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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3/07 18:52:40
Name Neanderthal
Subject [일반] 설사는 똥으로 다스린다...
* 이 이야기는 실화라고 합니다.


미국 미네소타에 사는 61세의 한 여성은 8개월째 극심한 설사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우리 같은 일반인(?)들은 간만에 우등고속버스를 타고 지방을 갈 때나 월요일 아침 만원 전철 안에서만 경험한다고 하는 급똥의 위기를 그녀는 시도 때도 없이 경험을 했습니다. 이미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운 지경이었습니다. 성인용 기저귀를 차야했고 휠체어 신세를 져야 했습니다. 이로 인한 환자의 정신적인 타격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원인은 장내 박테리아, Clostridium difficile, 줄여서 C-diff라고 불리는 놈이었습니다. 항생제에도 잘 버티고 끈질기기로 유명한 박테리아였습니다. 의사는 이 약, 저 약, 안 써본 약이 없었습니다. 알려진 치료법은 거의 다 동원하다시피 했지만 증상은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C-Diff-Photo-300x225.jpg
Clostridium difficile...


이때 문득 주치의의 머릿속에 옛날 의대생이었을 때 책에서만 읽어봤던 한 가지 방법이 떠올랐습니다. 학생 때 한 번 스치듯 읽어서 지나가고 난 후 한 번도 다시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의사가 된 후에도 실제로 단 한 번도 적용해 본 적이 없는 방법. 그것은 바로 똥을 사용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일반인이라면 질색을 할 일이었지만 우리의 가여운 여성 환자는 그런 사치를 부릴 여유가 없었습니다. 이 죽을 것 같은 고통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각오였지요. 환자의 동의가 있고 난 후 즉시 이 방법은 동원이 되었습니다.

방법은 간단했습니다. 아무런 증상이 없는 건강한 환자의 남편이 똥을 눕니다. 그리고 그 똥의 샘플을 뜹니다. 의사는 그 똥 샘플을 믹서기에 넣고 분쇄해서 슬러리 형태로 만듭니다. 그리고 그것을 대장내시경을 이용해서 여성 환자의 대장에 주입합니다.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기적처럼 설사가 멈춥니다. 한 달이 안 돼서 장에서 C-diff가 사라집니다. 병이 재발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치료가 된 것이었습니다. 그녀의 소식이 의학계에 퍼지고 같은 병으로 고통 받고 있던 다른 환자들에게도 같은 치료가 진행됩니다. 경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처음에 이 방법을 동원한 의사 자신도 "이건 미친 짓이야!"하고 생각했던 그 방법이 실제로는 엄청난 효과가 있는 방법이었음이 드러났습니다. 어떤 임상실험에서는 97%의 환자들이 이 방법으로 병이 낫기도 했습니다. 강력한 항생제도 겨우 20%대의 치료율을 보이는 데 말입니다.

균형이 완전히 깨져버린 장내 미생물 생태계에 정상적인 미생물 생태계를 통째로 투입하자 곧바로 장내 생태계가 정상으로 돌아온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한 두 종의 미생물을 선택적으로 투입한 것이 아니라 전체 장내 미생물계를 통째로 문제가 있는 장으로 투입함으로써 효과를 본 경우였습니다.

우리 인간들은 똥에 대한 기본적인 혐오를 가지고 있습니다. 솔직히 그 혐오스러운 모습과 냄새를 좋아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자연에서는 야생동물들이 동료의 대변을 섭취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건강한 체내 미생물 생태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똥!...a.k.a. 대변(大便)...
그것은 그렇게 나쁘게만 볼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우리 피지알 회원님들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당연한 사실이지만 말입니다...--;;


본문의 내용은 Ed Yong의 [I contain multitudes]라는 책을 참조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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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내음
17/03/07 18:55
수정 아이콘
피지알에 어울리는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오클랜드에이스
17/03/07 18:55
수정 아이콘
더럽게 좋은 방법이네요!!
토니토니쵸파
17/03/07 19:02
수정 아이콘
분변이식술(fecal transplant)이죠 흐흐.
미국의 기업중에 좋은(?)똥을 제공하면 돈을 주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17/03/07 19:03
수정 아이콘
정말 고통받는 환자들이 똥이 아니라 치료만될수있다면 뭔들 동의못할까요...낫는순간 의사선생님이 신으로 보일듯
미나연
17/03/07 19:08
수정 아이콘
장내 주입정도야 뭐 .... 먹으라고 해도 먹었을 거 같네요 8개월이면
17/03/07 19:08
수정 아이콘
최근 사람과 그 사람에 살고 있는 장내 세균사이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합니다. 생각보다 장내 세균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엄청납니다. 소화기 계통질환뿐만 아니라 비만이나 당뇨와 같은 대사성 질환에도 영향을 준다는 보고가 매우 많습니다. 어떤 다큐멘터리를 보니까 유산균과 같은 이로운 균을 꾸준히 섭취하니 만성적인 구취도 없어지던데요. 잘먹고 잘싸야 잘삽니다.
아이유인나
17/03/07 19:13
수정 아이콘
더럽지만....좋구나....
17/03/07 19:16
수정 아이콘
다행히 마시지는 않네요...
17/03/07 19:23
수정 아이콘
direct ass-ass kiss 로 쉽게 이식 가능할까요? ...
치킨은진리다
17/03/07 20:05
수정 아이콘
잠깐 상상했습니다.....
푸른늑대
17/03/07 21:01
수정 아이콘
인간지네....
웨인루구니
17/03/07 21:21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크 ass ass in creed 로 가능할듯요.
17/03/07 19:25
수정 아이콘
읽으면서 설마 먹는 건가 싶어서 조마조마 했습니다. 8개월동안 설사를 했다면 이정도야 충분히 할 만한 방법이겠죠...
Lainworks
17/03/07 19:25
수정 아이콘
슬러리 형태로 만든다는 부분까지만 딱 읽고 '그 다음 장면' 을 상상할뻔 했지만 다행이었습니다 흐어어
하고싶은대로
17/03/07 19:34
수정 아이콘
인간지네는 설사극복을 위한 노력이였구나
사토미
17/03/07 22:23
수정 아이콘
근데 그건 뭔가 반대라고 들었던거 같은데요??
치킨은진리다
17/03/07 20:02
수정 아이콘
제가본 다큐에서는 같은증상인데 내시경으로 이식이 아니고 캡슐로 만들어서 경구 투약하더군요. 효과는 역시 좋구요. 저도 요 몇년사이 가스가 계속차서 극장이나 버스타기, 어디 실내 가기가 두려운데 좋은 치료법 좀 있으면 좋겠습니다. 병원가면 맨날 밀가루 음식 먹지말고 운동하세요 하는데.. 굶어도 찬단 말이다 ㅠㅠ
17/03/07 20:07
수정 아이콘
건강한 똥 팝니다 g당 100원
steelers
17/03/07 20:26
수정 아이콘
편하게 싸는 똥. 이식은 하셨는지?
Mighty Friend
17/03/07 20:45
수정 아이콘
1월에 수술한 뒤에 항생제 사용한 것 때문에 한 달 이상 트러블 중인데 유산균으로도 안 잡혀요. 저런 방식으로 가능하다면 좋겠네요.
17/03/07 21:33
수정 아이콘
제가 수술한 후에 한참 고생하다가 건강해진 방법이 있는데요, 쪽지 보내도 될까요?
Mighty Friend
17/03/07 21:52
수정 아이콘
네, 감사합니다. 지금 고함량 유산균을 융단폭격(...) 중인데 별로 효과 없는 것 같아요. 흑
17/03/08 02:10
수정 아이콘
송구한 말씀이지만 저도 공유 부탁드립니다
신지민커여워
17/03/07 21:37
수정 아이콘
피쟐러들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구세주군요
-안군-
17/03/07 22:05
수정 아이콘
원조님 어디계십니까? 원조님??
실론티매니아
17/03/08 01:53
수정 아이콘
건강한 똥을 만드는데는 유산균보다 된장과 청국장이 진리입니다~
황금빛 똥을 보는 일상이 무료해질 지경..
YORDLE ONE
17/03/08 09:06
수정 아이콘
아 중간에 믹서로 갈아서 마신다는줄알고 야... 이건... 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대장내시경이었네요. 정말 더럽게 좋은 아이디어네요.
파핀폐인
17/03/08 09:20
수정 아이콘
저도 설마 똥을 갈아 먹는건가....하고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 이식!
근데 8개월동안 설사병을 앓고 있었다면 갈아 마시라 해도 마셨을것 같네요....으으 매일 급똥의 아슬아슬함을 느끼며 살아야 한다니...ㅠ
민간인
17/03/08 10:58
수정 아이콘
저도 마셨는지 알았는데 다행이네요.
호야만세
17/03/08 13:48
수정 아이콘
휴..상상한 결말은 아니라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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