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7/04/04 12:57:03
Name Neanderthal
Subject [일반] 사전 전쟁: 메리엄 웹스터 vs 아메리칸 헤리티지
메리엄 웹스터는 권위 있는 미국 영어 사전의 대명사 가운데 하나입니다. 요즘에야 종이 사전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고 다 웹에서 사전을 이용하고 있지만 저 같은 아재 세대들에 있어서는 한 때 영어 공부 좀 해보겠다고 큰 맘 먹고 가격도 만만치 않은 빨간 표지의 두꺼운 메리엄 웹스터 사전을 구입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뭐 구입 후 활용(= 냄비 받침...--;;)을 어떻게 했느냐는 논외로 치고서라도 말이죠...--;;


dyiHgxZowtgJLfiCIoZA1V_duEiGo7jD23VNuoNj-yA9nFP6xh3khIKXev6p9z4JEuw=w300
전통의 사전 명가...메리엄 웹스터...


그런데 이 메리엄 웹스터 사전을 놓고 미국에서 사전 전쟁이 벌어진 적이 있었습니다. 이는 어떤 단어들을 사전에 수록할 것인가를 놓고 벌어진 철학의 차이로 인해 벌어진 사건이었는데 대충 뭉뚱그려서 말하자면 가능한 범위 안에서 최대한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어휘들과 의미들을 그대로 가공하지 말고 사전에다 수록할 것인가 아니면 대중들의 올바른 언어생활을 유도하기 위해서 정제된 어휘나 의미들만 수록할 것인가를 놓고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일은 1961년 Webster's Third New International Dictionary of the English Language, Unabridged 사전이 출판되었을 때 시작이 되었습니다. 이 사전은 이전에 메리엄 웹스터에서 출판한 사전들과는 좀 많이 달랐습니다. 이 사전은 기존의 사전들과는 달리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단어들과 그 단어들의 의미를 최대한 많이 사전에 싣자는 목표 아래서 만들어진 사전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비속어라든가 정치적, 사회적으로 논쟁이 되고 있는 어휘들, 또 기존의 어휘에 예전부터 수록된 의미들 외에도 새롭게 발생한 의미들을 아주 많이 보강해서 사전에 수록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부에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중에 특히 한 사람이 이를 아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습니다.


Webster%27s_Third.jpeg


주인공은 바로 American Heritage라는 미국의 역사에 대한 내용들을 수록하고 있는 잡지를 출판하고 있던 James Parton이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보기에 이번에 출판된 메리엄 웹스터 사전은 기존에 이 회사에서 출판된 사전들에게서 볼 수 있었던 엄격하고 품격 있는 기준들은 다 무너지고 교육받지 못한 사람들이나 거의 문맹 수준의 사람들이나 쓸 법한 어휘들과 의미들까지도 적절하게 제어되지 못하고 무작정 다 수록이 된 형편없는 물건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사전의 교육적 가치가 의심스러운 무책임한 제품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해 그가 취한 첫 번째 행동은 사전을 출판한 메리엄사의 주식을 사는 것이었습니다. 말로 해서는 안 될 것 같고 아예 회사를 통째로 사 버린 후 자기가 싹 따 뜯어고치겠다는 것이었지요. 그가 보기에 메리엄사는 사전 출판에 대한 "올바른 새로운 지침들"이 필요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는 자신이 회사를 인수하면 문제가 되고 있는 third edition은 절판 시키고 second edition을 다시 시장에 내보낸 후 바로 fourth edition 준비 작업을 할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일은 그의 생각대로만 흘러가질 않았습니다. 적대적 인수합병이 실패로 돌아가자 Parton은 전략을 수정합니다. 이번에 그가 한 생각은 "그렇다면 이참에 내가 제대로 된 사전을 만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차피 잡지를 출판하고 있던(=동종 업계) 그의 입장에서 자신이 사전을 출판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던 거지요.

그의 생각은 이랬습니다. 영어 관련 전문가들, 예를 들어 작가들이나 대중 연설가들 그리고 저명인사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을 꾸리고 그 심사위원들에게 문제가 되는 어휘들이나 의미들에 대해서 과연 이러한 어휘들이나 의미들이 사전에 수록할만 한지 아닌지를 찬반 의견을 묻고 찬성이 과반 이상인 어휘들이나 의미들은 사전에 수록하고 커트라인을 통과하지 못하는 어휘나 의미들은 과감하게 사전에서 제외시킨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탄생한 사전이 바로 1969년에 출판된 The American Heritage Dictionary of the English Language(AHD)였습니다. 이 사전은 그때까지의 사전들과는 다르게 어떤 어휘가 실제로 얼마나 많은 빈도로 사용되는지를 기반으로 해서 만들어졌고 어휘들에 대한 올바른 사용 지침들을 사전에 포함시킴으로서 원래의 취지대로 대중들이 올바르게 언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이 되고자 노력했습니다.


s-l300.jpg


아이폰이 나오자 갤럭시가 나온 것처럼 지금은 위의 두 사전들 모두 꾸준하게 개정판 작업이 이루어지면서 절판되는 일 없이 순조롭게 출판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AHD의 경우는 아직까지도 심사위원단을 통한 어휘 선정이라는 전통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하네요.


0016391c_medium.jpeg
5th edition은 CD도 준다는...--;;


저는 개인적으로 국가기관이나 단체가 일반인들의 언어 사용에 지침 내지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 자체를 별로 좋게 보지는 않습니다. 언어라는 것은 그때의 시대상, 사회상을 반영해서 본질적으로 창의성이 있는 인간들이 다양한 어휘나 쓰임새를 만들어 내면서 쓰는 것이기에 이를 어떤 일정한 방향으로 조정하려 한다거나 지나치게 사용에 제약을 두고자 하는 행위는 언어 사용의 본질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나운서들이 나와서 진행하는 "바른 말 고운 말"류의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시각이 부정적인 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서로 다른 철학에서 나온 사전들이지만 저 두 사전을 다 구비해 놓고 서로 비교해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7/04/04 13:29
수정 아이콘
웹스터사전에는 "네안데르탈 : 보통 네델란드라고들 읽는다" 이런 식으로 실린다는 것이지요??
네델란드님 글을 일단 추천!
포도씨
17/04/04 13:32
수정 아이콘
아닙니다. Neanderthal [néðərləndz] 이렇게 되어있습니다. 방금 찾아봤어요.
여자친구
17/04/04 13:47
수정 아이콘
얼..롱맨은 영국사전이었군요... =_=; 어쩐지..
Neanderthal
17/04/04 13:51
수정 아이콘
Pearson PLC...노란 표지의 롱맨 사전...제 아내의 선호 브랜드 사전입지요...--;;
마스터충달
17/04/04 14:03
수정 아이콘
회사를 통째로 사서 뜯어고치겠다는 마인드... 덜덜하네요.
17/04/04 14:08
수정 아이콘
그러면 메리암웹스터는 여전히 최대한 넓은 범위의 어휘를 싣고 있는 건가요 ?
Neanderthal
17/04/04 18:28
수정 아이콘
메리엄 웹스터에서는 여러 종류의 사전들이 나오는 데 본문에 언급된 사전인 경우 최대한 많은 어휘를 싣겠다는 기조를 유지하는 것 같습니다. 반면에 좀 더 수준이 높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Collegiate Dictionary 같은 경우 어휘를 선별해서 수록한다고 합니다...
카랑카
17/04/04 19:15
수정 아이콘
제 생각은 두가지 다 필요한것 같습니다. 바른 말을 익힐려면 헤리티지로, 폭넗은 어휘는 메리엄으로 말이죠.
그리고 한국에서는 영영사전을 롱맨, 옥스퍼드, 콜린스 코빌드을 많이 쓰는 것 같네요.

보통 영영사전은
영국사전
롱맨, 콜린스 코빌드, 옥스퍼드, 캠브리지, 맥밀란
미국사전
메리엄 웹스터, 아메리칸 헤리티지, 랜덤하우스 웹스터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Neanderthal
17/04/04 19:23
수정 아이콘
콜린스 코빌드 사전들이 코퍼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고 해서 한 때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았었죠...
이제는 다 웹기반이라 종이책 사전이 부담스럽기도 할 것 같네요...--;;
Minkypapa
17/04/05 00:23
수정 아이콘
미국에서 인기있는 초중생 스펠링비 콘테스트에서는 Webster's Third New International Dictionary of the English Language 2002판.
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American Heritage는 초등학생들에게 적합하지 않아서요.
대학영어나 GRE급 시험준비용으로는 American Heritage가 더 인기있습니다.
마우스질럿
17/04/05 22:33
수정 아이콘
뜬금없지만 질문좀...

어느정도 어학 수준이 올라오면 그 동의어사전? 하고,

반의어사전인가 전문어사전인가 기억이 잘 안나는데

추천을 하는거 본적이 있었는데 기억이 안나네요 사전이름이 뭔지....

영국의 상류계층이 자제들 교육할때 꼭 사주는 책이라고 하던데... ( 기억이 가물가물 하네요... )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1334 [일반] "인구 주는 나라 미래없다…이민 적극 수용을" [124] 군디츠마라11892 17/04/04 11892 0
71333 [일반] TV조선의 문제프로그램들폐지..패널퇴출 [31] Gloomy16006 17/04/04 16006 0
71331 [일반] 사전 전쟁: 메리엄 웹스터 vs 아메리칸 헤리티지 [11] Neanderthal10787 17/04/04 10787 6
71330 [일반] [WWE] 위대한 전설 언더테이커, 25년 넘게 바친 충성의 대가(데이터주의) [72] 신불해19240 17/04/03 19240 5
71329 [일반] 아이를 학원에 보낼걸 그랬나하고 고민하다가 안 보냈는데 별문제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아빠가 쓰는 글 [157] Obama14712 17/04/03 14712 78
71328 [일반] 서울특별시 홍보물에 성평등을 더하다 [271] ZeroOne15687 17/04/03 15687 3
71327 [일반] 다시 [42] Secundo8612 17/04/03 8612 11
71324 [일반] (수정) 최근 학원가에서 뿌려지고 있는 것 [121] 밴더21146 17/04/03 21146 6
71323 [일반] 이력서에 귀걸이를 한 사진을 넣으면 안되는 걸까? [367] SkyClouD22326 17/04/03 22326 3
71322 [일반] 금요일 4시 퇴근은 가능할까? .. 공무원 4시 퇴근제 도입 [99] 아라가키13957 17/04/03 13957 1
71321 [일반] 지금 한국은 헬조선!! [88] 삭제됨14477 17/04/03 14477 5
71320 [일반] '저출산' 정말 우리에게 출구는 없는것일까? [215] The Special One17045 17/04/02 17045 12
71319 [일반] 러시아는 유럽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18] aurelius9386 17/04/02 9386 5
71318 [일반] 2017년 2월 기준 일본 라이트노벨 판매부수 순위 [113] 군디츠마라12598 17/04/02 12598 0
71317 [일반] 관객 500만 이상의 주연작이 가장 많은 국내 영화배우 Top10 [24] 김치찌개8523 17/04/02 8523 1
71316 [일반] 엑셀에 대한 책 추천드립니다..;;;(수정) [26] nexon13748 17/04/02 13748 0
71314 [일반] [트레이딩 이야기] 한맥투자증권사태에서 생각해볼만한 자동화된 금융시장의 문제점 [8] Elvenblood8149 17/04/02 8149 4
71313 [일반] [스포주의] WWE PPV 레슬매니아 33 최종확정 대진표 [14] SHIELD9000 17/04/02 9000 0
71312 [일반] 아직 덜 웃은 사람들 웃읍시다 [105] 스웨트12935 17/04/01 12935 0
71311 [일반] [케모노 프렌즈] 애니보고 울었어요.... [30] 도로시-Mk211745 17/04/01 11745 12
71310 [일반] 움짤을 간편하게 만들고 업로드해보자 (데이터 주의) [9] 손금불산입10748 17/04/01 10748 33
71309 [일반] 한화의 새 응원가 '던져'에 대한 실존주의적 고찰 : 하이데거를 중심으로 [12] 헥스밤9183 17/04/01 9183 19
71307 [일반] 트럼프 관련 미국 여론조사 결과 [48] 삭제됨13199 17/04/01 13199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