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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2/16 23:07:13
Name 홍승식
출처 더쿠
Link #2 https://www.fmkorea.com/best/1197193234
Subject [유머] 전하, 여자 사관이 필요하옵니다
Gfrg5fg.png

중종실록 35권, 중종 14년 4월 22일 을유 1번째기사
여사를 두는 문제와 어진이 천거하는 문제 및 주청사를 파직하는 일에 대한 논의

조강에 나아갔다. 《속강목(續綱目)》을 강하다가 동지사(同知事) 김안국(金安國)이 아뢰기를,

"여기에 태후(太后)와 신종(神宗)이 말한 일을 매우 상세히 기록하였는데, 이는 규문(閨門) 안의 말이라 사관(史官)으로서는 기록할 수 없는 것이니, 반드시 여사(女史) 가 기록하였을 것입니다. 예로부터 여사는 규문 안에서 임금의 거동과 언행을 모두 다 기록하므로 외인(外人)이 그 일을 알 수 있는 것이며, 사책(史策)에 기록하여 놓음으로써 뒷사람이 그것을 보고 선악(善惡)을 아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의 경우 규문 안의 일을 자세히 알 수 없는 것은 여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규문 안 임석(袵席)에서의 일동 일정(一動一靜)을 어떻게 자세히 기록할 수 있겠습니까? 신의 생각에는 고제(古制)에 따라 여사를 두어 그로 하여금 동정(動靜)과 언위(言爲)를 기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가하다고 여겨집니다."

하고, 장령(掌令) 기준(奇遵)은 아뢰기를,

"안국의 말이 합당합니다. 임금은 깊은 궁궐 속에 거처하므로 그 하는 일을 바깥 사람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여사를 두어 그 선악을 기록하게 하였으므로, 비록 깊숙한 궁궐 속의 혼자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곳에서일지라도 감히 방과(放過)하지 못했던 것이니, 모름지기 고제에 따라 여사를 두는 것이 가합니다."

하니, 임금이 이르기를,

"옛날에는 여자(女子)들이 모두 글을 지을 줄 알았으므로 올바른 여사를 얻어서 궁곤(宮壼)의 일을 빠짐없이 상세하게 기록하도록 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글에 능한 여자가 아마도 적은 것 같으니 기록할 수 있는 사람을 얻기가 어려울 것 같다."

하매, 안국이 아뢰기를,

"여사는 반드시 글에 능해야만 될 수 있는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문자를 조금 해득할 수 있다면 규문의 일을 보는 대로 기록하여, 후왕(後王)과 후현(後賢)으로 하여금 선왕(先王)은 규문 안 혼자 있는 곳에서도 잘못하는 바가 없었다는 것을 알게 하면 되는 것이니, 이렇게 하면 권징(勸懲)되는 바가 클 것입니다. 밖에서는 좌우에 시종(侍從)·사관(史官)이 갖추 있으면서 안에는 여사(女史)가 없으니, 치도(治道)의 큰 흠절(欠節)입니다. 규문 안 임석(袵席)에서의 일에 대하여 후세의 자손들이 어떠하였는지를 모르게 하는 것은 매우 불가합니다."

하고, 시강관(侍講官) 이청(李淸)은 아뢰기를,

"세속의 이른바 언문(諺文)으로 기록해도 해로울 것이 없습니다. 어찌 문자(文字)로만 기록해야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이르기를,

"여사의 직임은 선한 일과 악한 일을 기록하는 것이니, 반드시 마음이 올바른 여자를 얻는 뒤에라야 가하다. 뿐만 아니라 사관(史官)도 모름지기 정직(正直)한 사람을 가려야 한다. 사필(史筆)을 잡는 것은 사람마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매, 이청이 아뢰기를,

"사관은 여사와 다릅니다. 사관은 공의(公議)를 유지(維持), 포폄(褒貶)을 명백하게 하여 만세(萬世)에 보이는 것이 직무이고, 여사는 규중 안에서의 임금의 일상 생활을 기록하는 것뿐입니다."

하였다

아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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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룰루
19/02/16 23:12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 훌륭한 작품이 나올뻔 했군요
파이몬
19/02/16 23:13
수정 아이콘
아니 진짜 신하들 권력이.. 뭐 이렇게 세죠??크크크
홍승식
19/02/16 23:20
수정 아이콘
조선시대 사대부들은 왕이 자신들과 다른 존재가 아니라 그냥 사대부 중에서 대표 라고만 생각하기도 했고 - 그 유명한 예송논쟁 - 중종은 본인이 아닌 신하들에 의한 반정으로 왕이된 첫번째 사례기도 했죠.
파이몬
19/02/16 23:26
수정 아이콘
크크크.. 사대부 대표라니..
한국화약주식회사
19/02/16 23:22
수정 아이콘
중종의 위치가 좀 그렇죠. 연산군 다음 왕인데 이 말은 쿠데타 세력의 대리인으로 왕위에 올랐고 그만큼 권력이 낮을 수 밖에 없죠.
파이몬
19/02/16 23:26
수정 아이콘
아 중종에 그런 배경이 있었군요..
19/02/17 00:08
수정 아이콘
사실 막상 반정공신들이 좀 일찍 죽은 편이고
중종이 어느정도 정치력을 갖고 난 뒤로는 중종한테 찍혀서 살아남은 인물이 없습니다..
반정공신들 제외하면 중종때 권력자들이 대부분 중종이 뒷배를 밀어주고 이용해먹다가 후려치고는 해서..
파이몬
19/02/17 01:26
수정 아이콘
정치력 만렙이셨네요.. 아래 댓글 보니 이 사건이 사화 6개월 전에 일어났고, 저 인물들을 다 보내버렸다니 크크크크;;
19/02/17 00:38
수정 아이콘
하지만 왕권이 약하다는 선입견과는 다르게 조선의 왕권은 굉장히 강력한 편이었습니다. 애초에 성리학의 절대적인 한 축이 [충효]인데 그 충효의 꼭대기가 [왕]인걸요. 조선의 왕이 성리학에 따른 정론으로 신하들을 조지기 시작하면 이게 가불기였습니다.
파이몬
19/02/17 01:27
수정 아이콘
얘들이 그냥 입만 잘 털었던건가보네요..
솔로14년차
19/02/17 02:54
수정 아이콘
조선은 왕권이 강력하고 신권도 강력하죠.
우습게도 추구하는 것은 작은 정부지만요.
19/02/17 03:51
수정 아이콘
정말 신기한 나라죠...
나름 잘 굴러간 나라인데 단순하게 정리하면 뭔가 이상함
솔로14년차
19/02/17 06:29
수정 아이콘
뭔가 사람의 선의에 기댄 정치라고해야하나 그렇죠.

왕에게 막대한 권력을 몰아넣어주고선 끊임없이 그 권력을 맘대로 쓰지 말라고 신하들을 통해 압박하고,
그렇게 왕과 신하들에게 권력을 몰아 넣어주고서 끊임없이 백성을 위해 그 권력을 써야한다고 압박했죠.

왕에게 권력을 많이 줬지만 장남세습이 잘 이뤄진 적이 별로 없을 정도였고,
신하들에게 권력을 많이 줬지만 그만큼 신하들의 권력다툼이 치열하게 벌어졌죠.

왕에게 뭐라하면 목숨을 날릴 수 있을 정도로 왕의 권력이 강하지만,
목숨걸고 왕에게 충언하는 것이 선비의 도로 여겨지던 나라.
19/02/17 10:11
수정 아이콘
솔로 14년차님 말씀처럼 선의에 기댄 정치라고 할 수 있으나, 그 선의가 개인이 아닌 국가가 만들어낸 이념이라서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래서 꽤나 조선의 정치 시스템이 잘 짜여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사에서 조선만큼 오래 버틴 나라도 몇 없죠. 문치라는 측면에서는 지금 국회의원들보다 조선 때 명신들이 더 수준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명분에 지나치게 끌려서 교조화된 케이스도 적지 않았으나(대표적으로 조광조와 송시열), 그 명분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하니 정치가 결정적인 부패에 이르지까진 않았죠. (물론 뒤로 갈수록 이것이 무너지긴 했으나 원래 인지상정이 그런거니까요.)
블리츠크랭크
19/02/16 23:38
수정 아이콘
저러니 사화에 한번에 갔죠
강미나
19/02/17 00:02
수정 아이콘
이 글 읽고 재미있어서 좀 알아봤는데 기묘사화 6개월 전이라는 걸 알고나니 소름이 돋더군요.
저 글에 나오는 김안국은 파직, 이청은 유배, 기준은 사형....
19/02/16 23:43
수정 아이콘
(수정됨) 중종은 꽤 장기집권 하다보니 짬이 차면서 은근슬쩍 왕권이 강해지기도 했는데 그래도 신하들에게 밀리기도 했군요
동굴곰
19/02/16 23:58
수정 아이콘
왕이 아직 인내심 게이지가 남아있으면 신하들이 하는말 어지간하면 들어는 주죠.
근데 한계가 넘으면 그냥 다 박살낼수 있는게 조선 왕권...
19/02/17 00:00
수정 아이콘
중종 진짜 눈물 나네요.....
영칠이
19/02/17 00:12
수정 아이콘
농담 아니고 진짜 아쉽네요.
파이몬
19/02/17 01:28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
모리건 앤슬랜드
19/02/17 00:26
수정 아이콘
엄인들이 해도 되지 않았을라나요? 조선 환관들은 후궁출입이 금지되었나요? 기둥은 남겨두었다고 알고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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