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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12/28 11:49:22
Name 로빈
Subject 남성을 소환하는 방식의 억지스러움



-지난 글(원한의 언어를 생산하고 가부장제 언어를 재현하는 그들의 말과 언어)에 대한 보충적인 성격의 글을 쓰려고 궁리하고 있는데 지인분이 카톡으로 이 글https://news.v.daum.net/v/20181222091604976 을 보냈더라고요. 평소 젠더이슈에서 남성이 소환되는 방식에 대해 문제의식이 있었는데 이 글이 그런 부분을 드러내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보충적인 성격의 글을 미루고 이 글을 먼저 쓰게 됐네요.-


이 칼럼은 여성 노인 비하에 대한 글이예요. 글쓴이는 500년 전 네덜란드의 인문학자 에라스뮈스가 쓴 『우신예찬』의 여성혐오와 노인 혐오에 대한 부분을 발췌하면서 글을 시작하죠. 그러면서 『우신예찬』이 발간되고 3년 후 책속에 등장하는 어리석은 인물들을 소재로 그린 화가 퀸텐 마세이스가 그린 「늙은여자」라는, 노인 여성을 희화한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이죠. 이 그림이 글쓴이와 같은 관점으로만 해석될거라 생각지는 않지만 당시의 여성의 사회적 지위나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는 있을 거예요. 그런데 문제는 다음부터죠. 글쓴이는 500년이 지난 지금도 별로 변화가 없다고 하면서 성형외과 광고를 예로 들어요. 젊은 여성과 늙은 여성을 대비하는 광고를 통해 늙은 여성이 교정대상이 되고 있다고 하면서 그 광고에 등장하는 병원장의 프로필 사진을 언급하죠. 그리고 그들은 항상 남성이라면서 남성을 소환하죠. 그 남성중에도 주름지고 머리가 희끗한 중년의 남성이 있지만 그들은 교정의 대상이 아닌 교정의 주체라고 말하면서요.

남녀 할 것 없이 특정한 자질을 강요받고 그 존재가 비하되고 폄하되던 역사에 대한 성찰은 필요하죠. 성별이나 나이, 인종, 종교 등의 이유로 억압받고 차별 받던 역사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면 과거의 문화나 텍스트 등을 거울삼아서 현재를 비추는 것은 유용한 면이 있죠. 그 대상에 대한 시각을 교정하고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 면에서 글쓴이가 말한 역사 속에서 비하 된 여성 노인에 대한 이야기는 생각해볼 대목이 있죠.

하지만 저는 이 글이 현재의 시점을 놓치고 있다고 봐요. 무엇보다 이 글에서 남성을 소환한 방식은 너무 억지스러워요. 먼저 글쓴이는 여자는 늘 피해자이고 대상화된다는 생각을 기저에 깔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기본 전제아래서 미와 추에 대해 접근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그런데 아름다움을 말할 때 남녀가 따로 있을까요? 젊음과 아름다움의 신화에서 남자는 예외상태일까요? 과연 남성이 미를 교정하는 주체일까요? 꽃미남, 섹시남, 얼짱, 멋남, 존잘, 훈남 등의 표현에서도 볼 수 있듯이 남자에게도 외모 가꾸기(사실 남성들의 외모가꾸기는 고대그리스의 하나의 문화였다고 할 수 있죠)는 압력이 되고 있어요. 이제 남성을 향해 ‘미모’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쓰여 지죠. 남자의 복근은 건강하고 섹시하고 멋진 남자의 상징처럼 여겨지죠. 남자가 화장품 광고에 모델이 되는 시대죠. 요즘 광고를 보면 여성의 가슴만 강조되는 것이 아니라 남자의 가슴도 강조 되요. 남녀 공히 아름다운 몸은 상품화되어 전시되고 재생산되고 있죠. 여기에는 자본이 있죠. 몸은 산업이 되었죠. 특히 젊음은 매력적인 상품이죠. 그 활기와 넘치는 에너지와 열정을 느끼게 하는 젊은 몸은 제아무리 다부지게 관리를 한 노인이라도 따라가기가 어렵죠. 그럼에도 그런 젊음을 조금이라도 되찾고 싶은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도 커지고 있죠.

물론 60대 이상의 남성 노인 세대가 외모를 꾸미는 것에 대해서 (속내는 어떨지 모르지만) 상대적으로 소극적이긴 해요. 하지만 고령화 사회에서 젊은 노인으로 살기 위해 외모는 점점 더 강조되고 있죠. 또한 중년 남성들도 외모에 관심이 많아요. 사는게 팍팍해서 외면할 뿐, 조금의 여유가 있다면 피부샵으로 들어가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울 거예요. 더욱이 취업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젊어 보이게 관리를 하는 것이 중년 남성의 현실이기도 하죠.

그런 면에서 성형외과 광고 병원장이 항상 남성이라는 문장은 실소를 터뜨리게 하죠. 그 다음단락을 보면 “그 남성중에는 주름지고 머리가 희끗한 중년도 있다. 그들은 교정의 대상이 아니라 교정을 하는 주체다. 이쯤 되면 사회가 보내는 메시지가 너무나 명확해진다. 사회는 늙음을 ‘추’로 생각한다. 추를 미로 바꾸고, 승인하는 쪽은 남성이다. 자연이 정해놓은 노화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 매일 시시포스가 바위를 굴리듯 노력해야 하는 쪽은 여성이다.”  논리의 비약이 너무 심하죠.

우선 성형외과 원장이 남성이 많은 이유는 성형외과 전문의가 남성이 많기 때문이죠. 이건 의사 양성의 문제가 더 크죠. 그런데 왜 성형외과에 남자 의사가 많을까요? 조금 더 나아가 외과의는 여성 보다 남성이 더 많죠. 예를 들어 정형외과 의사는 남성이 대다수예요. 왜 그럴까요? 의학계에도 남성들이 기득권을 갖고 있기 때문일까요. 그런 점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이상의 다른 이유들이 있을 거예요. 그 중의 수술이 힘든 것도 하나의 이유일 거예요. 최근에 어머니가 무릎 인공 관절 수술을 하셨어요. 그런데 그 병원에는 여자 의사가 없어요. 다른 병원도 여자 정형외과 의사가 드물어요. 정형외과 수술이 힘들거든요. 신체적으로 고된 일이예요. 저희 어머니를 수술한 의사는 아침 7시에 수술을 해서 저녁까지 7명을 하더라고요. 무척 고된 노동이죠. 성형외과 수술도 간단한 것도 있지만 수술은 정교한 기술도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체력이 중요하죠. 체력이 떨어지면 수술할 때 집중력이 약해져서 위험하죠. 긴 시간 수술을 하기 위해선 체력이 강해야 버틸 수 있죠. 그런 이유 때문인지 여성들이 외과에 지원하는 비율이 낮죠. 그래서 성형외과 의사도 남자가 많지 않나 싶어요.

그건 남성이 여성의 몸과 아름다움을 교정하는 주체라서 아니라 일의 특성으로 인해서 라는 거죠. 물론 남자 의사들이 많으면 남성적 시선으로 여성을 보게 되겠죠. 그런데 남성적 시선이라는 게 뭘까요? 여성의 아름다움을 전통적으로 남성이 규정했다? (좀 더 넓은 공부가 필요하지만)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이 미를 통해서 계급 상승을 한 면이 있죠. 그 미를 소비하고 선택하는 것은 대체적으로 자원이 많은 남성이었고요. 그런 면에서 생각할 볼 대목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도 그런 경향이 강할까요? 오히려 성형외과의사는 자본주의가 만들어 놓은 여성에 대한 아름다움의 신화를 충실하게 산업적으로 구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리고 사회·문화적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서구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미에 대한 기준이 서구에 가깝죠.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동남아시아나 중앙아시아도 그런 경향이 있다고 하죠. 넷플릭스, 인터넷, SNS, 유튜브 등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쉽고 빠르고 간편하게 접근해서 정보를 얻죠. 그렇게 영화, 드라마, 가수, 패션잡지에 등장하는 배우나 모델의 아름다운 모습 등을 보면서 우리는 미에 대해 학습하고 있죠. 어느 덧 우리나라 배우나 모델들도 서구형의 모습과 유사해지고 있기도 하고요.

또한 외모가 경쟁력이 되었죠.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몸과 얼굴을 가꾸는 것은 능력으로 받아들이기도 하죠. 여전히 양가적인 면이 있지만 이제 배우가 자신이 성형한 사실을 말하면 오히려 당당하고 솔직하다고 인기가 오르기도 해요. 또한 동안 열풍은 하나의 산업이 됐죠. 그런 분위기에서 남성들도 자유롭지 못하죠. 필러를 하고 보톡스로 주름을 제거하고 점을 빼고 앞트임을 하고 피부 마사지를 하고 기능성 화장품을 사용하는 등 뷰티 산업에서 주요한 고객이 됐고, 잠재력이 큰 시장이 되었죠. 사실 이전에도 탈모로 고생하는 남성들은 가발을 쓰거나 머리를 심고, 두피에 좋은 샴푸를 쓰는 등 다양한 노력을 했죠. 탈모는 유전이기도 하고 노화로 인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데 사회에서는 미 보다는 추로 인식되죠. 그러면 탈모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남성들은 누구의 의해 교정되고 있는 걸까요?

또 하나 보탠다면 남성 잡지보다는 여성잡지가 많고, 여성잡지에는 여성의 미와 관련된 상품과 정보와 광고가 많다는 거죠. 사실 미는 늘 관심의 대상이긴 했지만 오늘날만큼 전세대에 걸쳐 미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적이 있었나 싶을 만큼 시장이 커졌죠. 그런 점에서 보면 지금의 중년 여성들은 과거의 중년 여성들 보다 젊음에 대한 욕망이 더 강해 보여요. 기술이 그런 욕망을 어느 정도 실현해 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죠. 성형도 그런 흐름에 영향을 받죠. 성형도 트렌드가 있어요. 단아하고 부드러운 모습을 선호했다가 섹시하고 세련되게 하는 쪽으로 변화하는 등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죠. 가슴 성형의 경우 다른 이유도 있지만 가슴골이 보이는 패션이 대중화 되면서 보형물이 커졌죠. 그렇게 성형시장은 변화에 민감하죠. 그런 변화에 중년 여성들의 욕망도 가세하게 되죠. 물론 그런 욕망을 부추기기 위해 성형광고가 젊음여성과 중년여성을 대비해서 제작되는 면이 있지만 그런 성형 시장의 트렌드가 반영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광고가 만들어지는 거죠. 아마 그런 흐름은 남성 잡지의 성형외과 광고에도 반영이 될 날이(이미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멀지 않았을 거예요. 그렇게 우리는 남녀 상관없이 매일 쏟아지는 늘씬하고 아름답게 조각된 몸과 주름 한 점 없는 하얀 피부와 뛰어난 화장술이 만들어낸 미모의 젊은 몸을 보고 있죠. 그렇게 현대인들은 젊음과 아름다움을 주체적으로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내면화하면서 살아가고 있죠.

현대를 살아가는 남녀 모두는 아름다운 젊음을 강요받고 있어요. 늙음을 추로 인식하고 두려워하는 것도 공히 같아요. 여기에 더해서 신체 능력도 떨어지고, 죽음과 가까워지고, 병들고 초라하고, 꼰대, 태극기 집회가 연상 되는 등 늙음에 대한 이미지는 상당히 부정적이죠. 특히 대한민국에서의 노인의 삶은 여유와 편안한 노후 보다는 생업을 위해 일을 찾아야 할 만큼 빈곤율이 높죠. 늙은 몸은 여전히 고단해요. 늙는 것이 자연스럽기 보다는 점점 더 질병처럼 여기지는 현실이죠. 늙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늙음의 멋과 성숙에 대해 말하는 건 산업적인 면에서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아요. 어쩌다 교양 프로그램에서 다룰 따름이죠. 그 역시 자본과 문화의 영향이 크죠.

우리는 그렇게 남녀로 환원해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상황과 조건 속에 처해 있죠. 남녀 구도로 볼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젊음의 아름다움을 유포하고 재생산하는 구조에 대한 분석 없이, 사회·문화적인 요인들에 대한 고민 없이, 직종에 대한 이해 없이, 성형외과 원장이 (중년) 남성이 많다는 이유로 여성의 아름다움을 교정하는 주체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건 대단히 빈곤한 인식이죠. 그럼 여자 (중년) 의사가 수술하면 여성의 아름다움을 주체적으로 승인하게 되는 걸까요.

이런 식의 남성 이해가 대한민국의 페미니스트들이 공유한 인식이라면 정말 절망적이예요. 이 칼럼의 글쓴이처럼 여전히 낡은 페미니즘의 언어에 갇혀 있기 때문이죠. 아직 우리 사회가 그런 정도의 틀로 밖에는 해석이 안된다고 말하고 싶을지 모르지만, 제가 보기엔 게을러요. 자신에게 익숙한 언어에만 기대서 현실을 해석하는 수준을 여성주의로 포장한다고 그럴 듯 해지는 것은 아니죠. 이런 식으로 억지스럽게 남성을 소환하고, 도식적으로 접근하는 건 대단히 이데올로기적이예요. 이데올로기의 폐해는 사안을 지나치게 단순화시키고 이분화 한다는 거죠. 그 사이에 수많은 조건과 복잡한 관계를 통해 형성되는 것을 외면하고 하나의 답을 강요하죠. 지금 젠더 이슈가 생산적이지 못한 이유 중의 하나가 거기에 있을 거예요. 세상은 남녀로만 구성되어 있지 않아요. 페미니즘은 업데이트가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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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28 12:01
수정 아이콘
10년전.. 여성이슈에 대해서 관심이 있었지만 페미니스트라고 말하기는 어려웠죠.. 스스로가 부족하지 않은가 싶어서요..
지금.. 여성이슈에 대해서 관심이 아직도 있지만 페미니스트라고 말하기는 어렵죠. 페미니즘이 너무 막나가서요..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워마드는 아니다.라는 말도 너무나 무의미하네요..
마치 시리아에서 IS가 주류는 아니다.. 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요.

뻘글을 썼지만.. 본문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현대사회에서 모든 이가 대상화되는 건 당연하잖아요.. 옳다는 게 아니라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라고나 할까..
근데 그러면 안여돼한테 좀 단정하게 꾸미고 다니라고 말하는 것도 코르셋을 씌우는 일이 되는 건가요?
inevitabilis
18/12/28 12:24
수정 아이콘
외모와 관련 없는 직종 등에서 위생의 관점이 아니라 단순히 외모로 지적하면 코르셋의 의미에 부합하죠
18/12/28 12:26
수정 아이콘
근데 위생과 관련있는 직종에서는 당연히 작업복과 작업모, 장갑등을 착용하는 경우가 많고..
일반적인 외모 지적은 남여 할 것없이 그냥 예쁘게 하고 다녀라는 의미인데..
남녀 모두 코르셋이면 모두 코르셋이 아닌.. 사회의 기본 룰인 것 아닐까요?
inevitabilis
18/12/28 12:31
수정 아이콘
(수정됨) 단순히 말해서 기본적인 씻고 다니라는 말이나 체취에 대한 지적은 공중보건이나 상호간의 매너와 관련된 것이니 코르셋이 아니지만, 외모와 관련이 없는 직종에 종사하는 상대가 본인 선택으로 화장을 하지 않는데 화장 하고 다녀라 말하는 건 상대의 자유/선택권을 침해하는 코르셋일 수 있죠
18/12/28 14:57
수정 아이콘
기본적인 외모평가는 누구나 당하지만, 말씀하신대로 화장은 여성에 한정된 문제일 수 있겠네요.
18/12/28 12:32
수정 아이콘
그렇죠, 대상화에 대해 말 할 때 남성의 대상화만 문제 삼는데, 그 역시 낡은 접근이죠. 우리 모두는 다 대상화되죠.

근데 제가 알고 있는 "안여돼"라는 표현은 비하라서요... 여튼 코르셋과 상관없이 남이 뭘 입고 다니는 든 언급하지 않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데요...
카롱카롱
18/12/28 13:03
수정 아이콘
22

사실 타인의 외모에 대해서 참견하지 않는게 당연한 상식인거죠...

다만 문제는 특정인들은 그걸 마치 특정 성별에만 ,특정성별에 의해 강요되는 것처럼 묘사하고 저항의 수단으로 외치는 코미디가 발생하는 거 같아요.
스카피
18/12/28 12:59
수정 아이콘
별로 상관없는 얘기긴한데 IS는 몰락했어요. 영토가 거의 안 남은 수준입니다.
유소필위
18/12/28 13:19
수정 아이콘
대상화가 현대사회의 문제만은 아니라 그냥 인간 본연의 문제라고 봅니다.
인간은 기호를 통해서 소통하고 세상을 이해합니다. 해석을 통해서 소통과 이해를 한다는거에요 다른 사람을 대상화 하지 않을수 없죠.
대상화없이 타인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면 텔레파시라도 해야되는건데 그건 못하니까요. 우린 언제나 단편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밖에 타인과 소통하지 못하는거고 그러다 보면 대상화는 필연적인거죠. 물론 가족이나 연인간에 오래 서로 알아보면 차츰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져서 좀더 입체적인 이해를 할수있을지도 모르지만요.
다만 과거 인간관계가 주로 마을공동체 단위에서 좁고 깊었던 반면 현대사회에선 비교적 넓고 얕은 인간관계가 형성되고 또 과거에 비해 자본주의가 발달했죠. 그에따라 개인이 느끼기에 자신이 상대적으로 더 단편적으로 이해된다고 느낄수 있다는점, 그로인해 더 대상화 된다고 느낄수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수지느
18/12/28 12:04
수정 아이콘
그냥 페미니즘은 사람들 잘모르고 있을 때 이미지 관리라도 하는게 나았죠.
이젠 하도 공부하란소리들어서 여성우월주의를 통한 성평-등을 추구하는 전혀 공정하지않은거란거 다들 깨달았거든요.
페미니즘은 업데이트가 아니라 폐기가 필요한 사상입니다.
세종머앟괴꺼솟
18/12/28 12:30
수정 아이콘
진짜 공부했더니 시궁창임 크크
사악군
18/12/28 12:34
수정 아이콘
현재 업뎃패치는 쓰레기고 제작사도 지리멸렬 제대로 된 업뎃패치를 만들지 못하고 있죠.
18/12/28 12:58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게으름'이 '굳센 믿음(종교 용어)'으로 포장되는 거죠 크크
18/12/28 15:58
수정 아이콘
복잡한 세상사를 단일한 원리로 설명하려면 믿음이 동원될 수밖에 없겠죠.
유소필위
18/12/28 13:00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제가 페미니즘이 더이상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입니다.
페미니즘이 여태껏 많은 일을해온거 압니다. 전 지금에도 페미니스트의 문제의식엔 공감할때도 있구요. 하지만 페미니즘은 더이상 그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이나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합니다. 정말 문제를 올바르게 분석하고 생산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싶다면 다각도로 심도있게 문제를 분석해야 하죠 특히 복잡한 현대사회에선, 하지만 페미니즘은 여전히 마르크스적인 착취/피착취자의 대립구도, 성별 이분법적인 시각으로만 문제를 분석하려해요. 그리고 다른 시각을 제시하면 가부장제가 여성을 억압하기 위한 정당화 논리 쯤으로 받아들여요.
물론 걔중엔 제대로 분석하려는 페미니스트도 소수 있기야 하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내부에서 비판과 토론을 통해서 올바른 답을 찾아나가려 하냐? 그런건 아니란 말이에요.
페미니즘은 결국 투쟁사상이라 '여성간 연대'의 요구 속에 그런 목소리는 묻힙니다. 페미니즘이 보는 사회에선 남녀가 대립하고 있거든요. 그러니 우리편끼리 뭉치는게 중요하죠.

그런데 이런 방식은 과학적인 방식이 아닌 정치적인 방식이죠. 비판적이고 회의적인 태도를 통해 올바른 답을 찾아가는게 아니라 상대와 싸우기 위해 일단 뭉치고 보자는 방식이에요. 때문에 페미니스트의 언어를 보면 확고한 근거를 통해 정밀한 언어를 쓰려한다기 보단 다분히 정치적입니다. 미소지니의 의도적 오역인 "여성혐오"는 말할것도 없고 "미러링"등의 신조어를 통해 간편하게 학문적 권위를 확보하려는 용어도 그렇고 상대방 말에 할말없을때 사용되는 "맨스플레인"도 그렇죠.
이런 정치적이고 진영논리적인 방식으로 대체 어떻게 현대사회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해나간다는건가요. 사회적 에너지만 소모시킬 뿐이죠.

전 현대사회가 여전히 성차별적인 요소가 많다고 봐요 그리고 미래에는 더 성평등한 사회가 올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성평등한 미래에 페미니즘을 위한 자리는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현대사회가 과거에 비해 평등해 졌고 거기엔 공산주의의 공로도 있지만 현대엔 더이상 공산주의를 위한 자리는 없듯이 말입니다. 더 생산적인 젠더담론을 위해서 시대에 뒤떨어진 페미니즘이란 이름을 버려야 할때라고 봅니다.
18/12/28 16:13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의 페미니즘은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 보다는 정파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 같아요. 팩트 보다는 선동이 앞서고 있고, 논리 보다는 진영의 이익을 우선시 하는 것 같아요. 성평등한 세상을 향한 진통이라고 말할 수 없을 만큼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이고 대립적이죠. 그래서 (미래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페미니즘 담론이 젠더 이슈를 주도할 것 같아요. 특시 지금 20대 여성들의 상당수가 페미니즘을 대안적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죠.
카롱카롱
18/12/28 13:01
수정 아이콘
'늙고 병든 것'을 좋아하는 '유전적 특성'을 가진 '개체'는 해당되는 '유전적 특성'을 후세에 전달할 확률이 매우 떨어집니다

늙고 병든걸 기피해야 한다거나 경멸해야한다 뭐 이런건 아니고, 적어도 그걸 긍정적(성적인 의미에서)으로 바라보는건
매우 특수한 문화적 현상이라고 봐야하는게 맞지않나합니다.
번개맞은씨앗
18/12/28 14:21
수정 아이콘
생뚱맞은 말이지만, 정치권에 과학자분들이 좀 들어오셨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이야기짓기로 이렇게 엮어서 주장하고, 이야기가 되니 신뢰하는 이 방식은 과학과 반대되는 것이라 생각하거든요. 과학자들의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이 정치권에도 좀 들어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물리학자 출신인 독일의 메르켈 총리를 전 좋게 보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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