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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6/09 18:08:41
Name 청자켓
Subject 영화 '기생충'을 보고 되살아난 지하집의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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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날때부터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반지하집...
아니 더 열악한 지하집에서 살았습니다.
사실상 거의 토굴에 가까웠던것 같아요.
집 내부에 경사가 상당한 계단(내려가는)이 있었습니다.
그 집에서 동생이 태어났고 초등학교에 입학합니다.

초등학교 4학년 무렵에 신축주택 반지하집으로 이사를 갑니다.
전에 살던 집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죠.
하지만 두차례의 도둑이 들면서 악몽이 시작됩니다.(가져갈 것도 없는데 2주연속으로 와서 난장판 만들더군요)
그 이후로 편히 잠든 기억이 없습니다. 조그마한 소리에도 잠을 깨곤 했어요.
또 사춘기가 시작되고 가난에 대해 자각을 하게 되었던것 같습니다.
친구를 집에 데려온 기억이 한번? 두번? 
집이 너무 창피하고 부모님이 원망스러웠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아파트 살고 2층집에 사는데
전 항상 지하집에서 사니까요.

지하집 냄새? 쾌쾌했던 기억은 있습니다만, 잘 모릅니다. 정확히 어떤 냄샌지...
16년을 넘게 살았는데도...

아무튼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드디어 지하집을 벗어나게 됩니다.
아파트도 아니고 좋은집도 아니였지만 2층집에 산다는 것만해도
너무 행복했었죠.

저는 지하집을 살면서 좋은기억이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비가 많이 오는 날은 물이 넘쳐서 창문에 들어올까봐 
잠도 못자고 물을 퍼냈던 일이 떠오르네요.

'기생충'은 저에게 좀 힘든영화네요.
시도때도 없이 그 시절의 악몽을 떠오르게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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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pecial One
19/06/09 18:19
수정 아이콘
저도 지하에서 오래살아서 보는내내 힘들더군요. 그때 기억이 결코 행복하지 않아서..
청자켓
19/06/09 19:05
수정 아이콘
영화보는 내내 구토할 것 같다는 평을 봤는데, 그럴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맥주귀신
19/06/09 18:52
수정 아이콘
누가누가 더 힘들었나 내기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크크.
저는 산동네 판잣집에 살았었습니다. 정릉3동이라고. 태어나서부터 중학교 때까지.
코딱지만한 연립 단칸 반지하에 사는 친구들이 진심으로 부러웠으니까요. 아 생각나네. 그 지하 세 식구들 정도가 같은 수도를 사용하고, 화장실도 연립뒤에 있는 푸세식 세칸짜리 공용 화장실을 써야하고. 등등. 그래도 그 친구네 집에 놀러도 가봤으니. 저는 단한번도 초대는 커녕.
그래도 지하는 아니었어서 기생충 보면서 반지하 냄새에 공감하지 못한? 크크.
대신 빨지 못한 양말 매번 열흘 정도씩은 신고 다녀서(옷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지금도 항상 발냄새 콤플렉스가 있다는 것 정도가 제가 갖고 있는 냄새에 대한 연결고리네요.
청자켓
19/06/09 19:16
수정 아이콘
학생때 냄새난다고 놀림받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부끄럽지만 동조까진 아니더라도 안도?를 했었던것 같아요.
19/06/09 19:09
수정 아이콘
반지하는 해가 들지않아요. 아무리 섬유유연제를 퍼부어도 곰팡이 냄새가 사라지지를 않죠.
청자켓
19/06/09 19:16
수정 아이콘
다른 친구들은 저에게 그 냄새를 맡았겠죠?
19/06/09 20:11
수정 아이콘
1호선의 냄새를 맡았겠죠. 뭐 저도 반지층 출신이라 전 못맡았습니다. 크크
19/06/09 19:13
수정 아이콘
아물었다고 생각했던 상처가 후벼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청자켓
19/06/09 19:18
수정 아이콘
그러게요... 옛날얘긴데... 여전히 벗어날 수가 없네요.
처음과마지막
19/06/09 19:16
수정 아이콘
트라우마 있는분들은 그냥 알라딘이나 로켓맨 같은 밝은 작품을 보는게 좋을듯합니다

아니면 아이즈원 콘서트같은 천국의 기분을 느끼는것도 좋구요
청자켓
19/06/09 19:19
수정 아이콘
알라딘, 로켓맨 좋더라고요. 신나고.... 알라딘 추천드립니다.
19/06/09 19:45
수정 아이콘
저는 지하에서 국민학교 4학년 때 탈출했는데, 별로 안좋은 기억은 없었네요.
지금 생각하면, 쥐, 바퀴벌레가 좀 돌아다니던것, 화장실이 1층 대문 옆(푸세식)에 있어서 매번 올라가야 하는게 귀찮았다는 것.
그 정도 생각나네요.
초능력자
19/06/09 22:30
수정 아이콘
못 탈출한 상태라 더 힘듭니다.. 옥자, 설국열차는 정말 재미 없어서 다시 안보게 되는데
기생충은 정말 재밌게 보고 잘 만든 영화임에도 뼈를 많이 맞아서 다시 보기는 힘들 것 같네요,
도라귀염
19/06/10 00:00
수정 아이콘
근데 머랄까 보통 반지하 흙수저 가정은 결손가정이나 편부모가정 아니면 부모 한쪽이 심각한 폭력성향이나 뭔가에 중독된 경우도 많고 경우에 따라서는 족보가 많이 꼬인 경우(재혼 등등으로) 서로 사이가 엄청 안 좋은 경우가 많은걸로 아는데 영화설정상 어쩔수 없었겠지만 가족끼리 단결력이 좋은 뭘했어도 다시 일어날수 있었을 수완좋고 재주좋은 그런 설정이라는게 좀 현실과 동떨어진게 아닌가 싶긴 합니다 영화니까 보긴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영화니까 현실을 제대로 반영못했다 생각할수도 있지 않을까요
39년모솔탈출
19/06/10 02:59
수정 아이콘
일단 설정 자체가 어느정도 살다가 사업 망해서 반지하에 살게된 가족이니까요.
대학 4수, 미술 공부를 할 수 있던 집이였죠.
박스접기에 실패하는걸 보여준건 반지하로 내려간지 얼마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의미로 봤습니다.
그러니까 아직 단결력이 좋은 집일 수 있는거죠.
19/06/10 00:09
수정 아이콘
전 24살 때 탈출.

제 입장에서 기생충 화장실은 부러웠네요.
위치가 높게 설계 돼서 하수퍼리가 되니깐요.
제가 살던 집은 낮게 설치 돼서 변기물 내리고,펌프 돌려서 하수도 위로 올려 보내는 구조라서.

물론, 역류 해서 똥물이 화장실에 넘치는 것은 일상이었구요.

근데 이것보다 더 전에 살던집은 화장실이 공중화장실이라 더 안좋았었던건 함정.
19/06/10 14:13
수정 아이콘
실제로 열악하게 사셨전분들이 많으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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