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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7/03 23:16:56
Name PKKA
Subject [일반] "8월의 폭풍"으로: 소련과 일본의 40년 충돌사-13
* 본인은 『8월의 폭풍』의 역자이자 연재소설 『경성활극록』의 저자임을 독자분들에게 먼저 알리는 바입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75357299
https://novel.munpia.com/163398

13. 소일 불가침조약

할힌골 전투 이후 소강상태가 된 소일관계에는 1941년부터 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까지 무력충돌도 불사하던 양측이 서로와 불가침조약을 맺어야 할 심각한 정세변화가 생기고 만 것이었습니다.

소련의 경우 프랑스의 몰락이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스탈린은 독소 불가침조약으로 독일의 침공위협을 일단 미뤄둔 뒤 유럽정세를 관망하였습니다.

스탈린은 제1차 세계대전처럼 독일과 프랑스, 영국이 서부전선에서 지리한 소모전을 벌이다가 양쪽 다 자멸하는 상황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프랑스와 영국에 비해 군사력이 객관적으로 떨어지는 독일에 균형을 맞춰주기 위해 코민테른을 통하여 프랑스 공산단이 프랑스의 전쟁수행 능력을 적극적으로 방해하라는 지령을 내리는 등 양측의 양패구상을 노렸습니다.

그런데 스탈린에게는 충격적인 상황이 전개되었습니다. 독일군이 프랑스를 5월 10일에 침공하여 6주 만에 프랑스의 항복을 받아내고 만 것이었습니다.

이는 전 세계에도 충격이었지만, 이로서 제국주의 국가들의 양패구상은 커녕 서부전선이 급격히 소멸되면서 독일의 위협이 바로 눈 앞에 닥치게 된 소련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소련은 이에 대독유화책을 펼치는 동시에 군대를 급격하게 확대시키며 소련군의 개편이 완료되는 1942년 6월 이후까지는 어떻게든 전쟁을 미뤄보려고 애를 썼습니다.

한편 일본의 제2차 고노에 내각은 이미 미국과는 중일전쟁 문제로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마당에 적극적인 남진정책으로 미국과의 충돌을 가시화시키고 있었습니다.

일본군은 1940년 6월에 당시 망해가고 있던 프랑스의 식민지 인도차이나에 진입하여 프랑스 식민당국을 압박해 중국 운남지방을 압박하기 위한 병력주둔권을 얻어내자, 동남아시아의 자원을 필수적 요소로 여기던 미국과 본격적인 충돌이 시작되었습니다.

미국이 일본을 억제하기 위하여 7월 25일에 철강 금수조치를, 8월 6일에는 항공유 금수조치를 내리는 등 상황이 갈등으로 치닫자, 고노에 내각에서는 소련과 계속 대립하는 것은 양면전선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는 판단이 부상하고 있었습니다.

1940년 9월에 미국을 억제하기 위해 정식으로 군사동맹을 체결한 나치 독일 또한 소련과 불가침조약을 맺은 이상 소련과 더 대립하지는 않으리라고 판단하고 있었습니다.

이로서 가장 큰 위협을 상대하면서 후방에서 양면전선을 만들지 않으려는 양자간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일치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결국 1941년 4월의 소일불가침조약 체결이라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육군 내 몇몇 장교들의 주장인 독이일소 사국동맹을 어전회의에서 주장한 바 있던 마쓰오카 요스케 외무대신은 4월 13일에 모스크바를 방문했습니다.

마쓰오카는 스탈린과 회담하며 소련과의 협상을 통해 양국이 제3국과의 전쟁상태에 들어가게 된다면 서로간의 중립을 유지한다는 조항을 골자로 한 불가침조약을 체결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스탈린은 일본에 선물을 하나 주었습니다. 이제까지 승인도, 불승인도 하지 않던 만주국을 비공식적으로라도 승인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로서 소련은 비추축국 국가 중에는 유일하게 만주국을 인정한 국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마쓰오카 외무대신은 협정 체결 후 만찬장에서 황당한 실언을 하고 말았습니다. 마쓰오카의 발언은 이리하였습니다.

"만약 일본이 조약을 어기면, 저의 목은 수상의 것입니다. 하지만 수상이 어기면 제가 목을 가지러 오겠습니다."

마쓰오카는 농담이랍시고 한 말이었지만 스탈린은 농담으로 듣지 않았습니다.

스탈린이 "내 목은 소련에 중요하오."라고 대꾸하자 만찬장 분위기는 얼어붙었습니다.

스탈린은 더 짜증이 나서 모독성 발언까지 했습니다.

"당신들은 정말 아시아적인 인간들이오."

당대 유럽 세계에서 "아시아적"은 "야만적"과 동일한 말이었습니다.

스탈린도 이건 너무 나갔다고 생각했는지 빠르게 한마디로 상황을 수습하였습니다.

"물론 나도 당신도 다 같은 아시아인이오."

스탈린의 "다 같은 아시아인" 소리는 그가 캅카스 지방인 그루지야(조지아) 출신이라 한 말이었습니다. 당대 유럽에서 캅카스는 유럽이라기보다는 아시아로 인식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마쓰오카 외무대신 또한 나름의 외교적 립서비스를 하였습니다. 그의 말은 이리하였습니다.

"사실 일본인은 도의적 공산주의자입니다."

이는 스탈린주의적 집단주의와 천황제 집단주의가 일맥상통하는 것이 있다는 일본 정치학계 일각의 해석을 차용한 것이었습니다.

일본이 치안유지법으로 공산주의를 극도로 탄압하고 있음을 미루어 보면 참 개드립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_-;;

아무튼 스탈린은 "아시아인"소리가 마음에 들었는지 모스크바역에서 마쓰오카를 배웅하며 다시 한번 "우리는 같은 아시아인이오."라고 하였습니다.

이로서 소련과 일본은 서로의 후방을 완전히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불과 2년 만의 급격한 정세변화였습니다.

그런데 고노에 내각이 또 당황할 사태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바로 나치 독일에서 조만간 소련을 침공할 것이니 도와달라는 언질을 넣은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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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맨틀
20/07/03 23:44
수정 아이콘
당시 미국은 자신들의 중국 중립화 정책때문에 일본과 갈등을 빚고 있었습니다.
근데 일본군이 코친차이나 즉 베트남 북북에 진군하자 본격적으로 일본에게 제계를 내리게 되었지요.
20/07/04 08:32
수정 아이콘
제계→제재
klemens2
20/07/04 03:24
수정 아이콘
만주에 중국 그리고 동남아 까지 먹고 싶어했던 그 욕심 덕분에 살았네요.
20/07/04 08:32
수정 아이콘
아무튼 소련의 전쟁수행에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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