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설연휴 다들 잘 보내시고 계십니다.

다름이 아니라 오늘 낮에 있었던 큰집에서 제사 지내고 밥 먹고 난 후에

가족끼리 했던

'운빨X망겜'이라 할 수 있는 전통민속놀이 중 하나인

'윷놀이'에 대한 기록입니다.


개인적으로 윷놀이를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실력만으로 이길 수 없고 운이 필요한, 그렇지만 판단과 던지기라는 실력도 필요한 이 게임이야말로

세계 속에 뻗어나가야 하는 게임이 아닌가 그리 생각하고 있습니다.

업기, 빽도(뒷도), 잡기로 인한 롤러코스터가 이 게임의 매력인데

어째 매체에서는 잘 안나오더군요.


아무튼

팀은 세팀으로 나누었고 팀명은 제가 정리하며 임의로 지었습니다. 참가인원 소개는 제 관점에서의 호칭을 이용합니다.


어머니팀 : 할머니, 큰어머니, 둘째 큰어머니, 어머니

아버지팀 : 큰아버지, 큰당숙, 둘째 큰아버지, 아버지

자식팀 : 형(큰아버지의 아들), 형수님, 본인, 여동생(둘째 큰아버지의 딸)

각팀 당 참가비로 2만원씩 걷고 시작했죠.




중간부터 시작했기에 일단 부연설명을 해드리면

초반 저희 어머니께서 모모윷개라는 환상적인 콤보로 자식팀의 말까지 잡아가며

말을 두 개나 빼놓아 선두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이어서 하나를 더 빼고 나머지 하나도 마지막을 향했습니다.

반면 자식팀은 형수님의 거듭된 낙과 형, 저, 여동생의 뒤로 가는 인생으로 인해 말이 5칸 이상을 나가지 못하였습니다.

아버지팀은 말 한 개를 빼놓은 상태였습니다.






어머니팀의 빨간색원 500원 동전이 걸만 나오면 1등을 차지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뒤를 아버지팀의 보라색원 100원짜리 동전이 하나를 업은 상태로 추격 중이죠.

자식팀은 4개를 모두 내보낸 상태입니다.






게임이 끝나나 생각될 즈음 아버지팀의 업은 말이 어머니팀의 말을 잡아버립니다.






이에 다시 시작한 어머니팀의 말이 자식팀의 업은 말을 잡아버리고,






가장 앞에 있던 자식말은 어머니팀의 우승을 방해한 아버지팀의 업은 말을 잡습니다.

이로서 여전히 꼴지지만 아버지팀이 치고 나가는 것을 진화합니다.






여기에 어머니팀의 마지막말의 경우






번번히 잡히며 우승을 눈앞에서 놓치게 됩니다.






몇번의 지리멸렬한 공방전(?) 끝의 모습입니다.






자식팀의 어머니팀의 말을 또 한 번 잡아내며 우승을 막습니다.

그리고 꿈의 그리던 일이 일어나고 맙니다.

대반전의 서막이죠.






보셨습니까? 자식팀의 업은 말의 위치를?

한 칸 뒤로 갔습니다.

그렇습니다. 뒷도(빽도)!!!!!!

빽도가 나온 것이죠.

저희 집안에서의 규칙 중 가장 빠른 루트는 '도-빽도-도'입니다.






그리고 두 개를 '빽도-개'로 뺌으로써

순식간에 공동 1위가 됩니다.

낙을 자주하던 형수님이 제대로 사고를 쳐주신 거죠.

단순히 나간 말 숫자에서는 어머니팀과 자식팀이 같지만

자식팀의 말 하나가 윷판 중앙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순식간에 꼴찌팀에서 가장 우승가능성이 높은 팀이 되었죠.






그리고 이 때 아버지팀은 두개를 업은 말, 즉 세개의 말을 업어서 출정시키게 됩니다.






자식팀의 마지막 말이 한 칸 앞으로간 사이 어머니팀도 마지막 말을 꺼내 뒤를 아버지팀의 새 개의 말을 노립니다.

분명 우승 문턱까지 갔는 데 순식간에 꼴찌가 되어버렸습니다.






자식팀이 우승했습니다.

초반 항상 떨어지며 뒷걸음질만 쳤는데

빽도 - 도 콤보에 우승을 일궈냈습니다.

전 계속 빽도가 자주나오기에

내 인생처럼 뒷걸음질치나 했었습니다.

하지만 팀 게임답게 한 사람이 못해도 다른 사람이 이끌었고 우승을 이끌어냈습니다.

인생도 뒷걸음질 칠 수도 있고, 떨어질 수도 있지만

혼자 혹은 주변의 좋은 사람들의 힘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는

그런 개똥철학을 깨달으며 중계를 속행합니다.






이제 2위 결정전.

보시다시피 아버지팀의 나머지 말 3개는 함께 움직이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저 지점은 모서리 지점을 찍어야 돌 수 있는 구간입니다. 즉, 쉽게 잡기 어렵다는 뜻이죠.

어머니팀의 마지막 말도 출발은 했지만 윷이 나오질 않은 이상 잡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어려워 보인다고 했지 불가능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기적처럼 윷을 던졌고,

멀리 도망가지 못하던 아버지팀의 말을 잡아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말은 세 개가 겹쳐졌던 말이죠.

(위의 점수판은 오류입니다. 잡히면서 아버지팀의 활동말은 0개죠.)






뒤늦게 다시 말 세개를 업어가며 추격에 나서보지만






어머니팀의 마지막 말을 막을 수 있는 방도가 없었고






결국 어머니팀이 준우승을 하게 됩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걸까요?

아버지팀은 말 세개를 업어가며 공략을 시도했지만 모조리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이로써 한치앞도 모르는 윷놀이는 끝나게 됩니다.


상금은 각각 1위 3만원 2위 2만원 3위 만 원이었습니다.

1위 상금은 용돈 털어 돈 낸 형이 2만원을 갖고(본전), 만 원은 할머니를 드렸습니다.

2위 상금 2만원의 경우 대표로 참가비를 낸 할머니가 받아가셨습니다.(여기도 본전)

3위 상금 1만원은 참가비를 낸 큰아버지가 받으셨습니다.(여기만 손해)



처음에 별로 하기 싫다던 여동생도

평소 윷놀이가 세계 최강의 놀이라고 생각했지만 좀 눕고 싶었던 져도

끝날 때 쯤엔 너무 재밌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온가족 모두가 재밌게 놀았으니 된거죠.









ps. 석화와 와인은 어제 밤.

겨울철 석화 맛있더라구요. 초장 발라서 후루룩 먹으면.

형 말대로 5만원 정도에(석화 2박스 2만원, 와인 만 5천원-형과 밖에서 얘기 중 어머니들 마실거 사러 나가시는 아버지를 대신해 제가 사왔죠 , 소주 1만원) 온 가족이 즐거우면 그게 그냥 가장 좋은 거 같습니다.

물론 저거 말고 삼겹살이나 둘째 누나가 주고간 소고기나 김치전 등도 있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