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9/10/09 21:47:14
Name 及時雨
Subject [일반] 시각장애인의 세종대왕, 송암 박두성 (수정됨)



한글날, 다들 즐겁게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오늘 집 근처 한글박물관에 다녀왔습니다.
원래도 자주 다니는 곳이지만, 오늘 같은 날에는 더욱 찾아가고 싶은 곳이죠.
다양한 행사들도 열리고 있었지만, 제가 오늘 한글박물관을 찾은 건 특별전, "한글의 큰 스승" 때문이었습니다.
지난 3월, 한글박물관을 찾았을 때 이 전시를 위한 투표에 참여했었거든요.
세종대왕을 제외한 33인의 후보 중, 일반인 투표로 뽑힌 5분과 박물관 측이 선정한 7분, 총 12분의 업적을 모아 알아보는 전시입니다.



fvjgeHRHJf9MNBFmNbZB8ver4mYAS1jk1yZSYiW3K8EPX4Xpaqh8xTcmBs-0bm7BOu5oCczMNxvLyluNL5Yfw5Y-vgf4PIr9iUTnjS_2xnmtDyP9G8U7W8J0hi7d-0sO8d_EamdbkJMAVB-5gdpWCgFjQkhmr-gIIYcaIeCTzQi_GKVchZ39p2yGRf6gietynp1AnT6ddf-A4G-hVNzuqjKOwHrQzPGeMOxMT5iisjnTLc5v7bnGVhMuUv8nQdbD0AG3alwkQZg30OUHLPZnyzOs1HgoEvLe6BN6J5doD2UOSAmUKMlgCAWyXsvC9-5FIrOZgY5pYG10jhj4ZbgHWa2nq0YUhwaENVY3PRTcFn30CR1Tzy1cTwpTZDNajXO4QjHUf16Tm4vvLs0EHoTVqBDWdWxL6_L575Irc7t9a-GDVV5JbgTpQ1Q-hh736OydL5vrhqbRDHMIjNFsNzalxHW5i2wrxXT0tBiU0awHTobFCDEYijJZuZbzQVmKhNTs4mAI0dcJrurWxMzI_H_8phnWeyhi7fWkKzG8VLQPin8NGcmYkL9wlsnvXvfN39U4GQ0MA8qOQQphyA3bPxPA9hquLYmeZbjZW5FgqMjKIVN_QPlXPu8oCm9uvymHcB1oinuGqdVRatXLYXFgi9l8EOUcmz5aISw8K5LuIT44XOtna9WV7_28avs=s935-no


전시에서 다루는 모든 분들이 한글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현재까지 이어오는데 큰 기여를 하신 분들이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감동으로 다가온 분이 바로 송암 박두성 선생님이었습니다.
아마 생소한 이름으로 여기실 분들이 많으실텐데, 오늘 박물관 다녀오기 전까지는 저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분의 업적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한글 점자를 창제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edNcJ_-lIJrygCBe3h-X9EtrA4k8FCgkM0zYD1M8NNx8KCiIw_MJ_5XW1nRdSf7Q_ptwRyctvPOdS74quoepWWwbfFnu_gD8qEZhbsHzPswoXJO17sYOwryfKdNqaJmw-sHzG0u5vP-tWsSNuYNE8akTStNg94gW5nxbGQM9bSQN9aW-uvQcp4lzcMRBCWREJbRbCsKeAqsMpMmjgKUDfrqh-XngvdQWy4r6Ta_M6g0DF6qHBy8eZo_CbQ15X7Wnoc7_ZiMyE1sxx8pHZxNs3FYjVAhhiB4N5v7NQGokX9iDou9hc_gVYOgRW493GzQITojuAMRRCZKmey9XF7fe5d2DcFqpgyMszsKIDPwoCDy4QLEYg3L_OMCiBg6Bu_0ri1H9ACPgPf7JRBvjBzmsRbLtvnXm3DzSfvaqBAh5rQb-Vg3vVlLA8YtEnfnzStv3nIBT6V6-uBJa_Uy8u78E0rLKRvpVc83hjym77KPnXwzCWkvyrwquUo48nr4TcZorZq5Uiso3s7rKpFADxqizET9Cgri9MNxnlVaxFl0RYRQxEABPml5vORER8ktezSvguLFwM-GnFYGXHSF5FQ7qfmSa4iRsRFFHanojziGuUBJTIhCXaFKl3pTIGvJuKFLd9rXqwYUP00-ULpBJ_rVVpY-lUXcm8drtVWe9cbR338ZAyr-riQfqcNY=s935-no


박두성 선생은 1906년부터 교육자의 길을 걷기 시작해, 1913년 제생원 맹아부에 부임하여 시각장애인 아동들의 교육을 맡게 됩니다.
당시 조선의 시각장애인 교육은 제대로 이루어질 수가 없는 환경이었는데, 미국식 4점 점자를 기반으로 한 한글 점자가 존재하기는 했으나, 문자 조합 방식의 한계로 인하여 실질적인 사용이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더욱이 조선어 교육을 총독부 측에서 달가워할리 없었기에, 조선인을 위한 한글 점자 제작은 시도조차 이루어질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 박두성 선생은 비밀리에 1920년 조선어 점자 위원회를 만들어 6점 한글 점자 개발에 나서게 됩니다.



44QMIhP1B5g1oQsOoBGNajWvab7yqxENF5VJZ5pl9EdvINntRiRYPFTaZZxZytWW6hWpj7g1fyUNA7wCvmqBkllDQKH9_I7l3ONHnga-2LxVt-aAcqfrOdA-3ypp2rbfG6igYiEND_hB030-r-LgPvogtv-aL-xarCcJneDIlgp9UncDshB3be5_Bjn4tq2dVVUo-uj7ZIP6AukRZV6err9CaJMl2gqwhi29C8mr_X1NH01paOkNmHPA6YiyWqRMaCSpTPFlmj-ZzFcj_imBiVKWbt5Qcj8j0gwduuc3V0qk7l3Vd93I6drWjj0k4vJscDBRvj-WPXBbw57LV1rDrDTiI1_obUcACGxulzxDhK3_B8jDJ6mES1JE4Qy4Muf2cXTa2YSH-p7g50uttFJnA_VIlau6Ts6foRXvtoo2cu0NxMmDmvYLX_fXtefUlBYlgp70kuULMOmXyWY7meitH4Beb0YUMDhDf1OhvD7X2NJvW4umAnTs_eIW8wS8Nk_haSXZltfhTmx1mShpsjYg8H71ur33U8IuojZ4Y87BjtvGZvi392M6fjQiVP2KOXCEta9S9iQZTFzHs9tWBoxbvXyUvhvrh8uFoo5WpKvbLOUZICXRGak9ulcgus12Hq2lRSC4wWo_HZZs2DvnZAn705DQJNme3QNF9dDZJMyoqw-2L9kGWd7l67Y=s935-no

1926년 11월 4일, 훈민정음 반포일.
7년의 노력 끝에 한글 점자는 마침내 완성되었고, 훈맹정음이라는 이름으로 발간되게 됩니다.
자음과 모음, 약자, 문장부호, 숫자를 포함하는 63개의 한글 점자.
이후 박두성 선생은 평생을 두고 점자 보급과 서적의 점역에 일생을 바쳤습니다.
아연판에 점자를 새기느라 허리가 굽고, 밤낮 할 것 없이 점자를 새기며 스스로도 실명의 위기에 시달리면서.
그 노력과 헌신 덕분에, 제생원 맹아부에서는 광복 때까지도 조선어를 시각장애인들에게 가르칠 수 있었습니다.
광복 이후에도 점자 보급에 대한 노력은 이어졌고, 한국전쟁으로 인해 실명한 이들을 보듬은 것도 또한 선생이었습니다.
돌아가실 때 남기신 말은 "책 쌓아두지 말고 꽂아둬라".
쌓아둔 책들의 점자가, 눌려서 읽기 힘들어질까봐 염려하는 말씀이었습니다.



2HnkOf768Q0HwiqTzDRZz6acJEa3rEHVEhaZF2IHMlq2vpNft3YjG3R7n4t6ibuDUHrDtuScdNApvE1huIrbM_rUZY08F2anLjwtHJBQr3Q--e-n6erRdR-u9b3vGzDuZ6Es7FRy5jStb9af_JTKexxL_se3VSUkWF_yQLNlq_o42seDw0CQ2kiRndZnwZrW3Zb18vHsxQ_7cnGTWVH1dza7fKcqbIfhZVcDIuzhKBuu5Y8l8hapjpZ6Z-nMYcNwdnCROTZh9W59r7x93E_V2L8bJls-DHpbO6rcXdJ0hDD2LkaSh8yA9BXA4zow5uekd1SWLk0Kexmdkd2uTTPqdl_HQ-5Zlc2K4W0XE9xQkrZNRVlumY2YjVZsGs1uEgy_XdPjF3ovTS76_RW4b_vnjCl2NUxdvXJ3sSe0PEGVCi20tp0Sr6N5vBF2At9c4uoyKPXB6DgrXNvcBKSbvtRPeJsXx71VbhbXbsGwe0J5lF4vR6JB4p49jGGKDyuvSaoL8EwOtEsLcDfE7Zhdp1-Q3jhS3PKGbEMGmG8sA3C9lOhJIyaj43Tl6BvKpXWnQkr218SaNFVO3no2i8AyFTsXWhwm5XOHLbS5D2O_5jp6CUjIaB1zXetqK4nbUBm13JDkGtghiakfVAgTLmt02AWqiHjxrTcPJIqNGKIlApY_YLElTC2MT1QHF9s=s935-noDHsIIxi9l2jDCetOKqydq3nQytkt41qBHeRpuyZjT9Ekic0HYy6894uwCco6qzV4Tssy8HGunKIFTCQyil5Lug6fSssap9O1kWx_Oujon0v9TcbJlZLlZjfLvstzXYJMZh6n8z7wmj1pqdKp0b_-9fii4CtIHip4BqrIid17JlKBrgLgspcSAv0y018-8AX67oORMrbds7FKOsOt8vBW9VOEwD6-FhjDg_-VuT8fvz3-sPfufeMRZCX32Qo684e6L7JCp7o0aXR8nAMupOHGT1CNAj9uI8kCZCKl5a8rhvVwJt40ZeUlQa9KY8B1b29K0fiYukJfVqkHHI6OK3ksryV_jm1aKUMPaTSRt31QuqbcV9iidAmxQZMVwv0aMhMItkWQKuB5qyr3grcB75bozcs7WucZ4_XRru9rURkziLGksJjBlPD2WN_O9vckJ9PFHyU43oHGM1_vDnySEkxs-V5ydY-bme7ioYmuLWg6FuvqEijxyV-yivYat4JI-ZdIrLhgG3ed0f5IbWTknhZ4AemB9xHm6znmfcpx0ZxiLkHwtfKuz9BZAaiLTVv6rWRAk2AFWs3OaqtHB4mQnRy_Y2enLUucS791bwnlY8xYleI6sJdvx7kCTLsRWNvEEo_U7GCvWsWawOIJy9MTrIP-HsLZth9duEULIn-vIoDckGknR0x8RlCrNbo=s935-no


남기신 말들을 읽어보노라면, 얼마나 큰 뜻을 가지고 평생을 바치셨는지, 참 경탄하고 감격하게 될 따름입니다.
일신의 영달이 아닌, 누군가를 위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하루였습니다.
앞 못 보는 이들을 위해, 적어도 지식이라도 전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려 했던 송암 박두성 선생.
한글날, 적어도 오늘 하루만이라도 많은 분들이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한글박물관 특별전은 3월 8일까지 열릴 예정이고, 정말 좋은 전시니만큼 더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면 좋겠네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잠잘까
19/10/09 21:59
수정 아이콘
이렇게 행복한 날, 감사하게도 위대한 분 알고 갑니다.
VictoryFood
19/10/09 22:02
수정 아이콘
훌륭한 분 소개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RushHour
19/10/09 22:17
수정 아이콘
좋은 글도 정말 감사드리고 박두성 선생님께도 무한으로 감사드립니다... 참 따뜻합니다
19/10/10 01:33
수정 아이콘
정말 훌륭하신 분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19/10/10 09:26
수정 아이콘
재밌게 읽었습니다.
잘읽었습니다
티모대위
19/10/10 09:50
수정 아이콘
알고 있었지만 제가 알던것 이상으로 훌륭한 분이셨네요...
한명이 일생을 바친 결과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삶이 달라질수 있다니.. 너무 멋진 일이고 또 존경스럽죠
절름발이리
19/10/10 11:48
수정 아이콘
저도 언젠가는 다른 사람을 위한 삶을 살기 위해 지금 열심히 할랍니다..
-안군-
19/10/10 14:22
수정 아이콘
이렇게 훌륭한 분을 한 분 더 알게 되었네요. 감사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일반] [공지]20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게시판을 오픈합니다 → 오픈완료 [53] jjohny=쿠마 24/03/09 27807 6
공지 [정치] [공지] 정치카테고리 운영 규칙을 변경합니다. [허들 적용 완료] [126] 오호 20/12/30 249888 0
공지 [일반] 자유게시판 글 작성시의 표현 사용에 대해 다시 공지드립니다. [16] empty 19/02/25 326016 8
공지 [일반] [필독] 성인 정보를 포함하는 글에 대한 공지입니다 [51] OrBef 16/05/03 448956 28
공지 [일반] 통합 규정(2019.11.8. 개정) [2] jjohny=쿠마 19/11/08 319271 3
101348 [일반] [개발] re: 제로부터 시작하는 기술 블로그(完) Kaestro581 24/04/26 581 0
101347 [일반] 테일러 스위프트 에라스 투어 도쿄 공연 후기 (2/7) [3] 간옹손건미축1244 24/04/26 1244 4
101346 [일반] 민희진씨 기자회견 내용만 보고 생각해본 본인 입장 [229] 수지짜응11223 24/04/25 11223 4
101345 [일반] 나이 40살.. 무시무시한 공포의 당뇨병에 걸렸습니다 [38] 허스키5286 24/04/25 5286 5
101344 [일반] 고인 뜻과 관계없이 형제자매에게 상속 유류분 할당은 위헌 [38] 라이언 덕후5114 24/04/25 5114 1
101295 [일반] 추천게시판 운영위원 신규모집(~4/30) [3] jjohny=쿠마16584 24/04/17 16584 5
101343 [일반] 다윈의 악마, 다윈의 천사 (부제 : 평범한 한국인을 위한 진화론) [47] 오지의4863 24/04/24 4863 11
101342 [정치] [서평]을 빙자한 지방 소멸 잡썰, '한국 도시의 미래' [17] 사람되고싶다2483 24/04/24 2483 0
101341 [정치] 나중이 아니라 지금, 국민연금에 세금을 투입해야 합니다 [57] 사부작3856 24/04/24 3856 0
101340 [일반] 미국 대선의 예상치 못한 그 이름, '케네디' [59] Davi4ever9122 24/04/24 9122 4
101339 [일반] [해석] 인스타 릴스 '사진찍는 꿀팁' 해석 [15] *alchemist*4858 24/04/24 4858 11
101338 [일반] 범죄도시4 보고왔습니다.(스포X) [44] 네오짱6791 24/04/24 6791 5
101337 [일반] 저는 외로워서 퇴사를 결심했고, 이젠 아닙니다 [27] Kaestro6276 24/04/24 6276 16
101336 [일반] 틱톡강제매각법 美 상원의회 통과…1년내 안 팔면 美서 서비스 금지 [33] EnergyFlow4303 24/04/24 4303 2
101334 [정치] 이와중에 소리 없이 국익을 말아먹는 김건희 여사 [17] 미카노아3659 24/04/24 3659 0
101333 [일반] [개발]re: 제로부터 시작하는 기술 블로그(2) [14] Kaestro2956 24/04/23 2956 3
101332 [정치] 국민연금 더무서운이야기 [127] 오사십오9877 24/04/23 9877 0
101331 [일반] 기독교 난제) 구원을 위해서 꼭 모든 진리를 정확히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87] 푸른잔향4280 24/04/23 4280 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