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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5/19 03:55:55
Name chldkrdmlwodkd
Subject '지하로부터의 수기'와 '역내청'그리고 일본만화 (수정됨)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입니다. 제 상황과 비슷해서이기도 하고 사실 분량이 짧아서 읽기 편해서이기도 합니다.. 주인공은 친척의 유산을 상속받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집안에 틀어박혀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던 주인공은 공무원으로 임용되고 나서도 잘 적응하지 못하고 히스테리를 부립니다. 주인공 스스로도 '자신은 병들었다'는 걸 인정합니다. 병원에 가려고 해도 의사가 자신을 치료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도 합니다. 이것 말고도 지하에서 있기 싫다며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다가도 자신은 남을 상처입히고 우월한 데서 기쁨을 느낀다며 혼자 있는 게 더 낫다고도 합니다. 소설은 이런 주인공의 심리를 정말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앞부분 몇십 페이지가 주인공의 독백으로만 이루어져 있을 정도입니다.

'역내청'의 주인공인 하치만도 아싸입니다. 남과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합니다. 물론 나중에는 점점 벗어나지만 기본적으로는 완전히 남을 믿지 않는 걸로 보입니다. 이런 주인공의 심리묘사를 소설은 독백으로 지속적으로 나타냅니다.

실은 여기서부터가 본론인데요. 요즘 일본만화가 '그들만의 리그다'라며 오덕만을 위한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아싸들을 위한다고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오히려 그 반대인 거 같습니다. 아싸들을 '위하는 척'하기만 한다는 겁니다. 우선 아싸라고 방에 틀어박혀 있기만 하는 건 아닙니다. 일단 '먹고 살아야 하니까' 최소한의 활동은 해야 합니다. '지하로부터의 수기'의 주인공도 공무원이었고 하치만도 남을 믿지 않는다는 거 빼고는 멀쩡하게 행동합니다 . 근데 요즘의 일본만화들을 보면 주인공이 아싸면 능력도 좀 부족하고 인싸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심리묘사도 잘 나타내지 않습니다. 사람들을 믿는 걸 너무 금방 받아들인다는 뜻입니다.(연애물,하렘물이 특히 그렇습니다.) 마치 인싸들이 '아싸는 이러이러할 거야'라고 애초에 단정지은 걸 보는 거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싸를 묘사할 거면 심리묘사를 좀 늘렸으면 좋겠습니다. '지하로부터의 수기'처럼 망설임과 갈등을 집요하게 묘사하거나 아니면 '역내청'처럼 사람들을 믿어가는 과정에서의 변화를요. 물론 일개 독자인 제가 이런다고 뭔가 바뀌진 않겠지만 말입니다. 만화를 보면서 대리만족은커녕 허무함을 느끼는 이유를 생각하다 적게 됐습니다. 정말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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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19 05:06
수정 아이콘
왜냐하면 그런 라노벨이나 만화, 애니 등등은 히키코모리 오타쿠를 위한 사이다물 이니까요... 현실도피를 위해서 애니나 만화, 라노벨을 탐닉하는 것인데 그런 현실적이고 어두운 방향으로 더 파고드는 컨텐츠는 독자들이 보기싫다 이거지요.
차라리꽉눌러붙을
19/05/19 12:08
수정 아이콘
Nhk에 어서...
ioi(아이오아이)
19/05/19 07:17
수정 아이콘
예전에는 부자가 거지에게 가난도 뺏어갔다면

요즘은 인싸가 아싸한테 히키도 뺏어가는 게 대세죠
19/05/19 07:26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적어도 만화부문에서는 일본의 영향력이 넘사벽이라..
크레토스
19/05/19 07:34
수정 아이콘
역내청 하치만이 히키는 맞나요? 히키코모리란 단어 자체가 그냥 방안에 오랫동안 틀어박혀 안 나오는 사람 의미하는 거 아니었는지.. 먹고살기 위해서 사회생활 하는 사람은 히키가 아니죠. 멀쩡하게 학교 다니고 제한적이나마 친구랑 교류하던 하치만도 히키가 아닙니다. 그냥 아싸기질 있는 사람일 뿐.
미야자키 사쿠라
19/05/19 11:17
수정 아이콘
좀 오래되서 정확하진 않은데 작중 하치만을 히키코모리라고 한 적은 한번도 없는 걸로 기억합니다. 봇치(아싸)라고 하는 건 많지만요.
히로인이 별명으로 '힛키~'라고 부르긴 하지만 성이 '히키가야'라서 그렇게 부르는 거구요.
아, 그걸 하치만 본인이 '날 히키코모리라고 생각하는건가?' 라는 오해를 하긴 한 것 같네요
chldkrdmlwodkd
19/05/19 11:41
수정 아이콘
생각해보니까 히키로 칭한 건 제가 너무 자극적으로 말했네요. 수정했습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BloodDarkFire
19/05/19 07:51
수정 아이콘
본문 대로라면 재미가 없잖아요.
이비군
19/05/19 08:00
수정 아이콘
수많은 웹소설과 라노벨에 비하면 역내청이 그나마 감정 묘사 잘 되는편..
19/05/19 09:02
수정 아이콘
이제 성공담은 지겹습니다. 실패사례를 모은 책 하나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에 대한 현실은 그런책 내봤는데 [안팔리더라]....였습니다. 사람은 지옥을 보기 싫어하는 법입니다. 보통은요.

그러나 저러나 요즘은 그저 갓세계물입니다. 갓세계에가면 아싸도 인싸하렘을 만들 수 있는 매직!
chldkrdmlwodkd
19/05/19 09:27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갓세계물로 대동단결!!
19/05/19 09:33
수정 아이콘
뭐 약간 다른 이야기지만 '폐인과 동인녀의 정신분석'으로 부터 거의 20년이 흘렀는데
변한건 [포켓몬이 나 대신 싸워준다]에서 [갓세계로 간 전생/전이자가 나 대신 대리만족을 해준다]밖에
달라진게 없는점에서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모든 미디어의 왕도는 돌고 돈다니깐요 크크크
chldkrdmlwodkd
19/05/19 09:58
수정 아이콘
죄송한데,'폐인과 동인녀의 정신분석'이란 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포켓몬스터 말씀하시는 건가요?
19/05/19 10:19
수정 아이콘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566345
원제가 따로 있었던것 같은데 국내판 이름은 저렇게 나왔습니다.
은둔형 외톨이 및 오타쿠에 대한 정신분석 책인데 건담 이후 이전세대에 대한 답변이 에반게리온 이었다면
2000년대 초반은 포켓몬의 시대고, 지금은 갓세계 범람기니까요.

본문에 히키코모리 이야기가 있길래 덧붙여 봤습니다. 책 자체는 읽어볼만 합니다.
절판되어서 지금 도서관 아니면 중고책밖에 없겠습니다만.
크리넥스
19/05/19 10:35
수정 아이콘
대부분 라노벨에서까지 실패사례를 봐야하냐는 반응이니까요
cluefake
19/05/19 13:31
수정 아이콘
갓세계물도 주인공이 굴러야 재밌는데
감상란 보면 왜 이 필력으로 이렇게 써~~~~~ 고구마 고통 싫어~~~~ 많이 있더군요.
시린비
19/05/19 09:26
수정 아이콘
NHK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를 친구에게 빌려줘봤는데 읽기 힘들다더군요 흠
chldkrdmlwodkd
19/05/19 14:04
수정 아이콘
추천 감사합니다. 찾아보겠습니다.
시린비
19/05/19 15:05
수정 아이콘
아 번역된 책 제목은 ' NHK에 어서 오세요' 였네요 만화책도 있고 애니도 있지만
심리묘사를 보고 싶으시면 역시 원작소설을 추천드립니다. 일독하실 가치는 있다고 생각해요.
스렉코비치
19/05/19 10:50
수정 아이콘
하치만은 전혀 히키코모리가 아니죠. 부모와도 얼굴을 보지 않고 밥도 문 앞에 두고 가면 방안으로 끌어들여서 먹는 수준은 돼야...
불굴의토스
19/05/19 11:05
수정 아이콘
에로망가 대왕이나 노겜노라 여주인공 정돈 돼야 히키 비벼볼만..
이십사연벙
19/05/19 12:14
수정 아이콘
현실에서 도피하려고 보는 서브컬쳐에서 현실 고발을 해봤자..

그런건 예술영화나 사회다큐에서 찾아야죠
아유아유
19/05/19 12:28
수정 아이콘
어떤 히키코모리가 여자가 그리 꼬입니까? 껄껄껄
그냥 예전이나 지금이나 [소재]만 바뀐 판타지로 봐야죠.
모리건 앤슬랜드
19/05/19 12:44
수정 아이콘
그런사람들 심리묘사 잘한작품들이 몇 있죠. 우시지마라던가, 폭음열도라던가, 이나중 작가 작품들도 그런 경향이 있구요
chldkrdmlwodkd
19/05/19 13:43
수정 아이콘
찾아보겠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안초비
19/05/19 13:22
수정 아이콘
저는 90-00년도에 보던 애니-만화보다 요새 애니-만화가 훨씬 재밌더군요.
-안군-
19/05/19 19:37
수정 아이콘
뭐, 잔혹한 현실은 보고싶어 하지 않는게 일반적이니까요.
우리나라라고 뭐 다른가요? 현실대로라면 내부자들 결말은 이병헌은 감방가고, 조승우는 마티즈 타고, 나머지는 룰루랄라~ 로 끝났어야 하고,
마스터의 결말은 결국 이병헌이 해외에서 신분세탁 잘 하고, 잘먹고 잘살았다...로 끝났어야 하고,
스카이캐슬의 결말은, 예서가 서울대 의대병원에서 가운입고 차트를 옆구리에 끼고 지나가다가 카메라를 쳐다보면서 안경을 쓱~ 올려줬어야...

근데 그런식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만들면, 사람들이 엄청 불편해 할겁니다;;;
handmade
19/05/19 23:11
수정 아이콘
도스토옙스키가 저런 소설도 썻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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