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Neanderthal 님이 비문증에 대해 쓰신 글 https://pgrer.net/pb/pb.php?id=freedom&no=67215 을 보고 제 경험이 생각나 글을 써 봅니다.

저는 원래 눈이 그다지 좋지 않았고 근시에 난시 양안 부동시까지 있는 상태였습니다. 일년에 한두번 안과에 가서 진찰을 받기는 했지만 안압이 정상치보다 다소 높은 것 이외에는 별다른 이상도 없었구요. 안압 때문에 안약 처방을 받기는 했습니다만 잊어버리고 넣지 않을 때가 많았습니다.

2008년 말부터인가 왼쪽눈에 날파리나 점 같은 것들이 신경쓰일 정도로 많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비문증이야 계속 있어왔던 것이니 그러려니 했는데 몇달 후 아침에 일어나니 뭔가 시야가 좁아지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러더니 계속 시야 한쪽이 일그러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일그러지던 시야가 오른쪽 아래부터 암흑으로 바뀌기 시작하고... 그날 저녁에는 심각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한 눈은 보이기 때문에 바로 병원 응급실로 뛰어가 진찰을 받으니 '급성 망막박리' 진단이 나왔습니다. 일단 그날은 집에 가고 다음날 바로 수술하자고 해서 집에 갔다가 일어나 보니 완전히 왼쪽 시야가 사라졌더군요. '자고 일어나 보니 유명해져 있었다.' 라는 말은 들었어도 '자고 일어나 보니 눈이 멀었다.' 라는 일을 경험해 보니 참 당황스러웠습니다. 사고가 난 눈이 원래 좋지 않아 있으나 마나 한 눈이라고 생각했지만 정말 아무것도 안 보이게 되니 한 눈이 있다는 것과 없다는 게 참 큰 차이더군요.

병원에서 망막 박리는 말하자면 눈 뒤에서 필름 역할을 하는 망막에 물집이 잡힌 거라고 보면 된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물집이 잡힌 조직은 떨어져 나가는 거죠. 손발에 잡힌 물집은 떨어져 나가도 대수롭지 않지만 문제는 이 물집이 망막에 잡혔고 떨어져 나가면 복구불가라는 게 치명적입니다. 다행히도 병원에 망막 전문의가 마침 있어서 바로 수술 받고 경과도 아주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백프로 회복되지는 않았고 칠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 병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담당 의사 말로는 딱 이거다 싶은 원인은 없지만 원래 제 상태인 고도근시, 부동시, 고안압의 경우 위험이 높아진다고 하더군요. 생각해 보니 그 전에 갑자기 늘어났던 비문증이 바로 그 전조증상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회원님들도 양안 부동시가 심하시거나 고도근시, 안압이 높으신 분들은 정기적으로 병원에서 진단을 꼭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갑자기 비문증이 생기거나 있던 것이 심해진 분들은 꼭 바로 병원으로 가 보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망막박리는 별다른 전조도 없이 갑자기 일어나 몇시간 안에 시력을 잃게 할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