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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2/07 01:17:23
Name finesse
Subject [일반] 당신의 옛 사랑은 안녕하신가요
저에게는 6년이 채 되지 않은 만남을 가진 여자가 있었습니다.

많이도 좋아했고 헤어진지 1년이 넘었죠. 크리스마스에 헤어졌으니까요. 참고로 저는 장거리를 오랫동안 했습니다. 주로 미국이었으니 12-14시간의 시차를 이겨내며 중간에 헤어짐도 있었지만 끈끈하게 이어나간 사랑이었죠. 하지만 그렇게 이어온 사랑도 현실 앞에서는 무기력한 존재였나 봅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가지고 있는 저에게 그녀는 점차 멀어져 갔고 돌이키기엔 늦어버렸으며 깨닫기엔 끝나버렸죠.

일에 미친듯이 매진해도 보고 한국에 돌아온 후 경제적으로는 조금 어려워 졌고 삶의 모든 부분에서는 만족하며 지냈지만 떨어져 나간 삶의 일부를 채우기에 1년이란 시간은 저에게 많이 부족했나 봅니다. 빈도는 많이 줄었지만 6년 내내 누군가를 마음속에 깊이 담아두고 지낸 사람에게 갑자기 잊어버리기란 불가능에 가까웠지요. 하지만 잘 버텨온 저이기도 했던 거 같습니다. 그녀와 저 사이의 인간관계의 교집합으로 인해, 종종 소식을 듣던 차, 만나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거든요. 많이 무뎌진 걸 보고 시간이 많이 흘렀구나 했습니다.

그녀가 결혼을 한답니다. 애기도 가졌구요. 어쩌다가 사진도 보게 되었네요. 만감이 교차합니다. 그녀의 모습은 여전합니다. 웃는 모습이 예쁘던 그녀였어요. 아직 끝내지 못한 업무를 집에서 하고 있는데 다 미뤄두고 이렇게 오랫동안 눈팅을 한 피지알에 글을 남기게 되네요. 혹시라도 연락이 오면 밥이라도 사주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사랑해주어서 수고했고 고맙다 라는 말 해주고 싶었거든요. 마지막 보던 길, 바래다 주지 못해 아직도 후회가 남았는데 그 후회 그것으로 없애보려고도 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영영 하지 못하게 된 거 같아요. 한번 쯤 꼭 보고 싶었거든요.

영화 '라라랜드' 는 저에게 너무 슬픈영화 였습니다. 차갑게 굳은 미아의 얼굴과 그것을 쳐다보던 세바스찬의 모습은 저에게 너무 슬픈 장면이었어요.

당신의 옛 사랑은 안녕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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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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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감상이좋아요
17/02/07 01:19
수정 아이콘
질문에 답변드립니다.

저의 옛 사랑은 안녕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옛 사랑이 없기 때문입니다.
물탄와플
17/02/07 01:25
수정 아이콘
굉장히 저와 비슷한 상황이셨네요. 저는 아직 그사람이 결혼하지는 않았지만 말입니다.
시간이 해결해준다는게 예전에는 무슨 의미인지 몰랐는데 요즘 조금씩 알아가는 중입니다.
마침 듣고 있던 곡인데, finesse님과 같이 듣고 싶네요.

https://youtu.be/P4Ug3Q3olWk
17/02/07 01:47
수정 아이콘
먹먹함이 그대로 와닿네요...
17/02/07 02:01
수정 아이콘
토닥토닥
우리엘
17/02/07 04:35
수정 아이콘
저도 곧 1년이 되가네요..
라라랜드의 그 부분은 보다가 울컥하게 되더라고요.. 너무나 기다리던 영화였는데 보고나서 좋았지만 한편으론 무척 후회했습니다.
17/02/07 08:54
수정 아이콘
https://vimeo.com/108090249

그녀를 놓아요 - 윤희석
17/02/07 09:20
수정 아이콘
저도 한살많은 사람과 20살부터 26살초반까지 사겼다가 헤어졌었죠. 그해 9월에 결혼하더라구요 ㅠㅠ
지금은 학부형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그녀에게... 그땐 어려서 참 미안했고, 많이 사랑했다고 전하고 싶네요. 그런데 꼭 헤어지고 그렇게 빨리 결혼하고 싶었냐고 물어보고 싶습니다. 크크
17/02/07 09:46
수정 아이콘
7년넘게 사귀었고, 헤어진지 3달 넘어가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걱정하는 상황을 겪고 계시네요.
후회가 남은상태로 그 사람을 영영 보낼까 걱정입니다.
라라랜드는 볼 엄두를 못내고 있습니다.
저의 옛사랑은 안녕할까요?
그 사람 소식을 찾고 있는 저의 모습이 슬퍼서, 스스로 차단해버렸거든요.
힘내시고, finesse 님도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켈로그김
17/02/07 09:54
수정 아이콘
아마 안녕하지 싶습니다.. 왜냐면 저와 헤어졌으니까요 ㅡㅡ;;
헤어지기 전의 저와 헤어진 후의 저는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생겼고,
그게 몇 번 반복된게 지금의 저지요.

아마 그녀들도 그럴겁니다.
그 당시의 저와 그녀들은 서로에게 충분히 좋은 사람.. 그러니까 대충 기준잡아서 배우자감이 아니었고 좋은 배우자가 될 포텐도 서로 없었지 싶습니다.
서로 조금은 더 좋은 사람, 혹은 덜 모자란 사람으로 다음 사람 만나서 조금은 더 잘 지내야죠 뭐..
흑마법사
17/02/07 09:58
수정 아이콘
사귄건 4달밖에 안됐고 헤어진지는 1년이 다 되가는데.. 카톡도 번호도 지우고 페북도 인스타도 전부 차단했는데도 얼굴이나 목소리는 기억에서 지워지질 않네요. 밉기도 하지만 그래도 저보다 더 멋있고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붙잡았지만 냉정하게 거절당하고 우린 인연이 아닌가 했지만 요새도 가끔씩 혹시나 연락이 오면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하는 미련이 남네요. 아마 같이 하고 싶었던 많은걸 못해보고 보낸 아쉬움과 후회 때문에 아직도 생각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17/02/07 10:08
수정 아이콘
힘내세유..
나이 먹을수록 연애하기 힘든 것같아요. 귀찮고 상처받기도 싫고. 꼭 해야하나 싶고
예전에 뜨겁게 사랑할 수 있었던 제 자신이 그립네요..
엘지의 심장
17/02/07 10:52
수정 아이콘
옛 사랑 중 가장 애틋하고 사랑한 사람 다시 만나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습니다. 라라랜드 같이 봤는데 저는 옆에 있는 마누라말고 다른 사람 생각나더라고요.
수필처럼아름��
17/02/07 12:56
수정 아이콘
전 그런 상상을 가끔 합니다. 언젠가 정말 나이가 많이 들었을 때 한번쯤 보고싶다구요. 그리고 꼭 말해주고 싶어요. '니가 내 사랑에 대한 가치관을 만들어주었다. 그건 니가 내게 주고 간 선물이다. 그덕에 내가 살았다. 고맙다' 라고..

처음엔 아프고 힘들고 사무치더니
나이가 들고 나서는 무덤덤해지더라구요

그냥 인간으로서의 그리움. 과거의 추억에 대한 그리움 이런게 남아있을 뿐. 그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 당당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머스타드
17/02/07 22:40
수정 아이콘
7년 만나고 헤어졌어요.
삼십대되고 나이는 점점 차오르지,,현실적인 부분 때문에 서롤 위해서라도 이쯤에서 끝내는게 맞겠다 싶어
당시엔 그런 결정을 내렸으나, 곧 그게 제 인생에서 했던 선택 중 최대 실수가 될 줄은..

헤어지는게 잘 하는 것인지는 헤어져봐야 알게되고, 그래서 그게 문제인거라고..
이석원님이 쓴 보통의 존재에서 그런 문구가 나오죠^^

만난 기간도 길고, 이별 후 서로 그렇게 힘들어했던 우린데,
케바케겠지만 그래도 일년 정도면 어느정도 회복이 가능한가봐요.
상대방은 새로운 짝을 만나 현재 깨가 쏟아지구요.
비록 씁쓸한 마음이 한 켠엔 가득하구..헤어질 당시 눈물 뚝뚝 흘리던 그 눈이 아직도 선한데,
근데 그렇게 아파하는 거보단 차라리 행복해하는 모습 보는게 훨씬 보기좋아요.
계속 그러고 있으면 너무 맘아프니깐요.

결론은 새로운 인연이 생기면, 옛사랑은 말 그대로 추억일 뿐이라는 겁니다.
이후에 붙잡아 보려고 몇번 시도했는데, 결국 추억은 아무런 힘이 없다는거를 깨닫고
요즘은 그냥 물흘러가는대로 살고 있습니다.
finesse님두 훗날, 새로운 인연이 어느순간 짠하고 나타날거에요.^^
그러니 꿋꿋하게 버텨내시고, 화이팅하세요!^^
17/02/08 02:06
수정 아이콘
답변 하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17/02/08 10:31
수정 아이콘
20살 정말 화르륵 타버리고 피시시 꺼져버린 제 첫사랑이 생각나는 군요.
그때는 소 닭 보듯 하던 친구였던 남편과 저의 염문설(?)을 최초로 주장하셨는데 결국 그분과의 제 첫 사랑은 장마와 함께 시작해서 태풍과 함께 끝났습니다.
지금은 이 글 보니 생각나네요. 20년 가까이 되어가는 시간이 지났는데 9살 많았던 그 분은 잘 지내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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