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모난 조각을 운영하는 마스터충달입니다. 모난 조각은 PGR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글쓰기 소모임입니다. 매주 주제를 선정하여 이를 두고 글을 쓰거나 혹은 자유롭게 짧은 조각글을 쓰는 모임입니다. 모난 조각이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가볍고 짧은 '조각글'을 매주 꾸준히 쓰는 것이 목표입니다. 글쓰기에 관심있는 분들께 모난 조각이 글을 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주제 : 술
이번 주제는 술입니다. 단골 소재네요.
맞춤법 검사기
http://speller.cs.pusan.ac.kr/
[글쓰기 팁] 4. 좋은 글, 잘 쓴 글
어제 이런 댓글을 보았습니다. (
https://pgrer.net/?b=8&n=71474&c=2909102)
"이 영화는 스토리랑 개연성은 약하지만, 화면이 이뻐 그러니깐 재밌어서 4점."
"이 영화는 부수는 게 시원시원해. 그러니깐 4점."
"이 영화는 주인공이 연기를 잘해. 그러니깐 4점."
영화광은 작품을 평가하는 데 있어 객관성을 마련하기가 몹시 힘듭니다. 영화를 좋아할 수 있는 이유는 무궁무진하니까요. 그래서 점수가 후합니다. 객관성이 없죠. <검사 외전>을 보면서 "강동원 정말 잘 생겼고, 춤도 잘 추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해." 하면서 3.5점을 줘 버립니다. 같은 점수를 받은 다른 작품들이 말을 할 줄 알았다면 저한테 욕을 했을 겁니다. 아마 엘사, 김연아, 박근혜를 동급으로 두었던 어느 종편 방송을 보고 느꼈던 분노와 비슷하리라 생각합니다.
"영잘알이라면서 평가 기준이 제멋대로네?"
맞습니다. 제멋대로입니다. 지극히 주관적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주관성이야말로 사람들이 텍스트*를 평가하는 유일한 기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어떤 작품을 좋은 작품이라 생각하는 이유가 뭘까요? 까놓고 말해서 맘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내 맘에 드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하겠습니까? 그냥 맘에 들면 맘에 드는 거죠. 물론 맘에 드는 이유를 설명하고 이를 통해 타인을 설득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행위를 비평이라 합니다. 하지만 굳이 비평할 게 아니라면 내 맘에 드는 이유를 설명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맘에 들면 그만인 거죠. 다소 단순하게 설명했습니다만, 사람들이 어떤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이와 같습니다. 그게 맘에 들었던 겁니다.
*텍스트 :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소통할 목적으로 생산한 모든 인공물을 이르는 용어
*물론 진실은 위처럼 단순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요소에는 공통점이 있고, 일정한 코드가 존재합니다. 음악에서 화음이 존재하듯이 말이죠. 그저 맘에 들었기 때문이라고 단순화시키면 비평이나 미학이 존재할 필요가 없겠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코드를 찾아내는 것. 그게 비평과 미학의 존재의의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는 위 사실로부터 글쓰기 전략 하나를 얻을 수 있습니다. 좋은 글은 완벽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죠. 어느 하나만 특출나게 뛰어나도 좋은 글이 됩니다. 이야기가 흥미롭거나, 문체가 화려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문체가 깔끔하거나, 등장인물이 매력적이거나, 반전이 뛰어나거나, 묘사가 박진감 넘치거나... 처음 말씀드렸다시피 작품을 좋아할 수 있는 이유는 무궁무진합니다. 우리는 그중에 하나만 잘해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글을 만들 수 있는 겁니다. 세상에 너무나 쉽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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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뭐 하나만 특출나게 잘 쓰면 된다지만, 그 뭐 하나 특출나게 잘 쓰기가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그래도 조금은 부담이 줄지 않나요? 전부 잘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마음 편히 먹고 글쓰기에 도전해보세요. 매력적인 인물이 떠오른다면 그것만 가지고 시작해보세요. 재밌는 이야기가 떠올랐다면 이야기에 집중해보세요. 기가 막힌 표현이 떠올랐다면 그 표현을 쓰기 위해서라도 글을 써보세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글이 나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졸작은 대개 비슷하게 구리지만, 걸작은 저마다의 이유로 훌륭하다고 합니다. 그 저마다의 이유를 찾아내는 것. 이는 단순히 맘에 드는 글을 낳을 뿐만 아니라 작가의 개성을 확립해주는 훈련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저만이 가질 수 있는 이유를 찾아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