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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10/11 00:35:16
Name Inevitable
Link #1 http://naver.me/GywgB675
Subject 코리안 조커 장대호
한 남자가 살인으로 붙잡혔다. 그는 저소득이자 안정치 못한 직종에 종사하고 있었으며, 딱히 마음 나눌 동료나 친구도 없었다. 마음 속으로는 늘 누군가와의 소통을 원했지만 방식이 좋지 못한 탓인지, 사람들이 이유없이 그를 배척해서인지 그 시도는 주로 실패로 돌아갔다. 특히 여자 문제에서 온 좌절은 내면에서 분노로 자라나기 충분했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그는 소외 이론에게서조차 소외되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실패하고 무가치한 중년 남성이었다.

경찰에 잡힌 후 그는 범행을 순순히 인정하면서도 그 어떤 형식적인 사죄의 말도 하지 않아 당국에 충격을 주었다. 그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선 자각하지 못하고 있거나, 혹은 알더라도 개의치 않는 듯 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그가 죽인 사람이 자기를 못살게 굴었다는 사실일 뿐이었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 미소를 지었다. 그의 이름은 장대호다.



영화 "조커"를 본 나의 감상은, 제목을 '조승희'나 '정남규'로 바꿔도 전혀 위화감이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다. 양자의 차이는 물론 있다. 저 현실의 살인마들과 달리 아서 플렉은 자기와 개인적으로 얽힌 사람만 살해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그건 감정적 연민이나 법적인 참작에 있어 생각해 볼만한 문제긴 하지만, 환경과 불운이 그들을 살인의 길로 이끌었다는 사실에 있어선 매한가지다. "조커"를 보고 빈곤이나 무관심, 사회 안전망 따위의 이야기를 할 것이라면 조승희나 정남규에 대해서도 그럴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을 약간이라도 동정하는 순간 현실은 '그같은 상황에 놓인 모든 사람들이 다 살인하고 다니는 것은 아니라며, 그들이 (대량)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은 단지 그들이 악한이라는 것을 증명할 뿐'이라고 쏘아붙인다. 확실히 그렇기도 하다. 아서 플렉도 자신의 흔들리는 정신상태를 염두하여 총을 받지 않을 기회가, 최소한 집에서 총을 갖고 놀다 실수로 쏴버렸을 때 겁을 먹고 총을 버릴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커"는 극한의 연기로 착각하게 만들지만 실은 생각보다 평범하고 현실적인 이야기다. 일 년에 몇 번이고 뉴스에서 볼 수 있는, 불우한 환경에서 소외된 채 열등감과 분노, 정신착란에 시달리는 살인자의 이야기. 그래서 "조커"에 대한 여러 감상ㅡ명백한 계급 우화인 "기생충"에 빗댄다던지 하는ㅡ들은 그저 간지럽다.

30대 후반의 모텔 종업원 장대호는 연쇄나 대량살인자도 아니고, 아서 플렉처럼 자기에게 모멸감을 가한 한 투숙객을 살해한 하나의 죄로 재판정에 섰다. 그리고 검찰은, 그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그건 그의 동기나 범행이 사형에 처해야 마땅할 정도로 끔찍해서일까? 그보다는 '나쁜 놈이 나쁜 놈을 죽인 것'이라고 자체적으로 결론짓고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태도, 판결문에 으레 들어가는 '반성의 여지' 같은 표현을 원천 차단하는 그 태도에 질려버린 것이 아닐까? 결국 더 논할 것이 없으므로 이상의 공판 없이 바로 판결을 한다고 한다.

영화 개봉 이후 미국 사회의 공포감 섞인 반응을 멀리서 지켜보며 한국 사람들은 고작 영화인데 그럴 필요가 있냐고 하기도, 개중 아는 체를 하는 이들은 미국이라면 그럴 법하다며 어쨌거나 딴 세상에 살고 있기에 할 수 있는 말을 한다. 그야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 사회고, 그만큼 사람들이 평소 난데없는 습격 같은 것을 보통은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염두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이런 한국이 좋다. 하지만 그런 좋은 사회일수록, 그 룰에 균열을 입히는 것들에 다른 사회 이상의 충격을 받게 된다. 그래서 형벌로써 심판한다는 국룰을 초월한, 행위가 아니라 존재함으로 심판자들을 소름돋게 하는 장대호는 코리안 조커, 영화 이상의 조커다.

장대호의 꼿꼿하고 사뭇 논리적인 태도는 아서 플렉이 자칭하는 조커와는 또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그는 인생먹튀론의 살아있는 예시이기도 하다. 실제로 그는 재판정에서 '인생을 포기했으니 사형도 괜찮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 점에서 장대호는 현실 감각이 전무한 김성수 같은 보통의 하류인생 살인자들과 다르다. 이를테면 그는 자신을 정중부에 빗대었다. 그건 그가 학력이나 깊이를 떠나 어느 정도의 지적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자의식과잉 기질이 있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점은 피살자에 대한 분노는 그저 발화제였을 뿐, 진짜 동기는 '이렇게 손해보는 삶을 굳이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합리적 판단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고개를 숙이지도 않고, 절규하는 유족들을 향해 미소를 보낼 여유가 있기도 한 것이다. (정중부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가슴이 시키는 일을 했고, 그 과제를 해소한 마당에 지금 벌어지는 재판 따위 일들은 어찌되든 상관 없으니까. 잡히지 않았으면 보너스 게임을 즐기듯 더 좋았겠지만, 혹시 사형을 받는다면 그것도 괜찮다. 내가 나를 죽이는 건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남이 나를 죽여준다면 굳이 더 살아 있을 이유도 없으니 오히려 땡큐다.

인생을 포기한다는 건ㅡ인생에서 좋은 부분은 이미 취했고 더 나아질 가능성은 없으니 나머진 어찌되든 상관 없다는 건ㅡ이렇게 무서운 말이다. 목숨줄을 부여잡고 제시하는 회유나 협박이 전혀 먹히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굳이 살인이라는 극단적 상황을 제시하지 않아도 말이다. 이렇듯 인생을 일종의 손익게임으로 생각하는, 그래서 인생을 포기하고 있거나 포기할 준비가 된 사람들의 수는 얼마나 될까? 이건 범죄율이나 자살율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살인이나 자살 같은 일은 어디까지나 예외적 상황이다. 거기까지 가기에는 넘어야 될 저지선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지선을 끝내 넘어버린 이들로 인해 우리는 그것이 무엇을 대표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장대호는 그 과정을 완성했기에 특별한 것이지 장대호만이 유일한 조커라고 말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소(小)조커들은 이미 주변 곳곳에 포진해 있다. 시스템이 돌보지 않으며, 소외를 논하는 이들로부터도 소외되었고, 때문에 사회적 삶이란 것을 체감하지 못해 인생을 '합리적'으로 잴 준비가 된 자들 말이다.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나는 '번식탈락'(이 자체는 악의적인 여초집단에서 사용되는 표현이지만, 남초에서도 용어만 정립되지 않았을 뿐 비슷한 맥락으로 폄하하는 것은 사실이므로)이란 표현을 왜 놀림감으로만 사용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왜냐하면 실제로 오늘날 사람들은 번식탈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로 그건 두려운 일이어야 한다. 번식에 탈락했지 그게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다는 말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 붕 뜬 힘에 대해서 사회는 아무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실패자들에게도 실패자 나름의 힘이, 오히려 실패했기에 가질 수 있는 힘이 있다. 그것이 어떻게 어디로 굴러갈 것인지는 누구도 모른다. 이것은 너무나 뻔히 현실화된 것들이지만, (소외되고 있어요 관심가져주세요라고 다들 떠들어대는 나머지 정말 많은 관심을 받는 것들 말고 진짜로) 관심받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서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전혀 알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이름 없는 실개천이 썩어 있다는 사실을 모를수록 안양천이나 탄천 정도의 하천을 두고 '개천에서 용난다'는 식의 말을 하는 법이다.


그러니 제발, 두려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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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11 00:51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그러나 실패자들에게도 실패자 나름의 힘이, 오히려 실패했기에 가질 수 있는 힘이 있다. 그것이 어떻게 어디로 굴러갈 것인지는 누구도 모른다."

제가 "기생충"과 "조커"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이기도 합니다. 살인은 혁명이 아닙니다. 세상을 뒤짚어 엎자고 벌이는 일이 아니지요... 그냥 내 손에 잡히는 그 녀석 한 사람의 삶 정도는 다만 훌륭하게 망칠 수 있다는, 끔찍하고 저열한 종류의 폭력입니다. 조금이라도 가진 것이 있는 사람이라면, 조금이라도 인생에서 내일도 살 맛이 나는 사람이라면... 그런 무서운 힘이 자신을 내려칠 수 있다는 '두려운' 생각을 하면서 살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만일 그렇다면 아무도, 무언가를 소중하게 여기고, 사랑할 수 있는 절대 다수는 제정신을 유지할 수 없겠지요. 침대 밑에 괴물이 살고 있다면, 눈을 질끈 감고 없을 거라 스스로 중얼거리는 것은 해답이 아닐 것입니다. 조심스럽게, 서로를 놀래키지 않고 공존할 방법을 모색해야겠지요.

제가 미처 관심을 가지지 못하고 있던 국내 사건을 하나 엮어서 글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제 나름대로 영화에 가지고 있던 이해가 깊어지는 느낌입니다.
안초비
19/10/11 00:54
수정 아이콘
조커 개봉 이전부터 흔히 쓰이던 죽창 드립도 상통하는 측면이 있죠...
https://namu.wiki/w/%EC%A3%BD%EC%B0%BD%EB%93%9C%EB%A6%BD
아닌밤
19/10/11 01:17
수정 아이콘
저도 조커를 보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던 지점은 아서가 조커가 되어가는 과정보다도, 조커가 대중의 열광/광기의 중심이자 촉매이자 상징이 되어가는 과정의 묘사였는데, Inevitable님의 글을 보고 그 생각을 조금 더 해보게 되네요.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게 하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19/10/11 01:30
수정 아이콘
영화 한 편 본 것 같은 기분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19/10/11 01:55
수정 아이콘
글쎄요... 본문의 결론은 미국은 몰라도 한국에는 별로 해당되지 않는거 같네요.

실패자에겐 실패자 나름의 힘이 있다는것도 맞는 말씀입니다만

결국 그 실패자 개개인은 파편화되어 있고 그 성질상힘이 결집되는건 불가능 하다는 점에서 별로 주목할 만한 힘은 아니라고 보입니다.

미국에서 이 실패자가 사회문제화 되는건 결국 '총기' 라는 현실적 무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죠. 인생 포기자 하나가 간편하게 수십명을 살상하고 수백, 수천만명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한국의 상황과는 많이 다르죠.

비웃음거리가 되는 것도 결국 힘이 없는데 사회적 보호막도 없으니 당연한 결말이고.... 뭐 저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이응이웅
19/10/11 06:44
수정 아이콘
글쎄요.
총이냐 칼이냐가 중요한게 아니고 사회에서 번식탈락한 사람들에게 저런 선택지'도' 있다는 것을 당당하게 얘기하고 스스로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만으로도 위험할 것 같은데요.
19/10/11 06:50
수정 아이콘
총이냐 칼이냐는 충분히 중요한 문제라고 보이는데요;

단적으로 실질적인 위협의 정도가 몇십배는 차이나고 사회적 파장은 수백 수천배 차이난다고 생각해서...

그리고 칼과 총은 그걸로 살인을 실행하려는 실행하는 사람에게 심리적으로도 엄청난 차이가 있죠.
칼로 효과적인 살상을 하려면 최소 몇개월의 흔련기간이 필요하지만 총은 그런 장벽이 없고요.

막말로 칼로 대량으로 사람죽이고 사회적 파장일으키려고 의욕내서 몇개월에서 몇년간 훈련할 사람이라면 애초에 자포자기식 테러는 안할거라고 생각합니다.
일각여삼추
19/10/11 09:01
수정 아이콘
몇 개월 훈련 안 해도 아무도 모르게 테러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어떤 연쇄살인마인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인파가 많은 곳에서 지나가면서 가느다란 칼로 한방씩 찌르고 지나가면 피해자 본인도 모르는 새 피해를 입곤 하더군요.
루덴스
19/10/11 12:14
수정 아이콘
총은 없어도 불은 지를 수 있습니다.
19/10/11 12:37
수정 아이콘
총 없이도 대량살상 수단은 많습니다. 방화, 차량돌진, 폭발물 등등이요. 특히 폭발물은 작정하면 한국에서도 충분히 만들 수 있죠. 아직 사례가 없다 뿐이지.
스위치 메이커
19/10/12 15:47
수정 아이콘
만들 수는 있지만 규제가 생각보다 빡세서 미국의 총기처럼 쉽게 만들 수 있는 건 아니죠.
19/10/11 01:58
수정 아이콘
이전에 쓰셨던 자살에 관한 글과도 이어지네요. 적으신 그대로, 아무것도 바라지 않게 된 사람들이 더 위험한 것 같아요. 사회의 치안이라는 게 사실 '내가 범죄를 저지르면 국가가 날 추적해 대가를 치른다' 까지의 과정을 깔고 가는건데, 이게 작동할 수 없으니까요. 소외된 많은 사람들이 '아 내 인생은 이미 터졌으니, 나중에 잡아서 굽든 삶든 알아서 하슈' 하고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순간, 사회가 파탄나겠죠.
꽃돌이예요
19/10/11 04:48
수정 아이콘
이건 추게감 아닌가요?
백곰사마
19/10/11 07:35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좋네요.
파크파크
19/10/11 08:37
수정 아이콘
술술 읽혔습니다.
고거슨
19/10/11 09:38
수정 아이콘
미드 달린다. 라는 정서와 비슷하네요.
수도 틀렸고 K/DA도 틀렸으니 달린다!
달리는 놈들을 말리는 방법으로 "어 이길거 같은데?"가 가장 효과적인걸로 봐서는 이 문제도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는게 제일 효과적이겠지만 어렵죠.
트와이스정연
19/10/11 16:12
수정 아이콘
크크 비유 적절하네요.
던지는 사람들도 반전 분위기가 나오면 누구보다 열심히하죠 흐흐 게다가 상대팀에게 도발 채팅도 더 열심히 합니다
루치에
19/10/11 09:41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지적하자면,
장대호는 "투숙객을 살해한 죄 하나로 재판정에 선" 것이 아닙니다. 처음 이 사건이 언론에 주목을 받게된 계기는, 한강에서 머리와 팔다리가 잘린 몸통이 발견되면서였죠. 장대호는 모텔 투숙객을 살해한 다음, 머리와 팔다리를 자르고, 자른 신체부위를 한강에 유기한 죄로 재판을 받는 겁니다. 해서, 저는 장대호는 사형을 구형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신체를 토막내고 아무렇게나 버리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소위 '인간성'이라고 부르는 어떤 속성을 잃어버린 누군가만이 가능한 일일 겁니다.
녹차김밥
19/10/11 10:19
수정 아이콘
그가 마지막으로 원했던 건 관심과 주목이었고, '흉악범이 양아치를 죽인 사건'으로 봐 주기를 바랬던 자입니다. '양아치'가 되고 싶지 않고,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남는 공포스러운 이미지를 가지고 싶어했던 거죠. 사실 피해자에게 모멸을 당하면서도 정작 앞에서는 딱히 뭘 하지도 못하고 혼자 부글대다가 피해자가 잠든 뒤에야 비겁하게 잔인한 범행을 한 자이니, 그를 겁많고 비겁한 양아치로 취급하는 것이 합당하기도 합니다. 아마 평생을 통해 '양아치' 취급을 받아 왔을 것이고, 강하고 폭력적인 이미지를 동경했을 겁니다. 현실에서 그런 욕망을 드러내면서 포악하게 굴 수 있었던 곳은 인터넷 공간, 일베 뿐이었을 테지요. 그의 등장이 시사하는 점에 대해 생각해 볼 지점들도 있겠지만, 그라는 인간에게 딱히 관심을 주지는 않고 싶습니다. 냉정하고 정당한 법적 절차가 필요하겠지만 그 이외에 사회적으로 그를 대하는 자세는 경멸이어야 하지, 공포가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심하게 뒤틀려 있다가 사고를 친 겁 많은 양아치 하나' 정도로 흐린 기억 속에 묻는 것이 합당한 취급이고 복수가 아닐까 합니다.
stoncold
19/10/11 11:27
수정 아이콘
사회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만 치환해버리는 관점이시죠. 똑같은 비극적 환경에서 멀쩡히 살아가는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만 장대호 같은 사람이 나오는 것도 온전히 개인의 책임만은 아니라고 보는거죠 저나 글쓴분이나. 결국 (개인적이라 할지라도) 사회의 일면 때문에 트리거가 당겨진 괴물이니까요. 그러한 범죄자들을 단죄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나쁜 놈 하나'라고 해버리면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기나 할까요?
녹차김밥
19/10/11 11:53
수정 아이콘
앞서 언급했듯이, 그의 등장이 시사하는, 생각해 볼 지점은 있습니다. 원글은 그런 면에서 좋은 지적이 담긴 잘 쓰신 글이고요. 다만 특정 인물에 대해 초점을 두고 조명하는 방식에는 다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사회의 문제냐 개인의 문제냐 하면, 사회의 문제로 인해 드러난 개인의 문제지요. 사회의 문제에 더 무게를 실어 논의하고 싶다면 더더욱 범죄자 개인에 대한 이야기는 일반론적 수준에서 그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관심받고 싶어하는 자의 마지막 발버둥을 충족해주는 결과로 이어지니까요.

사회가 완벽할 수는 없으니 누군가는 비극적 환경에 처하겠지만, 지나치게 비인간적인 상황에 몰리지 않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가는 것은 공포라는 감정이 아니라 역지사지, 인권 감수성, 측은지심이라는 감정에서 비롯되어야 합니다. 비극적 환경에서 끝내 뒤틀리고 타락해버린 인물에게 사회가 공포라는 감정으로 화답한다면, 오히려 타락으로 가는 길에 달콤한 미끼를 달아 주는 격입니다. 범죄에 화답하는 감정은 용서 또는 경멸이어야 합니다.
윌모어
19/10/11 10:56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추천 누르고 갑니다.
브리니
19/10/11 11:20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 저출산..사회적차원의 문제와 개인적 차원의 미혼률. 그리고 삶의 가치추구에 개인의 일탈같은 선택이 늘어날 것이라 혹은 이미 많이 진행된 상태라 보시는군요. 결국 소극적인(이라표현) 분출구가 우리나라를 자살률 거의 1위국가로 이끄는 힘으로 표출되는것처럼 출산률또한 그런 사회적 억압의 작용이겠고 그것이 장대호처럼 삶의 의지의 적극적인 포기로 극단적인 일이 많아지는 것. 사회적 차원에서 집단이 받는 압박( 시대가 문화가 흘러서 주는 ), 그런 스트레스가 자살률과 저출산으로 1차적으로 드러나고 2단계로 가면...저는 다른 이유도 많겠지만 우리나라의 아파트. 주택문화가 원인이라 생각도 합니다. 좁은 거주지에 어쩔수없이 짓는 아파트지만 가족해체와 사회적 단절에 영향을 많이 주지 않았나 생각해보곤 합니다. 던바의 수인가..검색 귀찮다..그런게 있다던데 사람이 친교를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사람 수가 150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다른 원인도 많겠지만 위에 적듯 효율을 위해 고층 아파트를 쌓아올린 것이 계급 가름 구별짓기 가족해체 이웃사촌소멸 등이 1차로 시작되어 오늘날 던바의 수에 훨씬 못미치는 인간관계가 되어버린게 아밀까..물론 추가적인 많은 요인도 있겠지요 다른분달 생각도 들어보고싶네요. 아.인터넷 통신망이 빨리발달해서 인간관계가 전산으로 대체된 부분도 크구요. 결국 인간관계 친교 소통에 대한 근원적인 욕망이 실제 물리적 실체를 지닌 인간이 아닌 모니터와 활자 영상으로 해소되다보니 결국 갈증이 해결되지 않고 다른 감각에 몰입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봤삽니다. 중구난방이네요..폰이라 정리가 힌들어서 이만..
윤지호
19/10/11 11:29
수정 아이콘
전체적인 논지에는 동의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번식탈락을 이야기하는건 너무 협소하고 그 책임소재를 국소화하는 것 같습니다. 그보다는 아서 플렉이 영화 내내 부르짖었던 '존중과 친절'을 이야기하는게 더 좋지 않을까 합니다.
19/10/11 11:50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좋은 리뷰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19/10/11 13:31
수정 아이콘
저는 조커를 보면서 공감할수 없지만 이해당하고 압도당하면서 경악스러웠었거든요.
그런데 디시 같은 인터넷의 평을 보면 공감하고 이해하시는 분들의 댓글을 많이 보게 됩니다.
사회가 두려워해야만 하는 영화였던것 같습니다.
자기야사랑해
19/10/11 14:03
수정 아이콘
솔직히 정신과약이나 우울증 약 먹는 사람들 주변에서 보면 정말 일반인하고는 사고 자체가 다릅니다

영화 조커와 약간 비슷한 사람을 주변에서 본적이 있어서요 다행히 아직까지는 큰 사고는 없고 머리속에서 생각만 하는 그런 잠재적 조커들이 많습니다

아무 이유없이 의욕도 없고 우울증이 은근히 주변에서 많이 봤거든요 그중에는 사이코 패스 기질이 있는 사람들도 있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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