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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2/01/10 00:23:47 |
Name |
Raight |
Subject |
왜 멀티를 먹어야 하는가 |
지난 글에 대해 반응이 나름 뜨거웠습니다. 자극적인 면을 최대한 배제한 (제 딴에는) 담백한 글인데도 리플도 많이 달리고 포모스 메인에도 떴더군요. 포모스에도 동일한 글을 올렸기 때문에 양 사이트를 비교해 가면서 반응을 확인해 보았습니다. 확인 결과 PGR에서는 대부분이 공감하고 소수가 시장성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은 반응을 보인 반면 포모스에서는 조금 더 시장성에 대한 미온적 반응이 많았습니다. 구단에서 일했다는 분의 리플도 달렸군요.
물론 맞는 말입니다. 저라고 해서 이스포츠 유니폼이 축구, 야구 레플리카 팔리듯이 팔릴 것 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습니다. 시장이 여타 스포츠에 비해 확실히 작은 것 또한 자명한 사실입니다. 아래에 적을 내용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왜 공격적 마케팅을 주장하는 지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입니다. 글 내용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은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본문은 구어체로 진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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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대한 반응 잘 읽었어. 역시나 내가 예상했던 반응이 거의 그대로 나오더라구. 좋은 의견이라는 반응, 그리고 시장이 너무 작다는 반응. 맞아. 이 판의 시장은 굉장히 조그만해. 그 조그마한 팬덤에서마저 적극적으로 소비를 하는 계층은 굉장히 작지. 그렇게만 보면 이 판에서 공격적 마케팅을 펼친다는 것은 비용대비 효과가 굉장히 작은, 즉 기업에서 절대로 행하지 않을 수 라는 결론밖에 나오질 않아.
하지만, 언제나 생각은 한번 더 해야 한다고 봐. 나는 몇가지 예를 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공격적 마케팅을 해야 하는지 얘기하고 싶어. 첫 번째로 이스포츠 안에서의 예를 들어보자면, 많은 예가 있지만 철권이 가장 좋은 예인거 같아. 철권크래쉬가 내가 군대에 있을 시절에 진행된 리그라서, 그리고 애초에 격투게임에 큰 관심은 없기 때문에 난 철권리그의 정확한 시작을 몰라. 하지만 철권크래쉬의 이전에 사실상 유의미한 철권방송은 없었지. 기껏해야 예전에 엠겜에서 다큐 형식으로 했던 철권열전? 뭐 그정도가 있겠네.
하지만 엠겜은 과감하게 철권크래쉬 라는 리그를 런칭했어. 반응은? 열광적이었지. 게임장과 인터넷방송 정도로만 유명했던 게이머들이 방송을 경험하고, 프로가 되고, 심지어 팀까지 창단되었어. 온게임넷이 몇년 간 심혈을 기울였던 카트보다 훨씬 큰 반응이었지. 왜 그랬을까? 종목이 매력적인 것도 큰 요인이지만, 애초에 노출이 되었다는 것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 여기 와서 글과 댓글을 쓸 정도의 매니아 층이 아닌 이상, 사실 어떤 것이 진행되고 있는 지 잘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야. 철권크래쉬는 종목의 매력과 함께 노출을 보장함으로써 큰 팬덤을 얻은 좋은 경우라고 할 수 있어.
그렇다면 외부에서 하나의 예를 또 들어볼까? 여기 형들은 주유소 광고하면 뭐가 가장 먼저 떠올라? 5초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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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름이니까~ 에쓰오일!
아마 많은 형들이 나와 같은 결론에 도달했을 거라고 믿어. 국내의 4대 정유회사 중 주유소 개수로만 보면 에쓰오일은 4위업체야. 주유소 개수가 가장 많은 SK에너지의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개수를 보유하고 있지. 게다가 정유업계는 전통적으로 마케팅이 잘 접근하지 않은 분야 중 하나야. 어차피 사람들은 싼 기름을 찾기 마련이니까, 적당히 싸게 팔고, 제휴카드 많이 만들고, 사은품 잘 주면 그만이거든. 그래서 여타 정유사들이 기존의 구태의연한 광고를 벗어나지 못할 때 에쓰오일은 톱스타들을 동원한, 그리고 기존의 추세와 다른 소소한 스토리를 담은 광고를 방영하기 시작해. 참고로 역대 에쓰오일의 광고모델들을 간단히 나열하면
최민식, 김태희, 차승원, 손예진, 싸이, 김아중, 유재석, 윤아, 아이유가 메인 모델이고 메인 모델을 받치는 서브모델도 김병만, 정가은, 김태원, 이천희, 유진, 박미선, 설리 등등. 정말 한명도 섭외하기 어려운 탑스타들을 줄줄이 꼬치꿰듯 섭외했어. 게다가 약 6~7년간 '좋은 기름이니까~' 라는 카피와 CM송, 그리고 통일된 이미지(노란색을 강조하는)을 유지함으로써 지금의 브랜드 인지도를 얻게 되었어.
왜! 에쓰오일은 남들이 신경쓰지 않는 홍보에 목숨을 걸었을까? 작기 때문이야. 연매출이 조 단위인 기업을 작다고 하는 것도 우습긴 하지만 어쨌거나 경쟁사들 중에서 가장 작긴 작으니까. 가만 있으면 말라 죽으니까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실시해서, 사람들이 주유소 하면 에쓰오일을 떠올리도록 하기 때문이라고. 지금도 에쓰오일은 Brand Award 라는 아이디어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 나 또한 여기에 참가중이고.
뭐 글을 쓰다가 하나의 예가 더 생각나서 간단히 첨언하자면, 중공업 위주의 사업구조를 지니고 있는 STX 그룹이 적극적으로 스포츠 마케팅(ex. 축구, e스포츠, 조정..) 에 나서는 것은 거기에서 직접적인 매출을 기대하기 때문이 아니라 인지도 상승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야. 실제로 STX가 소울을 후원한 이후부터 STX 그룹의 공채 경쟁률이 올라갔다는 얘기가 있지.
자, 이게 내가 공격적 마케팅을 주장하는 이유야. 급한 사람이 움직이는 거 아냐? 지금의 e스포츠는 느긋하게 앉아있으면 스폰서 하겠다는 기업이 줄을 서는, 야구와 같은 상황이 결코 아니야. 적극적으로 길거리에 나서서 풀뿌리 마케팅을 실시해야 한다고. 그리고 종목의 특성 상, 인터넷을 사용하는 젊은 층에게 어필하기 쉽기 때문에 인터넷 마케팅, Young 마케팅을 위주로 가야 한다는 게 내 개인적 의견이야.
이제부터는 반박에 대한 재반박 이긴 하지만 여러가지 반박은 결국 하나로 요약되는 거 같아.
1. 팬 수가 적어서 2. 돈이 안 된다.
1번의 결과로 2번이 발생하는 건데... 그럼 팬 수를 늘리면 되잖아? 어떻게 늘리느냐고? 그게 마케팅이지.
전 편에서 나는 여러가지 방법에 대해 논의했는데 그 중에서 관련상품 판매는 1번이 선행되어야지 가능하다는 견해는 인정해. 하지만 나머지 방법은 적은 비용으로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지 않나? 현재 프로리그를 생중계 해주는 네이트에, 현재 존재하고 있는 '팀페이지' 제도를 이용하여, e스포츠 팀페이지를 만들자... 돈이 들어? 네이트가 뜬금없는 짓 하는거야? 어느 정도 팬들의 반응을 기대하기 때문에 네이트가 네이버의 농구에 맞서 e스포츠를 생중계 해주는 건데, 그런 곳 설득하는 게 과연 불가능할까? 전혀 돈들지 않는 일인데? 그리고 팬들의 유입을 충분히 늘릴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고. 그레텍과 관계를 개선해서 곰tv에 e스포츠 전문 인터넷채널을 만들어서 거기에 선수들을 노출시키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그레텍 입장에서도 GSL이라는 브랜드와 더불어 스1까지 소화할 수 있으면 결코 손해보는 장사가 아닌데 말이지. 100명 정도 들어갈 소극장, 경기 안 할 때 빌려서 거기서 인기 프로게이머 팬미팅 하는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야? 솔직히 100명 정도는 충분히 채울 수 있잖아. 그러면서 대학로 쪽으로 오프라인 홍보도 할 수 있고.
어렵지 않아. 돈 드는 것도 아니야. 단지 이건 협회와 팀의 협상력, 그리고 결단만 있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이야. 내가 지적하고 싶은 점은 바로 여기에 있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스폰서가 안 잡힌다고 리그를 미루고 징징대는 그런 꼴이 마음에 안 든다는 거야. 일개 팬의 머릿속에서도 이정도 생각이 가능한데 협회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나는 그 점이 심히 궁금해.
이렇듯 돈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마케팅은 많아. 그렇게 기반을 열심히 다지다 보면 지금보다 팬덤이 충분히 넓어질 수 있어. 전의 글에서는 '팬들과 너무 가까운 선수' 를 이 판의 단점으로 지적했지만 반대로 팬 입장에서 보면 '쉽게 가까워질 수 있는 스타'는 팬질하기 참 좋은 존재거든. 그렇게 열심히 기반을 늘린 다음에는 조금 더 돈이 드는 마케팅 전략을 실행할 수 있을거야.
관련상품을 판매하면서 조금 손해를 봐도 나쁘진 않아. 어차피 국내 스포츠는 구단 자체적으로 절대 수입을 낼 수 없는 구조란 거, 기업은 다 알고 있거든. 그래도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팬덤의 확대를 증거로 제시할 수 있다면, 이 시장은 기업 입장에서 꽤나 매력적일 수 밖에 없어. 젊은 층이 주력이 되는, 나날이 팬덤이 늘어가는, 그리고 돈이 덜 드는 시장이니까.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상승의 선순환을 탈 수 있을거야.
결승 오프에 몇천명이 모여서 함성을 내지르는 거, 좋은 장면이긴 하지만 난 그게 이 판이 제시할 수 있는 매력적인 카드는 아니라고 생각해. 까놓고 말해서 이건 무료인데도 몇천명 단위인데, 보통 스포츠는 돈을 받고 팬을 모아도 몇만명이니까. 그렇지만, 팬덤의 증가 추세는 상대적으로 쉽게 성취할 수 있고, 바로 위에서도 말했듯이 기업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어. 그쪽으로 홍보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봐.
그렇다면 지금 내가 말한 방법들을 방해하는 요소는 뭘까.
무능한 협회도 있지만, 이기적인 팀들의 태도도 지적하고 싶어. 승리는 중요해. 하지만 승리보다 중요한 것은 승리할 수 있는 무대의 존재야. 연습시간이 낭비된다는 이유로 지금처럼 계속 소극적으로 팬 마케팅을 하다 보면 과연 팬들이 계속 남아있을까? 이 점에 대해서 팀들은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어. 누누히 말하지만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팬들과 가까이에 있는 스타플레이어'는 이 판이 가지고 있는 장점 중의 하나고, 살고 싶다면 철저히 장점을 이용해야해.
자 결국은 오늘도 횡설수설. 어쩔 수 없어. 난 글의 구조를 생각하고 쓴다기보다는 제목만 생각하고 자유롭게 키보드질을 하는 걸 좋아하니깐. 어쨌거나 요약을 한다면
1. 돈을 안 들이고도 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은 많다
2. 지금 협회와 팀 모두가 마케팅에 너무 소극적, 이기적이다.
3. 그러니까 살고 싶으면 홍보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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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대한 답을 해볼까?
본진플레이는 안전해. 왠만해선 공격에 뚫리지 않아. 근데 가난해.
멀티를 먹으면 잠깐 위험해. 올인러시에 뚫리기도 해. 근데 높은 확률로 이겨.
잠깐의 위험이 무서워서 멀티를 안 먹는 플레이어, 요즘엔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해.
* 信主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2-01-14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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