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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9/07/31 18:06:58 |
Name |
Eternity |
Subject |
(09)예의 |
대화를 하려면 그에 걸맞는 예의를 지키는 것이 상식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습니다. 뭐 친한 친구사이라든가 기타등등의 경우에는 약간 예의를 '덜 지켜도'되는 부분은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예의를 지킬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 정도가 크건 작건간에 대화를 할 때에 서로가 서로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지만 좀 더 발전적인 대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의를 다한다는 것은, 상대방과 나의 의견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내가 상대방을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하고 있다는 하나의 의사표시가 아닌가 하네요. 이러한 의사표시 없이 '나의 생각을 알아달라' 라고 외쳐봐야 정말 절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별 소용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한테 이런 기본적인 것도 지키지 않는 녀석 주제에 내가 왜 네 생각을 알아줘야 하는데? 하는 냉소나 돌아오지 않으면 다행이겠지요.
저는 인터넷 상의 공개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일 역시 하나의 대화라고 생각합니다. 일기장에나 쓸 법한 이야기라고 할 지라도 그것을 굳이 공개된 장소에 올린다는 것은, 그 글을 읽고 누군가 공감해주기를, 혹은 내 생각과는 다른 이가 반박해주기를 기대하면서 타인에게 '말을 거는' 것과 비슷한 성격이 아닌가 해서요. 때문에 공개게시판에 글을 올릴 때 지켜야 할 예의는 상대에게 말을 걸 때 지켜야 할 예의와 근본적인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뭐... 다른 이와 대화를 할 때 어떤 부분에서 '뚜껑이 열리는지'는 개개인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는 생각합니다만, 저에게 있어서 가장 '뚜껑이 열리는' 부분은 이럴 때입니다. 누가 대답하기 쉽지 않은 문제를 들고 와서... 그것 때문에 낑낑대면서 겨우 대답을 했는데, 상대방은 생업에 바빠서, 혹은 토익공부를 하러 다른곳으로 이미 휭 하니 사라졌을 때입니다. 열 받죠. 애초에 대답을 기대하지 않았더라면 말을 꺼내지 말 일입니다. 대답을 바라면서 말을 걸었다면 성의있는 태도로 나의 대답을 기다릴 일입니다.
요즘 PGR자게에 이런 모습을 보이는 분들이 계시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굉장히 거슬립니다.
하고싶은 이야기만 툭 던져놓고 갑니다. 그러면서 어찌나 다른 사람의 무례에는 그렇게도 민감한지요.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어이가 안드로메다 너머 저 멀리 별의 바다로 사라져 보이지도 않습니다. 애초에 (제 입장에서의) 예의는 지키지도 않은 주제에, 상대방이 뭐 하나 잘못했다는게 보이면 꼭 한마디라도 짚고 넘어가야 속이 시원하신가 봅니다. 어쩌면 그렇게 자기 잘못은 모르고 타인의 잘못에는 그렇게도 민감하십니까? 본인이 무슨 예의와는 동떨어진 행성에서 낙하한 존재도 아닐텐데 말입니다.
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예의를 지킬 것을 요구하고 싶다면, 자기가 먼저 예의를 지키고 볼 일입니다. 물론 가끔 보면 예의를 지키지 않는 이에게까지도 꿋꿋이 예의를 차리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런데, 이건 끝까지 예의를 지키는 분이 대단하고, 어쩌면 유별난 분이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괜히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성문법으로 추정되는 함무라비 법전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조항이 남아 있는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상대가 나를 먼저 존중해주어야 나도 상대를 존중하고 싶은 건 자연스러운 본능이 아닐지요.
'일기는 일기장에' 라는 댓글은 굉장히 무례한 댓글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왜 그런 냉소가 내 글에 가해졌는지부터 한 번 되돌아보심은 어떠할지요? 개인의 소회와 상념을 담담하게 풀어쓴 글에 '일기는 일기장에' 라는 말이 붙어있다면 그건 그 댓글을 쓴 사람이 되먹지 못했다는데에 저도 기꺼이 한 표를 던지겠습니다.
허나, 특정한 주제에 대하여 찬반이 오갈법한 글을 공개게시판에 올려두었는데, 바꿔 말하자면 찬반이 나누어지는 주제로 상대와 '대화'를 시작하였는데, 정작 글쓴이 본인이 그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어떻겠습니까?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 그 글을 읽고, 그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풀어낸 사람이 적게는 몇 명에서 많게는 백 명 가까이 이르렀는데도 정작 글쓴이 본인이 자신의 발화(發話)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았다면, 그래도 과연 자신의 글을 읽어준 이에게 '예의를 다하였다고' 떳떳하게 이야기하실 수 있으신지요. 저는 그런 글에는 '일기는 일기장에'라는 댓글이 나온다 할지라도 '당해도 싸다' 고 생각합니다.
상대가 댓글에서 예의를 지키기를 원하신다면, 본인의 글에서 먼저 예의를 지키심이 어떠할지요.
추신. 어떤 분은 자신이 직접 풀어서 이야기하기가 싫은지, 퍼온 링크 몇 줄로 자신의 이야기를 대체하려고 하시더군요. 참 궁금합니다. 몇 사람이나 그 링크에 들어가서 모든 이야기를 다 읽으리라 생각하십니까? 많은 PGRer들은 자신의 생업과 학업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의 시간을 링크 몇 줄로 빼앗으려 하시다니요. 그건 예의일까요?
* OrBef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1-10-11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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