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9/02/28 14:00:01
Name 강희최고
Subject [일반] 30대중반 싱글이 의식의 흐름대로 적는 결국 돈과 헤어짐에 관한 글
편의상 반말로 하겠으며, 참고로 술 먹고 쓴 글은 아닙니다^^;;;;

---------------------------------------------------------------------------------------------------------------------------

오늘도 부장은 보고서를 수정한다. v19를 넘어가며 나는 이제 누구를 위한 보고서인지 모를 지경에 이르렀다.
이전직장에서 만 7년, 현 직장에서 만 1년 4개월을 일했지만 어딜가나 역시 보고서 양식에 집착하는 한국문화는 달라지지 않는구나...
머릿속으로 불평불만을 토로하며 퇴근 후 집에서 혼술을 한다.

누가 그랬던것 같다. 불평불만이 많은 직원은 창의성이 높다고..하지만 나는 대표적으로 창의성 없는 사람중 하나라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창의성은 결국 아이디어로 돈 많이 벌어서 돈 펑펑 쓰며 다니는 그런 부류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창의성이 많았다면 이렇게 일반적인 직장인으로 살지 않았을 것이고, 남의 지시를 받으면서도 상사가 일을 못한다는 갖가지 불만을
이 자리에서 쏟아내고 있지 않을테니...

돈은 늘 중요하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돈의 중요성은 커진다. 왠지 나의 삶의 질은 딱히 변하지 않았는데, 나가는 돈은 많아지고
결국 내 주머니에 남는돈은 없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그만큼 나이대에 맞는 걸 갖추길 원한다. 집, 차, 고급수트, 악세서리 등등
하지만 철저히 자본화된 사회는 내가 돈을 벌거나 저축하는 속도를 기다려주지 않은채 저 멀러 떠나가고, 결국 서민이라는 계급표를
나에게 발급해주기에 이른다. 아마 창의성이 없다면 나는 평생 서민이라는 현대판 한국형 카스트제도의 가장 아래에서 버둥거리겠지...

내 삶의 그나마 위안거리가 되는 것은 스스로 성취욕구가 비교적 있는 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름 좋은 직장에 들어갔고, 더 좋은
직장으로 이직했으며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 일반인이 되었다. 일을 할 때는 프라이드를 가지고 일을 하며 스스로도 괜찮게 일을
하는 편이라 생각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직업과는 별개로 상사는 어딜가든 비슷하고 고집이 쎈 상사들이 있기 마련이라는 것이겠지만..

하지만 돈 문제는 언제나 나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 나는 여전히 이 문제를 극복하려 노력하고 있으나
애초에 쉽게 극복될 문제였다면 이토록 나를 힘들게 하지는 않았겠지.

30대로 넘어가면서 나는 참 많은걸 겪었다. 근데 내가 겪은게 진짜 많은 걸 겪었냐 하면 잘 모르겠다. 일반적인 30대가 겪는 그 정도의 수준?

직장다니면서 1년 6개월동안 자격시험 공부를 하며 자격증을 취득했고, 4년간 사귄 여자친구와 결혼을 생각했지만 까였으며,
6개월 사귄 여자친구와도 결혼을 생각했지만 성격 문제로 헤어졌다. 6개월의 기간 동안에는 한번의 이직을 경험했고, 새로운 지역으로
내려와 마치 나를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도망친 것 처럼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했다.

결혼이 돈이냐고 하면 나는 Yes를 말하고 싶다. 결혼은 돈이다. 부가적인게 사랑이다. 미국 한 셀럽이 말했던것이 기억난다.
"돈으로 모든걸 해결 할 수 있다. 해결할 수 없다면 그것은 해결할만큼 충분한 돈이 없어서겠지"라고

내 삶에서 돈 때문에 성취할 수 없었던 일은 수도 없이 많다. 어릴적 뭔가를 사먹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못 사먹었던 기억
초등학교 시절 남들은 다 브랜드 있는 책가방에 옷을 입는데 나는 어디서 온 것인지도 모를 출처불명의 책가방과 옷이었던 기억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교복 물려받기 행사에 참가하여 맞는 사이즈를 찾아다니느라 피곤했던 기억 등등

하지만 이러한 기억들은 이미 추억이 되었고, 추억들은 그저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고 느낀바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나 말고도 어차피 돈이 없는 사람들은 차고 넘치고, 나는 그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묘한 위안이 된다.
애초에 군중심리 비슷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나마 나와 비슷한 사람이 많다고 하는 것에 묘한 동질감 같은 것도 생겨난다.
대상이 불특정 다수임에도 불구하고..

다만, 지금에서는 돈으로 인해 한계를 체험한 것이 먼 훗날 추억이 될 것이냐 말하면 나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느끼는 가난은 이자가 붙어 결국 내 자신을 시궁창 아래로 항상 밀어넣으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내가 벌어들이는 월급은 어차피 은행만 배불리 해줄 뿐, 나에게는 그저 콩고물 수준에 불과할 남은 월급 일부분이
내 삶을 나조차도 눈치못 챌 만큼 윤택하게 해줄 것임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내 집안과 내 상황에 비춰봤을 때, 4년간 사귀었던 여자친구는 객관적으로 보면 나에게 과분한 여자였다.
직업도 아마 결혼시장에서는 여자직업으로는 최상위였고, 집안에 돈 문제는 없었다. 다른 문제라면 몰라도..
우리는 서로 사랑했고, 집안의 차이로 인해 헤어졌지만, 서로 잊지 못해 다시 만났다. 하지만 결국 집안 그리고 돈의 차이라는 큰 벽
앞에서 여러번 좌절하고 괴로워하다 결국 서로를 위해 놓아주었다.

그럼에도 서로를 잊지 못해 지금도 서로에게 질척거리며 한번씩 연락 한번 안부 한번을 묻고 있다. 이제 그녀나 나에게 이 시대에서
결혼에 대해 허락된 시간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서 감정의 한 끈을 아직도 끊어버리지 못하고 있는 관계가
내가 살고 있는 시대에서는 비정상적인것이라고 생각한다.
끊어내고 싶다가도 일말의 가능성이라는 희망고문 앞에 다시 한번 연락을 주고 받는다.

돈으로 사랑을 살 수 있는가는 100% 살 수 있다에 동의한다. 단지 남겨진 감정에 대한 청소는 과연 누구에게 돈을 얼마나 주어야 가능할까?

30대 중반의 나에게 이제 더 이상 자연스러운 만남은 존재하지 않는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그렇다.
내 나이에 이제 더이상 매력적인 여자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 매력적인 여자가 있다 한들 그들은 아마 나머지 매력적인 남자와
만날 것이며, 나는 어떻게 보면 내가 원했던 핫한 여자의 조건에서 몇가지를 정리했을 것이다.

결국 강제로 헤어짐을 당한 우리는 단지 허무함과 공허함, 슬픔과 서로에 대한 그리움만 남긴채 소중한 시간을 그렇게 흘려 보내고 있다.

돈은 중요하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소중한 시간과 소중한 사람을 인생이라는 강물따라 흘려보내지 않았을테니까...

결국 창의성이 없는 나는 돈을 벌 사업 아이템을 구성하지는 못할 테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로또를 사서 일확천금을 노리는 수 밖에..

그렇게 하루를 헛된망상과 399원의 미네랄을 남긴 토스유저의 승리확률과도 같은 로또 당첨 가능성을 꿈꾸며 잠자리로 들어간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perlson
19/02/28 14:18
수정 아이콘
내일 결혼합니다. 돈도 없고 직업도 사실상 없어서 만드는중인데 자산이 전혀 없는 저도 삼십대 중반에 좋은 사람을 만나네요. 신기한게 결혼에 대한 아무런 결심도 없이 자연스럽게 서로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저도 일년 전에는 더이상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달라졌네요.

지금의 내 모습 자체를 바라봐줄 사람 분명히 있을껍니다. 사는데는 사실 저도 아직 힘내야 하는 것이 많은데 화이팅 합시다.
외력과내력
19/02/28 15:08
수정 아이콘
행쇼! 둘이 같이 모으면 더 잘 모인다 하더라고요 ^^
19/02/28 14:24
수정 아이콘
돈이 다가 아닌데 돈 없이는 행복할 수 없는 세상..
19/02/28 14:27
수정 아이콘
잘읽었습니다
결혼 그까이꺼~ 하지마십쇼
19/02/28 14:36
수정 아이콘
저도 매주 로또를...
이웃집개발자
19/02/28 14:44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19/02/28 14:47
수정 아이콘
뭐..다들 알고는 있죠..
돈이면 왠만한거는 다 해결되죠..
심지어 사랑 조차도 해결할 수 있죠.(물론 이거야 단순히 돈만 가지고는 안되는 경우도 있겠습니다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돈이 중요하긴 하죠..
19/02/28 14:50
수정 아이콘
지금은 돈이 문제죠?
나이를 더 먹으면 돈은 있는데 진심이나 열정이 안 생기는 시기가 생기더라고요.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잘 간직하시길 바랍니다.
언젠가 돈을 탓할 수도 없는 날이 오거든요.
19/02/28 15:00
수정 아이콘
로또의 존재 이유네요
로또라도 있으니 살만한 세상이라 얘기하고 싶네요
그런데 제가 윗 연배로서 드리는 말씀은 기회는 오긴 와요
평생 돈없이 살거 같던 사람도 돈을 벌기도 하거든요
로또는 계속 사시구요 ^^
첸 스톰스타우트
19/02/28 15:12
수정 아이콘
몇년 전 비교적 어린 나이에 현실의 벽을 경험했었는데.. 그 다음부터는 연애에 대한 흥미 자체가 떨어져버렸습니다. 얼마 전 그녀가 결혼했다는 소식을 들었네요.

시간이 약이긴 합니다. 다만 저같은 경우는 제가 질척대는걸 상대가 안받아주고 칼같이 잘라줘서 좀 더 쉬웠던것 같긴 해요. 그때는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 또한 감사하다 생각합니다. 그런 상대를 평생 다시 만날 수 있을런지..
19/02/28 15:22
수정 아이콘
남의.이야기가 아니구나 흑흑 ㅜ ㅜ
처음과마지막
19/02/28 15:28
수정 아이콘
진짜 중요한건 가족이지만 그 소중한 가족을 지키려면
먹고 입고 쉴수있는 집 등등이 필요한데요
결국 돈이 필요하죠 그래서 결국 돈이 가장 중요하죠

어차피 고대에도 사냥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했겠죠
농경시대에도 전쟁나면 목숨걸고 싸워야했을테구요

현대에는 목숨걸고 돈을 벌어야죠
저도 며칠전 퇴근하고 헬스하다가 무릎을 다쳐서요
물리치료 받고 쉬고 싶지만 우선 출근부터하고 일하고 있습니다
진짜 일반인은 로또가 유일한 희망이군요
19/02/28 15:39
수정 아이콘
본문 읽다가 중간중간 내 얘기인가?... 하면서 읽어내려갔습니다

현실적인 이유로 결혼 얘기 나오다가 헤어진 이후,
왜인지 사람 만나기가 쉽지 않으면서 전부 귀찮기만 하고

외모도 별로고 재력도 없고 가진건 뻔한 직장뿐이며...

나이는 찰대로 차서 사람을 자연스레 만나기도 어렵네요

이젠 그냥 제가 문제가 있겠거니... 하고 체념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혼자 살아도 별 문제 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드는 요즘이구요
19/02/28 15:43
수정 아이콘
여자분이 집안좋고 직업좋으면 자기가 벌어도되는데..
남자들은 여자가 모아놓은 돈 없다고 거부하는 경우 별로 없던데 여자들은 많이들 그러더라구요. 집이 어떠니 차가, 예물이.. 결혼한다고해도 꼭 지 친구는 어땠느니.. 감수성이.. 낭만이 없는게 어느쪽인지..
송파사랑
19/02/28 22:31
수정 아이콘
인생은 돈이죠 불변진리입니다
지리산수
19/02/28 22:34
수정 아이콘
30대 중반의 나에게 이제 더 이상 자연스러운 만남은 존재하지 않는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그렇다.

이 문장이 마음에 와 닿네요. 저도 사람대 사람으로 만나서 연애하고 결혼할 수 있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 글 보는 젊은여러분은 빨리 연애하시길 빕니다. 공부에도 시기가 있듯, 연애에도 시기가 있습니다. 그 시기를 놓치면 연애를 가장한 주판알 튕기기밖에 안남아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1095 [일반] 시흥의 열두 딸들 - 아낌없이 주는 시흥의 역사 (4) [8] 계층방정7447 24/03/07 7447 9
101094 [정치] 대한민국 공공분야의 만악의 근원 - 민원 [167] VictoryFood10803 24/03/07 10803 0
101093 [정치] [중앙일보 사설] 기사제목 : 기어이 의사의 굴복을 원한다면.txt [381] 궤변13938 24/03/07 13938 0
101092 [정치] 의대증원 대신 한국도 미국처럼 의료일원화 해야하지 않을까요? [12] 홍철5566 24/03/07 5566 0
101091 [정치] 정우택 의원에 돈봉투 건넨 카페 사장 “안 돌려줘… 외압 있었다” 진실공방 [20] 사브리자나5296 24/03/07 5296 0
101090 [일반] 성공팔이를 아십니까? [29] AW4722 24/03/07 4722 7
101089 [일반] 사랑하고, 사랑해야할, 사랑받지 못하는 <가여운 것들> (약스포!) [3] aDayInTheLife1884 24/03/07 1884 3
101088 [정치] '해병대 수사외압 의혹' 피의자를 호주 대사로‥영전 또 영전 [56] lemma6933 24/03/06 6933 0
101087 [일반] 종이 비행기 [3] 영혼1979 24/03/06 1979 6
101086 [정치] 다양한 민생법안들 [10] 주말3683 24/03/06 3683 0
101085 [일반] (스포) 파묘: 괴력난신을 물리치는 가장 확실한 방법 [33] 마스터충달4177 24/03/06 4177 12
101084 [정치] 너무많은 의료파업관련 구설수 기사들 [21] 주말5666 24/03/06 5666 0
101083 [정치] 의사분들 이러시는 건 심적으로 이해가 갑니다만 [150] 된장까스10893 24/03/06 10893 1
101082 [일반] 지금은 성공 유튜버들의 수난시대 [106] 깐부10304 24/03/06 10304 5
101081 [일반] 바야흐로 마라톤 개막 시즌 입니다. [30] likepa3010 24/03/06 3010 19
101080 [정치] 총선용 의료대란과 꼬인 대처. 필수의료의 멸망. 모두의 패배. [444] 여수낮바다12779 24/03/06 12779 0
101079 [일반] 의사들은 얼마나 돈을 잘 벌까? [174] 헤이즐넛커피8537 24/03/06 8537 2
101078 [정치] 의사 사태 출구 전략 [178] 은달9532 24/03/06 9532 0
101077 [정치] 밑에 글 후속작 : 북한 김주애 정권 승계가 과연 가능할까요? [24] 보리야밥먹자4424 24/03/06 4424 0
101076 [일반] 잠이 오지 않는다. [36] 탈조루2445 24/03/06 2445 12
101074 [정치] 여론조사 vs 패널조사 데스매치 [120] 버들소리14186 24/03/05 14186 0
101073 [정치] 의사 대량 사직 사태 - 뒷감당은 우리 모두가 [266] 터치미18634 24/03/05 18634 0
101072 [일반] [역사]이걸 알아야 양자역학 이해됨 / 화학의 역사 ③원자는 어떻게 생겼을까? [31] Fig.14341 24/03/05 4341 19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