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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3/06 11:35:44
Name 설탕가루인형형
Subject [일반] 악몽을 꾸다

어젯밤에 악몽을 꾸었다.
글자 그대로 정말 惡夢이었다.
잠에서 깨고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불쾌한 기억이 남아있다.

어이없게도 악몽의 시작은 '힘쎈 여자 도봉순' 이었다.
어제 저녁에 채널을 돌리다가 도봉순 3편을 일부 보게 되었는데 범인이 여자를 납치해서 약물을 투여하는 장면이 방송중 이었다.

여자의 비명소리와 범인의 괴이한 목소리, 화면이 나오고 있었는데 묘한 이끌림을 받아 돌리던 채널을 멈추고 계속 보게 되었다.
와이프는 왜 이상한걸 보냐고 돌리라고 했지만 어차피 조금 있으면 박보영이 나와서 정화시켜 줄테니 그냥 계속 보았는데 그게 너무 인상깊게 남았던 것 같다.


나의 악몽은 어떤 남자로부터 결혼을 하자고 대시를 받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아마 이것도 박형식의 게이연기(?) 때문이었구나.
나는 남자였는데 결혼할때 여자로 바꿔줄 수가 있단다.
허락하지는 않은것 같은데 잠시뒤에는 이미 성당에서 신부님에게 혼배미사를 받고 있었다.

이상한 철가면 같은거를 쓴 신부님은 나에게 물었다.
"결혼을 하고 싶나요? 여자가 되고 싶나요?"

난 결혼도 하고 싶지 않았고 여자가 되고 싶지도 않았는데 신부님에게 가까이 다가가게 되었고, 신부님은 자신의 철가면 속의 얼굴을 보여주었다.

'도봉순의 범인 얼굴'

그때는 몰랐는데 정말 계속 도봉순이다.


어쨌던 신부님은 정말로 나를 여자로 만들어주었다.
그것도 매우 몸매가 좋고 예쁜 여자로...
꿈속에서 내가 느낀 나의 모습은 설현과 같은 이미지였다.

신부님에게 인사를 드리려는데 신부님은 포악한 미소를 짓더니
나의 신랑에게 다가가서

"한명을 예쁘게 만들어줬으니 한명은 희생을 해야겠지?"
라며 신랑을 정말 흉칙한 모습으로 바꾸어버렸다.


그리고는 그 신랑이 나에게 다가와서 만지기 시작하는데 그 이후는 전혀 기억이 없다.


꿈을 안꾼건지 기억을 못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바로 이어지는 기억으로는
사촌형하고 동생하고 같이 누워있는 장면으로 넘어갔다.

국민학교 다닐때 가끔 그렇게 자고는 했는데 창문 밖에서 특공대가 진입하더니 우리를 지켜주겠다고 한다.
나는 특공대와 같이 악당들을 물리치고 있었는데 아까 그 도봉순의 범인의 모습을 한 괴물이 다시 등장해서는 특공대를 잡아먹기 시작했고...
의자를 들어 괴물을 내려치려는 순간 특공대장이

"쳐다보지 말고 가만히 있어!"

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 가만히 있었더니, 그 괴물은 동작을 멈추고 누구를 데려갈지 고민을 하더니 내 바로 앞의 특공대원을 데리고 사라져 버렸다.

잠시 후 그 괴물과 특공대원의 시체를 발견하였는데 아주 높은곳에서의 추락사였다.
내가 마지막에 공격했으면 내가 죽었겠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잠에서 깼다.

잠에서 깨보니 오른손 무명지와 약지가 굳어 있었다.
심장은 계속 쿵쾅대고 있었고, 다리도 뭔가에 눌려서 움직여지지 않았다.


'가위눌린건가?'



'아...지용이구나'

왠일로 애기가 엄마한테 안가고 내 다리 위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근데 계속 느낌이 쏴한게 갑자기 애기가 눈을 번쩍뜨고 주온의 토시오처럼 나에게 다가올것 같았다.
애기를 얼른 들어 옆에다가 눕혀놓고 이불을 덮여주고 돌아 누웠다.


잠깐 진정하기 위해 스마트폰 게임을 하다가 잠이 들고 일어나서 와이프한테 정말 오랜만에 무서운 꿈을 꾸었다고 말을 했더니 와이프도
이상한 사람한테 잡혀서 갇혀 있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망할 도봉순.


-----------------------------------------

여기까지가 아침에 있었던 일입니다. OTL

제가 기억하는 첫 악몽은 5살 무렵이었던 것 같은데 밀가루를 뿌리는 악당이 나타나서 사람들 눈에 밀가루를 뿌리면 장님이 되는 꿈 입니다.
국민학생이 된 다음에도 눈에 밀가루가 들어가면 장님이 될 것 같아서 무서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가위에는 두번 눌려봤는데 처음에는 술 많이 마시고 가위에 눌려서 정말 무서웠고, 두번째에는 귀신(?) 한테 호통을 쳐서 이기는 바람에 가위에 안눌린지도 15년 이상 된 것 같습니다.

군대를 다녀온 뒤로는 떨어지는 꿈을 꾸면 낙하산을 펼쳐서 내려왔고, 귀신이 나와도 총으로 쏴서 죽였어서 이제는 무서운 꿈을 안 꿀줄 알았어요.

근데 도봉순을 보고 꿈을 꾸고 나서 손이 마비될 정도로 무서워했다니...

정말 창피하고 어이없지만 오랜만의 경험이라 재미도 있었던 것 같기도 해서 글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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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식
17/03/06 13:11
수정 아이콘
꿈을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하시다니 부럽습니다.
저도 꿈에서 스펙타클하고 흥미로운 막장 드라마를 찍은 적이 많은데 깨면 흐릿해져서 너무 아쉬워요.
이걸 개요라도 적어두고 싶은데 막상 적을라구 하면 맥락이 잘 안 잡히더라구요.
장면에 대한 느낌만 살아있구요.
설탕가루인형형
17/03/06 13:42
수정 아이콘
저도 이번꿈만 이렇게 기억을 하네요.
더 황당한건 꿈주제에 OST도 있었어요.
녹음을 해볼까도 했었는데 기분 나빠서 그건 생략했구요.
어쩌면 OST도 도봉순에서 나왔던 음악일지도 모르겠네요.
17/03/08 16:10
수정 아이콘
도봉순이 이런 현실감 높은 스릴러물이었나요 덜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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