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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7/05 19:48:18
Name Love&Hate
Subject 후경의난 완결. (수정됨)
오늘은 그동안 써왔던 '후경의 난'의 마지막 시간입니다. 마지막 편이니만큼, 이 글로 모든걸 이해할수 있게되었으면 좋겠네요. 오늘은 뒤가 없으니깐요. 그래서 이해를 돕기위해 일단 정리를 좀 해볼게요.



0. 지난 이야기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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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의 지도는 이랬습니다.북위와 양나라의 남북조시대.

북위와 양나라의 남북조 체제가 형성된뒤 시간이 흘러 북위는 태후와 황제가 권력다툼을 하다가 외부 군벌 이주영을 끌어들입니다. 이주영은 황궁의 권력다툼을 마무리시키고, 둘 모두에게서 권력을 빼앗아 본인이 권력을 쥐게 되어  권신이 됩니다. 이주영이 마치 동탁처럼 황제보다 더 큰 권력을 휘두르게 되자, 황제가 이주영을 암살했는데, 그것으로 이주영의 세력은 끝나지 않습니다. 이주영의 수하들이 이주영의 세력을 나눠먹게 되었습니다. 이중 두각을 드러낸건 고환과 우문태, 후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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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위와 서위로 갈라진 뒤의 지도

결국 북위는 (황제는 따로있지만) 고환의 동위와 우문태의 서위로 두개의 나라로 쪼개집니다.  후경은 고환쪽을 돕고요. 고환의 동위와 우문태의 서위는 서로 진정한 위나라라며, 박터지게 싸우는데 고환쪽이 밀립니다. 세력이 더 컸음에도 둘이 싸우면 우문태를 당해내지 못한 고환은 홧병에 걸려 죽습니다. 고환의 자리는 장남 고징이 이어받습니다.

고환이 죽으니 후경은 더이상 고씨 밑에 있지 않겠다며 반란을 일으킵니다. 후경의 반란을 미리 예측한 고환은 고징에게 '후경이 난을 일으키면 모용소종을 써라'고 죽기전에 미리 알려줬습니다. 고징은 고환의 유지대로 모용소종을 토벌대로 파견합니다. 후경은 모용소종의 토벌군을 두려워한 나머지 양무제 소연에게 칭신(신하라고 칭함)하고, 양나라의 도움을 얻지만, 모용소종은 양나라에서 보낸 소연명의 구원군도 유병지계로 깨뜨리고 대장 소연명을 사로잡습니다. 후경의 반란도 토벌하고요. 후경은 어쩔수 없이 양나라로 도망칩니다.

후경이 모용소종에 깨지고 양나라로 도망쳤고, 후경때문에 반목하게된 양나라와 동위는 서로 화친을 시도합니다. 화친의 댓가로 후경과 소연명을 맞교환하기로 하죠. 후경은 가만히 있다가는 죽은 목숨이니 다시 한번 양나라에서 반란을 일으킵니다. 고작 천명으로 말이죠. 그래서 양나라에서도 처음에는 무시하고 잇었는데 그런데 수도를 향해 진격할수록 숫자가 점점 늘어났습니다. 양나라 내부자였던 임하왕 소정덕이 다음 황위를 노리고 후경에게 협력한것도 컸습니다. 후경도 천민에게 면천과 죄수에겐 사면, 평민에겐 막대한 보수를 제시하며 민중들을 난리로 끌어들입니다. 수양성에서 반란을 일으킬때는 고작 천명이었지만 나중에는 몇십만 대군이 양나라 수도 건강을 포위하게 되었지요.

후경은 결국 수도 건강을 함락시키고, 양무제 소연을 굶겨죽입니다. 그리고 그 뒤 꼭두각시 황제 두명정도 갈아치우고 선양받아 건강 주변에 한나라를 세웁니다. 그렇게 후경이 양나라를 집어삼키나 했으나 비록 지금 양나라 수도는 함락되었어도, 양나라 지방에는 아직 군권을 쥐고 있던 양나라 황족들이 있었습니다. 그중 (남조의 핵심 군사요충지였던) 강릉에 있던 양무제 소연의 7남 형주자사 소역이 후경의 난을 토벌하기 위해 군사를 일으켜 진패선과 왕승변을 건강으로 출진시킵니다.






1. 후경의 난을 진압한 왕승변과 진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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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나라의 마지막 명장들이었던 왕승변과 진패선


형주자사 소역은 자신 아래에 있던 명장 왕승변으로 하여금 형주군을 이끌게 하고,  진패선을 만나 후경을 토벌하라고 명령합니다. 왕승변은 아버지대에 북위에서 항복해온 항장출신으로, 소역을 따라 크고 작은 형주에서 각종 전쟁에서 승리한 명장이었습니다. 소역이 후경의 난에 출진시키기전에 장사에 있던 마찬가지로 황족이었던 종친 소예에게 군량을 빌려달라고 하는데요. (실제로 군량이 좀 문제이긴 했습니다.) 후경을 토벌하는데 힘을 모으자는 의도였는지 빌려달라고 하면서 괴롭히려는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소예는 거절하고 감히 아버지의 복수를 하는일에 협조를 안한다며 소역은 소예를 토벌합니다. 그때도 왕승변의 활약으로 소예를 죽입니다. 그런 믿음직한 명장이었죠. 나름 소역은 본진의 에이스를 파견한겁니다.



진패선은 그에 반해 소역과는 인연이 없던 양나라의 장수였습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하급무관으로 녹을 먹다가, 군사적 역량이 뛰어나서 승진하고 있던 남자였죠. 후경의 난이 일어났을때 광주(삼국지로 치면 교주쪽)에 있었습니다. 후경이 난을 일으킨뒤 각 지방에 후경편할 사람들을 모았는데, 진패선의 상관이 후경에게 호응하려는 겁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상관을 암살합니다. 그리고 의병 및 무뢰배들을 긁어모아서, 후경을 때려잡자며 분연히 일어섰죠. 그런 진패선에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합니다. 후안도, 소마가, 오명철같은 유능한 사람들도 부장으로 합류했고, 병사들도 합류하고, 병사에 지원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군량으로라도 지원하고.. 후경은 이미 민심을 잃었어요. 진패선은 병력이 생겼는데, 독자적으로 행동하기 보다는 가장 권위있는 황족이며 반후경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형주자사 소역에게 기별을 보내 그의 명령을 듣겠다고 이야기합니다. 소역은 본인이 토벌군을 보내니깐 그 토벌대 대장 왕승변과 만나서 함께 후경을 토벌하라고 이야기하죠.



왕승변과 진패선은 백모에서 만나 제단을 쌓고, 사슴의 피를 서로의 입술에 바르며 결의합니다. " 우리는 절대 서로를 속이지 않을것이며, 후경과 함께 숨을 쉬지 않겠소." 진패선의 병력이 합류한건 왕승변에게 여러모로 호재였습니다. 일단 진패선은 군량이 넉넉해서, 군량이 부족하던 왕승변에게 큰 힘이 되어줬습니다. 그리고 진패선의 군대는 급조했으나, 맹장들이 많아 용맹했어요. 왕승변의 군대도 물론 용맹했습니다. 후경은 이들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후경은 자신의 토벌대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강하로 요격을 나갔지만, 거기서 부터 쭉 털립니다. 열번 만나서 열번 모두 지고 병력도 와해되었다고 하네요. 왕승변 아래에는 부장으로 왕림이 있었는데, 왕승변이 왕림을 선봉으로 내세웠는데 이 왕림의 활약도 대단했다고 합니다. 여튼 후경은 왕승변, 진패선 패거리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고, 건강이 아닌 북쪽으로 도망쳐 버립니다. 심복들과 가족만 이끌고 말이죠. 도망쳐 가는 길에 행군속도가 쳐지니깐 자식들도 강에 빠뜨리고 도망갑니다. 보다 못한 처남 양곤은 후경을 암살합니다. 뭐 말이 처남이지, 후경이 건강을 함락하고 약탈혼을 하거든요. 안그래도 감정이 안좋았지만, 여동생과 조카 생각해서 후경을 따라가던 양곤은 후경을 암살해서 시신을 왕승변에게 보냅니다. 왕승변은 다시 형주자사 소역에게 후경의 시신을 보내고, 소역은 아버지의 원수인 후경의 시신을 받고 뼈를 갈아마셨다고 합니다.





2. 빈집을 노리는 소씨가문 황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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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나라 황실 가계도. 모르는 소씨 나오면 이 그림으로 다시 올라오시면 찾으실수 있을겁니다. 화살표는 부→자


후경의 난은 진압했는데, 양나라 황실에는 후경이 꼭두각시 처럼 쓰다버린 황제가 있었습니다. 선양받으려고 임시로 황제로 세웠다가 선양받고 방치해둔 소동이었죠. 소역은 아버지 양무제에 대한 효심은 지극했지만, 소연은 이미 죽었고, 후경의 꼭두각시를 본인의 황제로 받들 생각은 없었습니다. 건강은 피폐해졌으니 양나라의 수도는 자신의 본진 강릉으로 이전해야 된다고 주장하며, 황제 소동을 강릉으로 모셔옵니다. 그리고 모셔오는 배에 구멍을 뚫어서 수장시키죠. 자 이제 황제가 없어졌습니다. 소역의 측근들은 황제 자리는 비워두면 안된다고 이야기를 했고, 소역은 마지못해(?) 황위에 오릅니다. 그가 양나라 4대 황제 효원제입니다. 그는 수도 건강과 똑같이 강릉을 꾸미고, 아버지 소연의 집무실을 만들어놓고 그걸 비워두면서 아버지를 그리워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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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를 돕기위한 코에이식 지도. 후경의 난 때의 양나라 황족들 배치 상황입니다.



아무리 허수아비였다지만 황제를 죽이고 본인이 황위에 오른 이런 행태를 다른 황족들이 용납할수 있었을까요? 안그래도 후경의난 때부터 눈치만 보던 황족들이었습니다. 원래 후경의난이 일어나자 군대를 일으켜 토벌하려고 생각은 했으나, 그렇게 되면 태자 소강이 황위에 오르니 그게 싫어서 눈치만 봤던 거였는데, 소역이 '날 잡아 잡수쇼'하면서 명분을 던져줬죠. 먼저 움직인건 익주자사 소기입니다. 소기는 소역의 동생이었는데, 익주에서 황제를 칭하며 거병합니다. 양양에 있던 소찰도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안그래도 후경의난 토벌하러 가면서 자신의 형인 소예를 참살한 소역에게 감정이 좋지 않았습니다. 소역은 주력군이 건강에 가있었죠. 소기의 군대를 막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서위의 우문태에게 의지합니다. 우문태씨!! 익주자사 소기가 저희한테 병력 몰고 오는 중이니 비어있는 익주 좀 쳐주세요!





3. 우문태의 양나라 공략

안그래도 영토확장에 관심이 많았던 우문태에게는 드디어 기회가 왔습니다. 우문태는 "촉을 차지하고 양나라를 제압하는 것은 이 한번의 거사에 달렸다"며 기뻐하며 신하들에게 말합니다. "누가 이 중요한 임무를 맡겠느냐." 우문태의 용장들이 촉지방은 험준하니 공략하기가 마냥 쉽지는 않아서 다소 주저하고 있을때, 우문태의 사위 울지형이 나섭니다. 본인이 촉을 공략하겠다는 겁니다. 우문태는 그런 울지형이 대견하면서도 어떻게 공략할것이냐에 대한 질문 역시 던져봅니다. 울지형은 씩씩하게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촉은 중국과 단절된지 이미 100년이 넘었고 그 험준함과 먼것에 의지하고 있지만, 우리가 그것을 공략하는것은 걱정할 것이 못됩니다. 철기병을 이끌고 두배 빠르게 가서 기습하면 함락하지 못할리가 없습니다."




울지형은 강행해서 촉을 함락해버리자는 의견을 냈습니다. 울지형은 그냥 기병들 몰아서 다른 촉땅에 관심두지 않고 엄청 빠르게 가서 주도 성도를 직격하겠다는 의견이었습니다. 물론 그 의견은 다 한중이 서위의 손안에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우문태는 울지형의 계획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우문태 역시 한 강행 하던 장수였거든요. 쾌속진격은 우문태의 장기이기도 했습니다. 우문태는 울지형을 용맹을 칭찬하며 철기병 일만과 보병 만이천을 내어줍니다. 울지형은 한중의 군대와 합류하여, 성도를 향해 냅다 달려버립니다. 그리고 성도를 포위해버렸죠. 당시 성도를 지키던 양나라 장수는 생각보다 너무 빨리 적들이 본진을 포위해버려서 손도 못쓰고 패배합니다. 50일정도 버티다가 항복하는수밖에 없었죠. 이 한번의 공략으로 촉은 우문태의 수중으로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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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를 돕기위한 코에이식 지도. 빈집털이 하려고 서로 꼬리를 물고있네요.





익주자사 소기는 닭쫓던개 지붕쳐다보게 되었습니다. 소역을 토벌하고 자시고를 떠나서 본진이 날라가버린거죠. 원래 처음에 거병했을때 소역이 소기에게 말로하자며, 대화를 시도했는데 소기가 거절했습니다. 이번엔 소기가 소역에게 우리 이제 말로하자며 제안을 하죠. 이번엔 반대로 소역이 거절합니다. 그리고, 사기가 땅에 떨어진 소기의 군대는 소역에게 토벌됩니다. 소기는 잡혀죽고요.



자 소역은 이렇게 급한불을 껐는데, 우문태가 촉에서 나가지를 않는겁니다. 우문태입장에서는 당연히 안나가겠죠. 제가 우문태라도 안나갑니다. 소역은 우문태를 타일러봅니다. 촉땅은 원래 양나라 것이니, 이제 그만 돌려주시오. 돌려줄 생각이 없던 우문태는 소역이 싸가지가 없다면서 군대를 일으킵니다.  그리고 원래 강릉을 노리던 양양에 있던 소찰을 꼬셔서, 널 양나라 황제를 시켜줄테니 같이 소역을 치자고 이야기합니다. 소찰은 안그래도 소역을 쳐서 황제가 되고 싶었는데 거부할 이유가 없었죠 찬성합니다.




우문태는 군대를 출진시킵니다. 대장에 우근(우중문의 할아버지)을 삼고 양충(양견의 아버지), 우문호(우문태가 전쟁터에 데리고 다니던 조카), 위효관(서위,북주 최고의 명장)을 딸려보냅니다. 우문태는 최고의 전력으로 소역을 상대하기로 결정한 것이었죠. 그렇지만 소역의 최고 전력은 건강에 가있습니다. 하도 수도가 초토화 되어있어서, 거기 주둔해서 안정화를 시키고 있었죠. 전력대 전력으로 붙었어도 이겼으리라고 생각하기 힘든 소역이 주력없이 우문태군을 막기는 어려웠습니다. 강릉성은 그저 함락될 뿐이었죠. 함락되기 전에도 말위에서 병사들에게 도덕경을 강의하던 소역은, 강릉성이 무너지자 본인이 모았던 장서 14만권을 불질러 버립니다. 자신의 수집품을 순장한거죠. 그리고나서 소찰에게 잡혀 죽습니다.




소찰은 이제 본인이 양나라 황제가 되는가 했는데, 우문태의 군대는 강릉의 모든것을 노략하고 소찰의 양양성까지 접수합니다. 그리고 폐허가 된 강릉성에 소찰을 황제시켜줍니다. 이를 후량이라고 부릅니다. 소찰은 이제서야 잘못된것을 느끼지만 돌이킬수 없었습니다. 후량은 이후로 서위와 북주의 그냥 지방 괴뢰정권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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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를 돕기위한 코에이식 지도. 우문태의 약진 이후의 대략적인 영토상황



왕승변은 강릉이 공격받는다는 소식을 듣고, 왕림을 보냅니다. 왕림은 후경의난을 진압할때 선봉에 섰던 용맹한 장수였는데 그간 좀 복잡한 일이 있었습니다. 선봉으로서 용맹했던것까진 좋은데, 후경의 수도인 건강을 함락하고 약탈을 해버립니다. 후경의 수도이기도 하지만, 양나라의 수도이기도 한데 본인들 수도를 노략한거죠. 왕승변은 왕림이 후경같이 근본없는 놈이라고 생각하며, 구금해서 죽이려고 하지만, 주군 소역에게 문의합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이 주군이 계신곳이 털릴 위기잖아요. 일단 강릉이 공격받으니 일단 왕림을 용서하고 강릉 근처인 장사로 파견합니다. 왕림이 장사에 도착해서 군사를 내몰려고 했는데 이미 강릉은 함락되었습니다.  왕승변과 진패선은 소역의 죽음을 듣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강릉이 함락되면서 강릉에 있던 왕승변의 아들과 진패선의 아들도 포로로 장안으로 압송되었으니 그 슬픔은 진심이었을겁니다. 왕승변과 진패선은 강릉을 차지한 소찰의 후량을 인정하지 않고, 소역의 아들인 소방지를 옹립해 황제로 세웁니다.





4. 동위에게 황위를 선양받은 북제

양나라가 후경의 난으로 난리났고, 서위의 우문태가 그 틈을 타서 양나라의 영토를 먹고있을때 동위는 뭐하고 있었을까요. 동위에도 복잡한 일이 있었습니다. 동위의 고씨가문은 이름뿐인 황제한테 신하놀이 하는것에 지쳐서 이제는 선양을 받으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고환의 후계자 고징이 선양을 받으려고 했는데, 그만 노비에게 암살당합니다. 지은죄가 좀 많아서 원한을 가진 사람이 있는게 이상할 사람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고징의 동생 고양이 후계구도를 이어받고 황위도 선양받는 후계작업 중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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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제황실가계도. 숫자는 황제에 오른 순서. 0과 -1은 추존. 화살표는 부→자



고양은 이제 황제가 되었는데, 서위가 양나라를 파먹고 있는겁니다. 가만두면 양나라가 서위 손아귀에 모두 들어갈거같아요. 그건 막아야죠. 어떻게 막을까 생각하다가, 동위에 구금되어있는 양나라 황족이 생각났습니다. 바로 소연명. 원래 1차 후경의 난때 구원군으로 파견되었다가 모용소종에 잡혀서 포로가 된뒤, 후경이랑 교환하려고 했는데 후경이 난을 일으켜버렸죠? 그래서 여전히 동위에 포로로 있었습니다. 이 소연명을 이용해서 양나라에 좀 영향을 미쳐볼까라는 생각을 고양은 하게된거죠. 그래서 왕승변에게 말합니다. 소방지는 너무 어리지않소. 여기 니네 황족한분 계시니깐 모셔가시오. 공짜로 돌려보내줄테니 황제로 삼으시오. 나 너무 마음넓지 않소?



당시 조정의 실권자는 당연하게도 왕승변과 진패선이었습니다. 왕승변이 원래부터 소역에 박힌돌이었다면, 진패선은 굴러들어온 돌이니 왕승변의 입김이 더 쎘겠죠. 왕승변과 진패선은 서로 통혼하며 사돈이 되서 연합정권을 만들어둔 상태라고 보시면됩니다.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소방지는 황제지만 힘이 별로 없었죠. 왕승변은 소역의 신하였는데, 소역의 아들 소방지를 이미 옹립한 마당에 소연명을 황제로 삼을 이유가 없습니다. 소연명은 심지어 양나라 개국황제인 양무제 소연의 핏줄도 아닙니다. 소연의 조카였어요. 소역의 사람이었던 왕승변은 당연히 소방지를 더 지지했고, 고양에게 이미 황제가 섰으니 사양하겠다고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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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양나라 황실 가계도. 소연명과 소방지를 확인 가능하십니다. 화살표는 부→자. 소연명은 직계도 아닌 소연의 형 소의의 자식이었습니다.




고양은 군대를 파견해서 어지러웠던 양나라 북쪽 회남지역을 침범합니다. 그러면서 계속 권유하죠.' 왜 댓가없이 돌려주겠다는데 사양하시오. 미안해서 그런거라면 그럴필요없소. 지나친 사양도 실례요.' 라고 하면서 군대를 몰고다닙니다. 북제의 군대가 장강에 도착하자 왕승변은 생각했습니다. 지금 나라사정도 몹시 복잡한데, 북제까지 이렇게 나오면 양나라의 미래는 너무 어두운겁니다. 본인도 원하지는 않지만, 일단 북제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다만 소연명은 나이가 좀 있으니, 태자는 현 황제인 소방지로 삼아달라는 딜을 했고, 그것까지는 고양도 받아들였습니다. 북제는 소연명을 양나라로 보냈고, 황제 소방지는 잠시 황제자리에서 내려오고 소연명이 황제가 됩니다. 물론 실권은 별로 없죠.







5. 왕승변을 제거하는 진패선

진패선은 소역의 아들인 소방지를 두고 다른 사람을 황제로 삼아서는 안된다고 거듭 왕승변에게 간했습니다. 왕승변이라고 좋아서 한건 아니었던지라 진패선의 의견을 들어줄수 없었습니다. 진패선은 그런 왕승변을 반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디 소역의 아들인 소방지를 두고 저런 굴러들어온 개뼈다구한테 황위를 니맘대로 줄수 있단 말이냐." 겉으로 진패선은 왕승변을 따르는 척 했지만 왕승변을 벼르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맹세를 먼저 어긴 것은 너 왕승변이다. 나는 그 책임을 너에게 물으리라.



왕승변은 북제가 수양(삼국시대 수춘)을 공략해올것이 염려되어 진패선으로 하여금 준비를 하라고 합니다. 언제 군사행동을 할지 모르는 북제를 경계해 진패선에게 군사를 주어 경구에 주둔시킵니다. 진패선은 그 군사들을 이용해 왕승변을 칩니다. 야간에 군사를 몰아서 수도 건강으로 진격합니다. 막상 거병할때가 되니 진패선은 주저하게 되었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왕승변과 서로 맹세한 우정도 하나의 이유는 되었겠지요. 그런 진패선에게 후안도가 이야기합니다.
"이미 거사는 시작되었으니 사생결단을 해야합니다. 실패하면 모두 함께 죽는것이지 지금 주저한다고 당신이 살아남을수 있을것같소!"
진패선은 그말을 들으며 결의를 다지며 웃으며 이야기합니다
"당신은 나를 책망하는것이오?"



이어 진패선은 말을 박차고 수도 건강으로 군대를 몰아갔습니다. 왕승변은 집무실에서 늦은 시각까지도 일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그는 진패선이 자신을 칠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아서 조금의 방비도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진패선의 군대는 후안도를 성안으로 던져넣었습니다. 갈고리를 가지고 던져진 후안도에 의해 성문을 열립니다. 왕승변은 변고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듣고 황급히 탈출려고하며, 북제의 군대가 기습했을까 생각했는데 이내 그게 진패선임을 알고 망연자실합니다. 성밖으로 도망치기는 글러서 일단 망루위로 올라가 진패선에게 용서를 구합니다. 진패선은 망루에 불을 붙혔습니다. 그러면서 왕승변을 향해 호통쳤습니다. "너는 왜 북제의 군사를 끌여들여 날 죽이려했느냐!"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들은 왕승변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쓴웃음을 지으며, 살수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포기합니다. 진패선은 불때문에 어쩔수없이 망루에서 내려온 왕승변을 사로잡았고 병사들을 시켜, 목졸라 죽입니다.






끝.



6. 다음이야기 예고

그렇게 조정을 장악한 진패선은 소연명을 쫓아내고 다시 소방지를 황위에 올립니다. 소연명은 북제로 돌려보내주려고 했는데, 갑자기 병에 걸려 죽어버렸다고 하네요. 진패선이 사주했을 가능성이 높은 일입니다. 북제는 이런 일을 당하자, 양나라를 정벌할 구실이 생겼습니다. 니네 나라의 황위 계통을 내가 정리해주겠다. 진패선이라는 역적놈을 내가 정리해주겟다. 안그래도 군대를 끌고 양나라를 압박하던 북제였잖아요. 명분도 생겼으니 양나라를 칠수 있게되었죠.




왕승변을 죽이고 왕승변의 죄목을 양나라 전역에 널리 알리며 조정을 장악한 진패선인데, 사람들이 납득했을까요? 저는 읽으면서 납득이 되지 않았기에 아마 그때 사람들도 납득이 잘되지 않았을거라 봅니다. 또한 조정에 왕승변 패거리는 없었을까요? 당연히 있었겠죠. (왕승변은 비록 그를 죽이려했지만) 왕승변대의 선봉이었던 왕림이 분연히 일어섭니다. 왕승변의 원수를 갚자고요. 각지에서 반란이 일어나고 북제는 공격하고 매우 어수선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말그대로 난세였습니다. 하지만 진패선도 용맹하기로는 이름난 장수였죠. 진패선은 반란과 북제의 공격에도 굴하지 않으리라 다짐했습니다. 진패선은 장강을 건너는 북제의 군대를 보고 이렇게 생각했을거같습니다. '장강을 건너는 놈들은 단 한놈도 살려보내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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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를 몰아 제국의 힘을 보여주려는 북제의 황제 고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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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앞을 가로막는 진패선 사단.
승부가 뻔해보인다면 기분탓일겁니다.








여기까지로 남북조시대의 '후경의 난'편이 끝이 났습니다. 오늘은 뒤가 없기때문에 보다 자세하고 오늘로 모든게 이해될수 있도록 정리하려고 했는데 잘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평소보다 분량도 많았어요. 읽느라 고생하셨겠네요. 다음은 충전좀 하고 북제, 북주(아직은 서위) 진(아직은 양나라) 의 3부로 찾아뵙겠습니다. 기다리시는 분들이 있다면 빨리 돌아오겠습니다. 1,2부 사이 간격처럼 오래걸리진 않으려고 생각중입니다. 그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두번째 삼국시대 1편 https://pgrer.net/freedom/83206
두번째 삼국시대 2편 https://pgrer.net/freedom/83235
두번째 삼국시대 3편 https://pgrer.net/freedom/83257
두번째 삼국시대 4편 https://pgrer.net/freedom/83283
두번째 삼국시대 5편(1부완) https://pgrer.net/freedom/83297

외전1 치휘 이야기 https://pgrer.net/freedom/86915

두번째 삼국시대 2부 후경의난 1편 https://pgrer.net/freedom/86970
두번째 삼국시대 2부 후경의난 2편 https://pgrer.net/freedom/86990
외전2 소역 이야기 https://pgrer.net/freedom/87020
외전3 울지형 이야기 https://pgrer.net/freedom/87054
두번째 삼국시대 2부 후경의난 3편(2부완) https://pgrer.net/freedom/87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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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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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아우 재밌네요
역사책중에 이런식으로 이야기 풀어내는 역사책 없을까요? 그냥 일반인 교양수준으로요
겉만 쭉 핥아주는 책이요
Love&Hate
20/07/05 20:59
수정 아이콘
블로그 하나 추천해드릴까요?
위진 남북조에서 지금 제가 쓰는 시대보다 전이 궁금하십니까 후가 궁금하십니까? 아니면 둘다 상관없으신가요?
저보다 시대진도가 느리지만 저도 재미나게 보고있는 블로그 하나 있습니다.
제 지도를 구글 검색하다 서치 되어가지고 완전 득템했었죠 흐흐
20/07/05 21:01
수정 아이콘
오 감사합니다. 전이든 후든 다 상관없습니다.
Love&Hate
20/07/05 21:04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제 생각에) 저는 큰 흐름 잡아주는 것을 어떤 방면이든 괜찮게 하는 편이라 생각하는데
디테일은 그 블로그가 진짜 넘사벽이라 저도 재미나게 읽고있습니다.
저의 글을 읽고 읽으시는거니깐 아예 아무것도 안읽고 처음 읽는거보다는 흐름이 잡혀서 더 읽으시기 괜찮으실거에요. 쪽지로 보내드릴게요.
及時雨
20/07/05 23:58
수정 아이콘
와 저도 알려주실 수 있나요 읽고 싶어요
Je ne sais quoi
20/07/05 21:32
수정 아이콘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Love&Hate
20/07/05 21:36
수정 아이콘
오늴도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사실 1부를 쓰고 쉬다가 보니 쓰려니 너무 갑갑하고 복잡하고
쓰는 저도 어렵고 읽는 사람은 더 어렵고 그래서 마치 5호16국이야기 비수대전 이후로 때려친거처럼 계속 쉬려고 했는데
2부를 다시 쓰게 된것에 Je ne sais quoi님께서 높은 지분을 차지하셨습니다. 다시금 감사합니다.
Je ne sais quoi
20/07/05 21:39
수정 아이콘
헛 그렇다면 저도 앞으로 더 즐겁게 읽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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