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2/05/12 16:11:35
Name 파란무테
Subject [일반] [15] 시계에 밥을 주라고 해서 줬을 뿐인데.. (수정됨)
저의 어린시절 에피소드 2

(1) 시계 밥

호기심 많은 5살 어린이는 멍하니 벽을 바라보았다.
그 곳엔 멈춰버린 벽시계 하나가 덩그러니 걸려있었다.
벽시계가 고장이 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5살 어린이는 엄마에게 곧장 달려가 말했다.

"엄마, 시계가 고장났어요"
"아. 큰방 벽시계? 그거 밥 줘야해"

5살 어린이는 큰 깨달음을 얻고는 다시 큰방으로 가서,
옷 서랍장위에 올라가 아슬아슬하게 벽시계를 떼어냈다.
그리고는 다시 부리나케 부엌으로 달려가 밥솥을 열었다.
숟가락으로 한 숟갈 밥을 퍼서 시계 앞에 갔다.

'어디가 입이지?'

앞뒤로 돌려보던 어린이는 뒷면 검은색 부분이 입이라 확신하고,
그 곳에 한 숟갈 가득한 밥을 으겨 넣어버렸다.
이젠 시계가 살아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그 날 그 어린이는 엄마를 폭소하게도, 당황하게도 한 아이가 되고 말았다.
두고두고 회자된 이 날의 일은 어린이에게는 가혹했다.

"시계에 밥을 주라고 해서 줬을 뿐인데..."


(2) 저 달은 누구를 좋아하지?

7살 이야기다. 그 어린이는 밤하늘의 달을 쳐다보고 있었다.
한 밤에 떠 있는 달은 아름다웠고, 계속 쳐다볼만한 은은한 매력도 있었다.

1살위 형아의 손을 잡고 길을 걷던 아이는 문득 멈춰섰다.
채 1분을 걸었을까?

"야. 왜 멈춰? 빨리 가야해."
"형, 나 신기한거 발견했어. 깜짝 놀랄걸?"
"뭔데?(어서 말해 바뻐)"
"달이 나를 따라와. 달이 나를 좋아하나봐"
"달이 너를 따라다닌다고?!"

형은 그제서야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았다.
음...
그 자리에서 형은 제안을 했다.
너는 왼쪽으로 가고, 나는 오른쪽으로 갈 테니
달이 누구를 좋아해서 따라오는지 한번 확인해보자고

그렇게 반대방향으로 걸어가던 1살차 두 형제는 기쁨에 못이겨 다시 그 자리로 돌아왔다.

"형! 달이 나 좋아하는거 맞아!"
"아니야. 달이 나 따라오던데?"
"아니야.. 나 따라왔어"
"아니야.. 나 따라왔어"

두 어린이는 확인할 수 없는 서로의 진리를 서로가 의심했다.



왜 이 기억이 아련하면서도 피식 웃게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구라리오
22/05/12 16:13
수정 아이콘
정 반...
마지막 달 에피소드에 합 부분 엔딩은 어떻게 끝나나요?
파란무테
22/05/12 16:15
수정 아이콘
(수정됨) 오늘밤 구라리오님께서도 집에서 나와
떠 있는 달을 보시며 걸어보시면 그 답을 알게 되실 겁니다. 크크크.
구라리오
22/05/12 16:17
수정 아이콘
코스믹 호러 엔딩.....
파란무테
22/05/12 16:29
수정 아이콘
달 이야기로, 집에 도착할때까지 싸워서 엄마에게 등짝스매싱이요............
AaronJudge99
22/05/12 17:12
수정 아이콘
어머님의 손과 선생님의 등짝이 맞닿으니 이것이 합….
League of Legend
22/05/12 18:18
수정 아이콘
시계 밥 크크..
지니팅커벨여행
22/05/13 07:31
수정 아이콘
저도 어렸을 때 달이 따라 오는 걸 보고 참 신기해 했던게 생각납니다.
더 놀라운 것은, 지금도 따라 온다는 거...
22/05/13 10:41
수정 아이콘
저는 나이 먹고 나서도 산책할 때면 달 따라 걷는다는 심정으로 다녔는데, 델루나 보고 나서 달 따라 걸으면 이상한 호텔에 도착할까봐 달이 날 따라오는 거라고 생각을 고쳐 먹었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5604 [일반] 두나무(업비트), 2021년 루나 처분해 1300억 투자이익 [58] VictoryFood17801 22/05/13 17801 6
95603 [일반] 플라스틱에 대한 오해 [23] 체크카드9547 22/05/13 9547 16
95602 [일반] 루나코인이 바이낸스에서 0시 30분에 선물이 상폐됩니다. [42] Leeka14745 22/05/12 14745 4
95601 [일반] [약국단상] 마스크는 원활한 의사소통을 방해합니다. [18] 구준표보다홍준표8849 22/05/12 8849 17
95600 [일반] [15] 시계에 밥을 주라고 해서 줬을 뿐인데.. [8] 파란무테6704 22/05/12 6704 15
95598 [일반] [15] 꽃으로도 때리지 않겠습니다 [18] 나래를펼쳐라!!6311 22/05/12 6311 20
95597 [일반] 러브젤 면도 후기 [46] speechless14713 22/05/12 14713 26
95595 [일반] 우리에게는 화형식이 필요하다. 그것도 매우 성대한 [33] 12년째도피중13713 22/05/12 13713 20
95594 [일반] [15] 어느 여자아이의 인형놀이 [19] 파프리카너마저5954 22/05/12 5954 26
95593 [일반] <민스미트 작전> - 모든 것에는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스포?) [8] aDayInTheLife4520 22/05/11 4520 2
95592 [일반] 좋아하는 칵테일 베스트 3 [56] 삼화야젠지야6457 22/05/11 6457 3
95591 [일반] [생각] 조직에서 애매한 방해 요소는 어떻게 도려내는가 [20] 맑은강도10856 22/05/11 10856 15
95590 [일반] 오드택시 우주 명작이네요.(스포) [10] 그때가언제라도9516 22/05/10 9516 2
95589 [일반] 빨대의 구멍은 몇 개인가? [24] 나는모른다12333 22/05/10 12333 7
95588 [일반] 나는 어떻게 문도피구를 우승하였나? [77] 임영웅10677 22/05/10 10677 55
95587 [일반] 음식.jpg [42] 이러다가는다죽어10769 22/05/10 10769 19
95586 [일반] 두 아이 아빠가 바라보는 한국의 걱정되는 미래 [91] 난할수있다14554 22/05/10 14554 13
95585 [일반] 오늘부로 공식적으로 전역했습니다. [25] Leos8072 22/05/10 8072 16
95584 [일반] 나훈아 콘서트 티켓팅 후기 [10] 알콜프리7301 22/05/10 7301 3
95582 [일반]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기부 및 기부 인증 이벤트 결과 안내 [9] 간손미11302 22/05/02 11302 14
95581 [일반] 고맙다 닥터캡슐 [33] League of Legend8837 22/05/09 8837 12
95580 [일반] 타노스는 틀렸다 [63] 오곡물티슈16142 22/05/09 16142 7
95579 [일반] [테크 히스토리] 전세계 콘센트 하나로 통일 좀 해줘라 / 전기 플러그 역사 [43] Fig.137251 22/05/09 37251 4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