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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11/09 00:02:27
Name Neoguri
Subject 오늘 어쩌다보니 명장과 일한 하루가 되었네요.
막학기고 돈은 있을수록 좋다 생각에 알바몬 들락날락하다 모 호텔 1일 알바에 지원했습니다.
컨벤션에서 식기나 세척할 운명이었지만.. 오늘 모기업 행사가 있어 출장뷔페 인원으로 배정되었습니다.
알바팀장님도, 호텔 직원분도 당신은 희대의 꿀알바에 당첨 되었다고 축하해주더군요.
알바 경험이 적지는 않았지만 뷔페출장 알바는 처음이고 비는 추적추적 오는데다 경기도 모 도시까지의 출장이라 소풍 나들이 가는 기분이 다 들더군요.
서울 빠져나오는데만 30분걸리고.. 도착하는데 1시간 30분.. 시간당 최저임금이 차안에서 꾸벅꾸벅 졸면서 카운트 되니 묘하더군요.
직원 두분과 저까지 3명이서 짐 싫고 출발하였기에 무슨 성격의 행사였는지도 궁금했고.. 3명이서 다 할 수 있나 싶더군요.
도착해보니 국내 모 대기업의 IT경진대회 노고치하행사였고.. 모두가 전무님이라 부르시는 요리사복 입은 한 아저씨가 계시더군요.
네, 전무님이라 불리우는 아저씨 + 절 픽업해준 요리복 직원 2명 그리고 가벼운 마음의 저까지 4명이서 15만원 상당이라 하는 코스를 책임지는 하루였습니다.
밥먼저 먹고 오라는 전무님 말씀에 갔던 음식점의 최하가격은 12,000원의 갈비탕. 살면서 그리 맛있는 갈비탕은 처음이였네요.
가격, 아르바이트라는 처한 현실을 떠나서 비가 오는 슬슬한 날씨의 뜨끈한 갈비탕 그리고 달라는 대로 주시던 계란말이는 정말 행복 그 자체였습니다.
본격 하는 일도 쉬웠습니다. 플레이팅하고. 접시 닦고 달라는 그릇주고 동갑의 직원과 담소나누며 각종 해산물 양고기등 굽고..
전무님과 나이많던 직원분도 젠틀하셨으니 말이죠.
그나마 신경 쓰였던 것은 대기업의 회장님이셨죠. 그리고 그 내가 갔으면 하는 그 대기업이란 곳에 다니는 그 양반들.
일이라고 해봤자 별거 없었고.. 국내최고급세단 리무진에 올라타던 그룹회장님도 그냥 가까이서 보니 옆집 아저씨 였습니다.
와 세상에 이런 꿀 알바가 있었나 즐거워하면서 호텔로 복귀했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나이 많은 직원분과 동갑의 직원 두분이서 대화내용을 들으니 그 전무란 아저씨가 대단하신 분인가 봅니다.
'명장' '교수님' '최고' 등등의 단어가 들렸으니까요.
일을 다 마치고 근로계약서쓰고 집가기 전에 동갑직원에게 물어봤습니다.
그 전무님 뭐하시는 분이시냐고..
이 호텔 총주방장이시랍니다.
아니, 그래도 유명호텔의 총주방장이 출장뷔페가서 밑에 3명두고 일일이 그릇을 만진다고????
외식 문화에 조리업계에 문외한이기에  집오는 중에 검색해봤습니다.
'조리명장' '국내최초외국계호텔한인총주방장' '중졸신화'
알만한 신문사에서 단독인터뷰는 다 하셨더라구요. 찬찬히 읽어봤습니다.
네, 한분야의 탑이셨더군요. 그제서야 떠오르더군요.
친구는 무슨 공부하나
저 고생하는 젊은이에게 물좀 줘
고마워 고생했네 등등.. 그 전무아저씨가 저에게 했던 말들이요.
요리 조리업계 첫 시작하시는 분들에겐 신같은 존재가 저같은 알바생에게 보인 인격적인 대우나 배려는 그 분의 인품이 인터뷰에서 나오는 수사가 아님을 증명해줬습니다.
살면서 열심히 사는 사람을 많이 보긴 했지만 자타공인 최고라는 사람하고의 일은 처음이였습니다.
실력이 아닌 명장이란 이름에 걸맞는 분과 접시를 건네주고 받았음에 많은 것을 느끼고...
최선을 다하는 최고를 본 경험에 기분이 좋아 무거운 자게 버튼을 눌렀습니다.
내일도 저는 막사는 인생을 살겠지요, 그래도 오늘은 최선을 다하는 최고가 보이는 품격에 감탄해서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꿀알바의 기회, 12000원짜리 갈비탕, 국내대기업회장님 뭐 그리고 남아서 먹은 양갈비의 맛등등보다 아.. 알바비보다
오늘 진짜 명장을 봤기에 만족한 하루였습니다. 그리고 그분의 인품을 느낄수 있어서..
아르바이트 하루치만 더하면 오늘 일한 호텔에서 숙박하고 전무아저씨가 총주방장으로 계신 호텔음식 먹는데 고민되네요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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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7단이다
18/11/09 00:08
수정 아이콘
아우~ 정말 돈으로 바꿀 수 없는 좋은 경험하신거 같아서 부럽네요!ㅠㅠ
18/11/09 00:32
수정 아이콘
기억에 남을것 같아요 오래오래. 적어도 그 호텔과 그 분은
18/11/09 00:11
수정 아이콘
이분하고 백종원하고 요리대결하면 누가이길까요?
돌돌이지요
18/11/09 00:20
수정 아이콘
조리명장이자 유명호텔 총괄셰프가 당연히 이기죠, 조리기능장보다 더 위에 있는 것이 조리명장입니다

백종원씨는 좋은 사업가이면서 나름 조리에도 일가견이 있어보입니다만 명장에 비빌 급은 아닙니다
18/11/09 00:31
수정 아이콘
기능장과 명장이 같은 거라고 하는데 암튼 우리나라에 명장이 정말 소수네요
돌돌이지요
18/11/09 00:34
수정 아이콘
(수정됨) 같지는 않습니다, 대체로 기능장을 먼저 따고 그 다음 과정에 명장이 있거든요
명장>기능장>산업기사>기능사이고 명장은 명예직의 특성도 있지만 1인자급에 준한 호칭이라고 보시면 되요
18/11/09 00:21
수정 아이콘
그래도 오늘 그 전무아조씨는 프랑스훈장도 받으셨던데..
배고플때 밥주는 분이 이기는걸로!!
18/11/09 00:32
수정 아이콘
전 고기로 하겠습니다
18/11/09 08:57
수정 아이콘
상대가 안됩니다.백종원씨는 순수한 요리사라기보단 요리 컨설턴트에 가깝고, 이분은 순수한 요리사로 정점에 오른분이라...백종원씨도 충분히 요리는 잘하지만 상대가 넘사벽
데오늬
18/11/09 09:55
수정 아이콘
백종원씨는 본인을 사업가라고 하지 요리사라고 안 해요. 추구하는 바도 다르고 본인이 그걸 잘 알고 있지요.
요리사는 좋은 재료를 때려넣어서 아주 맛있는 음식을 만들지만 사업가는 적당한 가격에 먹을 만한 음식을 많이 팔죠.
홍승식
18/11/09 00:16
수정 아이콘
우와.. 이정도면 돈 내고 알바하신 거겠죠?
18/11/09 00:33
수정 아이콘
받고 먹고 보고 즐기고 배우고. 이젠 자야죠... 안녕히 주무세요~
킬고어
18/11/09 00:17
수정 아이콘
좋은 경험을 솜씨 좋게 글로 풀어 쓰신 것을 보니, 절대 막 사실 분이 아닌 것 같은데요. 경험을 품성으로 녹여내실 분이 쓰신 것 같아 감동받 았습니다.
18/11/09 00:34
수정 아이콘
과찬이십니다.. 지금것 피지알에서 정치뻘댓글만 남겼는데요.. 좋은 기운 받았으니 내일만큼은 푹 쉬어야죠 하하
18/11/09 00:25
수정 아이콘
성숙한 인격자를 만나보면...절로 고개를 숙이게 되죠. 견해에
있어 터닝포인트가 될 정도의 임팩트도 있을 수 있고요.
18/11/09 00:36
수정 아이콘
그래서 그랬구나. 가 뭔지 알겠더라구요. 사람됨의 한끗 차이도 알았고 그 차이가 얼마나 큰지도요.
녹색옷이젤다죠?
18/11/09 00:28
수정 아이콘
크 감동적이네요..
18/11/09 00:43
수정 아이콘
하루 더해서 그분이 한 밥은 먹어봐야죠 이때 아니면 그밥을 언제먹겠습니까.....ㅠㅠㅠㅠ
진짜 비쌀거같네요
18/11/09 00:47
수정 아이콘
음.. 생각하신것 보다는 저렴할거에요. 명동의 조선4대조 대왕님호텔 밀크웨이 저녁이 49,000원이네요~
18/11/09 00:49
수정 아이콘
생각보다 저렴하네요 호텔에 안가봐서 명장이라길래 최소 십만원? 그렇지않을까 생각했는데
18/11/09 00:51
수정 아이콘
좋은경험하셨네요 부럽네요
밧줄의땅
18/11/09 01:26
수정 아이콘
그런 경험 정말 기분 좋죠~^^

본문 내용과 별개로 첫 줄의 '막학기고'가 무슨 뜻인지 몰라서 5분 넘게 멍하니 고민했어요. 일본어를 한국어 처럼 표현한 것인가 혹은 신조어인가 생각을 하고 접근을 하는 바람에...;;
구양신공
18/11/09 08:36
수정 아이콘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서 그 기분을 알 것 같습니다. 그간 제 인생에 롤모델이랄 만한 사람은 없었거나 모두 역사 속 인물이었는데 그런 분을 만난 후에 생겼습니다. 무엇보다 그게 가능해?를 가능해!로 몸소 보여주어서 한동안 들떠 지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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