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튜브를 보면 이상한 채널과 이상한 영상이 많죠.

그 중에서도 가슴아픈 건 조선왕조의 역사를 필요이상으로 비하하는 내용입니다.
'전세계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가장 악독한 왕조'
'노예들이 득실거린 최악의 역사'
'존재해선 안 됐을 흑역사'

이상해서 댓글을 보면 어김없이
'일본이 우리를 개화시키고'
'박정희가 산업화 시켜줘서 고맙다'는 내용 일색이죠.
역시 필요이상으로 비하하는 데에는 다른 목적이 있는 겁니다.

가장 코미디스러운 건 조선=유교=중국사상=공산당=빨갱이로 이어지는 의식의 흐름.
(볼셰비키 혁명이 1917년, 20세기다 이 녀석들아 -_-)

정작 북한은 '조선왕조'를 아예 나라로 인정하지도 않죠.
조선력사 3대 역적으로 이성계, 이완용, 이승만이라는 말도 있어요.
거기에 김춘추, 정도전 끼워서 5대역적이라고도 합니다.
아무튼 그들의 역사 교과서를 보면 조선을 '리조봉건통치기구'라고 부릅니다.
500년의 역사를 공백으로 지워버릴 수는 없으니 최대한 비하하는 거죠.

북한은 그럼 왜 조선왕조를 그렇게 싫어하는 걸까요.
그건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들은 애초에 세계관이 유물론입니다.
공산주의 사관이 대체로 유물론이니까요.
신화 속 인물인 단군의 능이 있다고 문화재를 만들어놓기까지 했죠.
'실재'하지 않은 것은 믿지 않기 때문에
거짓으로라도 만들어 놔야하는 그런 극단적인 유물론입니다.
그런데 조선왕조가 통치이념으로 삼은 유교는 관념론이죠.
그들이 보기에 조선왕조는 거짓을 통치이념으로 삼은 엉터리 국가인 셈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理를 중시한 이황을 대단히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상대적으로 氣를 중시한 서경덕 등을 이황보다 더 높게 평가합니다.

그보다 더 직접적인 이유는 극도의 '민중사관'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고대-중세 모두를 '지배층이 피지배층을 억압한 반동의 역사'라는
전제를 깔고 모든 역사를 서술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세종대왕의 훈민정음도 애민의 결과가 아니라
봉건적 기득권 유지수단으로 격하하고
이순신도 표면적으로는 영웅으로 인정하나 인민을 위함이 아니라
봉건 사회를 수호하기 위해 싸웠다고 서술합니다.

이렇게까지 해서 과거의 역사 특히 조선의 역사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이유가 뭘까요.
그건 '그래서 김일성 동지께서 인민을 해방시켰다'는 결론을 내기 위함이죠.

어? 이거 익숙한 레파토리 아닌가요?

'그래서 일본이 우리를 개화시키고, 박정희 각하께서 산업화로 우리를 먹고 살게 해주셨다'

식민지 근대화론과 박정희 구국론
김일성 구국론

이 아주 상반되는 두 엉터리 역사관이 공히 필요이상으로 비하하는 게 '조선왕조'
(극과 극은 닮는다더니)

남한에서는 그래도 부정론과 긍정론을 균형있게 배웁니다.
다행스럽게도 식근론과 박정희 구국론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지는 않았죠.
불행하게도 북한에서는 부정론과 김일성 구국론이 아니면 죽음입니다.

제목하고는 사실 어울리지 않는 내용인데,
역사학자가 아닌 이상 답변하기 어려운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답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저런 물음에 너무도 쉽게 답을 내버리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들의 목적과 선동이 너무 저열해서 써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