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책상 앞에서 생각을 하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지금 다양한 곳에서 이 글을 읽으며 생각을 하고 있죠
아 잠깐, 근데 생각한다는 뜻이 뭐죠?  그보다 먼저, [우리]는 지금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맞나요?
한번 우리 뇌를 바라봅시다. 물론 상상력으로요. 수많은 뇌세포들이 모여서 우리가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해 줍니다. 근데 그렇다면 [우리]가 생각한다는 말은 옳을까요? 사실은 뇌세포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가 모두 알듯이 뇌는 수많은 뇌세포들의 집합이니까요
뇌세포도 나의 것, 나니까 내가 생각하는 것인가요? 그럼 이제 뇌세포의 1/4을 없애봅시다. (주의:이 밑의 내용은 일종의 사고실험이니 엄밀한 팩트는 제가 먹어버렸습니다). 이런, 백치가 되었군요! 본인이 누구였는지 내가 뭘하고 있었는지, 누구를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저 허허 웃고 다닐 뿐이죠.
자 그러면 이제 이 사람은 본인인가요? 이 사람이 생각을 한다는 것은 나라는 사람이 생각을 하는 것이 맞을까요?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나라는 사람은 이미 사라진게 아닐까요?
아니라네요. 몸도 정신도 그저 뇌의 일부가 결여되었을 뿐인 나니까 내가 맞다고 합니다.
그럼 이제 뇌의 반을 없애보죠. 이런! 식물인간이 되어버렸습니다. 아무런 생각도 의식도 못하고 그저 자리에 죽은 듯이 가만히 누워있는 것 밖에 할 수가 없네요. 그래도 심장은 뛰고 호흡은 좀 장애가 있지만 할 수 있으니 살아는 있군요. 그럼 이제는 나는 없어졌나요? 몸은 살아있지만 영원히 의식이 없는 상태인데, 나라는 자각도 못하고 생각도 못하고 영원히 침묵할 수 밖에 없지만 나는 존재하나요? 드물게 식물인간 상태에서 깨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여기선 그게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가정합니다. 그럼 나는  나인가요? 나라는 정신은 이미 없어진게 아닌가요?
다음으로 뇌의 3/4를 없애봅시다. 이쯤 되면 꽤 많은 사람들이 나는 죽은거나 다름없다고 할 것입니다. 지금 나는 아직 존재하나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언제부터 나는 존재하지 않게 되었나요? 백치일 때부터? 식물인간 때부터? 뇌사가 되었을 때 비로소? 아니면 몸까지 비로소 죽어야 나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되는가요?

잠깐, 앞에서 우리는 내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뇌세포가 생각하는건 아닐까 의문을 던졌잖아요? 그럼 아직 1/4가 남았는데 이 뇌세포들은 생각을 하지 않는 상태가 되어서 죽은 것일까요? 언제부터 이들은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을까요? 뇌사 상태가 되어서야 비로소? 식물인간 때에? 없어졌던 뇌의 부분들은 그럼 뭐라고 봐야 할까요? 내 자아의 일부? 그럼 자아가 존재하는 한계까지 뇌세포를 죽였다면 그럼 내 자아는 '얼마나' 죽은 걸까요? 뇌의 반을 없애서 식물인간이 되었다면 내가 반만 죽은 건가요? 그냥 팔이나 다리가 없어진 것처럼 내 몸의 일부가 없어졌는데 결과적으로 내 자아가 없어진 것일 뿐인가요?

생각이란 과연 뭘까요? 내 뇌는 언제부터 생각이란 것을 하지 않게 되었다고 할 수 있나요? 뇌사 직전까지만 간 식물인간 상태라면 아직 남아있는 뇌세포들은 생각이란 것을 하는 건가요? 아니면 우리의 생각과 의식은 이미 식물인간 시점에서 끝나버린 건가요?

이제 우리가 나라는 개념과 생각이란 개념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었으니 좀 더 깊게 들어가봅시다. 지금의 여러분은 존재하나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이 사실 뇌세포들 집단이 일한 결과물일 뿐이라면 실제로 나를 나라고는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요? 실제로 우리는 이미 초등학교 때 우리는 수많은 세포들이 모여서 이루어졌다고 배우지 않았나요? 그럼 사실은 내가 존재하는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나라고 부르는 세포 덩어리만 존재하는게 아닐까요?
들은 바에 의하면 인간의 몸은 3~4년이면 이미 이전의 세포들은 찾아볼 수 없게 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인간이 세포 덩어리라는 명제가 맞다면 이미 나라는 존재는 몇년 전에 죽어 없어진게 아닐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인가요? 나는 내가 존재한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나요? 그 근거는 무엇인가요?





재미도 없는 사고실험은 그만하고 결론만 말씀드리면, 우리는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것이며 생각이란 것, 자아란 개념 그 모든 것이 사실은 허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저 수많은 세포들이 하나의 순환[계]를 만든 존재일 뿐이며 나라는 개념도, 나는 존재한다는 개념도, 나는 생각한다는 개념도 다 허구의 개념이겠죠. 물론 데카르트의 [Cogito, ergo sum]이란 말도 다 헛소리입니다


과연 그런가요?


환원주의적으로 뜯어 생각해보면 실제로 우리는 세포라는 것도 실은 존재하지 않고 이 모든 것이 원자의 집합일 뿐 실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이 우주에는 원자와 전자 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명제 하나만이 참이라고 할 수 있겠죠. 원자는 쪼개지지 않는 단일 입자라고 하니 이것까지야 참일 겁니다. 뭐 쿼크니 뭐니 하는건 일단 넣어둡시다.


과연 그런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에 대해 두가지 반응을 보일 겁니다
'그래서 어쩌라고?' 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 이 허무하고도 허무한 결론에 맥이 빠져 '그럼 내가 사는 이유는 뭐지?'라는 허무주의에 빠질 수도 있지만 대다수는 그렇지 않죠. (사실은 별 생각 없는 사람들이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만 그건 역시 넘어갑시다)
사람들이 이 결론에도 불구하고 존재할 용기를 얻는 방법은, 그 논리 구조는 다양하겠지만 결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살아간다]가 정답에 가장 가깝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누구도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은 곧 모두가 존재한다는 말과 동의어에 불과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역설적인 진리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