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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9/20 11:33:19
Name 글곰
Subject 알지 못하는 어떤 사람을 떠올리며
  어떤 사람이 있다. 얼굴도 모른다. 본명도 모른다. 주소도 모르고 가족 관계도 모른다. 단지 커뮤니티의 닉네임 하나만을 알고 있을 뿐이다. 하기야 21세기의 인터넷 세상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나는 그 당연한 사실이 아직도 때때로 어색하다.

  어느 날 그 사람이 글을 올렸다. 아프다고 했다. 큰 병이라고 했다.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 담담한 듯 써내려가면서도 글 중간중간에서 격렬하게 요동치는 그 사람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그래서 서글펐다.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그럴지라도 그 사람이 기적처럼 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때때로 그 사람의 닉네임을 게시판에서 검색해 보곤 한다. 그리고 새로이 올라온 글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확인한다.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다음번에 검색했을 때는 그 닉네임으로 된 글이 올라와 있으면 좋겠다고. 희망이라기보다는 그저 작은 바람일 뿐이지만, 세상에는 내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는 일도 가끔씩은 있으니까.

  더운 여름도 지나고 이제는 아침저녁이 쌀쌀해진 이 계절에, 여름 이불을 빨아 널고 화장실을 청소한 후 잠시 앉아 쉬다가 문득 그 사람이 떠올랐다. 그래서 검색을 해 보았다. 오늘도 여전히 새로 올라온 글은 없다.

  하지만 다음 번에는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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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htBringer
19/09/20 11:55
수정 아이콘
조용히 추천 누르고 갑니다.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19/09/20 12:03
수정 아이콘
저도 글곰님같은 생각입니다.. 완치하셔서 글 쓸 여유도 없을정도로 바빠지신거면 좋겠네요..
이사무
19/09/20 12:08
수정 아이콘
저도 종종 검색하는 데, 잘 지내셨으면 합니다.
시나브로
19/09/20 12:56
수정 아이콘
저도 생각나서 따로 댓글 썼었는데 그 글과 이 글에 보이는 글곰님, 이사무님 내심 반갑네요. 이심전심..

서글프고 기분 묘하죠.. 받아들이고 기억하고 모두 위해 최선을 다할 뿐
19/09/20 14:13
수정 아이콘
먹먹하네요. 무소식이 희소식이길 바라고 있습니다.
19/09/20 14:35
수정 아이콘
옆동네서 활동하시는 분 맞나요?
19/09/20 14:47
수정 아이콘
아마.. 아수라발발타 님일것 같네요..
https://pgrer.net/freedom/72724
이 글을 참고하시면 될것 같습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길 바라고 있습니다.(2)
답이머얌
19/09/20 18:10
수정 아이콘
xian 님도 건강이 별로인것 같던데, 근황이 궁금해집니다.
19/09/20 19:31
수정 아이콘
PGR 분위기에 실망해서 옆동네로 건너가신 걸로 압니다.
답이머얌
19/09/20 19:46
수정 아이콘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종합백과
19/09/22 00:15
수정 아이콘
옆동네면 혹시 어디일까요?
19/09/22 00:50
수정 아이콘
잘은 모르지만 홍차넷 이야기 아닐까요?
리듬파워근성
19/09/20 20:51
수정 아이콘
생존신고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Ace of Base
19/09/21 03:40
수정 아이콘
하..온라인으로 아는 분과 오프로 아는분의 차이네요.
이렇게 글로 전해져야 '아 그분..'하며 떠오르는것은.

이 글을 보고 답글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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