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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8/24 02:30:04
Name 불같은 강속구
Subject 비운의 시트콤, 크크섬의 비밀을 아시나요?


베이징 올림픽의 열기가 뜨겁던 2008년 여름, 한 시트콤이 등장했습니다. 크크섬의 비밀이라는 그닥 끌리지 않는 이름을 가지고 말이죠.
순풍 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똑바로 살아라 등을 통해 시트콤계의 거물이 된 김병욱 감독......은 아니고 김병욱 감독과 같이 일했던 작가, 스텝진들이 만들었다고 방영 전부터 광고를 많이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워낙 김병욱 감독의 시트콤을 좋아했기에 이 작품에 대한 기대를 많이 하긴 했지만 김병욱이 빠진 김병욱 사단의 시트콤이라니 과연 재미가 있을까 하는 우려가 먼저였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회가 거듭될수록 김병욱 시트콤에서 보았던 빛나는 순간들을 그가 빠진 크크섬의 비밀에서 더 많이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김병욱은 없는데 김병욱의 향기가 너무 짙었어요. 그러다보니 그 동안의 김병욱표 시트콤은 김병욱빨이 아니라 작가빨(정확히는 송재정 작가) 이 아니었나 하는 의심이 들더군요. 

물론 순풍-웬만-똑살-하이킥 에 이르기까지, 캐릭터 코미디라는 장르를 확고하게 정립시켜 '김병욱' 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낸 그의 업적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거침없이 하이킥을 끝으로 송재정 작가과의 결별 이후 지붕뚫고 하이킥(2009)외에는 수작이라고 할만한 작품이 없는 김병욱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그간의 시트콤에서 그의 역할은 어느정도였나 하는 생각은 하게 되더군요.  가장 최근의 작품인 감자별, 너의 등짝에 스매싱에 느꼈던 실망감까지 생각하면 더 그렇고요. 

어쨌거나 크크섬의 비밀은 그다지 화제를 끌지 못하고 올림픽에 떠밀려 자주 결방되면서 관심을 가지고 보던 시청자들도 하나 둘 떠나고 잊혀졌습니다. 윤상현이야 그때도 이름이 있었지만 주연급인 심형탁과 이다희가 많이 생소해서 방송 초반에 큰 화제를 불러 일으키지 못했던 것도 시청률이 저조했던 원인이었을겁니다.  아마 저 둘이 지금 정도의 레벨이었고 지금처럼 유튜브나 SNS가 활발한 상황이었으면 결과는 많이 달랐겠죠. 그랬다면 조기종영하면서 어수선하게 마무리를 짓지도 않았을테고요.

그렇게 시즌2에 대한 소문만을 남기고 혼란스럽게 서둘러 끝내버린 마지막회가 아니었다면 크크섬의 비밀은 어쩌면 저의 No.1시트콤 자리를 차지했을겁니다. 
그만큼 순풍-웬만-똑살로 이어지는 황금 라인도 제칠만한 특별함이 있었거든요. 
무엇보다도 대한민국 시트콤사를 통틀어 크크섬의 비밀처럼 경쾌함과 로맨스가 잘 어우러진 작품은 없을 겁니다. 

사실 순풍-웬만-똑살 에서부터 시트콤의 발랄함과 로맨틱드라마의 두근거림을 접합하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그런 베타테스트가 있었기에 거침없이 하이킥에서는 서민정-최민용-정일우의 삼각로맨스를 성공적으로 그릴 수 있었죠.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보여준 섬세한 감정선 묘사는 웃음을 필수요소로 내재한 시트콤 장르에서는 보기 힘든 종류의 것인데다가 그것들이 특유의 유쾌함 속에 보석같이 박혀있어서 더욱 빛이 났습니다. 이런 시도는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더 복잡하게 진화화여 황정음-최다니엘-윤시윤-신세경의 4각 러브라인을 선보이기도 했죠.  

크크섬의 비밀에서도 조난당해 갇힌 섬이라는 특별한 공간성으로 인해 인물들 사이에 미묘한 화학작용이 일어나면서 다양한 로맨스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을 더 두근거리게 만들었던 음악이 위에 올린 '달빛처럼' 인데요, 아직도 생각날때면 가끔 듣습니다.

저는 사실 이 작품에서 심형탁-이다희-윤상현 라인의 빛나는 순간을 포착한 카메라보다 신성우-김선경의 지긋한 로맨스를 들여다 보는 시선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귀엽고 사랑스러웠어요.

유튜브에 전 방송분이 다 올라와 있습니다.    
안 보신 분들은 시간 날 때 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다만, 10년전의 감성이 지금도 유효할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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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19/08/24 02:49
수정 아이콘
저도 재밌게 봤습니다. 자세하게는 기억 못해도 말씀하신 특유의 분위기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시트콤 아니였나 싶습니다. 슬쩍 하나 더 얹어보면 욕은 많이 먹었지만 미씽나인이라는 드라마도 나름 재밌게 봤..
불같은 강속구
19/08/24 02:52
수정 아이콘
아 미씽나인요? 크크 저도 그거 초반에는 정말 유니크한 드라마다 싶어서 재밌게 봤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선을 넘어도 한참 넘는다는 느낌이 들어서 포기했습니다.
방과후티타임
19/08/24 09:04
수정 아이콘
미씽나인은 초반 2~3주정도는 진짜 역대급 대작 드라마였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2~3주는 역대급 망......
돼지샤브샤브
19/08/24 11:27
수정 아이콘
미씽나인 소재랑 시작부분 정말 좋았는데 대체 드라마가 갈수록.. 에휴
19/08/24 21:48
수정 아이콘
미씽나인 망작 맞는데 정경호랑 오정세 개그 콤비 때문에 시트콤처럼 저도 재밌게 봤어요 크크
19/08/24 02:49
수정 아이콘
달빛처럼이 너무 좋았어요ㅠㅠ
불같은 강속구
19/08/24 02:54
수정 아이콘
달빛처럼은 저 당시에는 정말 하루 종일도 들었던 것 같아요.
레가르
19/08/24 03:27
수정 아이콘
뒤로 갈수록 더 좋았습니다 나름 떡밥들도 많았고 시즌2가 어떻게든 하길바랬는데 아쉬웠어요
그러지말자
19/08/24 05:07
수정 아이콘
폐활량 갑 신성우
회전목마
19/08/24 05:59
수정 아이콘
PGR 얘기 하는줄 크크
April Sunday
19/08/24 07:06
수정 아이콘
제 인생 시트콤이었는데
스토리시트콤이라 한 편이라도 놓치면 흐름잡기 힘듦에도 베이징 올림픽때문에 결방이 너무 잦고 이슈도 묻혀버려서...
김광규-윤상현 찌질콤비는 사실 어느 시트콤에 내놔도 부끄럽지(?)않은 케미였습니다.
불같은 강속구
19/08/24 11:47
수정 아이콘
윤상현이 찌질거리고 투덜대는 역이 잘 어울리는데다가
김광규씨야말로 이 작품이 코미디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게 해 준 공신이었죠.
19/08/24 07:34
수정 아이콘
크크섬이라니까 웬지 PGR이 떠오르네요.
츄라상
19/08/24 07:35
수정 아이콘
최고였습니다 정말 재미있었는데 시즌2가 너무 아쉬운 시트콤이네요
19/08/24 07:58
수정 아이콘
마지막애 흐지부지 끝난게 아쉬웠습니다
정말 좋았는데 시청률이 매우 별로라 의아했는데
높은 연령때에서 외면 받아 그랬던거 같아요
밀리어
19/08/24 08:07
수정 아이콘
신선한 소재를 가져오고 회차가 늘어가면서 연애에 너무 비중을 높인 나머지 뒷심이 딸린 시트콤중 하나로 보이네요. 아예 연애 분량을 대폭 까고 시트콤을 기반으로 섬에 관련해서 역사적으로 풀어가는 식으로 가면 좋았을듯.
불같은 강속구
19/08/24 12:07
수정 아이콘
뒷심이 딸렸다기보다는 조기종영 당하는 바람에 아무 수습도 못한 측면이 크죠. 물론 작가가 원하는 만큼 방영이 되었어도 잘 마무리 되었을지는 알 수 없지만요.
본문에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웃음을 기본 베이스로 해야만 하는 시트콤 영역에서 섬세한 로맨스 감정선을 살리는게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거침없이 하이킥이나 크크섬은 유쾌함을 잃지 않으면서 그걸 성공적으로 해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는 쪽이라 연애 비중이 너무 높다고 보진 않았습니다.
구양신공
19/08/24 08:27
수정 아이콘
김광규씨만 생각납니다.
불같은 강속구
19/08/24 11:57
수정 아이콘
이 글은 크크섬의 비밀이 먼저 생각나서가 아니고 위에 올린 음악이 생각나서 유튜브 시청하다가 예전 향수가 떠올라서 썼어요.
그러다보니 극의 로맨스에만 촛점을 두었는데 사실 이 드라마에서 김광규씨를 빼놓는다면 시트콤으로서의 존재가치가 흔들릴정도죠.
홍준표
19/08/24 08:31
수정 아이콘
전반적으로 로스트 패러디가 많은데 당시에는 원작 인지하는 분이 적었던것도 불운했죠.
불같은 강속구
19/08/24 11:40
수정 아이콘
원인모를, 기억에도 남지 않은 조난 이라는 기본 설정자체를 로스트에서 가져왔는데
로스트를 모르는 분들은 너무 엉뚱하다고 느낄 수 있었겠네요.
베네딕도
19/08/24 09:00
수정 아이콘
저도 당시에 본방 챙겨가며 봤던 시트콤이네요.
시즌2 낼 여력이 안됐으면 결말을 그따구로 내면 안됐는데
19/08/24 09:07
수정 아이콘
(수정됨) 심형탁이었군요 그 바람둥이가...이다희랑 마음을 확인할 때 주로 나오는 영상의 bgm 이 참 좋았죠. 애정있는 작품이지만 떡밥 제대로 수습도 안하고 산으로 간 시트콤이었죠. 다시보니 염소 먹을지 말지 고민했던 거랑 윤상현 초딩짓 등등 다 기억나는 거 보니 저도 어지간히 팬이긴 했네요.

이 작품과 백종원 사모님이 나오신 귀엽거나 미치거나가 희대의 명작이라 생각합니다. 큭큭. 특히 귀엽거나 미치거나는 요새같으면 감히 작가가 이런 설절 쓸수도 없을 내용에 막장이라.
불같은 강속구
19/08/24 11:35
수정 아이콘
저도 그래서 마지막회를 빼면 no.1시트콤이라고 했는데 시청률이 워낙 안좋아서 너무 급작스럽게 조기 종영했죠.
수십회를 더 못봐서 진짜 아쉬웠고 진짜 크크섬의 비밀은 무엇일까 내내 궁금했어요.
그런데 최근 송재정 작가의 알함브라 궁전을 보면 떡밥만 잔뜩 뿌리고 전혀 수습을 못하더군요. 그 전작 W도 초반에는 신선했는데 나중에는 너무 황당해서 보다가 말았습니다.
그 드라마들을 보면서 크크섬의 비밀도 그냥 없던걸로 하기로 했습니다.
19/08/24 09:08
수정 아이콘
이다희의 비키니가 가장 강렬하게 뇌리에 남은.....
묵언수행 1일째
19/08/24 09:36
수정 아이콘
(수정됨) 2006-2008년에 공중파에서 나름 실험적인 드라마들 제법 시도를 했었는데 대부분 의욕만 앞섰던 아쉬운 작품이었거나 드라마 완성도에 비해서 시청률이 안좋았던 기억입니다.
크크섬의 비밀, 탐나는 도다, 얼렁뚱당흥신소 등이 이 시기에 나왔고 특히 탐나는 도다나 얼렁뚱당 흥산소는 대진운이 너무 나빴죠. 각각 당시 주말 국민드라마와 국민 사극과 붙어서 장렬하게 산화.....
불같은 강속구
19/08/24 11:27
수정 아이콘
얼렁뚱땅 흥신소는 독특한 소재에 군더더기 없고 흥미진진한 전개가 돋보이는 정말 매력적인 드라마였는데 아마 기록적인 흥행참패를 하지 않았나 싶네요. 거기에 예지원의 정신없는 연기(중의적)가 참 인상깊었죠. 후반, 결말까지도 깔끔해서 제 드라마 시청사를 통틀어 손에 꼽는 작품입니다.
19/08/24 15:27
수정 아이콘
흥신소는 사실 서태지의 사모임의 매력이 나온 것만으로도 그 의의가있죠
어촌대게
19/08/24 10:07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본 시트콤입니다
19/08/24 10:20
수정 아이콘
드라마는 몰라도 올려주신 OST는 압니다.
유희열 라디오에서 엄청 자주 틀어줬었죠.

시간 나면 한 번 정주행 해봐야겠네요.
미야와키 사쿠라
19/08/24 11:04
수정 아이콘
크크섬...미씽나인...두니아... 유독 엠비씨에 조난물이 많은 것 같은? 크크
Bartkira
19/08/24 11:58
수정 아이콘
크크섬 재밌었는데 결말이 참 아쉬웠습니다
마도로스빽
19/08/24 12:59
수정 아이콘
재밌게 봤었는데 크크크
유정연
19/08/24 14:38
수정 아이콘
로스트 느낌 나는 시트콤이였는데
결국엔 결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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