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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4/05 09:55:18
Name 사악군
Subject [일반] 해야 하고, '해도 된다면', 한다.
'송곳'이 명작인 이유는 처절하리만큼 현실적이고 입체적이면서 사회문제를 다루면서도
개인의 문제를 매몰시키지 않고 선명히 그려낸다는 겁니다.

제목은 요 몇화에서 핵심주제가 되는 구고신의 명대사입니다.


http://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660025&no=36&weekday=mon


해야 하고, 해도 된다면, 하는 겁니다.

그런데 '해도 된다면'에서, '해도 된다면'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해도 나에게 뒤탈이 없다면?
해도 나에게 불이익이 없다면?

'해도 된다'는 말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가 그 사람의 인격을 결정하는 것이겠지요.

작중의 이수인은 고결한 사람이며 고뇌할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결코 저 '해도 된다'는 말을
저런 식으로 자신의 이익불이익을 기준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솔직히 이 일 이후로도 이수인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 정도로 죄를 짓지 않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겁니다.

하지만 송부장은 이수인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지요.

송부장은 이후 극렬한 안티노조/안티 이수인이 되겠지요. 이에 이수인은 '대의'를 위해서 송부장이 던지는 돌을
그저 맞고 있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는 괴로워하거나, 종국에는 정당화하면서 본인의 고결함은 버리겠지요.
손이 더러워지는 것을 못견디거나, 마음도 더러워져 더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되겠지요.

'해도 된다'에 손익 외의 기준이 있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세이버 처럼요. (달빠커밍아웃 크크크)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이라고 했지, 그럼 이기기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겠다는 거야? 가령 무관계한 사람을 휘말려들게 한다던가'
'시로, 그건 가능한 수단이 아닙니다.'

'가능하다'라는 말에 자연과학적이고 외부적인 의미만이 아닌,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내재적인 기준을 포함시킵시다. (이과 죽었으면..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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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ye of Beholder
17/04/05 10:05
수정 아이콘
자연인은 그럴 수 있다 쳐도.. 회사 나 국가가 그게 가능할 지는 의문이에요. 저는 그냥 '배려' 까지는 바라지도 않으니 '체면' 이라는 올드스쿨의 개념이라도 있었으면.
켈로그김
17/04/05 10:08
수정 아이콘
제가 안정적인 업장(?)을 마련하고 싶었던 이유가.. 'FM대로 하고싶다' 였습니다.
물론.. FM을 제대로 교육받은 적이 없었기에 많이 헤매기도 했지만.. 의지는 있었다는 거지요.

손익계산외에 도덕적, 윤리적, 내제적 기준을 말씀하셨는데, 말씀에 동의하는 바탕에서 제 생각을 조금 보태 말씀드리자면
손익계산의 기간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일반적으로 말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 을 피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도 된다' 는 말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그 사람의 인격을 결정합니다 말씀하신대로.
저는 거기에 그 사람의 계산능력도 일부 나타낸다고 봅니다 ㅡㅡ;;
Arya Stark
17/04/05 10:22
수정 아이콘
이런 상황을 보면 항상 리갈 하이에서 나온 장면이 생각납니다.

"부풀려진 민의"
17/04/05 10:34
수정 아이콘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6001
경실련이 김현철씨 국정농단(?) 테이프를 김현철씨 친구 진료실에서 '훔쳐서' 가져와서 두달 있다가 언론에 꼰지르지요.
덕택에 소황태자는 몰락하고, (그래도 전체 다 유죄나오고 이런 건 아니죠? 언론 조리돌림을 시원하게 당했지)
[해야 하고, 해도 된다면, 하는 겁니다.] 중에서 [해도 된다면] 이 매우 심각하게 의문점이 붙지만 [하는 겁니다] 를 했나 봅니다.
애패는 엄마
17/04/05 12:45
수정 아이콘
이러한 관점도 흥미롭군요
잉크부스
17/04/05 23:05
수정 아이콘
[해도 된다면]은 본인의 윤리적 카테고리를 넘어서는 순간이라고 봅니다
일명 고결한 사람들은 법보다 좁은 윤리와 도덕적 기준을 가지고 있고 그선을 지킴으로서 스스로 고결하다고 자위하고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하지만
어떤 강렬한 필요[해야하면]에 의해 그 벽을 넘는 순간이 오는거죠

그리고 선험적으로 과장되게 가치매김했던 자기스스로를 돌아보며 이렇게 곱씹겠죠
[해야하고, 해도되면, 하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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