거 왜 저래? 약했냐?"


주찬이는 현중이의 입김이 닿은 귓구멍이 근질거리는지 새끼손가락으로 귓구멍을 후비며, 내게 물었다.


"글쎄다. 원래 저런게 또 나름 장점이지 않냐. 냅둬라."


나와 주찬이에 이어 지 동기들이 보이자마자 또 속닥대는 걸 보니 뭘 말하는지 자동재생된다.
비밀이라더니, 지 입으로 재잘재잘 말하고 다니는 걸 보니 기가차서 피식 웃음이 나온다.


"아 참, 그나저나 어제 잘 들어갔냐?"
"어?"


주찬이의 물음에 잠시간 접어놨던 어제밤 일이 떠올랐다.


"뭐야? 무슨 일 있었어?"


친한 친구 아니랄까봐 눈치 하나는 더럽게 빠르다.


"일은 무슨."
"뭐가 있긴 한데?"
"나 가기 전에 자리 파했다며? 수영이한테 들었다."
"뭐? 무슨 소리야. 네가 못 올것 같다고 수영씨한테 연락한거 아니었어? 그때까지 꾸역꾸역 어색한 분위기에서
  술먹고 있었는데."


어젯밤 주고 받은 톡 내용이 뇌리를 스친다.
분명 먼저 갔으니까 걱정하지 말라 그랬는데.
수영이가 일부러 나를 배려해서 그랬음을 깨닫는데는 불과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새삼 수영이의 배려심에 감탄하면서도,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수업이 끝나는대로 뭐라도 사서 전해줘야겠다.


"대충 니 표정뭐니 뭐가 뭔지 알겠다."
"응?"
"잘해. 임마."
"알아. 나도 새삼 이런 여자가 또 어디있을까 싶다."
"그거 말고 자식아."


수영이한테 잘해주라는 말이 아니었나?


"너는 꼭 이런 방면으론 더럽게 눈치가 없다. 친구야. 휴."
"뭐 어제까지만 해도 아니라고 우겼겠지만, 인정한다."
"어쨌든 잘해라. 난 축제 주에도 시험이 있어서 공부하러 가볼란다. 김현중 이 자식!"


왜인지 주찬이가 남겨놓고 간 말이 끊임없이 머리속을 맴돌았다.
뭘 잘하라는 거야? 젠장.



45끝 46에 계속...


- -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금 분량이 짧아도 이해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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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25 18:27
수정 아이콘
쉬어가는 편이네요. 흐흐..
잘 읽었습니다.
17/01/25 18:31
수정 아이콘
늘어지네요... 마음같아서는 60화이전에 끝내고 싶은데 그러면 너무 뜬금 엔딩이 되어버릴것 같아서요.. 크크.
감사합니다. 티티님.
17/01/25 18:38
수정 아이콘
길게길게 가주셔요 크크
저도 재밌는 글 잘 보고 있어서 항상 감사드립니다~
Alchemist1
17/01/25 19:53
수정 아이콘
최근에 글을 보기 시작해서 푹 빠져버렸습니다. 사실 저도 소설?을 연재하고 싶었는데 막상 쓰고나면 만족스럽지가 않아서 지우곤 했는데 정말 대단하십니다. 응원하겠습니다!
17/01/25 19:59
수정 아이콘
아직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배운적이 없고 적고싶은대로 적고... 퇴고도 제대로할 시간도 없고... 그래도 감사합니다 ㅠㅠ
극적인 요소를 더 신경써서 글을 쓰고싶은데... 노력하겠습니다!
미카엘
17/01/25 21:55
수정 아이콘
솔직히 전 소희같은 스타일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 눈치가 있으니 현우가 수영이와 썸 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저랬을테고요. 현우야 힘내라ㅜㅜ
17/01/26 06:57
수정 아이콘
드디어 남주를 응원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크크
한걸음
17/01/26 22:33
수정 아이콘
이렇게 된 이상 브로맨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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