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0/06/22 03:19:42
Name ArthurMorgan
Subject [일반] [개미사육기] 신설비 설치 (사진 있어요) (수정됨)
안녕하세요. 개미집사입니다.

제가 개미들에게 준 먹이는 네 종류입니다. 첫번째는 가루형 사료입니다. 이 가루 사료에는 당분과 단백질이 다 들어 있어서 편하긴 합니다만, 더운 날씨에 빨리 액화되고 쉽게 상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잘 안먹어요; 탈락. 두번째는 딱정벌레를 키울 때 많이 사용하는 곤충젤리입니다. 이건 나름 잘 먹습니다만, 젤리형 사료와 개미는 궁합이 잘 맞지 않는다는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이걸 주면 이게 흙이라고 생각해서 죄다 파서 사육장 여기저기에 널어놓는 비극이 생깁니다. 청소도 힘든 그 끈적한 젤리를 말이죠. 덕분에 [개미안 101동]은 엉망진창입니다. 어릴 때 보신 적이 있으실 듯 한 젤리형 개미농장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젤리를 파죠? 딱 그 꼴입니다. 심지어 통째로 넣어주면 그 안에 방도 만듭니다. 그래서 젤리도 탈락. 세번째는 개미국밥입니다. 포도당, 트레할로스, 젖단백을 물에 타서 만드는 요리입지요. 먹이반응은 최고입니다. 다만, 너무 끈적거린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 양이 많으면 개미가 빠져서 익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허무하게 개라다이스로 돌아간 이름 모를 침묵의 밤 성도의 명복을 빕니다. ㅠ_ㅠ 그래서 급여에 좀 주의가 필요합니다. 네번째는 밀웜입니다. 개미들에게 산란을 촉진하기 위한 단백질 공급원이죠. 국밥에 포함되는 젖단백, 심지어 한우나 치킨을 줘도 개미들이 필요로 하는 딱 그 성분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밀웜을 열심히 줍니다. 최근에는 국밥과 밀웜의 투트랙으로 개미들의 영양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국밥을 통해 어느 정도의 수분이 지급되고는 있으나, 따로 식수를 챙겨줘야 합니다. 신기하죠? 저 쪼끄만 것들이 밥먹고 고기먹고 물마시고 할 거 다 합니다.


12-1

그런 의미에서 국밥 급여를 조금 더 편하게 하기 위한 신설비를 마련했습니다. 개미 밥그릇입니다. 그간 사용했던 미니 라면그릇은 동시 사용인원이 적고 높이가 너무 높아 먹는 자세도 불편하더군요. 이 밥그릇의 중앙부 흰 부분은 스펀지로, 국밥같은 먹이를 적셔주면 애들이 알아서 짜먹습니다. 익사할 위험이 없어서 좋죠. 다만 스펀지를 찢거나 곰팡이가 핀다거나 하는 일은 주의해야겠더군요. 일단 국밥이 밖으로 흐르지 않고, 여러 개미가 편히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합격입니다.


12-2

이것은 식수를 공급하기 위한 급수탑입니다. 가운데 기둥에 물을 채워주면 아래쪽 360도에 골고루 뚫린 구멍을 통해 물을 마실 수 있습니다. 사실 개미들이 물을 마시면 얼마나 마시겠어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걸 설치한 후에 새삼 깨달았습니다. 얘들이 참 목마른 어린 갬들이었다는 것을요. 하루에 1회 정도 갈아줘야 할 만큼 마시더군요. 이것도 여러마리가 동시에 이용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12-3

밥그릇의 반응이 좋습니다. 한국홍가슴개미 [불꽃심장부족]의 워커들이 열심히 스펀지를 씹고 있네요.


12-4

일본왕개미 [일몰망치군단]의 개미들도 국밥에 달려듭니다.


12-5

불꽃족 애들은 국밥 다 빨어먹더니 또 흙을 올려두네요... 저걸 설거지라고 생각하는 애들인가봅니다.


12-6

식수탑도 정말 만족스럽습니다. 불꽃족 워커가 급수구에 입을 넣고 폭풍음수중입니다.


12-7

생긴것이 무슨 오벨리스크같아서인지, 애들이 일단 기어올라보더군요. 불꽃족에서 이 탑을 가장 먼저 정복한 것은 놀랍게도 우리의 친구 나이젤이었습니다. 네, 나이젤 잘 지냅니다. 요새는 가끔 일도 하고 알아서 밥도 먹으러 와요. 건강해서 다행입니다.


12-8

생긴게 종교적 색채가 강해서 그런가 흑색패인왕개미 [침묵의 밤 교단]은 열광적으로 탑을 쓰다듬고 있습니다. 오벨리스크 주변으로 앞서 지급했던 곤충젤리의 잔해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것이 보입니다. 늘 개미들이 오가는 곳이라 닦아서 청소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알아서 자기들만의 고난, 젤리밭길을 만드신 침묵교 갬들입니다.


12-9

물론 물도 잘 받아 마십니다. 얘들이 물을 제일 많이 마시더군요.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마셔라.' 역시 종교적입니다.


12-10

망치단 친구들도 오가면서 물을 잘 마십니다. 얘들은 지난번에 말씀드린 전진기지 [개르나서스]의 확장 보강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얘들의 구상은 단순히 전진기지가 아니었어요. 꽤 재미있는 현상인데, 다음 기회에 소개해드리겠습니다.


12-11

자, 그런데... 이 식수탑 내지는 오벨리스크를 숙박시설로 사용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틈만 나면 저기 수십마리가 달라붙어 잡니다. 그래서 꺼내서 물을 갈아줄 수가 없어요... 이 좋은 시스템을 이렇게 오용하고 있는 이 녀석들, 바로 [개미안 102동]의 주민인 숲곰개미(Formica hayashi)들입니다.

그간 소개해 드리겠다고 벼르기만 하고 아직 제대로 말씀을 못드린 그 아이들입니다. 여러분의 스크롤 압박과 저의 관종병 증세 만족을 위해서 도배를 무름쓰고 바로 다음 화에서 저의 네 번째 콜로니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절단신공!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기사조련가
20/06/22 03:32
수정 아이콘
한달에 개미한테 얼마 조공하세요?? 대략 20만원?
ArthurMorgan
20/06/22 03:42
수정 아이콘
초기투자비용이 아니라 유지비를 말씀하시는 것이겠지요? 유지비만 따지면 개미 전체에게 한 달에 만 원 미만입니다. 유지비랬자, 밀웜과 국밥재료뿐이거든요. 밀웜은 보통 5천원이면 2백마리 이상 구할 수 있고, 이거면 두 달 넘게 먹일 수 있습니다; 국밥재료는 세 가지 재료 모두 합쳐 8천원에 한 통씩을 살 수 있고 이거면 역시 두 달 이상은 너끈히 버팁니다.

시설 비용을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얘기가 달라요. 저는 일반 펜통사육장이 모양이 제각각이라 마음에 안들고, 또 군체가 커지면서 더 큰 곳으로 옮겨줄 필요가 있었어요. 그래서 기왕 옮기는 거 장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관리도 쉽고, 모양도 이쁜 사육장을 만들려고 하였죠. ^^ 덕분에 사육장 구축은 짬짬히 나름 큰 지출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소개해 드린 네 콜로니의 사육장 셋팅은 개당 평균 10만원 넘게 들어갔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다만 이것은 제가 제품의 상세한 내용을 모르고 조금 낭비가 있었던 결과입니다. 앞으로 다른 사육장을 셋팅한다면 저렇게 필요없을 듯 해요.
희원토끼
20/06/22 07:35
수정 아이콘
오...빵부스러기나 그런거 주면 먹을거 같았는데...국밥이 주식인가보네요.
ArthurMorgan
20/06/22 09:35
수정 아이콘
그냥 빵은 당분이 많지는 않으니 크게 매력있는 먹이는 아니겠지요. 물론 자연상태에서야 한 쪼가리가 아쉽겠습니다만 크크
희원토끼
20/06/22 10:36
수정 아이콘
그런가요..흐...가끔 놀이터에서 과자나 빵 부스러기 주면 바글바글 몰려드는 개미 구경하는게 재미진데...국밥주면 환장하겠네요.
ArthurMorgan
20/06/22 15:24
수정 아이콘
과자에는 아무래도 설탕이 들어가 있어서 잘 먹을 거에요. 혹시 기회가 된다면 콜라나 사이다를 몇방울 떨어뜨려 보세요. 개미가 좋아하는 것은 단 음식과 액체입니다. ^^ 환장을 할 것입니당 크크크
구라리오
20/06/22 09:37
수정 아이콘
남은 밥 주면 안되나요? 잔반처리용으로 키우는건 무리겠죠?
ArthurMorgan
20/06/22 09:42
수정 아이콘
무리입니다. 완전 무리입니다.

1. 잔반이라고 하면 양이 꽤 되는데, 그걸 전부 처리할 만한 군체는 만 단위가 넘어야 할 겁니다. 그럴 리가 없을 테니 그 잔반은 아마 사육장이나 먹탐장 안에서 썩어서 짬통냄새를 풍기겠지요. '_';;;

2. 그렇게 부패한 잔반은 곰팡이나 다른 벌레, 세균을 끌어들여 군체를 전멸시킬 수 있습니다.

3. 인간의 식량 중에서 일부만이 개미의 생명유지에 도움이 됩니다. 당분과 단백질이요. 그나마 단백질은 산란과 육아에 큰 효율을 보이지 못하는 단백질이 대부분입니다.
구라리오
20/06/22 10:53
수정 아이콘
아. 이렇게 공손하게 대답해주시니 감사합니다.
ArthurMorgan
20/06/22 15:27
수정 아이콘
규정이 지엄하고, 혼자만 보실 글이 아니기 때문에... ^^
20/06/22 11:16
수정 아이콘
오 급수탑 신기하네요 ^-^)=b
ArthurMorgan
20/06/22 15:25
수정 아이콘
생긴 것도 꽤 이쁘지 않습니까? 크크
20/06/22 15:46
수정 아이콘
디자인이 현대적이라서 뭔가 새롭습니다.
아마존 정글 한가운데 최첨단 빌딩이 서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크크크크
ArthurMorgan
20/06/22 16:54
수정 아이콘
자연과 문명의 만남이라는 테마로... '_';; 크크
20/06/22 13:12
수정 아이콘
급수탑 신기하네요 크크 연재글 잘 보고 있습니다.
ArthurMorgan
20/06/22 15:25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
트루할러데이
20/06/22 13:33
수정 아이콘
개미안 이군여 크크크 하긴 개이파크보다는....
ArthurMorgan
20/06/22 15:26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 개편한 세상이라는 아이디어도 어떤 분이 주셨습니다
Hammuzzi
20/06/22 19:32
수정 아이콘
급수탑이 시원해서 붙어자나보네요. 거꾸로 매달려서 먹는것보니 곤충은 참 신기해요
ArthurMorgan
20/06/22 20:33
수정 아이콘
그렇죠. 지능이라곤 없고 그저 조그만 생물일 뿐일 듯 한데, 막상 하는 것을 보면 쟤들 진짜 지능 없는거 맞나 싶을 때가 있고요.

급수탑에 물이 없을 때도 저래요... 그냥 쟤들은 뭐가 있으면 붙어 자고 싶어하나봐요. 밥그릇에도 붙어 잡니다 크크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6867 [정치] 대선주자 묻자…김종인, 잠시 침묵한뒤 "백종원 어때요" [91] 감별사13521 20/06/23 13521 0
86866 [일반] 100만원으로 인텔 코멧레이크 가성비 PC 세팅하기 [19] 토니파커8894 20/06/23 8894 0
86865 [일반] [역사] 1803년, 일본 최초의 서양사 입문 서적 및 지리백과사전 [8] aurelius9374 20/06/23 9374 1
86864 [일반] 내가 좋아했던 극장판 애니들 best 5 [12] 실제상황입니다9674 20/06/23 9674 0
86863 [정치] 김경수 2심 관련 사건에서 우주의 진리 하나가 언급된 모양이네요. [132] 큿죽여라15944 20/06/23 15944 0
86862 [정치] 이제 한국도 핵을 가질 때가 되었습니다. [105] 송파사랑11154 20/06/23 11154 0
86861 [일반] 지금 돌아보면 오싹했던 일. [17] 공기청정기9626 20/06/23 9626 5
86858 [정치] 왜 빠가 되는걸까요? [75] 움하하9370 20/06/22 9370 0
86857 [정치] 누구하나 책임지지 않는 정부와 여당. [312] 움하하17813 20/06/22 17813 0
86856 [일반] [일상글]담배 끊고 싶다. [50] 정휘인8166 20/06/22 8166 5
86855 [일반] 국민연금 2054년 고갈이 된답니다.. [93] 박세웅15774 20/06/22 15774 4
86853 [일반] [서브컬쳐] 사랑은 기다림이 아닌, 쟁취하는 것! 러브코메디 애니 노래 모음(2) [43] 라쇼10351 20/06/22 10351 0
86852 [일반] 시트콤 프렌즈와 빅뱅이론 [49] 샤르미에티미9911 20/06/22 9911 5
86851 [일반] 네이버 해킹 당했습니다. feat.카톡 사칭 사기 [21] mcu9697 20/06/22 9697 0
86850 [일반] "8월의 폭풍"으로: 소련과 일본의 40년 충돌사-2 [17] PKKA7936 20/06/22 7936 13
86848 [정치] 공기업의 비정규직 직고용. 이젠 제발 그만... [399] 24cm18065 20/06/22 18065 0
86847 [정치] 홍영표 '도덕성검증 비공개' 인사청문회법 발의 [122] 쿠보타만쥬11416 20/06/22 11416 0
86846 [정치] [폭로] 볼턴이 원했던 대북해법은 무엇이었나? [75] aurelius12414 20/06/22 12414 0
86843 [일반] 새벽감성에 꽂혀 올려보는 알고리즘추천노래영상 문문문무6552 20/06/22 6552 1
86842 [일반] [개미사육기] 우리는 노예가 되지 않을 것이다! (사진 있어요) + 사진 추가요 [32] ArthurMorgan8269 20/06/22 8269 28
86841 [일반] [개미사육기] 신설비 설치 (사진 있어요) [20] ArthurMorgan7592 20/06/22 7592 20
86840 [일반] 사회인 야구에 입문해 봅시다. [45] 기사조련가12402 20/06/22 12402 6
86839 [일반] 소고, 장기에 바라는 점 [55] 수국7779 20/06/21 7779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