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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8/13 17:20:02
Name aurelius
Subject [기사] 김대중이라면 한일갈등을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수정됨)

한겨레발 기사입니다.
금일 김대중 전집 발간 기념이 있었고, 해당 재단에서 김대중 전대통령의 여러 기록물을 공개하였습니다. 
그 중 1953년의 글과 1973년의 글이 있는데, 핵심을 정확하게 짚는 글이어서 기사가 소개하고 있는 전문을 빠짐없이 소개합니다. 

===============
1953년 10월 <한일우호의 길-上>

오늘날 악독한 공산 침략에 직면하여 전 자유진영이 그의 생존을 위해서 굳게 단결하여야 할 차제(此際)에 지리적으로 순치(脣齒)의 관계에 있는 같은 자유진영의 일원으로서 겸하여 앞으로 조직될 태평양 반공동맹에 있어서도 같이 중추적 역활을 하여야 할 한일 양국의 반목 대립은 아주(亞洲) 반공세력의 강화는 물론 전기(前記) 반공동맹의 추진에도 치명적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는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사실 단적으로 말해서 금일의 절박한 노예와 멸망의 공산 침략으로부터 양국 민족을 구하기 위하야는 일절의 난관을 극복하여 양국민의 우호단합이 엄숙히 요청되는 것이다.

(중략)

(그러나) 현재의 방만 무도한 태도마저 눈감은 채 악수의 손을 내민다는 것은 민족의 자존심이 이를 불허함은 물론 양국의 우호 협조 그 자체를 위하여서도 결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바는 못 되는 것이다. 한일국교의 새로운 판국에 처해서 우리는 단호히 일본의 옳지 못한 태도의 시정을 얻으므로서만이 진실로 영원한 양국 친선의 튼튼한 기초를 닦을 수 있는 것이다.

================
1973년 <주오고론> 1월호 

나는 과거 일본과 우리나라 간에 있었던 불행한 역사는 일단 놔두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패전의 황폐화를 딛고 일어서 지금의 일본 국가를 건설한 일본민족의 끈기와 그 생명력, 그리고 성과에 대해 진심으로 높이 평가한다. 또 일본이 지금 아시아에서 자유주의 진영을 대표하는 입장에 서서 중국과 함께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사실, 그리고 그렇다면 일본은 미국이 범한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를 마음으로부터 바라마지 않는다. 하지만 아쉽게도 일본은 이미 그러한 징조를 보이고 있다. 나는 약간의 견해를 일본국민들에게 밝히고, 이것이 장래의 진로 결정에 조그마한 참고라도 되기를 바란다.

일본은 아시아 각국과 접촉할 때 현존하는 정권을 상대로 협력하는 경우에서도 그 근본정신은 어디까지나 “상대는 정권이 아니라 자유와 행복을 추구하고 바라는 국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중략) 두 번째로 경제협력은 어디까지나 상대국 국민에게 그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끔 철저한 방향전환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중략) 세 번째로 아시아의 평화와 전쟁위기 해소를 위해 미·일·중·소 4대국에 의한 불가침 조약을 체결하여, 일체의 분쟁과 대립을 무력으로 해결하는 것을 근절할 수 있도록 솔선해서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은 일본의 안보와 방위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네 번째로 일본은 이미 소련 및 중국과의 국교를 정상화했고 각종 교류를 증대시키고 있다. 이러한 실적을 활용해 아직 중국, 소련 양국과 국교를 맺지 못한 각 나라들을 중개해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가, 아시아에서 공산권과 자유 제국 간의 집단적 평화공존의 체제를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다섯 번째로 일본은 아시아 각국에서의 민주주의 정착 및 발전이야말로 아시아의 미래를 결정짓는 기본 요건임을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견지에서 보자면, 가칭 ‘아시아 민주공동체’를 조직하여 각국의 의회 민주주의, 지방자치, 민주적 시민운동, 그리고 언론 자유의 발전과 올바른 경제협력, 각국 민간의 이해와 선의를 증대시키는 문화교류를 위한 공동의 방안과 협조, 이것들을 위한 적극적 노력을 선두에 나서 진행해 가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 아시아 각 국민은 복잡한 눈빛으로 일본을 쳐다보고 있다. 일본은 자기들만 부자가 되면 된다고 생각할 뿐, 같이 살아가지 못하는 입장에 놓여있다.‘아시아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일본의 올바른 비전 확립은 ‘대국 일본’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한다.
=====================

역시 김대중 선생은 대단한 비전을 갖고 있던 사람입니다.
일본이 [배타적 神道주의]를 버리고, [민주주의]의 정신을 완전히 내재화하여,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국가로 거듭나서
아시아의 민주주의 진영과 공산권 간의 교두보 역할을 했다면 아시아의 역사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입니다. 
오늘날 독일이 유럽연합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과 역할을 일본이 대신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그들만의 [Sonderweg, 특별한 길]를 추구하였습니다.
그나저나 1953년 당시 이승만도 한일수교를 적극 반대하던 입장이었는데, 
김대중 선생의 혜안은 실로 놀랍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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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kmental
19/08/13 17:22
수정 아이콘
일본 역사 관련해서 최근 김용옥교수가 하셨던 이야기가 참 인상깊었는데..
어찌보면 김대중 대통령도 유사하게 보신거 같네요
타마노코시
19/08/13 17:24
수정 아이콘
일본의 현대 민주화는 어디부터 꼬인걸까요..
장제스와 모택동 국공내전의 스노우볼이라고 봐야하는 것인지..
혹시 그런 원인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볼만한 서적이 있는지 아시는분..
도라지
19/08/13 17:27
수정 아이콘
전 의원내각제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대통령제였으면 저기도 정치적으로 복잡했을거 같아요.
Darkmental
19/08/13 17:27
수정 아이콘
(수정됨) 도올교수님은 메이지 유신자체를 시작점으로 보더라고요...
이후 한번 기회가 있었던 때가 패전이후 일왕을 단죄해서 온전한 민주주의로 갈수있었다고...
최근 다스뵈이다에 김용옥 교수님 출연하신편 유튜브에서 보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93분경)
호모 루덴스
19/08/13 17:32
수정 아이콘
지금 일본이 겪고 있는 모순이 일본만의 것이 아니라서..
미국의 트럼프, 영국의 브렉시트, 유럽의 극우화 모든 시대의 흐름이죠. 일본도 거기에 동조하는 것이고..
지금 미국,영국,일본이 먼저 혼란을 겪는 이유는 그들이 세계경제의 가장 첨단에 서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 혼란은 첨단에서 아래로 흘러가기 마련이죠.
아마도 수년안에 한국 역시 이러한 혼란을 겪게 될것이라고 봅니다.
아이는사랑입니다
19/08/13 17:34
수정 아이콘
히로히토가 전범 재판에서 무죄나온게 시발점이라고 봅니다.
재판 초기엔 도조 히데키가 "천황의 허가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했던 진술을 나중에는 "천황은 아무 것도 몰랐다"로 뒤집으면서 히로히토에게 면죄부가 생긴 그 시점이 현재 일본의 시작이었다고 봐야죠.
고타마 싯다르타
19/08/13 17:37
수정 아이콘
저기 위키에 따르면 민주주이지수는 한국이랑 일본이랑 1등차이 인데요?
https://ko.m.wikipedia.org/wiki/민주주의_지수
미적세계의궁휼함
19/08/13 17:42
수정 아이콘
메이지부터 이미 배태돼 있었죠. 일본의 근대화(서구화)란 대체 뭐였던걸까요. 이 작가도 그리보는듯 합니다. https://namu.wiki/w/%EB%8F%84%EB%A0%A8%EB%8B%98%EC%9D%98%20%EC%8B%9C%EB%8C%80
19/08/13 19:27
수정 아이콘
명치유신 이전을 보더라도 농민봉기(잇키)가 전국적으로 횡행한 기록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70년대 초까지만 해도 안보투쟁이니 전공투니 적군파니 온갖 반정부 반체제 과격세력이 넘쳐나던 일본은 어느순간부터 단체행동이나 물리력 행사, 반정부적 언행 등을 아주 병적으로 싫어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일본국민들의 소득수준이 서유럽과 대등해지기 시작한것은 70년대 중후반인데 베트남전 전후로 최고조에 이르렀던 일본 내 좌파운동이 몰락한 시기와 궤를 같이하는것을 보면 급격한 경제성장과 물질적 풍요가 투쟁에 대한 마인드를 바꾸게 된 이유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기주의, 위험회피, 주인의식 부재 등등
현재 일본의 정치상황을 바라보며 많이 나오는 말인데

한국에서 소위 꼰대라고 욕먹는 586 아재들이 젊은세대 까는 레퍼토리와도 비슷하죠
19/08/13 20:29
수정 아이콘
사건으로는 전국으로 퍼진 충격적인 적군파가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건 표면적이고, 국가의 내선일체 천왕 헌법 체제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형태라서 그렇습니다.
19/08/13 23:30
수정 아이콘
장제스가 마오쩌둥에게 무너지고 한국전쟁이 터지면서 미국의 정책이 바뀌면서 생긴게 크다고 봅니다.
그로 인해 생겨난 샌프란시스코 체제 이건 꽤나 큽니다.
결국 일본의 전쟁범죄에 대한 면죄부 성격이 강하더든요.
캐모마일
19/08/13 17:27
수정 아이콘
너무 좋은 말씀인데, 지금 일본 생각하면 너무 머나먼 별세계 이야기 같네요
대성당늑돌
19/08/13 17:34
수정 아이콘
일본은 민주주의였던 적이 없죠.
지금 위에 참의원 중의원 전부다 그냥 중세시대부터 내려오던 귀족들 아님요?
그리고 귀족들만 다니는 사립학교도 아직 있잖아요.
영국처럼 왕이 군림하되 지배하지는 않는다 드립치면서 뭐 법치하는 것도 아닌데...
19/08/13 17:39
수정 아이콘
이분이 지금 대통령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궁금하긴 합니다.
관지림
19/08/13 17:57
수정 아이콘
만약이라는건 없지만
김대중때 적폐청산 (전두환 노태우 박정희 일당들)
안하고 타협함으로써 직무하기는 나름 편했다고 봅니다
만약에 그때 전두환 노태우 사면 안했다면
국정운영하기 힘들었다고 보는지라 ..
이해는 갑니다만 그 싹들때문에 어찌보면 보수가 이꼴났다고 생각은 들더군요..
그때 청소 잘했다면 보수도 나름 건전보수로 거듭나지 않았을까..
19/08/13 18:02
수정 아이콘
DJ와 노무현도 현 정부를 까기 위해 예토전생되는걸 보면 참 그렇더라고요...
음란파괴왕
19/08/13 18:49
수정 아이콘
일베애들이 김전대통령 찬양하는 걸 보고 있으니 헛웃음도 안나오던;;
월광의밤
19/08/13 18:54
수정 아이콘
정부 깔수만 있다면 일본편 외국편에도 붙을수있는놈들인데요
파이몬
19/08/13 21:10
수정 아이콘
나중가면 문재인도 소환되겠죠? 크크크 내 참..
밀리어
19/08/13 18:07
수정 아이콘
외교가 힘들다고 생각하는게 무조건 상대국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온건하게 대할것인지, 아니면 뼈있는 조언을 하면서 거절할건지 두가지 입장이 온도차가 다르기때문에 선택을 잘해야될것 같습니다.
저격수
19/08/13 19:01
수정 아이콘
민주주의 어쩌고 지수들이 과연 진짜 표현의 자유 정도를 반영하는지, 아니면 "얼마나 서방스러운지"를 반영하는지 아주 가끔씩은 의문입니다. 서민들이 생각하는 자유와 지식인들이 생각하는 자유는 자주 다른 것 같아요.
19/08/13 20:13
수정 아이콘
글쎄요. 그냥 교과서적인 답이지, 대단한 혜안/비젼은 아니죠. 일본에게 바라는 바를 적었는데 지금의 미국과 세계 추세를 보면 글쎄요. 상황에 맞게 적응하는게 필요한거지 절대적인 답이 있는게 아니고요.
19/08/13 21:28
수정 아이콘
역대 대통령 중 개인적인 능력으로만 보면 김대중이 제일 낫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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