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을 시작하기 전
안녕하세요?
K리그를 좋아하시는 분들, 그리고 PGR에서 자유게시판을 찾아주시는분들 반갑습니다.
요즘엔 K리그에 대해 글을 쓰는게 참 재미있을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PGR 자유게시판은 제가 참 좋아하는 곳이고, 특정 주제로만 이루어진 게시판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종류의 좋은 글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스포츠를 참 좋아하는데요, 그중에서도 야구와 축구를 참 좋아합니다. 그중에서도 축구에 대한 글을 써볼까 합니다.
PGR을 달구는 주요 스포츠글은 축구와 야구입니다. 그중 해외축구에 대한 글이 폭발적으로 많기도 하고, 많은 댓글을 가지기도 합니다. 사실 그런 글과 댓글 하나하나가 모여 리그에 대한 관심을 이룬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집에서 SBS ESPN을 보고 있노라면, 참 재미있는 프로그램들을 많이 해줍니다. EPL 팀들에 대한 역사나 레전드를 다루는 EPL WORLD 같은 프로그램도 방송해주고, 각종 더비매치를 편집하여 보여주기도 하고요. MBC SPORTS+는 챔피언스리그 매거진을 방송하기도 하고 IPTV로 넘어가면 또 다른 종류의 방송들을 많이 해주죠.
사실 그러한 것들이 리그에 대한 관심을 가져오는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저는 방송을 해주지 않음을 불평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방송사는 자선단체가 아니고, 인기가 있어야 방송을 하는것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뭘 할수 있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사이트에 K리그에 관한 글을 종종 쓰자. 그래서 이번에 글을 쓰려고 하는건 K리그 2부리그입니다.
+ 내셔널리그와 승격?
K리그 아래에 있는 세미프로격인 내셔널리그. 올시즌 스폰서는 신한은행이 맡았다.
우리가 종전에 알고 있던 K리그의 2부리그는 내셔널리그였습니다. 실업축구이고, 대표적인 팀으로는 울산 미포조선, 부산 교통공사 등이 있습니다. AFC의 권고사항에 따라 우리나라 프로축구리그인 K리그는 몇년전부터 승강제를 시행하려고 합니다. 일단 2부리그 격이었던 내셔널리그의 우승팀이 K리그로 승격하는 방안을 먼저 고려했지만, 정작 우승팀들은 K리그로의 승격을 거부합니다. 이유는 다들 아시겠지만 돈이 안된다는 이유였죠. 딱히 해외구단처럼 1부리그로 승격한다고 해서 막대한 중계권료나 입장수익을 기대하긴 힘듭니다. 스폰서 역시 마찬가지고요. 오히려 인건비만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재정적으로 부담을 느낀다는 입장이었습니다.
AFC에서 원하는건 승격제도 아니고 강등제도 아닌 승강제였습니다. 승격과 강등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승강제. 승격제도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 그리고 실업축구 성격이 짙은 내셔널리그에서 K리그로의 승격을 강요할수만은 없는 입장이었습니다. 때마침 AFC 측에선 승강제를 이루지 못하는 리그에 한해, AFC 차원에서 핸디캡을 부여한다고 했고, 작년부터 승강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집니다.
+ 가칭 코리아 프리미어리그
우리가 흔히 보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는, 처음부터 그런 형태가 아니었습니다. 92년에 리그판을 다시 짜버렸죠. 원래 존재했던 1부리그위에 프리미어(Premier)리그를 만들어버립니다. 그리고 그때까지 존재하던 팀들중 선택받은 팀을 프리미어리그에 올리고, 그때까지 존재하던 1부리그를 2번째 리그로 만들죠. 현재 챔피언십리그의 전신이 1부리그 입니다.
승강제의 계획. 가장 우측의 모습이 완성된 리그의 모습이다.
K리그는 이것을 롤모델로 삼습니다. 지금 존재하는 K리그와 내셔널리그 판은 무언가 꼬였기 때문입니다. 새판을 짜는게 우선이었습니다. 내셔널리그는 프로리그라고 말하기엔 애매했습니다. 세미프로였기 때문입니다. 승격을 원하지 않는 팀들도 있었고, 승격을 하고 싶어도 당장 돈이 없어서 할 수 없는 팀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것이 현재 K리그를 최상위리그로 삼고, K리그와 내셔널리그 사이에 다른 리그를 하나 만들자 라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지금부터 말하는 2부리그 입니다.
+ 스플릿 시스템
우리나라 축구리그는 크게 3개로 이루어집니다. 최 상위리그인 K리그, 실업축구리그인 내셔널리그, 지역연고를 기반으로 하여 주중엔 직장에서 일을 하고, 주말에는 축구를 하는 선수도 존재하는 K3리그(첼린저스리그)가 그것입니다. K3리그는 서울유나이티드, 부천FC1995 와 같은 팀이 알려져있습니다.
2부리그를 만들긴 해야하는데, 당장 들어갈 팀이 없습니다. 팀이 있어야 리그를 운영하는데 팀이 없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합니다. K리그에 강등팀을 만들어 2부리그로 강등시키는 방안을 둡니다. 그런데, 다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프로스포츠의 목적이 기업의 홍보나 지역의 복지에 있습니다. K리그는 크게 FC서울이나 수원삼성처럼 거대기업이 운영을 하는 기업구단, 인천유나이티드나 강원FC처럼 지자체가 운영을 하는 시민구단으로 나뉩니다. 기업구단 입장에선 기업 이미지나 홍보효과가 있으니 강등을 당하지 않아야 하고, 시민구단 입장에선 안그래도 딸리는 재정이 강등으로 인해 더 모자랄 수 있으니 강등을 피해야 합니다. 같은 입장이라면 상대적으로 자금줄이 풍부한 기업구단은 시민구단의 자원들을 싹쓸이 할 것이고, 시민구단은 당장 선수들에게 지급할 돈부터 구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선수를 이적료를 받고 팔아야 합니다. 그것은 프로의 세계이고,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리그나 마찬가지입니다. 괜히 축구가 작은 제국주의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지요.
구단 재정과 스쿼드의 양극화는 리그의 재미를 떨어뜨립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신계와 인간계가 공존한다는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는 극심한 실력차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상위팀과 하위팀의 차이가 얼마나지 않는 EPL에 비해 보는 재미가 떨어진다고 합니다. 리그의 특징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팬들이 레알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에만 열광하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K리그는 그동안 흥행에 목숨을 걸어야 했고, 흥행의 목적을 달성함과 동시에 승강제에 어울리는 시스템을 도입하는데, 그것이 바로 스플릿 시스템입니다. 스플릿은 쪼개다라는 뜻입니다. 뭘 쪼개긴 쪼개는데 뭘 쪼개는지 궁금하시죠? 바로 리그를 쪼개버립니다.
K리그는 16개팀으로 이루어져있으며, 우선 자신의 팀을 제외한 15개팀과 홈&어웨이로 1년에 총 30경기를 치릅니다. 30경기를 치른 상태에서 1위부터 16위까지 순위중 1위~8위까지를 한 묶음으로, 9위부터 16위까지를 한 묶음으로 묶습니다. 그리고 같이 묶인 팀끼리 홈&어웨이, 팀당 14경기 를 한번 더 치릅니다. 결국 1팀당 시즌경기는 44경기가 됩니다. 복잡하게 왜 이런 시스템을 도입했을까요?
+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와 강등제
K리그의 상위 3팀에게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참가기회가 주어집니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는 UEFA챔피언스리그 처럼, 각 대륙의 상위팀들이 모여 하나의 리그를 구성한것을 말합니다. 우리에겐 박지성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하는것이 익숙할텐데, 거긴 유럽의 챔피언스리그이고, K리그에서 상위팀이 되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정확히 말하면 우승팀과 2위팀에겐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직행티켓이, 3위 팀에겐 다른 국가의 한 팀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출전티켓을 놓고 플레이오프를 치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거기에서 이기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직행을 하게 됩니다.
K리그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트로피. 이것을 거머쥐기 위해 1년간 팀들은 노력한다.
그동안 K리그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노릴 수 있는 3~4개팀들간의 싸움이었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한 7위부터 16위까지는 의무적으로 경기를 치른다고 해도 틀리지 않았고, 관중의 입장에선 흥미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6등을 하나 7등을 하나 16등을 하나 거기가 거기니까요. 물론 팬의 입장에서 지면 기분은 나쁘겠지만, 어느 한쪽을 응원하지않는 라이트팬들은 그게 아니죠. 그냥 한국에서 일본vs중국 국가대표 경기 보고 있는 꼴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근데 올해는 그게 아닙니다. 바로 스플릿시스템이 있기 때문이죠.
K리그의 대표적 강팀이자 라이벌, FC서울과 수원삼성
1위부터 8위까지 한 묶음으로 묶어놨기 때문에, 박이 터집니다. 상위팀이라는 것은 실력의 편차가 크지 않다는 것이고, 그만큼 한경기 두경기로 인해 순위가 급변할 수 있다는 소리입니다. 1위팀이 연속 3연패 하거나, 8위팀이 4연승을 한다면 순위는 휙휙 바뀌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 사정권에서 벗어나게 되지요.
동시에 하위팀은 상위권보다 더 박이 터집니다. 바로 강등이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K리그는 2팀을 2부리그로 강등시키기로 합니다. 그중 1개팀은 상주상무가 될 것이고, 다른 1개팀이 강등을 당할텐데, 그 한자리를 놓고 9위부터 16위까지 묶인 팀이 힘껏 싸우게 될 겁니다. 강등은 곧 팀의 위기로 찾아오고, 구단 관계자나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시켜줄 것입니다.
+ 그러면 2부리그로 가는팀은 고작 2팀?
그렇지는 않습니다. K리그에서 떨어지는 2팀과, 내셔널리그에서 2부리그로 진입하길 희망하는 팀, 그리고 경찰청으로 2부리그는 구성될 것입니다. 그래도 어느정도 리그를 갖추려면 적어도 6개팀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K리그 연맹측은 내셔널리그에서 2부리그로 진출하는 팀에겐 30억의 지원금을 주겠다 라고 밝혔습니다. 최대한 내셔널리그 팀이 2부리그로 올라오게끔 유도함과 동시에, 재정적 지원을 약속하면서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지요. 덕분에 현재 충주 험멜과 안산 할렐루야 등이 언론을 통해 참가의사를 밝혔다고 알려지고 있으며, 울산 현대 미포조선 같은 경우는 오너가 정몽준 축구협회 명예회장이기도 하고, 실력면에서도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축에 속하기 때문에 유력한 참가팀이라고 합니다. 언론에 따르면 현재 내셔널리그에서 참가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팀은 5~6개 정도 팀이라고 합니다. 그 팀들과 K리그에서 떨어지는 2팀, 그리고 경찰청까지 합류하면 최소 6팀은 넘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한 올해 K리그에서 2팀 떨어지듯이, 내년 K리그에서도 2팀을 떨어뜨립니다. 승격은 시행하지 않습니다. 2014년은 K리그가 12개 팀으로 이루어 질 것이고, 2부리그는 8개~10개팀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때부터 승강제는 시행됩니다.
+ 승강제가 있다는 것
승강제가 있다는 것은 많은것을 변화케 합니다. 당장 강등시스템이 도입된 올해만 하더라도, 다른 시즌과 달리 이적시장이 활발했습니다. 스플릿시스템 도입으로 인해, 서울 수원 전북으로 대표되는 기존 강팀은 물론,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와 피스컵까지 1년이 빡빡한 성남과 같은 경우도 이곳 저곳에서 많은 이적료를 지급하고 선수수급을 해왔습니다. 평소보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로 가는 길이 험난하기 때문입니다.
경남FC의 스타플레이어 윤빛가람은 20억이라는 이적료와 함께 성남으로 이적을 한다. 성남은 올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한다.
하위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상위팀에 의해 선수를 빼앗기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선수들을 팔아 생긴 이적자금으로, 상위팀에 있는 잉여자원들을 저렴한 이적료에 영입하거나, 임대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당장 살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절박했다는 것이죠.
전북으로 이적한 김정우, 울산으로 이적한 이근호, 인천으로 이적한 설기현
또한 리그가 끝으로 가면서 생기는 느슨함이 줄어들 것입니다. 강등당하는 것은 단순히 뛰는 리그가 달라지는 수준이 아니라, 위에서 말했듯이 한 팀의 목숨이 달렸기 때문입니다. 선수들의 임금이 달라지고, 선수단 운영에 있어 행보를 달리 해야합니다. 수입도 달라질 것이며, 홍보효과 역시 달라집니다. 그만큼 절박하고, 지켜보는 입장에선 흥미진진합니다.
+ 2부리그가 본격적으로 활성화 된다면?
우리 옆에 존재하는 일본의 J리그는 1부리그와 2부리그의 규정이 이미 오래전에 그어졌습니다. 한중일 프로리그중 가장 선진화 된 리그로 불리는 이유 역시 그것입니다. 2부리그의 존재는 단순히 리그 1개가 더 생기는것 이상의 효과를 가져옵니다. 1부리그 소속팀이 2부리그로 강등되거나, 2부리그 소속팀이 1부리그로 승격되면, 관심의 폭이 증가합니다. 이적시장 역시 활발해지고, 관중들의 팀에 대한 집중도도 증가합니다. 동시에 리그가 건강해지고, 그것은 곧 리그의 수익증대와 연결됩니다. 리그의 수익증대는 국가에서 스포츠의 입지와 연결되며, 어린 친구들이 더욱 더 축구를 지망하게 되겠죠. 이것은 축구뿐만 아니라 다른 프로스포츠와도 일맥상통하는 바 입니다.
성공적인 리그시스템으로 꼽히는 일본 J리그의 모습.
+ 글을 마치며
그냥 새벽에 멍하니 EPL을 보다가, 뇌리를 스친 생각이 내가 이런 글을 쓰는것이 그렇게 필요한가 였습니다. 그러나 조회수가 몇천에 육박하고, 해외축구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으시니 국내축구 역시 좋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해외축구나 국내축구나 경기력의 차이는 날 지언정, 규칙은 다르지 않으니까요. 시스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스플릿시스템 역시 스코틀랜드에서 따온것이죠.
EPL WORLD에서 리버풀의 역사를 알고, 리버풀의 레전드를 알고 배우고 나서 리버풀의 경기를 본적이 있습니다. 정말 달랐습니다. 리그의 재미를 규정짓는건 경기력도 경기력이지만 사전지식의 차이라 생각했습니다. 무조건적으로 K리그를 보라는것이 아닙니다. 경기장에 찾아가기 싫으신분들도 계실겁니다. 사실 해외축구만큼 박진감 넘치지도 않고, 선수들의 네임벨류가 후덜덜한건 아니니까요.
그래도 K리그의 시스템을 알고, 이 글로 인해 K리그의 인지도가 1g이라도 올라간다면, 해외축구처럼 국내축구팬들도 넘치는 PGR이 되지 않을까 해서 써봤습니다. 막연히 TV에서 하는 K리그를 볼때와, 스플릿시스템과 승강제를 알고 나서 봤을때는 큰 차이가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이번 주말 역시 K리그는 펼쳐집니다. 특히 일요일 인천 숭의아레나에서 펼쳐지는 인천유나이티드와 수원삼성블루윙즈의 경기는 참 포커스가 맞춰지는 경기입니다. 왜냐하면, 인천유나이티드의 홈구장인 숭의아레나가 홈팬들에게 첫 선을 보이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사정에 맞게 2만명정도의 좌석으로 이루어 져 있으며, 포항 스틸야드보다 더더욱 가까이서 선수들의 경기를 볼 수 있습니다. 선덜랜드의 지동원이 맨시티전에서 버저비터를 넣고, 관중석으로 달려가 세레머니를 할때 키스를 했던 키스남을 기억하시는지요? 제가 좋아하는 부산아이파크의 홈구장인 아시아드 주경기장이라면, 키스남은 키스를 하러 좀 뛰어들어가다가 잡혔을지도 모릅니다만, 숭의아레나는 그런게 가능할정도로 가깝습니다. 또한, 축구장을 설계할때부터 중계 카메라 각도까지 신경쓸 정도로 방송시스템에 최적화 된 구장이라고 하니, 일요일에 방송을 할때 꼭 보세요. 정말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나올겁니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새 홈구장, 인천 숭의 아레나
* 信主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2-03-20 19:56)